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제인 에어)

 


'''Jane Eyre'''
1. 개요
2. 상세
3. 행적
3.1. 불행한 유년시절
3.2. 로우드 기숙학교에서의 8년
3.3. 가정교사로서의 새로운 생활
3.4. 외숙모와의 재회, 숨겨졌던 친척의 편지
3.5. 손필드로 귀환, 로체스터의 청혼
3.6. 로체스터의 반전, 손필드를 떠난 제인
3.7. 세인트 존 가족과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다
3.8. 거액의 유산 상속, 세인트 존과의 결별
3.9. Reader, I married him.
4. 기타


1. 개요


샬럿 브론테소설 제인 에어의 주인공.

2. 상세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외숙모 밑에서 자랐다. 제인의 어머니는 삼촌의 하나뿐인 여동생이었는데[1] 젊은 시절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난한 목사와 결혼했고, 제인의 외할아버지는 이 일로 딸과의 인연을 끊어버렸다. 누이를 아꼈던 외삼촌 리드 씨는 갓난아기인 제인이 고아가 되자 자기 집으로 데려오지만 삼촌이 죽은 뒤 숙모와 사촌들에게 괴롭힘당하며 고생했다.[2]

어린 시절엔 욱하는 성격이 있었으나 로우드 자선학교[3]에서 만난 헬렌 번즈와 템플 선생님의 감화로 기품 있고 우아한 숙녀가 된다.


3. 행적



3.1. 불행한 유년시절


고아 소녀 제인 에어는 외숙모의 집 호화로운 저택 '게이츠헤드' 에서 얹혀 산다. 눈칫밥을 먹으며 모두에게 무시당하고 미움받는 처지다. 외숙모 사라 리드 부인은 제인을 꼴도 보기 싫어하고, 외사촌 오빠 존 리드는 수시로 제인을 폭행하고 괴롭히며, 외사촌 언니들인 일라이자와 조지아나는 제인을 상대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집안의 하인들조차 제인을 '얹혀 사는 주제에 일도 안 하니 하인보다 못하다', 덜해도 '딱하긴 한데 성격도 음울하고 예쁘지도 않으니 정은 안 간다' 정도로 취급한다. 그나마 보모 하녀인 베시 정도가 정을 좀 준다.
10살 때의 어느 날 제인은 존에게 폭행을 당하고 상처를 입은 뒤[4] 처음으로 격분해서 몸싸움을 벌인다. 그러나 리드 부인은 존은 꾸짖지도 않고 제인만 '붉은 방'에 가두라는 지시를 내린다.
작중 초반에 나오는 '붉은 방'은 제인의 외삼촌이 임종을 맞은 뒤 폐쇄되어 있던 방으로, 음산하고 추운 곳이었다.[5] 제인은 삼촌이 돌아가신 공간이라는 이유로 미신적인 공포를 느끼며 해가 질 때까지 갇혀 있다가, 갑자기 방 안에 나타난 빛[6]을 보고는 유령이라고 생각해 너무 놀라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리드 부인은 제인이 앙큼하게 거짓말을 한다며 제인을 도로 가두었고, 공포에 질린 제인은 곧 실신한다. 다행히 제인은 약제사 로이드 씨[7]의 간호를 받고 깨어났고, 다시 잠들기 전에 베시와 다른 하녀가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부모에 대해 조금 알게 된다.[8]
로이드 씨는 다음 날 다시 찾아와서 제인이 하소연하는 이야기를 듣더니, 제인에게 기숙 학교에 가는 것을 제안한다. 제인은 게이츠헤드를 떠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동의했고, 리드 부인 또한 로이드 씨의 제안을 듣고는 귀찮은 아이를 치워 버릴 수 있다며 반색했다고 한다. 얼마 뒤 집에 브로클허스트 씨라는 목사가 방문하는데, 그는 로우드 학교라는 자선 기숙 여학교의 이사장이었다. 그런데 리드 부인은 브로클허스트 씨에게 제인을 '버릇없고 성격이 나쁜 거짓말쟁이'라고 소개하고, 브로클허스트 씨도 제인을 불쾌하고 위압적인 태도로 대한다. 그가 돌아간 뒤 제인은 난생 처음으로 리드 부인에게 크게 대들고 리드 부인은 몹시 충격을 받는다. 머지않아 제인은 로우드 학교로 떠나게 된다.

3.2. 로우드 기숙학교에서의 8년


로우드 학교는 교칙이 혹독하고 모든 것이 열악한 곳이었다. 난방이 안 되어 세면대의 물이 얼고, 학생들에게 식사랍시고 탄 죽이나 상한 고기를 배급하는 등(그나마도 양이 부족했다), 제인은 적응하는 데 몹시 애를 먹는다.
교장인 마리아 템플 선생은 개인적으로 학생들에게 치즈를 바른 빵을 배급하게 지시하는 등 학생들을 다방면으로 챙기지만, 학교 전체를 꽉 쥔 이사장 브로클허스트에게 예산 사용을 감독받아야 하는 처지여서 큰 힘은 없었다. 그래도 제인은 로우드에서의 궁핍한 생활이 게이츠헤드에서의 풍요롭지만 미움으로 가득하던 생활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제인은 헬렌 번즈라는 차분하고 영적인 학생과 친구가 된다.
그런데 어느 날 브로클허스트가 학교를 시찰하러 온다. 그는 맛없는 음식도 감사히 먹도록 해야지 간식을 따로 배식해서는 안 되며, 머리를 곱슬거리게 지지거나 길러서 땋아 내리는 허영을 부리도록 방조해서도 안 된다는 등의 설교를 늘어놓으며[9] 템플 선생을 질책한다. 정작 그의 아내와 딸들은 사치스러운 유행복에 머리 치장을 잔뜩 하고 있어서 제인은 그들이 좀 일찍 와서 브로클허스트의 복장 강의를 들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인은 리드 부인이 자신에 대해 그에게 한 말을 기억했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으려 했지만, 실수로 석판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눈에 띄어 버린다. 브로클허스트는 제인을 앞으로 불러내서 높은 의자에 세우고는 리드 부인이 제인을 비방했던 말을 그대로 학생들 앞에서 하고, 학생들에게 제인과 어울리지 말라는 지시까지 한다.
성실한 학생으로서 학우들과 교사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던 차에 졸지에 전교생에게 가증스러운 거짓말쟁이라는 낙인이 찍히자, 절망한 제인은 수업이 끝나고 혼자 남자 교실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한다. 그러나 헬렌 번즈가 찾아와서 제인을 위로하고, 템플 선생 또한 찾아와서 두 학생을 교장실로 데려간다. 브로클허스트 씨에게 당한 비난에 대해 스스로를 변호해 보라고 말하고, 제인은 자신이 지금까지 리드 부인에게 부당하게 학대받으며 살아 온 이야기를 솔직히 털어놓는다.
마침 템플 선생은 약사 로이드 씨와 아는 사이였던 터라 로이드 씨에게 편지로 사실 확인을 했고, 제인이 거짓말쟁이가 아님을 모두 모인 자리에서 발표해 주어서 제인은 명예를 되찾았다. 이 일을 계기로 제인은 헬렌이나 템플 선생에게 보답하기 위해 분발해 우등생이 된다.
제인이 학교생활을 훌륭히 해나가던 중 학교에 티푸스가 유행한다. 열악한 환경 때문에 면역력이 약한 로우드의 학생들은 과반수가 병에 걸린다. 다행히 제인은 병에 걸리지 않았지만 병이 유행한 뒤부터 헬렌을 만날 수가 없었는데, 헬렌은 티푸스는 피했으나 지병인 결핵이 악화되어 위독한 상태로 템플 선생의 간호를 받고 있었다.[10]
헬렌이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은 제인은 깊은 밤에 헬렌의 병실을 찾아가고, 마지막 대화를 나눈 뒤 같은 침대에서 잠든다. 다음 날 아침 제인이 깨어났을 때 헬렌은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헬렌은 공동묘지에 매장됐고, 그 무덤이 오랫동안 버려져 있었지만 지금은 깔끔하게 보수되고 비석이 서 있다고 한다. (정황상 후일 제인이 찾아가서 보살핀 듯하다)
이후 로우드에서 일어난 집단 발병 사태가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고,[11] 학교의 실태가 알려진다. 이에 수많은 사람들이 기부금을 내어 학교의 환경이 개선되었다.[12] 제인은 환골탈태한 로우드에서 6년 동안 공부한 뒤 2년 동안 교사로 재직하며, 템플 선생을 모델삼아 온화하게 가다듬어진 모습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템플 선생이 결혼을 하고 퇴임하자마자 제인은 로우드에서의 생활이 참을 수 없이 답답하다고 느끼고, 세상으로 나갈 방도를 궁리한 끝에 가정교사 자리를 구하는 신문광고를 낸다.[13][16] 이에 손필드 저택의 페어팩스 부인에게서 답을 받는다.
제인은 즉시 이를 수락해서 손필드로 이직하기로 하고, 떠나기 직전에 자신을 찾아온 베시와 재회한다. 베시는 게이츠헤드의 마부 로버트 리븐과 결혼해서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되어 있었다. 아들 이름은 아이 아버지 이름을 딴 로버트[17], 딸 이름은 제인이라 지었다고. 베시는 제인이 로우드를 떠난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얼굴이라도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개인적으로 찾아온 것이었으며[18][19], 게이츠헤드에서 있었던 일들을 제인에게 전해 준다. 존 리드는 대학을 갔지만 방탕한 행실로 어머니 속을 썩이고, 일라이자와 조지아나는 남자 문제로 싸워서 원수지간이 됐고[20], 제인의 부계 쪽 친척인 듯한 어떤 신사가 찾아온 적도 있었다고. 다만 제인은 그런 사람을 만난 적도, 편지를 받은 적도 없어 조금 의아해한다. 베시는 제인이 주인집 아씨들보다도 더 훌륭한 교양을 갖춰 남의 신세를 지지 않고 홀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자로 성장한 것을 진심으로 기특해한다. 회포를 푼 베시는 게이츠헤드로 돌아가고 제인은 손필드 저택으로 떠난다.

3.3. 가정교사로서의 새로운 생활


제인은 페어팩스 부인이 손필드 저택의 소유주이고 자신이 가르칠 학생은 부인의 딸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손필드에 도착해서 알고 보니 주인은 에드워드 로체스터 씨라는 신사였고 페어팩스 부인은 그의 먼 친척이자 저택 관리인이었다. 그리고 학생은 페어팩스 부인의 딸이 아니라 프랑스 태생의 아델 바랭이라는 소녀로, 로체스터 씨가 반 년쯤 전에 데려다 놓은 고아라고 했다. 로체스터 씨는 여행을 다니느라 집에 붙어 있는 일이 잘 없다고. 아델은 조금 산만하고 제멋대로지만 애정이 많은 소녀였고, 예전에는 파리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고 했다.
페어팩스 부인의 안내로 저택을 둘러보던 제인은 이상한 웃음소리를 듣는데, 부인의 말에 의하면 그것은 그레이스 풀이라는 하녀의 웃음소리라고 한다. 그레이스 풀은 체격이 좋은 중년 여성이고, 술을 좋아해서 취한 상태에서 그렇게 웃는 일이 드물지 않다는 것이다.
손필드에서 지내던 어느 날 제인은 읍내에 일이 있어 외출했다가 어떤 남자를 만난다. 그가 타고 가던 말이 빙판에 미끄러졌는데 제인이 그를 도와준다. 제인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으나 알고 보니 그 남자가 바로 집주인이자 고용주인 로체스터였다.
로체스터는 중키에 체격이 좋지만 잘생기지는 않은 중년의 독신남으로, 괴팍하고 냉소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는 자신에게 환심을 사려 하지 않고 줄곧 차분하고 당당하게 행동하는 제인에게 흥미를 보여, 자주 그를 불러내 대화를 나눈다. 둘은 점차 친밀해져서 나중에는 로체스터가 제인에게 아델을 데려오게 된 아름답지 못한 과거사를 털어놓을 정도가 된다.[21] 시간이 갈수록 제인은 자신을 무시하지 않고 솔직담백하게 대하는 로체스터에게 괜찮은 고용주라는 정도를 넘어 남자로서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다.
한 번은 제인이 밤에 이상한 웃음소리를 듣고 잠을 깼다가 로체스터의 침실에 불이 난 것을 발견하고 재빨리 진화하여 그의 생명을 구한다. 제인은 그게 그레이스 풀의 짓이라 철썩같이 믿었고 로체스터도 그렇다고 하지만, 정작 그 일을 공표하고 그레이스를 해고하기는커녕 대외적으로 단순 사고라고 어물쩍 넘겨 버린다.
화재가 있던 밤 로체스터가 보여준 심상치 않은 감사의 표현에 제인의 설레임은 절정을 찍는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로체스터는 저택을 떠나더니 지역의 사교계 인사들을 잔뜩 데려와 손필드에서 파티를 연다. 손님들 중에는 블랑슈 잉그램 양이라는 당당한 미모의 숙녀가 있는데, 그는 로체스터와의 혼담이 거의 확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인은 열등감과 질투심에 자학[22]을 하지만 막상 잉그램 양을 직접 보게 되자 사감을 접어놓고 보더라도 오만하고 인성이 얄팍한 속물인 것을 알아본다.[23]
파티가 계속되던 어느 날 로체스터의 친구라는 외국인 신사 리처드 메이슨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가 온 날 밤 제인은 끔찍한 비명을 듣고 잠을 깬다. 온 집안 사람들이 다 깨어나자 로체스터는 신경이 예민한 하녀 한 명이 악몽을 꾼 것이라 둘러대지만, 사람들이 모두 각자의 침실로 들어가자 살며시 제인을 찾아와서 도움을 요청한다. 그가 제인을 데려간 방에는 심하게 다쳐 피를 흘리는 메이슨이 있었고, 로체스터는 자신이 비밀리에 의사를 데려올 때까지 메이슨을 간호해 달라고 제인에게 부탁한다.
메이슨은 응급처치만 받고 남의 눈을 피해 저택을 떠나면서 로체스터에게 어떤 여자를 잘 보살펴 달라는 의문의 부탁을 한다. 그리고 로체스터는 제인을 자신의 특별한 친구라고 부르며, 자신의 결혼식 전날 밤에도 어젯밤처럼 함께 밤을 새워 달라는 묘한 부탁을 한다. 이 사건도 범인은 그레이스 풀인 것으로.

3.4. 외숙모와의 재회, 숨겨졌던 친척의 편지


얼마 뒤, 게이츠헤드에서 베시의 남편인 마부 로버트 리븐이 제인을 찾아온다. 제인의 사촌 오빠 존 리드가 방탕한 생활을 하다 자살했고, 리드 부인은 충격으로 쓰러졌다가 며칠 전에 정신을 차리더니 계속 제인을 찾는다는 것이다. 제인은 차마 거절할 수가 없어서 휴가를 얻어 게이츠헤드로 간다. 베시는 얼마 전에 셋째를 낳은 뒤 건강하게 회복한 상태였고 제인을 따뜻하게 환대해 주지만, 게이츠헤드는 완전히 몰락한 상태. 존이 도박에 빠지고 범죄에 연루되어 가산을 탕진한 탓이라고 한다. 일라이자와 조지아나도 몰라보게 변해 있었는데, 일라이자는 키가 크고 깡마르고 금욕적인 인상의 차가운 사람이 되어 있었고 조지아나는 풍만하고 아름답지만 제멋대로이면서도 의존적인 한심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두 사람은 제인을 대놓고 무시하고 냉대했지만 제인도 그들의 태도를 무관심하게 패스하며 직접 하인을 불러 손님 묵을 준비를 하도록 지시한다.[24] 그리고 두 사촌 자매들도 제인의 그림 실력에 괄목상대하고, 제인이 초상화를 그려주는 등 조금 가까워진다.
한편, 리드 부인은 몹시 쇠약해져서 회복할 가망이 없는 상태였다. 병실에 제인이 찾아가자 처음에는 알아보지도 못할 만큼[25] 정신적으로도 심하게 무너져 있었다. 부인은 제인에게 고백할 일이 있어 불렀다며 자기 화장대에 있는 편지를 꺼내 읽으라고 하는데, 놀랍게도 그것은 제인의 백부 에어 씨가 보낸 것으로, 그 내용은 '''자신에게 자식이 없어서 조카인 제인을 자신의 상속자로 삼고 싶으니 제인의 소재지를 알려 주십사 하는 것이었다.'''[26]
리드 부인은 제인이 너무나 미웠기 때문에 그가 잘 되는 것을 보기가 싫어서 에어 씨에게 '제인은 로우드에서 티푸스로 죽었다' 고 거짓말을 했으나, 지금은 그것이 몹시 후회된다고 털어놓는다.[27] 제인을 그 정도로 미워했던 이유는 일단 리드 부인이 손아래 시누이인 제인의 어머니를 미워했으며[28], 제인의 어머니가 죽자 리드 씨가 제인을 데려와서는 자기 친자식들보다 애지중지하는 것도 싫었고, 심지어 그래 놓고 덜컥 죽어 버리면서 제인을 친자식처럼 키우라고 약속을 받아내기까지 했기 때문이라고. 제인은 자신은 리드 부인을 용서했으며 부인 또한 자신에 대한 미움을 풀기를 바란다고 말하지만, 리드 부인은 죽어 가면서도 여전히 제인을 미워하고 있었고, 결국 제인은 부인에게 자신을 미워하든 말든 좋을 대로 하되 다만 마음의 짐이나 내려놓으시라 말한다. 곧 혼수상태에 빠진 리드 부인은 그 날 밤 자정에 숨을 거두었다.
제인은 곧 떠나려고 했지만, 유약하고 의존적인 성격의 조지아나가 '일라이자와 단둘이 남는 게 무섭다'며 붙드는 바람에 남게 되었다. 조지아나는 자기 외가(리드 부인의 친정)로 갈 예정이었고, 제인은 조지아나가 떠날 때까지 짐 정리를 도맡아 준다.[29] 조지아나가 떠난 뒤에는 일라이자가 붙들면서, 자기도 곧 떠날 예정이라 준비할 게 많으니 그 동안 남아서 집안일을 좀 챙겨 달라 부탁한다. 일이 다 마무리되고 헤어질 때, 일라이자는 자신은 프랑스의 수도원으로 갈 생각이고 거기에서 가톨릭 교리를 공부한 뒤 개종해서 수녀가 될 생각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제인이 사려 깊게 도와준 것이 무척 고맙다면서 "잘 지내라, 너는 분별 있는 사람이라 뭘 해도 잘 할 거다"라며 덕담을 건넨다. 이에 제인도 "언니도 분별 있는 사람이니 잘 지내리라 믿고, 언니의 재능은 얼마 못 가 수도원 벽 안에 갇힐 테지만 스스로 만족한다면 나는 걱정하지 않겠다"고 대답하고 작별한다. 제인이 미리 말하는 후일담에 의하면 조지아나는 돈 많고 나이 많은 남자와 정략결혼을 했고, 일라이자는 정말로 수녀가 되었고 지금은 그 수도원의 원장이 되었으며 전 재산을 수도원에 기부했다고.

3.5. 손필드로 귀환, 로체스터의 청혼


손필드로 돌아오고 며칠 후 로체스터는 블랑슈 잉그램 양과 결혼할 것이고 제인에게는 아일랜드에 새 직장을 구해 놓았다고 말한다. 제인은 그동안 마음의 준비를 해왔으나 감정이 폭발해서 급기야 사랑을 고백한다.[30] 제인의 입에서 고백을 듣자 로체스터가 청혼하고, 그의 열정적이면서도 진실한 태도에 제인은 그를 믿게 되고 정식으로 약혼한다.
다음 날부터 로체스터는 제인을 끌고 보석이니 옷이니 온갖 고급품 쇼핑을 다니며 느끼한 애정공세를 퍼붓는다. 제인은 이것이 반갑기는커녕 로체스터가 예전에 데리고 놀았던 정부들의 후계자 취급을 받는 것 같아 모욕감을 느끼며, 자신이 이 결혼에서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처절할 정도로 약자의 위치임을 뼈저리게 실감한다. 이에 제인은 로체스터의 오글거리는 애정표현을 적당히 쳐내는 한편,[31] 자신에게도 경제력이 있으면 이렇게 형편없이 꿀리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그리고 리드 부인이 임종 직전 알려줬던 백부 존 에어가 떠올라, 멀리 있는 백부에게 편지를 쓴다.
결혼식 이틀 전, 제인은 악몽을 꾸다 깨어난다. 그의 방 안에는 부어오른 얼굴에 충혈된 눈, 건장한 체격을 가진 무서운 용모의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는 제인의 결혼식 베일을 찢어 버린 뒤 제인의 얼굴에 촛불을 들이대고 노려보다 불을 껐고, 제인은 그대로 실신했다. 다음 날 밤(결혼식 전날 밤), 제인이 찢겨 팽개쳐진 베일을 증거로 이 이야기를 하자 로체스터는 이번에도 그레이스 풀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한다. 그리고 왜 그레이스를 해고하지 못하는지[32]에 대해서는 결혼 1주년이 되면 모두 털어놓겠다고 말한다. 제인은 전날밤의 침입자 얼굴을 똑똑히 보았으므로 로체스터의 끼워맞춘 설명[33]을 전혀 납득하지 못했으나, 그 자신 안심하고 싶기도 하고 로체스터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그냥 넘어간다. [34]

3.6. 로체스터의 반전, 손필드를 떠난 제인


그런데 둘의 결혼식 날, 어떤 남자가 예식이 진행 중인 교회에 난입한다. 그는 자신이 브릭스라는 변호사이고, 로체스터는 과거 영국 식민지 자메이카에서 현지인 크레올 버사 앙투아네타 메이슨과 결혼했다는 증서를 보인다. 즉 로체스터는 제인과의 중혼을 시도했다는 것. 빼도박도 못할 증거에 막힌 로체스터가 궁색하게도 '그건 내가 예전에 결혼한 적 있다는 증거일 뿐 그 여자가 아직도 살아 있다는 증거는 못 된다'고 내빼자, 예전에 손필드를 찾았던 방문객인 메이슨 씨가 나타난다. 메이슨 씨가 바로 로체스터 부인 버사 메이슨의 오빠, 즉 로체스터의 처남이었던 것. 이 메이슨 씨와 제인의 백부가 아는 사이였고, 제인의 편지를 받은 백부가 메이슨과 변호사를 파견해서 결혼을 막은 것이다.
모든 사실이 탄로나자 로체스터는 할 수 없이 사실을 인정하고 사람들을 저택으로 데려가 버사를 보인다. 버사 메이슨은 심각한 정신질환 환자였으며 통제가 힘들 만큼 난폭했고, 로체스터는 버사를 손필드 맨 위층에 감금한 뒤 정신병원 간호사인 그레이스 풀을 특별히 고용해 감시하게 했던 것이다. 이제까지 그레이스 풀이 저지른 줄 알았던 일들의 진범이 이 버사 메이슨이다. 로체스터는 목사와 변호사에게 버사를 보이고 이토록 흉악한 미친년에게 묶여 있는 자신을 좀 동정하라고 호소한다.
큰 충격을 받은 제인은 식음을 전폐하고 방에 틀어박혔다가 한참 뒤에야 나와서 로체스터와 대화를 나눈다. 로체스터는 자신의 결혼 생활이 몹시 불행했다고 얘기한다. 자신의 아버지는 장남에게만 전 재산을 물려주었고, 차남인 자신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고 대신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을 예정이었던 버사 메이슨과 결혼시켰다는 것이다. 버사에게 정신질환이 발병하자 그와의 결혼 생활을 참을 수가 없어서 그를 영국으로 데려와 손필드에 감금하고, 자신은 유럽으로 떠나 수많은 정부들을 사귀었지만(아델의 생모 셀린도 그 중 하나였다) 누구와도 진심으로 사랑하지 못한 채 환멸에 차서 귀국했었다고. 그랬다가 독특한 분위기에 개성적인 성격을 지닌 제인을 만나 반했고 사랑에 빠졌다는 것이다.[35] 로체스터는 자신을 가엾게 여겨 달라며 절절하게 사랑을 고백하지만[36], 제인은 그렇게 되면 나도 당신이 그렇게 경멸하던 당신의 정부들과 똑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고 그 불쌍한 분에게도 못 할 짓을 하는 거라며 뿌리친다. 그 날 밤 제인은 아무도 모르게 손필드를 떠나서 얼마 안 되는 자신의 재산을 싸들고 멀고 연고 하나 없는 시골 마을에 도착한다. 이 와중에 보따리마저 실수로 잃어버리는 바람에 입은 옷밖에 없는 처지로 그 곳에서 사흘간 노숙과 구걸을 하며 비참하게 버틴다. 그러다 비오는 밤에 어느 집 앞에서 기절해 쓰러지고, 집주인인 세인트 존[37] 리버스에게 구조된다.

3.7. 세인트 존 가족과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다


제인을 구한 세인트 존[38] 리버스는 마을의 담임목사였고, 여동생 다이애나와 메리는 인품이 훌륭하고 인정많으며 교양도 풍부한 사람들이었다. 제인은 자신의 신원이 밝혀지기를 원치 않아 제인 엘리엇이라는 가명을 댄다. 그러나 근본없는 사기꾼으로 오해받아서는 안되겠기에 자신이 목사의 딸로 고아 출신이며, 로우드 학교에서 교육받고 교사로서도 재직했다는 이력과 나이를 밝힌다. 이들의 집에 머물면서 제인은 리버스 남매와 매우 친해지고, 이 집안의 나이 지긋한 하녀 한나와도 가까워진다. 제인은 날품팔이든 식모든 일자리를 구하게 해 달라고 부탁했고, 제인의 교양 수준을 눈여겨본 세인트 존은 자신이 설립한 농민 소녀들을 위한 자선학교의 교사로 제인을 초빙한다. 이 학교의 후원자이자 지역 유지인 올리버 씨의 외동딸 로자먼드 올리버 양과도 친해진다.
제인은 세인트 존과 올리버 양이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눈치채고는 청혼하라고 부추기지만, 세인트 존은 자신은 인도로 선교를 떠날 예정인데 화려하고 부유한 올리버 양이 그 활동을 내조할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끝내 거부한다.

3.8. 거액의 유산 상속, 세인트 존과의 결별


어느 날 밤 세인트 존이 제인을 찾아와, 제인의 백부 존 에어 씨가 사망했고 제인은 그가 자신 앞으로 남긴 2만 파운드[39]의 유산을 상속받게 되었다고 전한다. 제인이 가명을 썼는데도 세인트 존이 그의 신원을 알아낸 건, 제인이 그림에다 무의식적으로 본명인 '제인 에어'로 서명해 놓은 것을 세인트 존이 우연히 발견했기 때문. 덤으로 그는 자신과 두 여동생이 제인과 내외종 사촌지간이란 것도 알려준다. 제인의 아버지, 제인의 백부 존 에어, 그리고 리버스 남매의 어머니가 남매지간이었던 것.[40] 제인은 엄청난 유산을 상속받게 된 것보다도 가족이 생긴 것이 더 기쁘다며, 망설임 없이 유산을 4등분해 사촌들과 나눈다.[41]
그런데 곧 제인은 세인트 존과 예상하지 못한 갈등을 겪는다. 그가 제인에게 청혼을 해 온 것. 그는 자신의 아내로서 세속에 욕심이 없고 희생적인 사람, 즉 자신의 선교 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데, 제인이 딱 맞는 적임자라고 주장하면서 고압적인 태도로 결혼하여 함께 인도로 가자고 요구한다. 제인은 다이애나와 메리에게 청혼받은 일을 털어놓는데, 처음에 두 사람은 세인트 존이 제인을 사랑하여 청혼한 것이며 결혼하고 나면 이 동네에 정착할 것이라고 착각해 기뻐한다. 그러나 제인이 더 자세한 사정을 얘기하자, 제인을 인도에 데려가겠다니 사람 잡을 일 있냐며 펄쩍 뛰고 반대한다.
그럼에도 제인은 세인트 존의 위엄 있고 단호한 태도에 말려들어 청혼을 승낙하려고 한다.[42] 그러나 세인트 존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단지 선교에 데리고 다닐 일꾼을 구하는 것에 불과함을 뻔히 아는데다, 승낙을 하자마자 로체스터의 목소리가 자신의 이름을 외쳐 부르는 환청을 들은 제인은 곧바로 승낙을 취소하고 자리를 뜬다.

3.9. Reader, I married him.


다음 날 새벽 일찍 세인트 존은 일이 있어서 잠시 다른 곳으로 떠났고, 제인은 다시 손필드로 돌아가 로체스터를 만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몹시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간 손필드는 화재로 무너진 폐허가 되어 있었다. 경악한 제인은 인근의 여관을 찾아가서 외지의 방문객인 척하며 그 동안의 사정을 듣는다. 여관 주인에 의하면 '그 젊은 가정교사'가 도망친 이후 로체스터는 폐인이 되어[43], 페어팩스 부인은 연금을 주어 해고하고 아델은 기숙 학교로 보내 버린 뒤 두문불출했다. 그리고 화재의 범인은 버사 메이슨이었다. 그레이스 풀이 술에 취해 잠든 사이 열쇠를 훔쳐 나와서 저택에 불을 지른 뒤[44] 저택 지붕에서 투신자살을 하고 말았다고. 로체스터는 하인들을 모두 대피시킨 뒤 마지막으로 버사까지 구하려고 했으나 실패했고, 불타는 건물에 깔려 한쪽 손과 한쪽 눈을 잃었고 반대쪽 눈마저 염증을 일으켜 불구의 몸이 되었다. 그 이후로는 하인인 존과 메리 부부만 데리고 본인 소유의 다른 저택[45]에 은거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제인은 급히 그 저택으로 찾아가 로체스터와 재회한다. 메리는 기절초풍하면서도 반가워하고 심지어 로체스터가 키우던 개마저도 제인을 알아보고 반긴다. 로체스터 또한 재회를 기뻐하지만, 이내 완전히 망가진 자신의 처지를 자조한다. 이에 제인은, 자신이 5천 파운드의 유산을 상속받았고 잘생긴 남자에게 청혼도 받았지만[46] 진정 사랑하는 사람은 로체스터이기에 다시 돌아온 것이라고 말한다.
곧 두 사람은 소박한 결혼식을 올린다.[47] 결혼한 뒤 제인은 아델을 찾아가서 시설이 더 좋고 규율도 융통성 있는 기숙학교로 전학을 시켰고, 이후 아델은 훌륭한 숙녀로 성장해 제인의 좋은 친구가 되었다. 결혼하고 2년쯤 뒤 로체스터는 수술을 받아 남은 눈의 시력을 회복했고, 둘 사이에서는 아이도 태어났다. 후일담으로 다이애나와 메리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고 제인과 우호적인 교류를 계속하고 있으며, 세인트 존은 결국 혼자서 인도로 갔고 제인과는 가끔 서신을 주고받는다는 언급이 나온다.[48] 제인과 로체스터도 행복한 결혼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작품이 끝을 맺는다.

4. 기타


자전적 요소를 풍부하게 담은 소설로, 1인칭 주인공 제인 에어는 작가 자신을 모델로 하는 오너캐. 원제도 <제인 에어 자서전>이다.

흔히 하는 오해 중 하나가 제인이 커서 예뻐졌다는 것인데, 본문에 누차 나오듯이 제인은 미인이 아니다. 어린 시절의 영양결핍이 주 요인이 되어, 성장해서도 어린애처럼 몸집이 작고 안색이 매우 창백하다고 한다. 강단 있게 생겼지만 예쁜 얼굴은 아니라고. 작중 묘사들을 모아봐도 '지적인 인상이지만 아름답진 않다'는 게 주된 평가. 로체스터와 세인트 존 모두 대놓고 미인이 못 된다고 말했다. 다만 예쁘지는 않아도 지성미와 기품이 느껴지는 인상인 것 같다. 베시는 로우드에서 성장한 제인과 재회했을 때 우아한 귀부인처럼 보인다고 평했다. 페어팩스 부인과 리버스 자매는 제인이 예쁘다고 말했는데, 아마 기품 버프에 콩깍지 효과가 더해진 건지....
어땠든 이 때문에 소설의 내용을 충실하게 재현한 영상물에서는 제인 에어 역을 맡은 배우도 수수하게 분장한다. 그래도 배우들이란 원판이 미인들이라 막상 화면에서는 청순하거나 지적인 미녀들인 경우가 많다(...).
2006년 BBC제작 4부작 드라마에 출연한 루스 윌슨( Ruth Wilson)이 분한 제인 에어의 모습을 보면 작가와 놀랍도록 닮았는데, 머리모양이며 의상 디테일까지 현재 남아있는 샬럿 브론테의 초상을 충실히 고증했다. 브론테 빠라면 1983년작과 함께 반드시 봐야 할 영상물.
그림에 대한 애정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된다. 로우드 학교 재학 시절에 처음 미술을 배운 경험이 인상적으로 묘사되고, 작품 내내 그림실력으로 여러 사람을 감탄시키는 대목들이 많이 등장한다. 제인의 피아노 실력은 보통 여학생들보다 조금 나은 정도라고 박하게 평가했던 로체스터도 제인이 그림은 츤츤대며 칭찬을 했고, 일라이자와 조지아나도 재회 직후에는 제인을 쌩까다가 제인이 그린 그림을 우연히 보고 그 솜씨에 놀랐다. 작중에서 제인이 그린 것으로 언급되는 작품들은 대체로 상상화나 풍경화, 아니면 주변인의 초상화다. 본인의 자화상, 블랑슈 잉그램의 상상화, 사촌 언니들의 초상, 로체스터의 초상, 로자먼드 올리버의 초상 등. 제인에게 있어 미술은 언행과 운신이 매우 제약된 생활 속에서 억눌린 격정과 욕망을 쏟아내는 유일한 출구로 묘사되며, 서명을 남긴 그림 한 점이 제인의 신원을 밝히고 유산 상속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소품이 되기도 했다. 작가 본인이 수준급의 그림들을 남긴 아마추어 화가이기도 했다.
[1] 어머니의 이름도 제인이었다. 미혼 시절의 이름은 제인 리드.[2] 제인은 너무 어릴 때 외삼촌댁으로 왔고 외삼촌은 곧 돌아가셨기 때문에 '리드 외삼촌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살아계셨다면 분명 잘해주셨겠지만'이라고 말한다. 삼촌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임종 전에 외숙모에게 '제인을 자기 자식처럼 키우겠다고 나에게 맹세해달라'고 부탁했다는 것 정도.[3] 작가의 자매들이 실제 이런 류의 학교에서 고생한 경험이 있다. 두 언니 마리아와 엘리자베스는 결국 사망. 샬럿의 아버지는 충격을 받아 살아남은 샬럿을 집으로 데려갔다.[4] 존이 제인에게 책을 집어던졌고, 제인이 그걸 맞고 넘어지면서 문에 머리를 찍혀 피가 날 정도로 다쳤다.[5] 때문에 저택에 손님이 넘쳐 이 방까지 써야 할 때를 제외하고는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 방이었다. 붉은 방이라 불리는 이유는 붉은 색 중심의 인테리어로 호화로운 침대와 가구들이 돋보이는 곳이었기 때문.[6] 지금 와서 생각하면 아마 정원사의 램프 불빛이었을 것 같은데, 당시에는 그런 이성적인 생각을 할 만큼 제정신이 못 되었다고.[7] 하인들이 아프면 부르는 사람이라고 한다. 리드 부인 본인이나 아이들이 아프면 제대로 된 의사를 부른다고....[8] 어머니 제인 리드가 가난한 목사와 집안에서 반대하는 결혼을 하고 절연당했고, 본인이 태어나고 얼마 안 돼서 양친 모두 병으로 사망했다는 것[9] 선천적으로 빨간 곱슬머리를 가진 줄리아라는 학생이 있었는데, 그 학생조차도 흉측한 곱슬머리를 잘라야 한다고 비난했다.[10] 복선이 있다. 제인과 헬렌이 함께 교장실에 갔을 때, 템플 선생이 헬렌에게 기침과 흉통에 대해 물었었다.[11] 그럴만도 한게, 학생의 반수가 사망했기 때문이었다.[12] 참고로 브로클허스트 씨는 쫓겨나진 않았으나 허수아비 회계감독으로 입지가 추락해버리고 로우드 학교의 실권은 다른 사람들이 쥐게 되었다.[13] 당시에는 교사의 지위가 극히 낮았다. 고아원에서 교육 받고 고아원 후배들의 보모 겸 가정교사가 되는 일이 빈번했다. 번역가 안정효 씨의 말에 따르면 당시 이런 류의 교사의 지위는 창녀와 다를 게 없었다고 하지만, 이것은 틀린 표현이다. 창녀는 예나 지금이나 극한에 몰려 생명권도 존중 못 받고 짓밟히게 되는, 직업아닌 직업이다. 이 시기 여자 교사가 불리한 입지에 놓여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창녀와 비할 바는 아니었다. 일단 남을 가르칠 만큼 교육을 받은 여성은 여성 전체 인구 중 소수였으며, 천한 계층도 아니었다. 가정교사가 창녀나 다를 바 없다고 한다면 베시나 레아 같은 하녀는 창녀 겸직이라고 설명해야 맞는가? 물론 남자 고용주가 하녀든 가정교사든 맘대로 강간하려 마음만 먹으면 계급차별, 성차별의 이중굴레에 묶인 여성들은 창녀 취급받거나 최후의 인권도 잃고 정말 창녀로 생계를 잇는 수밖에 아무런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안정효씨의 설명은 취약하기 이를데 없는 여성 노동자의 처지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에조차 '위력에 의한 강간'이 밥먹듯 일어나고 하고 피해여성만 창녀몰이를 당하는 실태는 여전한데 19세기에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사정과는 별개로, 저명한 남성 영문학자인 안정효씨는 어째서 당대 무산자 여성 직업치고 그나마 고급인 가정교사를 굳이 창녀에 비교했을까?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집에 상주하는 뒷배경없는 여자 고용인'에 대한 본인의 개인적인 생각을 적용한 해석은 아닐지 의문이 드는 지점. 아무튼 고작 창녀 비슷한 처지 되려고 기숙학교 교직 버리고 나간다는 식의 엉뚱한 오해를 하면 곤란하고, 굳이 비하려면 하인 취급에 가깝다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잉그램 가족의 대화에서도 드러나듯. 실제로 작가는 몇 달간 가정교사로 생계를 이었는데 후에 '노예 생활'이라고 회상하며 치를 떨었다.[14] 특히 빅토리아 시대에선 장남에게만 재산을 몰빵하게 만드는 장자상속의 규정이 있어서 차남 이하의 사람들이 스스로를 구제하려면 돈 많은 여자를 배우자로 만들어야했는데 몰락귀족 출신의 가버니스의 경우 지식과 교양은 있으나 정작 지참금이 없어서 신붓감 후보에선 순위가 낮을 수밖에 없었다.[15] 이런 삶에서 벗어나려면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더 높거나 재산 있는 사람과 결혼해야 하지만, 그도 쉽지 않았다. 귀족 명패를 달고 있지만 사실상 몰락귀족인데다 재산 없어서 가정교사 일을 하는 그녀들은 상류층에게 큰 메리트가 있는 신붓감이 아니었기 때문.[14] 역으로 하류층과의 결혼은 몰락귀족 출신의 가버니스들이 꺼려하는 것도 있었다고. 하지만 이들 역시 창녀 취급은 받지 않았다.[16] 다만 제인과는 약간 다른 사유로 가정교사(가버니스)가 된 몰락귀족 출신의 미혼여성들의 경우 그 신분이 애매했기에 취급이 그닥 좋지 못했다고 한다. 제인이야 교육시설에서 교육을 받은 뒤 교사로 뛰다가 가정교사가 된 거지만 이들의 경우 '''상류계층이었는데 모종의 사정으로 재산을 갖지 못한 미혼 상태로 몰락해서''' 생계를 위해 가정교사로 뛰게 되었기에 상류층의 멸시, 하류층의 소외에 끼어있는 상태였다고.[15][17] 바비라는 애칭으로 불린다[18] 실제로 베시는 게이츠헤드 시절에 제인을 나름의 애정을 가지고 대해 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성질이 급해 종종 제인을 타박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다정한 편이었고, 제인을 위해 몰래 맛있는 음식을 가져다 주고 밤에는 종종 자장가를 불러 주고 하며 챙겼다고 한다. 제인도 그런 베시에게만은 애정을 느껴서, 베시와 재회하자 울다가 웃다가 하며 기뻐했다.[19] 제인이 이직을 하기 위해서는 법적 보호자인 리드 부인의 허락이 필요했기 때문에 편지를 썼는데 베시도 그걸 전해들은 모양. 여담으로 리드 부인의 답장은 '마음대로 해라, 나는 네 일에 신경 끈 지 오래다'였으며(...) 학교 이사진은 이걸 허락으로 봐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놓고 지긋지긋하게 논의를 하다가 결국 허락으로 인정해 줬다고 한다.[20] 조지아나가 어떤 남자와 야반도주를 했는데 일라이자가 찾아냈다고 한다.[21] 그는 예전에 프랑스에서 셀린 바랭이라는 오페라 무용수를 정부로 삼았었는데, 셀린이 다른 남자와 바람피우는 장면을 목격하고 헤어졌다. 셀린은 몇 년 후 또 다른 남자와 이탈리아로 떠났는데, 그 전에 낳았던 딸 아델을 로체스터의 자식이라고 주장하며 떠넘겼다. 로체스터는 도저히 아델이 자기 자식 같지는 않지만(닮지도 않았고, 셀린이 외도를 한 전적도 있었으니),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빈곤하게 사는 아이가 딱해서 자기가 챙기기로 했다. 자기 자신도 천덕꾸러기 고아로 자랐던 제인은 아델에게 더욱 깊은 애정을 가지게 된다.[22] 이때 자학도 예술적으로 한다. 자화상을 흑백으로 밉게 그리고, 페어팩스 부인이 묘사해 준 것을 토대로 잉그램 양의 상상화를 최고급 종이에 수채화로 정성껏 그려서, 나란히 놓고 보며 주제파악을 한다. [23] 굉장히 거만해서 가정교사인 제인을 사람취급도 하지 않고, 풍부한 교양을 이용해서 다른 귀부인을 얕보고, 어린 아델이 다른 손님을 로체스터로 착각해서 "로체스터 아저씨가 오신다"고 한 걸 듣고 가서 봤는데 로체스터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자 한다는 소리가 "요 귀찮은 원숭이 새끼 같으니, 누가 너한테 거짓말이나 지껄이라고 창틀에 앉혀 준 줄 알아?" 이 따위 폭언은 누구한테 해도 욕 먹을 말인데 심지어 아델은 겨우 7~8살 정도밖에 안 된 어린애다! 이 어처구니없는 꼴을 보던 제인은 '잉그램 양이 정말 훌륭한 숙녀였으면 나는 내 패배를 깔끔하게 인정했을 텐데, 겉만 번지르르하지 알맹이가 없는 사람인 걸 알고 나니까 질투할 가치도 없지 싶다'고 속으로 돌려깐다.[24] 1년 전이었다면 위축되고 속상했겠지만 사랑의 힘으로(..) 멘탈이 강화되었다고 한다.[25] 자기가 제인을 불러오게 했으면서도 제인의 얼굴을 보고는 "너는 제인 에어를 닮았구나, 그런데 걔가 여기 있을 리가 없지" 하는 식으로 횡설수설했다.[26] 예전에 베시가 얘기했던, 게이츠헤드를 찾아왔던 제인의 부계 친척이 이 사람이다.[27] 이제 와서 제인을 덜 미워하게 된 건 아니고, 엄청난 거짓말을 한 게 마지막 양심의 가책으로 남은 듯.[28] "남편이 하나뿐인 여동생이라고 싸고도는 게 싫었다"고.[29] 제인이 일을 떠맡는 동안 조지아나는 빈둥빈둥 놀기만 했다고 한다(...) 제인은 '어차피 금방 헤어질 예정인데다 상을 당한 상태니까 참아 주는 거지, 아니었으면 너 알아서 하라고 칼같이 쳐냈을 거다'라고 생각했다.[30] "Do you think, because I am poor, obscure, plain, and little, I am soulless and heartless? You think wrong! — I have as much soul as you — and full as much heart! And if God had gifted me with some beauty and much wealth, I should have made it as hard for you to leave me, as it is now for me to leave you. I am not talking to you now through the medium of custom, conventionalities, nor even of mortalflesh: it is my spirit that addresses your spirit; just as if both had passed through the grave, and we stood at God's feet, equal — as we are! (제가 가난하고 미천하고 못생겼다고 해서 영혼도 감정도 없는 줄 아세요? 잘못 생각하신 겁니다. 저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영혼이 있고 감정이 있어요. 신께서 제게 아름다움과 부유함을 주셨더라면, 제가 지금 당신을 떠나는 게 괴로운 만큼 당신도 저를 떠나는 걸 괴로워하게 해 드렸을 거예요. 전 지금 관습이나 인습을 통해 말씀드리는 것도 아니고 필멸의 육신을 통해 말씀드리는 것도 아닙니다. 제 영혼이 당신의 영혼에게 말하는 거예요. 우리 둘 다 무덤 속을 지나 주님의 발 밑에 선 것처럼 동등하게요. 우리는 동등하다고요!)" 제인 에어라는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를 잘 보여주는 명대사이기도 하고, 작품의 주제의식을 담은 대사이기도 하다. 모든 영상화물에서 원작의 대사를 그대로 재현하는 핵심장면.[31] 로체스터가 노래를 부르고 눈빛을 보내며 분위기를 잡자 호응해주기는커녕, 지금부터 내가 얼마나 성격이 안좋은 사람인지 보여주겠으니 아직 취소할 기회가 있을 때 잘 생각해보시라고 퉁을 준다.(..)[32] 이제까지 그레이스의 만행은 1. 주인 방에 불 지르기 2. 손님을 물어뜯어 중상 입히기 3. 제인의 방에 숨어들어 위협하기(전적을 생각하면 제인을 다치게 하지 않고 베일만 찢고 간 게 천만다행이다). 하인이 아니라 폭탄을 안고 사는 격인데, 괴이하게도 로체스터는 대외적으로 이를 알리지도 않고 하다못해 조용히 내쫓지도 않고 계속 집에 두고 있다.[33] 그레이스 풀 맞는데 신경이 약하고 예민해져서 괴물 얼굴을 상상한 것이다[34] 여성의 증언을 신뢰가 떨어지는 것으로 치부하거나 묵살해온 남성사회의 행태 또한 페미니즘 연구의 중요한 의제이다. 여자는 선천적으로 신경이 흥분하기 쉽다든가 자궁이나 생리혈의 독성으로(?!) 두뇌가 약하다든가 하는 이론이 남성 주류 학자들간에 진지하게 횡행하며 여성의 발언권을 억누르는 데 동원되었다. 이 장면에서 착안한 것인지, 제인과 로체스터가 결혼한 후 로체스터가 버사 메이슨의 존재는 제인의 상상이고 실제로는 손필드에 그런 사람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매우 오싹한 내용의 단편소설도 있다. (Francine Prose <The mirror>. 국내 번역은 안 되었으나 이 단편이 수록된 <Reader, I married him>이라는 소설집은 국내 인터넷 서점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으니 현대 영미소설에 관심있는 분들은 일독.)[35] 이 대목에서 로체스터는 본인은 진정한 사랑을 찾아 헤매던 고독하고 불운한 남자, 자신이 사귄 정부들은 태생적으로 천하고 저열해서 남의 정부 노릇이나 하던 열등 족속들이라는 마초이즘에 찌든 대사를 한다. 버사 메이슨에 대한 묘사도 대단히 가부장적이고 인종차별적(버사는 서인도 제도 태생의 크레올이며, 버사에 대한 묘사는 크레올에 대한 당대 유럽인들의 편견을 그대로 반영했다)이라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점을 지적해 버사를 주인공으로 해서 집필된 소설이 진 리스의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이다.[36] 내용을 보면 영국을 떠나 아무도 우리를 모르는 외국을 여행하며 즐겁게 살면 되지 않느냐고 우기고, 승낙하지 않으면 나는 죽는다고 협박하는 게 전부다. 콩깍지 안 낀 독자가 보면 매우 같잖고 설득력없다.[37] 사실 St. John을 사람 이름으로 쓸 때는 '신 존' 또는 '신 진'이라고 읽으며, '세인트 존'이라고 읽으면 그냥 '성 요한'이란 뜻이다.[38] 사실 St. John을 이름으로 쓸 때는 '신 존' 또는 '신 진'이라고 읽는다. 국내 번역본에는 대부분 '세인트 존'으로 번역되어 있다.[39] 현재의 화폐 가치로는 약 134만 파운드, 한화로 23억 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거액이다.[40] 이들의 출생 순서는 알 수 없어서, 어떤 판본에는 리버스 부인이 막내 여동생이었다고 하고 다른 판본에는 큰누나였다고 한다.[41] 4등분한다고 쳐도 현재 한화 가치로는 못해도 5억원 이상의 돈이다.[42] 여기서 세인트 존이 제인에게 하는 짓은 거의 가스라이팅이다. 대충 '나는 주님의 뜻을 전하는 위대한 일을 하러 가는 거고 그 일을 위해서는 네가 반드시 내 아내가 되어 동행할 필요가 있다. 너의 영혼을 위해서도 이보다 좋은 일은 없다. 그런데도 거부하는 건 아직 네가 세속의 헛된 일에 미련을 못 버려서 그렇다'는 식이다. 나이도 갓스물에 불과한 앳된 아가씨에게, 목숨을 살려줬던 사촌 오빠가 이런 식으로 명령을 하는데, 쉽게 거역할 수 있을까? 못 할 것을 알고 이런 요구를 한 것이다.[43] 주인 양반은 예전에 손필드 저택에서 하인으로 일했기 때문에 로체스터에게 우호적이어서, 그 마녀 같은 가정교사 아가씨가 주인 나리를 홀려 놓고 도망쳤느니, 그 아가씨가 저택에 오기 전에 바다에라도 빠져 죽었으면 좋았을 거라느니 하며 악담을 한다. 면전에서 이야기를 듣는 숙녀분이 '그 마녀 같은 가정교사 아가씨' 본인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44] 섬뜩하게도 가장 먼저 불을 지른 곳은 제인의 침대였다고 한다. 버사가 감금된 방에 제인이 웨딩드레스 차림 그대로 들어갔고, 그 앞에서 자신은 남편의 손에 묶이는 꼴을 당했으니 원망이 컸을 만도....[45] 펀딘 장원이라는 외딴 곳인데, 어두운 숲 한가운데 박혀 있어서 적막하고 찾기 어려우며, 건강에도 나쁜 환경이다. 제인이 거기까지 찾아가서 보고는 여기가 사람 살 곳인가 탄식했다. 로체스터가 과거에 이 펀딘 장원에 버사를 가둬둘까 생각해 봤다가 양심상 그렇게는 못했다는 회상이 있다.[46] 로체스터의 무기력한 상태를 깨우려는 의도로 세인트 존이 이러저러하게 완벽남이었다고 좀 깐족거리며 자극한다. 과거 제인이 잉그램 양과 자신을 비교하며 열등감을 가졌듯 로체스터도 세인트 존과 자신은 아폴론과 불카누스 급 아니냐고 풀이 죽자 제인이 듣고보니 그렇다며 맞장구치는데, 시종일관 극도로 진지한 작품 중 그나마 은은한 개그씬이다[47] 마지막 장은 '''Reader, I married him.'''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번역으로는 잘 와닿지 않으나, ''He married me''도 ''We married''도 아닌 ''I married him''이라는 문장구조를 선택했다는 점이 중요 포인트. 로체스터가 제인을 선택해서 아내로 들여준 게 아니라 제인이 로체스터를 선택해 남편으로 삼았다는, 당시로서는 대단히 파격적인 선언이다. 작품을 대표하는 한 문장으로, 영국 국립도서관의 자필 원고 실물은 바로 이 대목이 씌어진 페이지가 펼쳐져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48] 다만 현지에서 풍토병에 걸려 병세가 위중한 모양이다. 그의 육신의 불꽃은 꺼져 가고 있지만 영혼은 주님에게 안길 준비를 하고 있으며, 다음에는 세인트 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편지를 보낼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