케이건 드라카
이런 것이 충고가 될 수는 없을 거요. 지극히 당연한 말이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해두고 싶소. 신부들을 찾게 되면 그녀들을 아끼고 사랑하시오. 오늘은 어제보다 더 사랑하려 애쓰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사랑하려 마음먹으시오.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은 너무도 짧소. 그리고 그녀의 무덤에 바칠 일만 송이의 꽃은 그녀의 작은 미소보다 무가치하오.
- 케이건 드라카, 티나한에게
'''왕'''이 무엇이오?
- 케이건 드라카
1. 개요
이영도의 판타지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의 등장인물. 기본적으로 특정한 주인공이 없는 군상극의 형식을 취하는 소설 내에서도 위의 다섯 명, 특히 페이 남매와 함께 주인공으로 취급받는 인물이다. 오디오북 성우는 곽윤상.
2. 소개
칼날 두개가 한 칼자루에 나란히 붙어있는 모양의 기괴한 쌍신검, 바라기를 지닌 남자. 한계선 이남 근처에 오두막을 두고 키보렌을 넘나들며 나가를 잡아먹는 나가 살육자이다. 아무도 다가가려 하지 않는 한계선 이남의 나가를 잡아먹으며 생활하는 것, 그러면서도 요스비라는 나가 절친을 사귀었다는 것, 영웅왕의 검이자 왕국 아라짓의 상징인 바라기를 가지고 있는 것 등 여러 수수께끼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케이건 드라카라는 이름은 본명이 아니며, 각각 키탈저 사냥어로 흑사자와 용을 가리키는데, 이 둘은 나가에게 멸종당한 생물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을 이름으로 삼은 것을 통해 작중 많은 사람들도 케이건 드라카와 나가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궁금해하지만 끝내 캐내지 못한다. 작중 몇번이고 이 이름에 대해서 질문을 받지만, "나는 케이건 드라카요."라는 말로 대화를 끊곤 한다.[1] [2]
2.1. 실력과 지식
칼솜씨가 빼어나며 씨름에도 일가견이 있어서 구출대를 결성하기 20여년 전 즈믄누리에서 씨름에 능한 도깨비들을 상대로 씨름판을 벌인 적이 있으며, 이 판에서 즈믄누리 성주 바우 머리돌을 호미걸이로 꺾으며 판막음을 기록한 적이 있다.[3] 즈믄누리의 도깨비들을 상대로 판막음을 기록했다는 것은, 그가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막강한 괴력을 가졌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또 동시대 최고의 효웅이라 할 수 있는 괄하이드 규리하 변경백을 상대로 몇 시간씩이나 결투해 승리하기도 했다.[4]
각종 이야깃거리와 온갖 다양한 지식을 함양한, 말그대로 박학다식한 모습을 보인다. 녹음이 우거진 키보렌에서 터득한 것인지 동물학, 본초학 같은 자연과학에 통달한 것은 물론, 오랫동안 교류가 없었을 네 선민종족 각각의 사회와 문화, 각기 모시는 신들에 대한 정보까지 줄줄이 꿰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인간은 모르는 게 뭔가 싶을 정도다.
본업이 나가 '사냥꾼'이라 사냥을 하는 데도 도가 튼 사람이다. 륜을 찾고 돌아가던 길에 비를 피하던 중 먹을 걸 구해오겠다고 나섰는데, 어디서 쥐라도 한 마리 잡아오면 고마워 하리라 생각한 륜의 기대를 훨씬 뛰어넘어 악천후 속에서 바라기 외 어떠한 도구도 쓰지 않고 '''살아있는 고라니 하나, 토끼 세 마리, 화식조 두 마리, 바나나 두 다발, 그리고 식용식물 무더기'''를 반나절 만에 구해 왔다.[5] 때문에 하인샤 대사원이 결성한 나가 구출대의 '길잡이'가 되었으며, '요술쟁이'인 도깨비 비형 스라블, '대적자'인 레콘 티나한과 함께 륜 페이를 구출하기 위해 키보렌으로 내려간다. 군령자도 울고갈 팔방미인의 모습을 보이며 그의 메마른 성격, 신비주의와 어우러져 작품 내의 폭풍간지를 담당한다.
2.2. 성격
감정이 상당히 메마른 사람으로, 강한 감정을 곧잘 느끼질 못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관심을 주며, 그들이 무엇을 하건 화를 내지 않고 조용히 타이르는 등 상당히 자상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친절은 언제나 선이 정해져 있으며 필요 이상의 친절을 베풀지 않는다. 비형과 티나한은 그의 친절이 '''적절할 때 필요한 만큼만 계량되어 나타난다'''고 평했다. 그 결정판이 바로 곤란한 질문을 받았을 때의 '하루하고 반나절 행군'. 길잡이가 되어 비형, 티나한을 이끌고 키보렌에 갔을 때도 이는 변함없었다. 강인한 레콘인 티나한마저도 철창을 질질 끌며 기진맥진했고 비형이나 나늬마저도 지쳐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었으며 륜은 케이건에게 '''살의를 느낀다.'''[6]
이 '하루하고 반나절 행군'이 시작되었던 이유가 걸작이다. 첫 시작은 케이건이 륜의 요스비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말을 유난히 완강히 거부하는 걸 본 비형이 몇가지 추리를 해보면서 케이건에게 "적에게 구원받아서 당황스러운 거냐"라는 논조로 묻자 일단 출발하자는 한마디를 남기고는 하루 반나절을 휴식없이 걸었다. 이후 기진맥직한 비형에게 다가와서 한다는 말이 "잘 모르겠소. 그건 아닌 것 같군."[7] 두번째는 티나한이 나늬보고 하늘치까지 날아가달라고 강요했는데, 이 때 나늬가 도저히 하늘치로부터 반경 300미터 이내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자 아예 하늘치 등 위쪽 300미터 상공까지 접근하게 만들어서 그 위에서 뛰어내리겠다고 우겨댔다. 이 때 티나한이 죽어도 하늘치의 등에서 죽겠다고 외치자 륜이 그에 감동하여 박수를 열렬하게 쳤고, 둘이 어안이 벙벙해서 륜을 바라보자 륜도 어리둥절하며 박수 친 이유에 대해 말을 하자 케이건 측에서 '''웃어댔던 것.''' 이 때 케이건은 요스비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가 륜이 저런 말을 하자 요스비가 그런 말을 했구나, 라고 기억에 혼동이 와서 웃음을 터뜨렸던 것이다.[미리니름] 이 때 세 사람은 물론이고 딱정벌레 나늬와 륜의 어깨에 앉아있던 아스화리탈까지 경악을 금치 못했다(...).[8] 그리고 륜이 "당신 같은 철혈도 아버님과 있을 때는 웃었나보죠?"라고 질문하자 위의 하루 반나절 행군을 감행하고서야 '''"응."'''이라고 대답했다. 걸으면서 생각하고 있던 것. 이 때 티나한이 겨우 그 한 마디 하려고 이 고생을 시켰냐고 성을 내는데, 케이건은 먹구름이 오고 있었기 때문에 빨리 피신처로 이동할 필요가 있었다며 다른 합당한 이유도 대긴 했다. 그 말을 듣자 더 빨리 이동했어야 했다며 급히 말을 바꾸고 동료들을 등떠미는 티나한은 덤.(....)[9]
이후에도 시구리아트 유료도로를 통과한 이후 두억시니를 피한다는 명목으로 하루하고 반나절을 걸었고 케이건을 죽이려드는 용과 딱정벌레를 말리는 일행에게 한다는 소리가 "같은 속도로 하루하고 반나절만 걸으면 도착할 것 같다."였다. 4년이 지난 뒤에도 티나한이 케이건에게 질문 하나 던졌다가 또 하루와 반나절을 걸어야 되나, 라며 찔끔했을 정도.
또한 두 가지 이상의 의무를 견디질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정확히 말하면, 어느 한쪽에 치중되는 삶을 살아온 탓에 하나에 집중하고 있으면 다른쪽으로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시구리아트 산맥에서 두억시니에게 쫓길 때, 주어진 힌트로만 보면 '도로를 이용하는 여행자로서 돈을 지불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지만 '길잡이로서 감당할 수 없는 방해물을 끌고갈 수 없다'는 생각이 우선되어 결국 떠올리지 못했다.다만 극단적인 정도로 편중된 자신의 모습을 직시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로 인하여 다른 하나를 망치는 일은 피한다.
2.3. 나가와의 관계
앞서 말했듯, 그는 이명부터가 '''나가 살육자'''로 나가 종족 전체를 극도로 증오하며 이에 대부분의 자신의 감정을 소진한다. 품을 수 있는 모든 증오를 다 나가한테 돌렸기 때문에, 나가가 아닌 다른 자들은 '''그의 증오를 살 수조차 없다.'''[10][11] 어찌나 미워하는지, 작중에서는 구출대를 결성하기 전까지 나가를 잡아먹고 '''평화롭게''' 살았던 일상을 ''''목가적인 살육'''의 나날'이라고 담담하게 표현할 정도다.[12][13]
사냥꾼이 사냥감에 대해 잘 아는 게 당연하듯 나가를 사냥하여 잡아먹는 그는 한계선 이북에선 누구보다도 그들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비단 그들의 생물학적 특징뿐만 아니라 이들의 문화, 생활 양식에도 정통하다.[14]
나가에게는 일말의 여지도 없이 무자비해지는 자로 한 번은 비 오는 날 추위로 몸 상태가 둔해진 3명의 나가를 습격, 목과 머리를 분리하고, 의식이 남아 있는 머리에게서 '임신한 상태였다'는 사실을 알아낸 후[15] '''목 잘린 몸에서 끄집어낸 알을 그 어미의 머리로 내리쳐 깨버린다.''' 그 후 머리를 집어던지고 나머지 둘에게 이렇게 묻는다.
...실로 악독하기 짝이 없는 행태. 그의 나가를 향한 끝없는 증오를 잘 표현한 장면이다."흥미로운 사색거리가 될 것 같지 않나? 서로 부딪히는 순간에 저 여자는 '''자기 머리가 깨지는 것을 걱정하고 있었을까, 알이 깨지는 것을 걱정하고 있었을까.'''"
륜이 발자국 없는 여신을 부르기 위해 기도에 들어갔을 때, 자신은 그 자리에 있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는데, 그 이유인 즉슨 '''나가들의 여신을 보면 죽이려고 할지도 몰라서.''' 때문에 나중에 무서운 표정으로 달려오는 케이건을 보고 티나한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달려드는 것'이라고 일순간 착각했다.[미리니름2]
하인샤 대사원에서 티나한이 '너에게 나가들의 목숨을 관장할 권리가 있다는 게 무슨 말이냐'고 하는 질문에 케이건은 자신이 예전에 어떤 나가에게 모든 나가의 생명을 담보로 한 약속에 배신당한 뒤 그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겼으며, 후일 케이건을 절망에서 구해준 아내가 과거 케이건에게 건네어진 것과 똑같은 제안을 받고 또 배신당해 나가에게 잡아먹혔다라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름은 미국의 석학인 도널드 '''케이건'''과 피터 '''드러커'''에서 따서 지었다는 설이 있는데 진지한 상황에서 의외로 위트를 던지는 작가 성향에 따른 추측일 뿐 근거는 없다. 그것보다는 바이킹의 뱃머리에 장식했던 괴물 머리의 이름이 '드라카'라고 하고 작중에서 설명하듯 '드라카'는 고대 영어로 용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케이건이라는 이름은 잡종 사자를 뜻하는 카이곤에서 오지 않았을지.[16]
3. 미리니름
"인간이 80년을 살면 장수한다고 말합니다. 100년을 살면 놀라운 일이라고 말합니다. 120년을 살면 아낌없는 축복의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천 년 이상을 살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는 '''괴물'''이 됩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살 수 없는 존재가 됩니다."
라수는 불편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오레놀의 말을 가로막지는 못했다.
오레놀의 태도는 확고부동했다. 오레놀이 말하고 싶은 것을 전부 다 말할 것이며 방해는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은 누구의 눈에도 명백했다.
"그런데 바로 그런 괴물이 우리들 곁에 있었습니다. 이토록 '''슬픈 괴물'''이 있을까요. 헤아리기도 어려운 그 옛날, 그는 품었던 모든 희망에 배신을 당하고 가졌던 모든 것을 뺏긴 끝에 복수만 아는 괴물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적을 사냥하여 먹어치웁니다. 괴물에게 어울리는 일이겠지요."
그의 정체는 과거 멸망한 아라짓 왕국의 왕족, 그 가운데서도 '''극연왕의 잃어버린 오라비.'''[18]"내게 면제사유가 있소?"
보좌관은 대요금표의 금속판들을 힘겹게 넘긴 다음 한 부분을 가리켜보였다. 보좌관이 가리킨 부분을 읽은 케이건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었군."[17]
작중에서 여러 번 언급되는, 전쟁으로 서로를 살육하는 현실을 미워하며 그 전쟁의 주범인 누이를 원망하다가 어느 날 홀연히 바라기를 들고 사라진 오라버니가 바로 그였다.[19][20] 그가 바라기 도둑이 된 내력은, 나가들이 당시 왕자였던 케이건에게 '바라기만 없어지면 전쟁이 사라질 것'이라며 바라기를 훔쳐오라 꾀었고 이를 담보로 '''모든 나가의 생명'''을 걸었던 것. 하지만 그것은 속임수였고, 왕국의 상징인 바라기가 없어지자 영웅왕의 검의 주인에게만 충성을 바쳐왔던 아라짓 전사들이 혼란에 빠지면서 그의 왕국은 점차적으로 죽어갔고, 권능왕 대에 이르러 결국 멸망하게 된다.[21]
자신은 왕국의 배신자라는 죄책감을 느낀 케이건은 도망쳐 절망에 빠져 살다가 키탈저 사냥꾼들에게 몸을 의탁하고, 그곳에서 여인 여름을 만나 구원을 받았지만 바라기의 회수를 원한 나가들은 그의 아내가 된 여름에게 케이건에게 했었던 나가 모두의 생명을 건 그 제의를 다시하여 유인했다.[22] 결국 여름은 '''뒤쫓아온 케이건 눈 앞에서 산 채로 나가에게 뜯어먹혔으며 케이건은 그 자리에 있던 나가 서른 명을 모두 죽이고 배를 갈라 시신을 끼워맞췄다고 한다.'''[23] 나가들은 앞서 했던 두 감언이설에 모든 나가의 생명을 걸었기 때문에, 케이건은 이를 미루어 '''자신이 모든 나가의 생명을 마음대로 재단할 권리를 종신으로 갖게 되었다'''고 여기게 되었다.[24]
그리하여 케이건은 '''최후의 아라짓 전사인 동시에, 마지막 키탈저 사냥꾼'''이 되었다. 케이건 드라카라는 이름은 스스로가 나가가 멸망시킨 아라짓 왕국과 키탈저 사냥꾼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 실려있다는 것을 의미한다.[25] 그리고 그들의 방식으로 복수를 하기 위해 나가를 사냥해 잡아먹으며 살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식습관은 케이건 본인에게 변하지 않는 젊음과 생명을 준다. 한편 반대로 소드락이 축적된 나가 고기를 먹지 않으면 몸이 붕괴되는 부작용이 생겼다. 근육은 결정화되고 뼈는 물러져 육체를 더 이상 지탱하지 못한다는 언급이 등장한다.
케이건이 하인샤 대사원의 부탁을 무조건적으로 들어준 까닭은, 아라짓 왕가가 언제나 하인샤 대사원을 지원해야 하는 의무 때문이다. 또한 본래대로라면 왕위에 올라야 했을 인물이었으며 동시에 "이제 왕은 없으며, 무례를 사과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북부에 왕은 없으리라"는 저주를 남긴 키탈저 사냥꾼의 말예이기도 했었기 때문에, 케이건은 스스로에게 사과함으로서 이 저주가 풀린 것으로 해석했다. 덕분에 흑사자의 모피를 두르고 북부로 올라온 사모 페이는 북부에서 왕의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26]
케이건의 나이를 추정해보면, 극연왕의 즉위시기인 434년 이전에 태어났을 것이고, 아라짓 멸망(701년) 이후에도 800년 넘게 복수를 행해왔다는 언급을 들어 약 1,100~1,200세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료도로당주 보좌관 케이의 친아버지. 쥬타기 대선사의 발언과 케이건 자신이 한 말인 '''케이의 어머니이자 자신의 연인인 보늬 당주가 자신의 현손녀일지도 모른다'''라는 말을 통해서 천 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많은 자식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27]
구출대 시절 모든 여비를 부담했고, 하인샤 대사원에도 암자 하나를 통째로 시주했을 정도로 물질적으로는 부유한 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왕국, 사랑하던 아내, 친우 등을 모두 잃어버리고 가진 거라곤 '''증오'''뿐인, 오레놀의 표현대로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자'다.
3.1. 또다른 진실
''' '''
나가가 그를 괴물로 만들었습니다. 그는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들 속에 숨은 채 나가들을 사냥해왔습니다. 이것이 하인샤 대사원이 그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이며, 대사원이 숨겨온 사실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천 년을 살 수는 없다고 말하고 싶겠지요. 물론 사람은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괴물의 몸 속에는 그 외에 다른 자도 있었습니다. 춤추는 자. 진정코 춤을 아는 자. 그 자가 괴물 속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는 괴물과 함께 갇혀버렸습니다. 춤이 멈췄습니다. 그리고 그 때문에 모든 것이 멈춰버렸습니다.'''
- 오레놀
그러나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사실이 있었으니, 케이건 드라카의 진짜 정체는 '''어디에도 없는 신의 화신'''이었던 것이다. 케이건은 자신이 천년에 가까운 오랜 세월을 살아올 수 있던 건 소드락을 먹은 나가를 포식해 몸에 소드락이 축적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시우쇠에 의하면 어디에도 없는 신의 화신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죽기를 원하지 않아서 죽지 않았으며, 케이건의 불사는 '''소드락과 전혀 상관 없거나, 케이건이 소드락의 효과에 불로불사를 뒤집어 씌운 것'''이다. 어쨌건 본인은 소드락 때문이라 생각하기에 소드락을 먹은 나가를 섭취하지 않아 신체가 붕괴하는 현상을 겪기도 했다.이 썩을 자식아, 좋은 질문이다. 윷놀이는 윷가락 네 개로 하는 거다! 그게 규칙이야! 윷가락 네 개가 던져져야만 말들이 움직여! 변화가 계속 일어난단 말이다! 윷가락 세 개로는 아무것도 못 해! 그래서 발자국 없는 여신은 '''엉터리 윷가락'''[28]
을 하나 만들어야 했어. 너를 대신할 윷가락 말이다! 네 번째 윷가락. 자기 속에 갇힌 윷가락. '''그 엄청난 시간 동안 전령하지 않고 한 사람의 몸 속에 숨어있던 윷가락!'''
- 시우쇠
소드락을 먹은 나가를 포식하는 것으로 인해 생기는 이상증세 자체는 존재한다는 암시가 나온다. 시우쇠의 말대로 케이건이 '''그 효과를 바꿔버린 모양'''인 듯. 라수 규리하는 전쟁 당시의 나가를 구워먹은 병사들에게 불면증세가 나타난다며, 소드락 먹은 나가를 '''150년 이상''' 장기복용했을 경우 특별한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고 사모 페이에게 보고했다. 그리고 이를 사실이라고 가정할 경우 '소드락을 먹은 나가를 150년 이상 먹은 케이건에게는 이상증상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29]
하인샤 대사원에서 사모 페이를 왕으로 추대한 이후 요스비가 말한 셋이 하나를 상대한다는 격언에 따라 발자국 없는 여신을 제외한 나머지 신들의 신체를 찾기 위해 비형과 티나한과 함께 수탐자로서 길을 떠난다. 어디에도 없는 신을 제외한 다른 두 신들의 신체를 모두 찾아 화신으로 각성시키고 하텐그라쥬에 억류되어있는 발자국 없는 여신의 신체를 구출하려 오지만 발자국 없는 여신을 구출하자 케이건은 시우쇠를 통해 '''자신이 바로 어디에도 없는 신 그 자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천 년 전부터 케이건 안에 갇힌 어디에도 없는 신 때문에 세상이 정체되었고, 언어[30] , 국경 등이 천년동안 고정되는 등의 정체를 해소하고자 발자국 없는 여신이 일부러 갇혀서 네명의 신들을 모이게 한 것이다.[31] 그러니까 후반에 구출대로 바뀐 일행들의 생각과 달리 셋이 상대하려던 하나, 즉 '''구출대상은 발자국 없는 여신이 아니라 어디에도 없는 신'''이었던 것. 다른 화신들은 서로의 존재를 느낄 수 없지만 어디에도 없는 신인 케이건만은 다른 신체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32] 그러나 그 시점에서 어디에도 없는 신을 같이 상대해야 할 발자국 없는 여신이 카린돌 안에 갇혀 아직 깨어나지 못했기에 셋은 하나가 될 수 없었다. 오히려...
자신이 신이라는 것을 깨달은 케이건은 점차 신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케이건 드라카라는 나가 살육자가 누구보다도 나가를 증오하는 '''나가 살육신'''으로 각성하여 '''눈물을 마시는 새의 최종보스'''로 등극했다.[34][35]'''''내가 곧 케이건 드라카다! 그리고 내가 살아 있는 이상 어떤 나가도 그것이 옛날 일이었다고, 자신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라고 말할 수 없어! 그들이 나라는 것을 만들어내었으니까!"'''[33]
심장탑에서 다른 신들과 대치하던 상황에서 하텐그라쥬를 없애버리려고 거대한 회오리를 만들어내나, 용인으로서 세계와 니르게 된 륜 페이가 케이건은 나가에게 모든 것을 빼앗겼지만 케이건과 하나가 된 어디에도 없는 신에겐 남아있는 것,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 남아있다는 것을 가르쳐주면 케이건의 증오가 풀릴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리미 마케로우의 언동과 모습을 빌려 환상의 공간에서 케이건에게 나늬가 남아 있음을 알려준다. 결국 환상 공간에서 나오면서 당대의 나늬인 데오늬 달비와 그대로 마주쳐, 마침내 나가에 대한 증오심을 버리고 자신의 왕을 지키기 위해 회오리바람을 멈춰 왕의 심장이 있는 심장탑에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방벽으로 만든다.
이후 심장탑 위에서의 모든 사태가 마무리된 그 직후 심장탑 아래에서 나가살육자를 숙적으로 여기던 갈로텍[36] 과 만나 대치한다. 너가 죽여버린 세페린을 기억하냐고 절규하는 갈로텍에게 부드럽게 '''우린 서로 닮았군'''이라고 대답하는 모습을 보면 그토록 증오하는 나가를 대하는 그의 모습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 복수심에 이글거리나 동시에 폭주하는 카린돌 마케로우의 영에 짓눌려 괴로워하던 그에게서 신의 권능을 써서 카린돌을 포함한 모든 전령자들을 갈로텍으로부터 내보내버린다. 자신의 내면에서 모든 혼령들이 떠나버린 고독에 당황하며 두려워하는 갈로텍에게 '복수를 원하나.'며 묻고, 갈로텍이 긍정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검을 겨누는 것을 끝으로 명확하게 결말을 드러내지 않는다. '''케이건의 결말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드러난 것이 없고 작가인 이영도가 확실히 언급한게 없기 때문에,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 오리무중이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과 해석은 여행자를 참고[37]
마지막 장면의 현학적 대화가 무척 의미심장한데 바로 다음과 같다.
갈로텍은 재빨리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려 했다. 그리고 곧 그것이 불가능함을 깨달았다. 그의 내부에는 그 자신뿐이었다. 갈로텍은 더 이상 군령자가 아니었다. 갈로텍은 마음 속으로 주퀘도의 이름을 불렀다. 대답이 없었다. 갈로텍은 그라쉐를, 노기를, 그리고 화리트를 불렀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갈로텍은 케이건을 다시 바라보았다.
"어떻게?"
"왜라고 질문해봐."
"왜?"
"내겐 물이 필요하거든."
"물이라니?"
"물이 가장 날카롭지. '''이제, 그 물에 독을 풀어 온 세상을 중독시켜야 해.'''"
이에 대해선 네 마리 형제새 항목을 참고. 이영도 작가가 독자들이 상상하는 걸 좋아하는, 다르게 말하면 불친절한 작가다 보니 여러 가설이 나와있으나 적어도 케이건의 말이 어떤 방향성인지는 짐작해볼 수 있다.
4. 기타
케이건이 어디에도 없는 신이라는 복선은 작중에서 여러 번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1권에서 쥬타기 대선사가 오레놀 대덕에게 한 말. "그래. 내 꿈에 어디에도 없는 신이 현몽하셨다. 신께서는 내게 도탄에 빠진 세상을 구하기 위해 조만간 용(=드라카)의 모습으로 세상에 화신(化身)하실 거라고 알리셨다." 3권에 나가들을 상대로 구웠다는 표현을 시우쇠에게 들은 륜은 썬다는 표현을 쓴 케이건과 비슷한 말투를 쓴다고 말하기도 했다. 극 후반에서는 용인이 된 후 케이건을 처음 만난 륜이 그를 다른 화신들과 마찬가지로 ‘읽을 수 없다’고 여긴다는 서술이 등장하며[38] , 뭣보다 수탐자들이 화신을 찾아내기 위해 들고 다녔던 접시가 모든 이보다 낮은 여신의 화신, 즉 두 번째 화신을 찾은 이후엔 깨지지 않는다. 본래 이 접시의 사용법은 깨트렸을 때 파편 한 조각이 사라져 신체가 있는 곳에 나타나고 모든 파편이 모이면 다시 붙는 것이었는데, 바로 앞에 어디에도 없는 신의 화신이 있으니 깨질 리가... 그 밖에도 하텐그라쥬에 들어가기 전 나가들을 맴돌이시킨 일. 이때 두 신은 '우리가 동시에 힘을 써야 하니, '''케이건 네가 준비신호를 해라'''고 했고, '''케이건이 '시작'이라고 말하자마자 맴돌이 현상이 일어났다'''.
이와는 별개로 2권에서 여신의 힘으로 가사 상태에 빠진 사모와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자신에게 조언을 구한 륜 페이에게 '''"나는 신이 아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39]
은근히 드래곤 라자의 핸드레이크와 비슷한 사람이다. 세상을 자신의 방식으로 사랑한다는 점이라든가[40]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은 실패한다는 점이라든가 영생이 가능하다는 점과 은근히 돈이 많고 소비도 심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어찌보면 퓨쳐 워커의 쳉과 같은 감정 결핍이라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쳉처럼 한 개인에 대한 애정으로 감정을 얻는 대신 한 종족에 대한 증오로 감정을 드러낸다는게 다를 뿐.
평상시에는 하오체를 사용하는데, 나가들에게는 해라체를, 왕과 화신을 대할 때나 연설할 때처럼 확실한 격식이 필요할 때에는 하십시오체를 사용한다.
피를 마시는 새에서는 전작의 주인공격이었던 인물임에도 역사와 후세 등장인물들의 묘사에서 그 이름과 행적이 언급되지 않는다.[41] 하지만 5권 '돌 속에 갇힌 바람'이란 제목의 장에서 사모 페이가 시오크 지울비와 아쉬존 토프탈에게 과거 그런 남자가 있었다는 언급을 한다.
정작 그 말을 듣고 있던 아쉬존과 시오크는 그게 괄하이드나 라수, 혹은 북부 그 자체라고 이해하지 못했지만... 또한 엘시 에더리가 이끄는 흑사자군과 지키멜 퍼스가 이끄는 비나간군의 대치 상황에서 양군의 깃발은 각자 흑사자와 용이며, 이를 간접적으로 케이건, 드라카라는 아라짓 어로 발음하는 장면이 나온다."옛날, 그 마음이 돌처럼 굳어버린 남자가 있었다. 그의 가슴 속에는 터무니없이 오랜 기간 동안 정체된 바람이 갇혀 있었지. 짐은 그 바람이 깨어나는 것을 보았다."
제2차 대확장 전쟁의 설명을 보면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는 당사자들이 일부러 언급을 최소화한 듯하다. '''케이건은 어디에도 없는 신의 화신이었고 신의 화신이 네 선민종족 중 하나를 증오해서 없애 버리려고 했다.'''라는 얘기는 함부로 떠벌리고 다닐 이야기가 못 된다.[42] 눈마새의 종족의 변화를 위한 신들의 분투는 피마새 시점에서는 '여신을 가둔 나가들에 대한 분노와 징벌'로 각색되어 있다. 원래 눈마새 시절에서도 필멸자들은 제2차 대확장 전쟁의 의의를 그것으로 알고 있었고 어디에도 없는 신의 해방에 대한 이야기는 눈마새 시절에도 케이건의 친구들밖에 모르는 이야기였으니 그들이 의도적으로 케이건에 대해선 함구한 걸로 보인다.
여담으로 과거 독자들이 '이영도 작품의 인간 검사 중 가장 강한 자는 누구인가' 라는 주제로 순위를 정한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2위에 등극했다. 참고로 1위가 키 드레이번이었고 3위가 루트에리노 대왕이었다. 이 결과로 케이건의 순수한 검사로서의 실력이 독자들에게 얼마나 큰 인상을 줬는지 알 수 있다.[43]
반지의 제왕의 등장인물인 아라고른 2세와 닮은 구석이 많다. 작가가 톨키니스트라서 그런지 영향을 받은 듯하다. [44]
- 성격이 매우 진중해서 작중에서 농담이나 장난을 치는 장면은 찾기 힘들다.
- 소설 초반부에는 각각 륜 페이의 보호자, 프로도 배긴스의 보호자의 임무로 등장한다.
- 보호자 임무가 끝난 후에는 전쟁에 관련된 중요한 임무를 가지고 참여한다.
-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2명의 파티원과 동행하며 갖은 고생을 한다. 케이건은 티나한과 비형, 아라고른은 김리와 레골라스.
- 수백 년 전 사라진 왕족의 후손이다.
- 성인이 된 이후 오랜 세월 동안 국경 근처에서 생활을 한다. 케이건은 나가 살육자, 아라고른은 북부의 순찰자.
- 황야의 서바이벌 능력이 뛰어난 듯한 묘사가 나온다.
- 왕족을 상징하는 칼을 사용한다. 케이건의 바라기#s-2와 아라고른의 안두릴(곤도르의 가보 나르실로 만든 검).
- 보통 인간보다 나이가 훨씬 많다. 케이건만큼 오래 산건 아니지만, 아라고른도 210세까지 살았다.
-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는 칼솜씨와 지혜를 자랑한다. 어차피 둘 다 평범한 인간보다 훨씬 오랫동안 검법을 수련할 수 있었을 테니...
5. 여행자
여행자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