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조장갑
1. 개요
장갑의 일종. 말 그대로 주조작업 - 즉 거푸집에 용융된 강철을 부어넣고 굳히는 작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장갑을 말한다.
2. 장점
아래와 같은 장점이 있으므로 2세대 전차까지 전차의 포탑이나 차체전면장갑을 만드는 등 중요한 부위의 장갑이며, 균질압연장갑을 용접해 만드는 용접장갑과 분담했다.
- 거푸집을 사용하므로 장갑의 모양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특히 피탄경사효과가 좋은 곡면이나, 특정 부위만 매우 두껍고 서서히 두께가 줄어드는 장갑같은 것은 주조가 아니면 제조가 불가능하거나, (양이든 난이도든)엄청난 작업이 필요하다.
- 대량생산이 용이하다. 일단 주조작업을 대량으로 할 시설을 건설하고 나면, 그냥 거푸집에 용융된 강철만 부어넣은 후 식히는 것만으로 통짜 부품을 찍어낼 수 있다. 따라서 생산성이 높다.
- 용접면 등 취약부위를 크게 줄인다. 표면경화장갑에서 조립이나 수리을 위해 용접하느라 가열하면 경도가 떨어지는 현상 따위가 없는 데다가, 기본적으로 통짜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접합면이 기본적으로 없어, 접합면을 따라 균열이 발생할 일도 없다.
3. 단점
그러나 아래와 같은 문제점이 발견되면서 3세대 전차부터는 용접장갑방식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 복합장갑과의 궁합이 안 좋다. 원래 주조는 곡면을 만드는 데는 유리하지만, (용접장갑에서는 만들기 쉬운)각진 형상을 만드는 데는 크게 불리하다. 이는 거푸집 내부의 각진 부분에 용융된 강철이 들어차지 못하는 등의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인데, 주조 자체의 문제점이므로 해결이 어렵다.
문제는 복합장갑이 기본적으로 평면형 장갑재라서, 곡면장갑 내부에 넣거나 빼려면 그대로는 안되고, 잘게 자르는 등의 상당한 어려운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복합장갑을 넣더라도 방어력이 크게 하락한다. 이를 막기 위해 소련에서는 전차의 장갑재로 액체처럼 충전하고 굳히는 방식이나, 세라믹 공을 철물 안에 박아두는 방식의 복합장갑을 사용했지만 이 방식은 평면형 복합장갑보다 방어력이 떨어졌으므로 보조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용접장갑보다 복합장갑재가 덜 들어가고, 넣고 빼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 겉으로는 파악하기 힘든 약점이 생긴다. 이것도 주조 자체의 문제점인데, 거푸집 내부에 용융된 강철이 차오르는 과정에서 기포등의 문제로 인해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는 균열이나 빈 공간 등 취약점이 생긴다. 이런 부분은 당연히 내구력이 떨어지는데, 방사선을 사용한 비파괴검사를 하기 전까지는 그 존재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런 기술이 발전하지 않은 시대에는 그저 재수없게 이런 약점에 피탄되는 일이 없길 바래야 했다. 같은 두께일 때 균질압연장갑보다 방어력이 떨어지는 이유이다.
- 일정 이상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제2차 세계 대전까지 주조장갑을 전면적으로 채용한 전차가 특정 국가에 한정된 이유는, 어지간한 기술력 없이는 대량생산하기도 어렵고, 품질도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군같은 경우에는 통짜로 주조하는 기술이 모자랐던 까닭에 포탑을 절반으로 나누어서 주조한 뒤 용접하는 시궁창스러운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 이외에 주조 장갑 때문에 채택이 거부된 사례로, 인도 기갑 장비를 위한 경합에서 포르쉐 사가 주조로 만들어진 전차를 선보였지만, 인도에는 그럴만한 기술력이 없어서 탈락한 경우가 있다.
4. 평가
재래식 장갑 중에서는 가장 생산성이 높은 장갑이다. 비록 복합장갑과의 궁합이 잘 맞지 않아서 용접장갑에게 밀리는 실정이지만, 일정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대량생산능력만 있다면 21세기의 시점에서도 쓸 만한 기술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장갑으로는 잘 사용되지 않지만 다른 분야의 기술로는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주조 자체의 기술력도 향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