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시인)
1. 개요
대한민국의 시인. 초등교사로 재직하다 1977년 등단했다. 그의 이름을 알린「대설주의보」는 ‘현대시 100주년, 시인들이 뽑은 애송시 100편’ 가운데 하나로 실렸다.
2. 내용
1954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났다. 춘천중학교 3학년 때 담임교사가 춘천고등학교 선배인 소설가 전상국이었다. 춘천교육대학교 재학 시절 교수였던 이승훈(시인) 역시 춘천고등학교 선배였다.
춘천교대 재학 중 친해진 소설가 이외수가 그의 시를 보고는 감탄했고, <비발디>로 《현대시학》지의 추천을 받아 시단에 데뷔했다. 이 때 그의 시를 심사하며 추천했던 이는 "피아노"로 유명한 전봉건 시인이었다.
춘천교육대학교 졸업 후 7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시를 간간히 쓰다가, 1982년《대설주의보》로 민음사에서 주관하는 제6회 '오늘의 작가상' 을 수상해 세간에 알려지면서 본격 시인으로 전업했다.
그 뒤 알린 인지도를 바탕으로 꾸준히 시를 써, 1986년 제5회 「김수영문학상」, 1990년 제2회 「이산문학상」, 2000년 제8회 「대산문학상」, 2001년 제47회 「현대문학상」, 2003년 제3회 「미당문학상」을 수상했고, 지금은 숭실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시 창작 강의를 맡고 있다.
1997년에 고등학교 선배인 최열을 도와 환경운동연합 월간지인 《함께 사는 길》을 맡아 환경운동 또한 하고 있다.
2009년 화제가 된 "시인도 본인 시 문제 다 틀렸다"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은 교과서나 참고서 등에 수록이 많이 됐고, 그 중 '북어', ‘대설주의보’, ‘아마존 수족관’ 등이 모의평가에 나왔는데, 최승호 시인이 이들 평가에서 자신이 지은 시의 출제 문제를 모두 틀리며 대입 위주 교육의 폐해 중 하나로 여겨지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1]
3. 주요 시
쬐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온다 꺼칠한 굴뚝새가
서둘어 뒷간에 몸을 감춘다.
그 어디에 부리부리한 솔개라도 도사리고 있다는 것일까.
길 잃고 굶주리는 산짐승들 있을 듯
눈더미의 무게로 소나무 가지들이 부러질 듯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때죽나무와 때 끓이는 외딴집 굴뚝에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과 골짜기에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
-대설주의보
밤의 식료품 가게
케케묵은 먼지 속에
죽어서 하루 더 손때 묻고
터무니없이 하루 더 기다리는
북어들,
북어들의 일 개 분대가
나란히 꼬챙이에 꿰어져 있었다.
나는 죽음이 꿰뚫은 대가리를 말한 셈이다.
한 쾌의 혀가
자갈처럼 죄다 딱딱했다.
나는 말의 변비증을 앓는 사람들과
무덤 속의 벙어리를 말한 셈이다.
말라붙고 짜부라진 눈,
북어들의 빳빳한 지느러미.
막대기 같은 생각
빛나지 않는 막대기 같은 사람들이
가슴에 싱싱한 지느러미를 달고
헤엄쳐 갈 데 없는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느닷없이
북어들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거봐,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귀가 먹먹하도록 부르짖고 있었다. .
-북어
절망한 자들은 대담해지는 법이다.[2]
- 니체도마뱀의 짧은 다리가
날개 돋친 도마뱀을 태어나게 한다.
-인식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