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경화장갑

 

1. 개요
2. 장점
3. 단점
4. 평가


1. 개요


Face-hardened Armour (FHA)
장갑의 일종. 표면을 가열처리하거나 침탄시켜서 장갑의 표면만 고경도 강철로 만들기 때문에 표면경화장갑이라고 부른다.19세기말에 미국인 하비가 최초로 개발했으며[1], 4년뒤 독일 크루프사가 개량품을 발표한 이후 크루프강[2]과 그 개량품이 표면경화장갑의 주류가 되었다.

2. 장점


일단 아래와 같은 장점이 있었기 때문에 제2차 세계 대전까지 전차장갑차장갑으로 애용되었다. 원래는 군함의 장갑판으로 개발된 물건이고, 실제로도 2차대전까지 전함~순양함의 현측 주장갑판부터 구축함의 포탑 전면과 탄약고 방어용으로 대량 사용되었다.
  • 두께에 비해서 높은 방어력을 가질 수 있다. 같은 강도인 장갑이라면 경도가 높을수록 유리한데[3], 강도를 크게 희생하지 않으면서도 경도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특히 장갑이 얇을수록 효과가 커지는데, 전체 장갑이 고경도 강철이 되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는 장갑 두께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장갑차경전차, 초기형 중형전차를 설계할 때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장점이다.
  • 상정한 방어력 이하의 위력을 지닌 무기에 잘 손상되지 않는다. 균질압연장갑은 표면이 상대적으로 부드럽기 때문에 관통력이 떨어지는 총탄이나 포탄도 약간씩은 박히므로 표면에 손상이 심한 반면, 표면강화장갑은 그런 종류의 물건은 전부 튕겨버리므로 표면에 손상이 없다. 즉 전투에 참가한 무기나 차량의 정비시 사소한 표면손상으로 인한 장갑판 교체등을 할 필요가 없어지므로 경제적이다.
  • 기술력과 특수재료가 상대적으로 덜 들어간다. 균질압연장갑의 방어력을 늘리려면 니켈이나 몰리브데넘의 특수한 재료가 필요하며[4] 합금강의 제조도 복잡한 문제점이 있으나, 표면경화장갑은 그냥 일반 강철판의 표면만 기존에 있던 도구로 처리하는 것으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으며 딱히 특수재료가 필요하지도 않다.

3. 단점


하지만 단점도 많았기 때문에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 근본적으로 표면만 강화시킨 물건이기 때문에 상정한 방어력 이상의 공격을 받으면 깨진다. 이는 강화유리와 비슷한 원리이다. 게다가 일단 장갑이 깨지면 많은 파편이 발생해서 장갑판으로 보호받는 내부를 쑥밭으로 만든다.[5]
이와는 달리 균질압연장갑은 관통당하더라도 파편이 많이 발생하지 않는다.
  • 일단 표면 손상이 발생하면 방어력이 극단적으로 약해진다. 애초에 경도를 강화시킨 물건인지라 인성 등이 약할 수 밖에 없으며, 표면이 손상된 부위에 포탄이 명중하면 균열이 장갑재 내부로 퍼지면서 한참 낮은 방어력을 보이고 관통당하게 된다. 아래의 문제 때문에 장갑재의 두께 자체가 얇아서 균열에 더욱 취약하다.
이에 비해 균질압연장갑은 균열이 장갑 자체를 두동강내지 않는 한 표면강화장갑만큼 방어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상대적으로 두께가 두꺼우므로 균열을 더욱 잘 견딜 수 있다.
  • 일정 수준 이상으로 두꺼운 장갑은 표면경화장갑으로 만들기 힘들다. 표면을 열처리하는 등의 과정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노력도 많이 들어가는 데 반해 결과물이 그리 좋지 못하다. 이렇게 될 경우 겉표면만 불규칙한 두께로 표면경화가 일어나고 나머지는 그냥 강철인 상황이 발생하므로 훨씬 얇은 장갑과 비교하더라도 방어력이 그렇게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 표면경화한 두께는 비슷하고 후면에 추가된 강철두께 정도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량대비 효율이 떨어진다.
이와는 달리 균질압연장갑은 방어력 증대를 합금강 방식으로 하며, 방어력이 전체 장갑판에 고루 적용되므로 두께에 따른 방어력 상승효과가 크다.
  •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효과가 없다시피 하다. 표면경화작업을 하다가 실수라도 하면 표면이 깨지기 때문에 그냥 버리는 것이 나은 지경이 되어버리며,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렵지만 표면경화한 장갑표면과 내부의 장갑본체가 서로 균열이 발생해서 살짝 떨어진 상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장갑이 2개로 나누어지는 셈이며, 장갑표면에 포탄이 명중할 때 오는 충격이 장갑 내부로 고르게 퍼지지 못하고 장갑 표면이 100% 감당하게 되므로 표면도 쉽게 깨지고, 내부의 장갑본체도 서서히 균열이 가게 되어 당연히 원래 상정한 방어력 이하의 결과물이 나온다.
물론 균질압연장갑도 대충 만들면 방어력이 크게 하락하지만, 적어도 장갑 내부가 서로 따로 노는 사태는 공정 자체가 완전 폐기처분일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애초에 압연이라는 공정 자체가 밀대로 강판을 밀어 눌러대는 공정인데 내부가 따로 노는 상황이면...
  • 용접이나 수선이 힘들다. 원래 열처리한 물건에 다른 것을 용접한다던지, 균열을 메꾸기 위해 재가열을 한다던지 하면 잘 붙거나 메꿔지지도 않을 뿐더러 주변에 열이 가해지는 셈이라 기껏 해놓은 표면경화가 크게 약해진다. 따라서 장갑판 전체를 갈아버리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수 있다.
이에 비하면 균질압연장갑은 이런 현상이 없어 용접이나 수선이 엄청나게 쉽다.

4. 평가


장갑의 방어력을 올리는 방법을 개발하던 중 얻은 과도기적 방법이다. 비록 간단하고 기술력이 덜 필요하며 특수재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장점은 있으나, 장갑판의 표면만 강화하는 수준으로는 강력한 공격력을 이겨낼 수 없다는 점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문제점이 있다.
결국 재래식 장갑은 균질압연장갑처럼 장갑 자체의 방어력을 고루 상승시키는 것이 좋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면교사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 셈이다.
표면경화장갑은 위에서 설명된 단점으로 시대에 밀려 사라졌지만, 현대에는 일종의 강화판으로 볼 수 있는 고경도압연장갑(High Hardness Armour. HHA)이 장갑차량의 일부 부위에 사용되고 있다. 흑표나 에이브람스의 차체 전면 상부 등 복합장갑이 없이 급경사를 준 강판으로 방호되는 부위가 대표적이다.

[1] 니켈강 표면을 침탄시킨 물건이다.[2] 하비강에 크롬과 망간을 추가한 제품이다.[3] 철갑탄의 경도가 장갑재의 경도를 넘어서면 쑥쑥 잘 뚫고 들어가고, 반대로 장갑재의 경도가 철갑탄두보다 높으면 관통 현상에 대한 저항력이 생긴다.[4] 2차대전 말기에 생산된 판터 전차티거 2 전차는 몰리브데넘이 너무 부족해서 바나듐으로 때우고 생산량이 모자라서 열처리를 제대로 못한 탓에 경도가 이전의 90% 수준으로 떨어져버렸다. (300 BHN → 270 BHN)[5] 경도는 매우 높았지만(440 BHN) 강도가 부족한 장갑재를 사용한 T-34 전차가 이런 일을 많이 겪었다고 한다. 경사장갑을 이용해서 철갑탄이 튕겨져나가도록 하는 설계였지만 설계에서 상정하지 않은 고관통력 철갑탄을 정통으로 맞을 경우 참사가 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