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검술
1. 개요
Medieval European Martial Arts
유럽 중세 시대의 서양 검술과 전투술이다.
2. 역사
유럽 역사에서 중세시대라고 하면 서로마 멸망인 5세기경부터 콘스탄티노플 함락인 1453년까지이지만, 검술 문서가 남아있어 구체적인 복원이 가능한 것은 1280년에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I.33 문서부터이다. 이 문서는 소드&버클러 검술을 수록하고 있으며 이 문서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검술 문서라고 할 수 있다.
중세 검술 문서는 대부분 14세기 말~15세기의 것이며, 이때의 중세 검술은 롱소드(Longsword) 검술을 중심으로, 소드&버클러 검술, 아밍 소드(Arming Sword), 창술, 단검술, 폴암술, 봉술, 장검&단검과 연동되는 유술인 캄프링겐 등을 종합적으로 수록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종합 무술이다.
15세기 검술서의 중심이자 현대 중세 검술 시스템의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롱소드 검술은 후대의 사브르 검술등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도로 발전된 검술적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후대의 검술과의 가장 큰 특징은 우선 자세와 공격, 방어가 유리되어 있으며 방어와 공격이 따로 들어가는 18세기 이후의 검술과는 달리 자세와 공격, 방어가 거의 하나로 이어지는 일체화된 검술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며, 상대의 반응을 보고 한수 먼저 예측하여 선공을 가하는 반박자, 상대의 공격에 함께 공격을 넣어 방어와 반격을 일체화시키는 한 박자 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직선화된 스텝을 가진 18세기 이후의 검술과는 달리 몸의 좌우가 번갈아 나가고 측면 이동과 방향 전환에 매우 유리한 다각적인 스텝을 가지고 있다. 또한 15세기 당시는 전신갑주를 착용하고 전쟁하는 것이 매우 많았으므로 그 점에 특화된 갑주 검술을 평복 검술과 따로 구분하여 가르친다. 또 당시의 독일계 문서에서는 이른바 재판 결투에 대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당시의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항목들이 존재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검술 마스터들은 군주에게 복무하는 기사 계급이 포함되어 있고, 자신들의 무술을 기사도적인 기예(Knightly Arts)라고 칭했기에 검술 자체는 기사도적인 군용의 성향을 근본에 두고 있으나, 돈을 받고 검술을 가르치는 민간 검술 강습과 검술 길드 또한 활발했으므로 상류층으로부터 평민에게까지 두루 퍼져있었던 셈이다.
당시의 검술 문서에 수록된 다른 무기, 즉 아밍 소드나 창, 폴암류 같은 무기들은 이 롱소드 검술의 시스템으로 다루도록 되어 있다. 즉 롱소드 검술만 배우면 다른 무기들의 사용법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구조다, 16세기부터의 경향인 특정 무기들에 특화되는 무술적 경향과는 달리, 전쟁터에서의 적응을 위해 롱소드 검술을 중심으로, 사용될 수 있는 대부분의 환경과 무기들에 대한 통합적 숙지를 가능케 하는 것 또한 이 중세 검술의 특징이다.
3. 지역별 종류
중세 롱소드 검술의 가장 큰 양대 검맥은 독일 검술과 이탈리아 검술이다.
- 독일 요하네스 리히테나워 계열: 요하네스 리히테나워가 전하고 후대의 무수한 독일 마스터들이 250여 년간 맥을 이어온 독일식 검술. Kunst des Fechten, 또는 Fechtkunst 등으로 부른다. 리히테나워를 시조로 보고 있으나 사실 그에게서 비롯하지 않은 독일식 검술 사료도 제법 있고, 긴 세월 동안 무수한 마스터들이 거쳐가다 보니 마스터마다 독특한 차이도 약간씩 발견할 수 있다. 사료의 숫자와 양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그 재해석도 상당히 잘되어 있다. 롱소드를 중심으로 메서 검술, 창, 폴암, 단검, 한손검, 검과 방패, 레슬링, 맨몸 무술, 갑주 무술, 기마 무술, 재판 결투, 임시방편 무기, 몇 가지 특이한 무기, 르네상스 초에 이르면 레이피어 검술까지 두루 다루는 종합 검술 시스템이다.
- 이탈리아 피오레 디 리베리 계열: 여러 마스터로부터 검술을 배워서 자기 일가를 세운 피오레 데이 리베리와, 그 시스템을 이은 필리포 바디의 이탈리아식 검술. 큰 맥락에서 보자면 독일 검술과 상통하지만, 세부를 보면 꽤 차이점이 있어 서로 다른 유파로 보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탈리아 볼로냐를 근거지로 하는 볼로냐 유파가 크게 유행하면서, 피오레 계열은 대가 끊긴다. 역시 롱소드를 중심으로 창, 폴암, 단검, 한손검, 레슬링, 맨몸 무술, 갑주 무술, 기마 무술, 호신술을 두루 다룬 종합 시스템.
- 잉글랜드식 롱소드 검술: 중세 시대의 것으로 확실하게 판명난 사료는 단 세 가지뿐으로, 그것들도 세부적 디테일이 부족해서 정확한 내용을 짐작하기 힘들다. 하지만 잉글랜드식 검술을 연구하는 그룹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2010년경을 기점으로 잉글랜드식 롱소드 검술의 형태에 대한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아마도 잉글랜드식 장봉(쿼터스테프)의 기술과 상당 부분 공통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스페인/이베리아 지역의 롱소드 검술도 존재했을 것으로 여겨지지만, 이 지역은 스페인의 신식 레이피어 검술 라 베르다데라 데스 트레싸의 도래 이후에 구식 검술이 천대받았고 사료도 남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데스트레싸 검객 사이에서도 비교 예제로 구식 검술인 데스트레싸 꼬문에 대해 간혹 언급하고, 르네상스 시대의 사료이기는 하지만,[1] 구식 투 핸더 도검을 이용한 장검술에 대한 사료가 있어서 이를 통해서 옛 형태를 짐작하고 있다.
- 프랑스식 중세 무술에 대한 사료도 있기는 하지만, 검술이 아닌 폴액스 무술서이고, 아마 다른 나라에서 수입한 스타일을 운용했을 것이다. 중세에는 아마도 독일식, 르네상스 시대에는 이탈리아식을 애용한 것이 확인되었으며, 16세기에 이탈리아식의 영향을 받아서 발전하다가 스몰 소드 시대에 이르러 독자적인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국적별로 나름의 풍격과 계보가 있긴 하지만, 사실 중세 유럽의 검객들과 마스터들, 기사들은 국경선을 넘나들면서 활동했고 다른 나라의 군주에게도 봉사했다. 유럽 한 곳에서 인기를 끈 시스템은 곧 유럽 전체로 퍼져나갔고, 다른 나라에서 온 마스터가 검술을 가르치는 일도 흔히 있었다. 그래서 독일 기사의 검술과 프랑스 기사의 무술 간에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을 거라 보긴 힘들다. 애초에 어느 나라건 간에 무장이 비슷하니 무술도 기본은 비슷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1] 아마도 데스트레싸 꼬문의 기술을 대량으로 채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