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기

 

英雄記
정사 삼국지 주석에 인용된 역사서.
저자는 후한 말 엄청난 기억력의 소유자로 유명한 왕찬(王粲)이다.
이 책은 왕찬 자신이 겪은 중원의 전란과 군벌들의 사적에 관한 사실을 기록으로 남긴 책이다. 즉, 저자 본인이 해당 시점을 살아가면서 자신이 살던 시대에 대하여 기록한 진정한 1차사료이다. 따라서 삼국이 통일된 이 후 후대의 인물이 전대의 사건을 기록한 정사 삼국지보다도 중요도와 신빙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곽사여포일기토나 유비가 조조와 함께 반동탁토벌군에 종군했다는 얘기 같이 정사 삼국지에는 없고 영웅기에서만 나오는 기록들도 있다.
삼국지에 주석을 단 배송지는 영웅기를 매우 많이 인용하였고 실제로 삼국지에는 없는 내용이 영웅기에는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다만 다른 기록들과 내용이 상충하는 경우도 종종 있고 아무래도 동시대인인 만큼 확실하게 정리되지 않은 풍설도 상당수 기록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엄정한 사가였던 배송지에게 전반적으로 신뢰받던 것으로 보아 확실히 우수한 1차사료였던 것 같다.
권수는 전 10권, 오대십국시대에 편찬된 구당서 경적지에 한말영웅기(漢末英雄記) 10권, 북송 시기에 편찬된 신당서 예문지에 한서영웅기(漢書英雄記) 10권의 존재가 확인되며 송사, 금사, 원사에는 영웅기의 존재가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최소 당나라 때까지는 존재했고, 송,금-원 교체기를 거치며 소실된 것으로 보이며, 명나라 시대에 왕세정(王世貞)이 『삼국지』 등에 인용되어 있는 내용을 모아 집본(輯本)을 편찬했지만 남아있는 분량은 매우 적다.[1]
기록이 완성된 성서 연대는 명확하지 않지만 영웅기에서 연대가 명확한 기록 중에 건안 13(208)년의 기사가 제일 나중이고, 이후 왕찬이 건안 22(217)년에 사망했기 때문에 이 사이에 완성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 하다.
또한 『속한서』「군국지(郡国志)」 회계군 조에 있는 유소(劉昭)의 주석에 『영웅교쟁기(英雄交争記)』라는 책이 인용되어 있는데, 이것이 영웅기와 같은 책일 가능성이 있다.

[1] 즉 다른 책에 인용된 구절들을 모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