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이런 거 안 되잖아
영어는 이런 거 안 되잖아
영어는 안 되잖아 이런 거
이런 거 영어는 안 되잖아
이런 거 안 되잖아 영어는
안 되잖아 이런 거 영어는
안 되잖아 영어는 이런 거
1. 개요
인터넷 등지에서 돌아다니는 개드립의 일종. 한국어의 어순이 영어보다 자유롭다는 점을 이용한 드립이다. '''<한국어의 우수성.jpg>''' 등으로 제목을 단 게시물이 올라올 경우 게시물의 내용 자체가 이거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댓글로 십중팔구 이 드립이 달린다. ''''한글의 우수성''''이란 제목으로 올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 드립은 '''문자'''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다. '''한글'''이 아니라 '''한국어'''의 특징이다. 바리에이션으로 '씨발'을 넣어서 "씨발 영어는 이런 거 안 되잖아."라고 쓰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쓸 경우 가능한 조합은 '''4 · 3 · 2 · 1 = 24'''개.
2. 정말 영어는 안 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대''' 영어는 저렇게'''까지는''' 안 된다. 옛날 영어의 경우 굴절어로서의 성격이 지금보다 강했기에 일반 명사, 고유 명사에도 격 변화가 존재했고[1] , 이로 인해 영어도 한국어만큼이나 어순이 자유로워 단어 순서를 마구잡이로 바꿀 수 있었다. 그러나 1066년 이후 영국인은 피지배층으로 전락했고, 이를 따라 영어도 서민들만 쓰는 언어가 되어 영어가 쉬워지기 시작했으며 그 과정에서 명사의 격 변화는 사라져 갔다.[2] 문제는 명사의 격 변화가 사라지면 명사가 주어로 쓰였는지 목적어로 쓰였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조사가 싸그리 사라진 한국어를 상상해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그리하여 주어로 쓰인 명사는 동사 앞에, 목적어로 쓰인 명사는 동사 뒤에 오는 현재의 어순이 굳어지게 된 것이다. 한 마디로 현대 영어가 저런 게 안 되는 이유는 영어가 '''쉬워졌기''' 때문.
그렇다고 현대 영어에서 도치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어서, 영어도 어느 정도는 '''저런 게 된다'''. 예문으로 "영어는 이런 거 안 되잖아."를 뒤집은 "English can do such a thing."을 써 보자. '''English can do such a thing'''으로 가능한 조합은:
> English can do such a thing
> Such a thing English can do
> Do such a thing English can
> English can such a thing do[3]
이렇게 네 가지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한국어에 비하면 가능한 조합이 적긴 하나 '''4가지로도 이미 충분하지 않은가?''' 한국어의 경우 가능한 조합이 6가지라고 해도, 어차피 저 6가지 중에서 실질적으로 쓰이는 건 두 세 가지 정도지, 나머지 조합은 솔직히 별로 필요하지도 않다. 그리고 그 두 세 가지 정도는 '''영어도 할 수 있으므로''', 저 드립은 말 그대로 드립으로 받아들여야지 저걸 진심으로 한국어의 우수성이라고 믿으면 '''심히 곤란하다'''. 애초에 어순의 자유로움이 곧 우수함이라고 볼 근거도 없기 때문에, 저건 그냥 한국어의 '''특징'''이라고 봐야 한다. 한국어의 '''우수성'''이라고 주장한다면 정신승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Such a thing English can do
> Do such a thing English can
> English can such a thing do[3]
3. 한국어는 이런 거 안 되잖아
영어에서는 가능하나 한국어로 옮길 경우 성립이 불가능한 도치가 있다. 이름하여 '''Though- movement'''. 바로 아래 예문을 보도록 하자.
> Strong though we are, we can be defeated.
> (비록 우리가 강할지라도, 우리는 패배할 수 있다.)
저 문장이 어떻게 된 거고 하니, '''"We can be defeated though we are strong"''' → '''"Though we are strong, we can be defeated"''' → '''"Strong though we are, we can be defeated"''' 이런 순으로 도치가 이루어진 것이다. '''Though we are strong''' 부분에서 '''strong'''을 '''though''' 앞으로 빼온 건데, 이걸 한국어로 살리자면 '''"강할 비록 우리가 -지라도(!!!)"''' 정도가 될 것이다. 물론 한국어는 이런 거 안 된다.> (비록 우리가 강할지라도, 우리는 패배할 수 있다.)
그렇다고 또 이걸 갖고 '''영어의 우수성'''을 주장하는 사람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주장하는 것 또한 정신승리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4. 스페인어는 이런 거 좀 되잖아
서양인이 쓰는 언어가 영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럽에만 하더라도 수많은 언어가 있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라틴어 계열 언어인 스페인어는 어순의 자율도가 영어와 한국어의 중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스페인어는 특정한 경우에 한해 어순이 한국어만큼이나 자유로워지는데, 예를 들면 '''Juan quiere a Carmen. (후안(Juan)은 카르멘(Carmen)을(a) 사랑한다(quiere).)''' 정도가 되겠다. 이 문장으로 도치를 해 보자면:
> Juan quiere a Carmen (후안은 사랑한다 카르멘을)
> Quiere Juan a Carmen (사랑한다 후안은 카르멘을)
> Quiere a Carmen Juan (사랑한다 카르멘을 후안은)
> A Carmen quiere Juan (카르멘을 사랑한다 후안은)
> A Carmen Juan quiere (카르멘을 후안은 사랑한다)
이렇게 된다. 이는 목적어인 Carmen 앞에 목적격 전치사인 'a'가 붙었기에 가능한 일.[4] 이외에도 스페인어 문장은 대명사가 목적어일 경우 한국어와 어순이 같아질 때가 있다.[5] 예를 들면 '''"Te(널) quiero(사랑해)."'''> Quiere Juan a Carmen (사랑한다 후안은 카르멘을)
> Quiere a Carmen Juan (사랑한다 카르멘을 후안은)
> A Carmen quiere Juan (카르멘을 사랑한다 후안은)
> A Carmen Juan quiere (카르멘을 후안은 사랑한다)
5. 라틴어는 이런 거 잘 되잖아
> Gaudeamus igitur, iuvenes dum sumus.
> 즐기자 그러므로, 젊을 우리가 때에.
> (그러므로 즐기자, 우리가 젊을 때에.)
> 즐기자 그러므로, 젊을 우리가 때에.
> (그러므로 즐기자, 우리가 젊을 때에.)
> Non eadem hominibus sunt semper honesta
> 않 같지는 사람들에게 다 언제나 미덕은.
> (미덕은 사람들에게 늘 같지는 않다.)
> 않 같지는 사람들에게 다 언제나 미덕은.
> (미덕은 사람들에게 늘 같지는 않다.)
한국어 어순의 자유로움을 한국어의 우수성이라고 주장하면 안 되는 대표적인 이유. 애초에 한국어의 도치는 라틴어를 따라갈 수가 없다. 라틴어의 어순은 한국어보다도 자유로워, 한국어에서 불가능한 도치도 아무렇지 않게 쓸 수 있으며 실제로도 도치가 많이 쓰인다.
라틴어에서 명사는 쓰임(격)에 따라 변화하는 데다가 명사를 수식하는 단어들 또한 그 명사의 변화 형태를 따라가므로 문장 안 단어들을 무작위로 섞어도 문제가 없으며, 라틴어로 된 많은 글에서 영어나 한국어 어순에서는 말도 안 되는 단어 배열을 찾을 수 있다.
[1] 격 변화란 한국어로 치면 조사의 역할과 유사하다. 지금은 대명사에만 그 흔적이 남아 있다.[2] 영어가 서민들이 쓰는 언어가 되어 격변화가 사라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냥 언어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진 것. 당시 귀족들의 언어였던 프랑스어도 중세시대에 라틴어에 있던 격변화들을 전부 잃어버렸다.[3] 이 문장은 현대 영어에서 비문이다. 그러나 현재는 비문이긴 해도 예로부터 쓰이던 문헌이나 경구를 읽어보면 주어-조동사-목적어-본동사 어순이 가능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독일어에서는 아예 저 어순대로 써야 한다. 이는 이 어순이 서게르만어군 언어들의 표준이기 때문이다. 영어도 북게르만어와 프랑스어 어순의 영향을 받기 전까지는 저 어순이 표준이었다.[4] 스페인어 어순의 자율도가 동사 변형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는데, 동사 변형의 효용성은 동사의 형태만으로 주어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것에 있지, 동사 변형 때문에 어순이 자유로워지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다. 동사 변형을 하지 않으면 주어를 생략해서 쓰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어순의 자율도가 떨어지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위에 나온 예문의 quiere는 querer의 직설법 3인칭 단수 현재형인데, 수 일치를 없애고 직설법 현재형을 모두 querer로 통일하여 쓴다고 해도, "Juan querer a Carmen."은 여전히 자유롭게 도치 가능한 문장이다. 스페인어 어순의 자율도를 결정하는 것은 목적격 전치사 'a', 그리고 대명사에 남은 격 변화이기 때문에, 어순의 자율도를 이야기할 때 동사 변형을 꺼내드는 것은 어찌 보면 논점 이탈이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스페인어의 조상인 라틴어는 facere 동사의 변형만 해도 수, 시제 등을 합쳐서 90개가 넘지만, 이는 스페인어나 영어, 한국어 등에는 존재하지 않는 복잡한 시제가 라틴어에 존재하기 때문이지, 딱히 수 많은 동사 변형 때문에 어순의 자율도가 올라가는 것은 아닌 것이다.[5] 조상인 라틴어의 어순이 한국어와 유사하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