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증
1. 개요
감정이 몹시 흥분한 상태가 1주일 이상 계속되는 증세. 양극성 장애에서 나타나는 삽화의 일종이다. 조병(躁病), 광증(狂症)[2] 이라고도 한다.
2. 상세
조증 삽화(manic episode)는 반드시 우울증 삽화를 동반하기 때문에 조증 삽화가 한번이라도 있을 경우 양극성장애(Bipolar disorder)의 진단 기준에 부합하게 된다. 즉 단독 진단으로서의 조증이라는 질병은 존재하지 않으며 양극성 장애의 삽화(상태)로서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맞는다.[3]
조증은 단순히 기분이 즐겁고 행복하며 들뜬 상태가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과도하게 흥분한 상태라 말할 수 있어, 기쁨만이 아니라 분노, 우울, 자괴감 등에 격한 흥분을 느껴 통제 불능이 되는 것 또한 똑같이 조증이라 일컫는다. 즉, 흥분이 정상적 수준을 넘어서 아주 심각한 증세를 모두 조증이라 말한다.
단순한 긍정, 활발, 즐거움이 아니고 지나친 감정적 흥분과 광란, 광분, 파괴, 충동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증상을 보이는 당사자가 쉽게 지치게 될 뿐더러, 행동이나 생각의 전혀 통제가 안 된다. 흥분 상태가 계속되기 때문에 수면도 취하기 어려워져 불면증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불안정한 양상을 보여 신체적으로 몹시 쇠하게 된다. 상당히 과대하고 비약적인 사고를 하는데, 심하면 망상장애에서나 나타날 법한 과대망상을 펼치기도 한다. 심각한 경우에 심한 충동, 분노, 광란으로 인해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 그럴 경우 교도소에 가기 보다 보통 폐쇄병동에 입원을 할 수도 있다.
그 밖에 측두엽 뇌전증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자주 나타나는데, 조증이라고 하지 않고 복합부분발작이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이유는 감정을 담당하는 측두엽 쪽 뇌파가 극파가 되면서 조증과 비슷한 흥분 상태가 되기도 한다. 또한 두부외상이나 뇌종양과 같은 질병에서도 이러한 증세가 나타나는데, 치료를 위한 수술 후 후유증으로 이러한 현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증세들은 단기적으로는 기질성 뇌증후군이나 장기적으로는 치매 현상으로 본다.
사실 일반인들도 '''만취 상태'''가 되면 위와 같은 비슷한 증세들이 일시적으로 생긴다. 술 자체가 세로토닌 수용기를 건드리고 도파민을 마구 분비시키게 되어 조증과 유사한 현상을 나타나게 하는데, 일반적으로 TCA류의 수면 효과가 있는 항우울제랑 비슷한 역할을 하게 한다. 또 이런 사람들이 술이 깨고 나면 구토나 설사 등으로 영양분이 많이 바닥나고 술을 해독하는 데 힘을 다 써버려 체력이 저하되기 때문에 일시적인 우울상태로 빠진다.
소위 하이텐션인 상태에 자주 있는 인물을 일컬어 조증이라고 장난스럽게 칭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 경우는 그냥 그 인물의 활기찬 성격을 표현하는 말일 뿐. 양극성장애의 일면을 뜻하는 조증의 원래 뜻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3. 원인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뇌신경 세포의 전달 물질이 많아지거나 그 기능이 너무 활발해져서 발생한다. 유전, 호르몬 변화, 환경적인 요인에 의한 스트레스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성격적으로는 활동적이고, 다혈질적인 사람에게 많이 생긴다. 한비야도 무릎팍도사에서 본인이 조증 환자라고 밝히기도 했는데 한비야가 저서에서 보여준 모습이 활동적이고 다혈질적이니 사실이라면 전형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어쨌든 유전적인 이유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 정설. 양극성장애 문서 참조.
4. 증세
DSM-5에 따른 조증(Manic episode) 의학적 진단 기준은 다음과 같다.
- 비정상적으로 지속적인 고양된, 팽창적인 또는 이자극적인 기분과 적어도 1주일 이상 비정상적으로 지속적으로 증가된 목표지향적 활동과 에너지가 분명하게 두드러진 기간이 거의 하루 내내 그리고 거의 매일(또는 입원이 필요하다면 어떠한 기간이든) 나타난다.
- 기분 장애와 증가된 에너지나 활동의 기간 동안 다음의 증상들 중 세 가지(또는 그 이상)가 의미 있는 정도로 나타나고(기분이 단지 이자극적일 뿐인 경우 네 가지), 통상적인 행동과는 두드러진 차이를 나타낸다.
- 팽창된 자존심 또는 심하게 과장된 자신감
- 수면에 대한 욕구 감소(예: 단 3시간의 수면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낌)
- 평소보다 말이 많아지거나 계속 말을 하게 됨
- 사고의 비약 또는 사고가 연달아 일어나는 주관적인 경험
- 주의 산만(예: 중요하지 않거나 관계 없는 외적 자극에 너무 쉽게 주의가 이끌림)
- 목표 지향적 활동의 증가(직장이나 학교에서의 사회적 또는 성적인 활동) 또는 정신 운동성 초조
- 고통스런 결과를 초래할 쾌락적인 활동에 지나치게 몰두(예: 흥청망청 물건 사기, 무분별한 성행위, 어리석은 사업투자)
- 기분장애는 사회적 또는 직업적 기능에 현저한 장애를 일으키거나,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입히는 것을 막기 위해 입원이 필요하기에 충분히 심각하거나, 정신병적 증상이 있다.
- 증상이 물질(예: 약물 남용, 투약, 또는 기타 치료)이나 일반적인 의학적 상태(예: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직접적인 생리적 효과로 인한 것이 아니다.
- 주의: 명백하게 항우울 치료(예: 투약, 전기경련 요법, 광선 치료)에 의해 유발된 조증 비슷한 삽화는 양극성 장애Ⅰ형으로 진단되지 않아야 한다.
흥분상태에 빠져 갑자기 노래를 부르거나 큰소리를 내는 등 소란스럽고 제약 없는 열정적인 상태에 이른다. 여러 장신구를 이용하여 이상한 몸치장을 하고, 온 벽에 그림을 붙여 장식하기도 한다. 성생활이 문란해지기도 하고, 폭식과 거식을 반복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 이 증세가 나타나는 동안에는 과음하는 경향이 있어 신체적인 건강이 악화되기 쉽다. 온갖 충동을 강하게 느끼기 때문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거나 갑자기 멀리 떠나는 등 돌발행동을 하며 본인도 주변인도 무슨 짓을 할지 예측하지 못한다.
충동적인 모습을 보여 허황한 계획들을 세우며 금방 포기해버리곤 한다. 말도 안되는 사업에 연속적인 투자를 하거나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가지고 즉흥적으로 창업을 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생각할 때 논리적 비약이 심하고, 연상이 빠르다. 말할 때도 알아듣기 힘든 이야기를 생각나는 대로 쏟아낸다. 빠르게 떠오르는 생각을 생각나는 대로 마구 이야기하며, 상당히 공격적으로 대화한다. 또 말할 때 "무조건", "절대", "엄청", "정말" 같은 강하고 확정적인 단어를 많이 쓰는 것도 특징. 어조는 힘차고 높낮이가 자주 변하며, 연극을 하듯이 과장해서 말하기도 한다. 대부분 환자들은 사회적 규범을 무시한다. 활동하는 동안 신체 여러 부분이 다치기도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이 영상에서처럼 생각나는 대로 마구 말하며 대화가 한 가지 주제로 집중되지 않는다.
수면시간이 현저히 줄어듦에도 불구하고 피곤함을 잘 느끼지 않는다. 역으로, 수면시간이 줄어들면 조증 증세가 심화될 수 있다. 참을성이 없으며, 분노·욕설·노골적인 적개심 등으로 반응한다.
심한 조증에서는 과대망상이 나타나며 이런 경우 망상장애 등과의 구별이 필요하기도 하다. 조증 환자의 대표적 과대망상으로는 자신이 중요한 사건이나 인물 등과 관련이 있다고 여기는 관계망상이나 자신이 혈통적, 종교적으로 특별한 존재라고 믿는 망상 등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과도한 자의식과 자신감.
과대망상과 관련된 환각을 경험하기도 한다. 간혹 정치인이라도 된듯 혼자 큰 소리로 연설하거나 환상 속의 관중들한테 손을 흔들거나 하는 사람을 볼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조현병이 아니면 심한 조증일 확률이 높다. 심한 조증 상태에선 도파민이 과다하게 분비되므로, 망상, 환각 등으로 조현병 환자와 거의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터무니없는 계획을 세우고 여기에 완전히 몰두하기도 하는데, 이 계획을 방해하는 것이 나타나면 분노를 참지 못하고 폭력을 휘두를 수도 있다. 의외로 얼토당토 않은 곳에 투자를 하거나, 해보지도 않은 사업을 창업하거나, 주위 이성에게 마구 들이대거나, 갑자기 폭발적인 과소비를 하거나 하는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도 조증 때문인 경우가 있다.[5]
이외에도 범죄 등의 반사회적 행동, 지속적인 자살충동, 약물중독, 틱증 등의 신체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조증은 환자가 속한 사회나 환경에 따라 그 전형적인 발현양상이 달라진다는 특징이 있다. 다시 말해 한국 환자와 핀란드의 환자는 서로 조금 다른 증상을 보일 수 있다는 것.
일례로 1980년대 우리나라 남성이 조증을 발현할 경우, 남북통일에 대한 해법을 찾았으니 기자회견을 해야 한다고 가족을 들볶는 경우가 많았다고. 요새는 자기 블로그에 정치나 철학에 관한 장문의 장광설을 엄청난 분량으로 올리거나, 일간지 따위에 커다란 광고를 내서 뭔가 굉장한 것 같으면서도 황당한 주장을 하는 것이 전형적인 행동이라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증세가 나아지지만 일반적으로 양극성 우울증을 동반하여 주기적인 재발을 보인다. 우울한 동시에 조급한 혼합삽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4.1. 경조증
경조증(輕躁症)은 말 그대로 증세가 약한 조증 상태를 가리키며, 역시 양극성장애의 삽화 중 하나이다. 주관적으로는 지속적인 고양감과 행복감을 느낀다. 그러나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참을성이 없어 자주 화를 내고 노골적인 적대감을 보인다. 말과 행동에 일관성이 떨어지고, 과장하고 거짓말을 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자신감이 과다해지고 주변에 대한 관심과 간섭이 심하여 주변인들이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사실 경조증 기간은 경우에 따라 본인도 주변인도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좋게 평가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후에 동반되는 우울증 삽화 기간.
경조증이라고 사고를 안 치는 것은 아니다. 광증으로 난동부린다든가 폭력사건을 일으킨다거나 하진 않을지라도 근거없는 자신감 고양으로 능력 안 되는 사치나 투자 등의 경제사고, 사소한 일로 다툼 등은 흔히 일으킨다.
5. 사례
- 1988년 대학생 조너선 스탠리는 자신이 정부 요원의 미행을 당한다는 망상에 빠졌다. 이 때문에 학교도 그만뒀다. 사흘 밤낮을 뉴욕의 지하철 터널과 거리를 쫓기듯 질주했고, 식료품점에선 자신의 옷을 벗어 던졌다. 경찰에게 붙잡혀 병원으로 옮겨진 조너선 스탠리에게 조울증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그는 2년 동안 집중 치료를 받고 완치돼 대학으로 돌아갔고, 졸업 후 변호사가 됐다. 2015년 신문기사.
- 평창올림픽 개막식 정선아리랑 공연 도중, 한 한국계 미국인 남성이 무대 중앙으로 난입하여 손을 흔들고 사진을 찍다가 제지당하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경찰은 이 남성이 조증을 앓고 있으며, 진술을 할 때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기자들이 모인 강원미디어센터에 난입하여 스파이더맨 가면을 쓴 채 춤을 추다가 직원들에 의해 쫓겨나기도 했다.
6. 치료
우선 신체적인 치료를 한 후 기분안정제 등으로 약물치료를 하는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증세가 회복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투여한다. 심한 경우에는 정신치료와 재활치료를 병행한다.
다음 경우에는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 충동으로 인해 자살 및 범죄, 경제적 파탄, 성적 문란의 위험이 있는 경우
- 흥분으로 인해 1주일 이상 잠이나 식사를 거의 하지 않은 경우
- 이 질병으로 인하여 신체적 건강이 나쁜 경우
- 너무 흥분된 상태로 인해 주변인과 잦은 싸움을 하고 가출을 하는 경우
- 위험하거나 급격한 증상 악화가 있어 치료가 필요한 경우
7. 관련 문서
[1] 여기서 躁는 "급하다, 초조하다, 시끄럽다" 등을 의미하는 한자로, 조증의 증상을 생각해 보면 매우 적절한 한자임을 알 수 있다. "조급(躁急)하다" 등의 단어에 쓰인다.[2] 비하적 어감이 있어 사용되지 않지만, 사실 영어에서 mania의 어감은 이쪽에 가깝다. 정신질환자 전부를 포괄해서 말할 때 쓰이는 표현이기도 하다.[3] 양극성 장애 중 정상 상태와 조증이 반복되는 경우도 있기는 한데, 이런 경우 우울증의 정도가 약한 케이스라고 설명할 수 있다.[4] 영어에서는 둘을 나타내는 데 같은 단어가 쓰인다.[5] 이런 부분을 조울증 환자 및 가족들에게 의사들이 자주 주지시키기도 한다. 최악의 경우 가망도 없는 사업을 벌려놓거나 갚지도 못할 빚더미에 올라앉은 채 울증 삽화에서 자살해버리는 루트를 타기 때문. 조금 다른 예지만 조증 상태에서 사업을 낸 뒤 고용한 여직원을 성폭행하여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