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소곡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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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서천군에서 영세 양조장들에 제공하는 공동 패키지)
1. 개요
2. 맛
3. 역사
3.1. 어원 문제
4. 현재
5. 그 외


1. 개요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3호, 대한민국식품명인 제19호(우희열 명인).
충남 서천군 한산면에서 만들어지는 전통 약주이다.[1] 대한민국식품명인제도의 특성상 명인 타이틀은 우희열 명인 한 사람에게만 부여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한산 전역의 양조장과 가정에서 제각각의 레시피로 생산된다.
도수는 발효주의 거의 최대 도수인 18도이며, 이 발효주를 증류해 만든 43도 불소곡주도 있다. 효모균이 살아있는 생주를 냉장유통하여 인터넷 판매도 하고 있다.

2. 맛


양조장에 따라 맛이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단맛과 감칠맛이 강하고, 알코올 맛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곡주는 찹쌀 함량이 높을수록 단맛이 강한데,[2] 소곡주는 대부분 곡류를 멥쌀 없이 찹쌀만 사용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한모금은 식혜를 곁들여 인절미를 먹는 맛으로 시작해서 칡차를 곁들여 누룽지를 먹는 뒷맛으로 끝난다. 물을 적게 사용해서 더욱 달다는 느낌이 있으며 식감도 사케나 백세주보다 진하다. 말 그대로 '쌀과 콩으로 만들었구나!' 라는 느낌이 확 와닿으며, 문학작품에서 흔히 볼 수있는 '술이 입에 쩍쩍 달라붙네' 의 느낌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살짝 달짝한 느낌이 있으면서도 도수에 어울리지 않게 술술 넘어가고 곡주 특유의 깊은 풍미가 있다. 보통 전통주들이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좋아할 맛이기도 하고 확실히 강하고 딱 와닿는 자극적인 맛과 향을 좋아하는 젊은 계층에게 어필할 맛이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소곡주는 '술맛'을 어느 정도 아는 한국사람이라면 호불호를 타지 않고 나이 무관하게 좋아할 맛.
아무리 술이 쎈 사람이라도 처음 마시는 사람은 정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술이다. 도수가 주로 시판되는 희석식 소주(참이슬 후레시 등) 급인데도 불구하고 탁월한 맛과 향이 알코올의 쓴맛을 대부분 가려주기 때문에 정말 술술 넘어간다. 작은 잔으로 마시는 희석식 소주의 노골적인 쓴맛에 민감한 사람이 컵으로 마셔도 술인데 별로 안쓰네? 하고 생각할 정도. 취향에 따라 몇몇 사람들은 싫어하는 희석식 소주의 쓰디쓴 알코올 맛이나 맥주의 홉맛, 막걸리의 쉰맛, 양산형 곡주의 시큼한 맛도 없고 그렇다고 과실청 탄 소주처럼 끈적한 단맛도 나지 않으면서 알코올의 쓴맛이 잘 가려져 오히려 뒷맛이 보리차처럼 구수하게 느껴질 정도로 정말 깔끔하게 잘 넘어가는데, 보통 술자리에서 자주 마시는 소주나 맥주 등은 들이킨 후 안주로 입을 씻어주지 않으면 쓰거나 신 뒷맛이 입에 계속 남아서 스트레이트로 마시기가 참으로 고역스럽지만 한산소곡주는 구수한 뒷맛이 오히려 다음 잔을 더 땡기게 해준다. 또한 희석식 소주는 취할 목적으로 먹고 양산 맥주는 시원한 목넘김으로 먹지만 한산소곡주는 정말 달착지근하면서도 고소한 맛으로 먹을 수 있는 술이다.[3]
그 맛에 무심코 계속 홀짝이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취기가 묵직하게 올라오고 잘 가라앉지 않기 때문에 "아 얼큰하다 이제 좀 술이 도네. " 이 단계를 알지도 못한 새 지나가버린다. 초심자, 특히 젊은 사람은 자기 감만 믿고 막 마시다가 맛이 가기 쉬워서 비싼 술 마시고 정신줄 놓은 다음 집안 어른들한테 술꼬장을 부리다가 욕 한사발 먹고 두들겨 맞을 수도 있다. '''앉은뱅이 술'''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니다. 맛있다고 '마지막으로 딱 한모금만 더'를 시전하다가 순식간에 소주 몇 병 분량을 비우고 퍼지는 수가 있다. 안전한 음주 속도는 시판되는 희석식 소주와 비슷하게 10분 당 작은 잔 한 잔이며, 되도록이면 와인을 마실 때처럼 풍부한 맛과 향을 음미하면서 조금씩 느리게 마셔라.
다만, 단순히 도수가 문제는 아닌 게, 원래 사람에 따라 자기에게 맞는 술이 따로 있다. 예를 들면 맥주는 좋아하지만 와인은 도수가 그리 높지 않음에도, 마셨을 때 오르는 취기가 맥주와는 달리 왠지 기분이 나쁘다고 해서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데, 한산소곡주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이 술이 정말 안 맞는 경우에는 혀로 느끼는 맛은 정말 내 취향인데, 마셨을 때 오르는 취기가 기본 좋게 취하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멍 해지는 느낌이라 싫어할 수도 있다. 술의 종류에 따라 마시는 사람이 느끼는 취기도 달라서, 일부러 물에 희석해서 연하게 마셨거나 천천히 마셨음에도 그런 불쾌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게다가 아무리 좋은 맛이 나도 술에서 나는 진한 향과 단맛이라던가 걸쭉한 느낌이 불쾌한 위스키-보드카 쪽 취향인 경우라면, 취향이 안 맞는 술일 수도 있다.
또 희한하게도, 역시 쌀이 주재료인 막걸리사케는 잘 받음에도 유독 이 술이 안 받는 경우가 있다. 그런 점에서 입문자들은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술이다. '''절대로, 단 맛이라고 만만하게 보지 말자'''
가격은 대중적인 와인 한 병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주세가 크게 안붙는 전통주라서 양주보다 좀 저렴한 것일 뿐, 그냥 취하려고 뭉텅뭉텅 삼키는 싸구려 술이라고 보면 곤란하다.
특유의 단맛과 감칠맛을 구현하기 위해 사카린미원을 넣는 형태로 현대화(...)된 가양주도 있다.[4]

3. 역사


마의태자가 개골산에 들어가 나라를 잃은 설움을 술로 풀었는데, 그 맛이 소곡주와 같았다.”라고 하는 이야기가 구전하고 있다. 이로 미루어 소곡주가 삼국시대 때부터 명성을 얻었던 술로 추측하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사실적 기록이나 구전하는 근거는 없다. 다만 과거 백제 땅이었던 충남 한산지방에서 마을단위의 가양주로 빚어오고 있는데, 여러 옛 문헌에 수록되어 있는 소곡주 제조법의 전형(典型)인 설기 형태를 답습하고 있음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소곡주에 대한 기록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를 비롯하여 『경도잡지(京都雜志)』, 『음식디미방』, 『음식보(飮食譜)』,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규곤요람(閨壼要覽)』, 『규합총서(閨閤叢書)』, 『요록(要錄)』,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규합총서(閨閤叢書)』, 『양주방(釀酒方)』, 『역주방문(曆酒方文)』, 『시의전서(是議全書)』와 『부인필지(婦人必知)』, 『술 만드는 법』과 같은 문헌에 나와 있다.
이처럼 고려시대 문헌에는 등장하지 않는 소곡주가 조선시대 문헌에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 미루어, 술빚기가 체계를 갖추게 된 조선시대에 이르러 소곡주가 비로소 대중화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문헌들에 수록된 소곡주는 현재 맥이 끊긴 상태이다.
앉은뱅이 술이라는 별명이 있는데, 그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술을 빚던 며느리가 술이 잘 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젓가락을 찍어먹는데, 그 맛이 좋아서 계속 먹다가 취해서 일어나지 못해서 그런 별명이 붙었다느니, 조선시대에 과거를 보러가던 선비가 한산에서 쉬다가 술맛에 눌러앉아서 과거 시험장에 가지 못했다느니...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공통적인 점은 너무 맛있어서 계속 마시다보니 자기도 모르는 새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할만큼 취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금도 별명대로 술꾼 하나 앉은뱅이 만드는 건 일도 아니다. 이유는 맛 단락을 참조하자.

3.1. 어원 문제


흴 소(素)에 누룩 국/곡(麯)을 써서 소곡주(素麯酒)라 표기하기도 하고, 흴 소 대신 작을 소를 써서 소곡주(小麯酒)라고도 한다. [5]
소곡주라는 이름의 어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우희열 명인의 인터뷰에서는 옛날에는 흰 옷을 입고 정갈한 마음으로 담갔다 하여 소곡주(素麯酒)라 불리지 않았나라고 추측한 바 있다.
또 다르게는, 희다는 것은 맑다는 것이고 '곡'에는 술이라는 뜻도 있으므로, 소곡(素麯)이 곧 청주(淸酒)의 이칭이라는 설도 있다.
소곡(素麯) 또는 소곡(小麯)이 사용하는 누룩의 종류를 말하는 것이라고 추측하는 입장도 있다. 즉 '흰누룩으로 담근 술' 또는 '작은덩어리 누룩으로 담근 술'이라는 것이다. 빛깔이 희게 바랜 누룩으로 담근 술이라는 설은 박록담씨가 주장하고 있다. (네이버캐스트) 한편 중국술에 소곡(小麯)이라는 누룩 종류가 있기는 하지만(주로 남방계 백주의 양조에 쓰임) 한산소곡주와는 관계가 없는 듯하다.
소곡(小麯)을 '누룩이 적게 들어간다'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는데, 한자 '작을 소'의 일반적인 용법과 맞지 않고 실제로 결코 누룩이 적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믿기 어려운 설이다.

4. 현재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이기 때문에 충청남도와 서천군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40여곳의 양조장이 면허를 받아 운영중이며,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후퇴 일로에 놓여 있는 다른 지역 전통주들 입장에서는 부럽기 짝이 없는 상황. 면허 없이 만드는 가양주까지 합치면 가짓수가 엄청나게 불어난다. 단속을 피해 밀주로 유통되기도 한다.
가장 유명한 것은 대형마트에도 납품되는 우희열 명인의 소곡주이지만, 그 외에도 품질이 좋은 소곡주를 만드는 양조장이 많으며, 양조장마다 레시피가 조금씩 달라 맛이 다 다르다. 진한 단맛과 감칠맛(savory taste)의 결합이 소곡주의 특징인데, 이 단맛과 감칠맛의 비율에 따라 양조장의 개성이 갈라진다고 할 수 있다. 한산 바깥에서는 대부분 택배 주문이 아니면 맛보기 어렵다.
몇몇 외국인들은 한산 소곡주에서 버터케이크 맛이 난다고 신기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편, 2015년을 기점으로 하여 한산 소곡주 축제가 열린다. 매년 10월 마지막주에 한산 소곡주의 본고장인 서천군에서 개최되며, 관광객이 함께 할 수 있는 소곡주 빚기 체험, 품평회, 안주경연대회, 소곡주 경매 행사 등이 마련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서천군의 다른 특산품인 한산모시와 한산모시떡도 체험할 수 있어서 다채롭다. 가장 잘 알려진 우희열 명인의 소곡주와 함께 더불어 기타 40여 개의 면허를 받은 양조장의 소곡주를 현장에서 맛보면서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연합뉴스 다만 2020년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영향으로 취소되었다.

5. 그 외


  • 라이벌로 아산 연엽주가 있다.
  • 서천군 근처의 충남지역에서는 제사 지낼 때 쓴다.
  • 맛도 맛있지만 도수도 적당하고 가격도 다른 전통주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덜 센 편이므로[6] 전통주 입문용으로는 최적이라고 할 수 있다.
  • 시중 마트에서도 구할 수 있으나, 한산면에 있는 도가에서 직접 만들어 파는 라벨이 붙지 않은 소곡주를 먹어보자. 정말 맛있다. [7]
  • 기본적으로 단 맛이 강하게 느껴지는데, 차갑게 해서 먹으면 셰리 와인하고 비슷한 느낌이 난다.
  • 생소곡주는 인근의 전북 술집들(군산, 익산 등)에서 내놓기도 한다.
  • 애주가로 유명한 중견 탤런트 임현식이 2017년 4월 농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산 소곡주와 어울리는 술안주주꾸미를 추천했다. 주꾸미는 특히 산란기(4~5월) 직전인 3월을 제철로 치는 음식이다. 뿐만 아니라 대개 한산 소곡주는 100여일을 발효하는데[8], 마지막 추수인 11월을 가정하였을 때 100일이 소요된다면 한산 소곡주의 출하시기는 대략 2~3월에 맞춰지게 된다. 한산 소곡주 축제가 매년 10월 마지막주에 치뤄진다는 점과 사뭇 다르지만 봄철에 제철인 주꾸미와 햅쌀로 빚은 소곡주를 3월에 맛 볼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일품이라 할 수 있겠다. 농민신문
  • 생주를 구입후 냉장보관이 필수 이며, 상온보관을 잘 못 했을 경우 살아있는 효모들이 자체 숙성이 되어 당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식초와 같은 시큼하고 쿰쿰한 발효된 냄새가 나게 된다.

[1] 2013년 6월에 대한민국 특허청에 '''지리적표시 단체표장'''을 최초로 등록해서 다른 지역 소곡주에는 법적으로 한산 소곡주라는 명칭을 붙일 수 없다.[2] 찹쌀에 다량 함유된 아밀로펙틴은 당화되었을 때 알코올발효되지 않는 비발효당을 많이 발생시키기 때문[3] 안주가 없어도 잘 넘어가는 대신, 안주를 곁들이면 오히려 쓴 뒷맛이 올라올 때가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달콤한 과자류는 기껏 잡힌 쓴맛을 도로 모조리 살려내기 때문에 상극이다.[4] 전통주의 순수성에 환상을 가진 사람이라면 경악하겠지만, 세계 어딜 가나 밀주는 구할 수 있는 모든 재료를 활용하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레시피가 탄생하기도 한다. 주객이 전도돼서 술 자체의 품질 향상보다 조미료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되기는 하지만 무작정 나쁘게 볼 일만은 아니다.[5] 누룩 곡曲으로도 표기한다. 이때 曲은 굽다는 뜻이 아니라 麯의 약자이다. 한국어 위키백과에는 아예 누룩 麴자를 써서 소국주라고 등재되어 있다.[6] 소곡주는 다른 전통주에 비해선 생산량이 많으므로 가격을 조금 낮출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전통주가 비싸보여도 원가나 제조과정을 생각하면 전혀 비싸지 않다. 이유는 별거 없고 주세에 혜택을 받아서 도수가 비슷한 다른 술들이 30~72%씩 때려맞을때 해당 주종의 주세를 1/2로 감세혜택을 받기 때문. 그 덕에 같은 값에 좋은 술을 마시고 싶다면 전통주가 꽤 괜찮은 선택지다. 여담으로 잘 만든 증류식 소주로 유명한 화요가 전통 증류식 소주보다 가성비가 안좋은 이유가 이거다. 현대적인 제법 탓에 전통주 인정을 못받아 72% 크리... [7] 한 주류갤럼에 의하면 밀주가 더 맛잇다고 한다. 1, 2[8] 물론 세부적인 양조장마다 발효일수는 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