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즈미
1. 개요
일본의 타악기의 종류. 한국의 장구와 굉장히 흡사하게 생겼다.[1] 일본의 아악(雅楽)인 가가쿠 중 "코마가쿠(高麗楽, 고려 음악)"에 쓰이는 "산노츠즈미", 노가쿠와 가부키에 쓰이는 "오오츠즈미" 그리고 "코츠즈미"로 나뉜다. 산노츠즈미만이 유일하게 채로 연주되며, 오오츠즈미와 코츠즈미는 손으로 연주한다. 양쪽을 전부 연주하는 장구와 달리, 가죽의 한 쪽만 연주한다는 것이 특징이며, 습도에 영향을 잘 받지 않는 일반 타악기들과는 다르게, 습도가 소리에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그 특징이다.
2. 산노츠즈미(三ノ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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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에서 장구가 건너와 일본식으로 변형된 타악기로, 그런 만큼 고려 음악인 코마가쿠에서 이용된다. 츠즈미 중 가장 오래되었다. 궁중 음악인 가가쿠에 쓰이는 악기답게 굉장히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으며 당연히 가격도 가장 비싸다. 츠즈미 중 유일하게 북채로 연주하며, 일본의 가가쿠는 타악기에 크게 의존하는 음악이 아니고 시끄러운 음악도 아니기 때문에 연주 시에는 대부분 채로 단조롭게 통통 치는 방식으로 연주한다. 츠즈미 중 유일하게 가죽에 줄이 여덟 개의 구멍을 통해 통과한다. 코츠즈미처럼, 줄 중간을 추가의 줄로 묶어 팽팽하게 하여 연주한다. 또한 산노츠즈미는 유일하게 몸에 얹지 않고, 바닥이나 받침대에 놓고 연주한다. 오른손으로 북채를 쥐고 치며, 왼손으로는 밧줄을 잡고 고정시킨다. 본래는 장구와 마찬가지로 양손으로 가죽의 양 면을 두들겨 연주했었지만, 양손 주법이 중간에 소실되어 한손 주법만 남았다.
3. 코츠즈미(小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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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쿠와 가부키에 주로 쓰이는 작은 손장구. 노에서는 코츠즈미라고 부르지만, 가부키 쪽에서는 그냥 츠즈미라고 많이 부른다.
"퐁퐁"하는 낮고 부드러운 소리를 내며,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일본 관련 영상에서도 뭔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낼 때 효과음으로 많이 쓰이기 때문에 일본 유튜브 채널의 영상이나, J-Pop, 애니메이션, 일본 예능 등지에서 반드시 한번 이상 들었을 바로 그 소리의 정체이다. 일본에 관심이 어느정도 있는 외국인들도 "아 저 소리!" 하며 금방 알아들을 정도로, 외국에 (소리만) 가장 잘 알려진 츠즈미이다. 츠즈미 중 가장 크기가 작으며, 왼손으로 잡아 오른쪽 어깨에 얹어놓고 오른손으로 친다. 줄을 왼손으로 잡기 때문에, 얼마나 세게 줄을 잡아 조이느냐에 따라 소리의 음정이 크게 달라지는 재미있는 악기이다. 네 가지 음색인 타, 치, 푸, 퐁이 있으며, 얼마나 세게 밧줄을 쥐고 가죽의 어느 부분을 두들기는지에 따라 소리가 바뀐다.
몸통은 벚나무로 만든 것을 최상급으로 치며, 주로 옻칠과 그림[2] 이 그려져 있고, 가죽은 망아지 뱃가죽을 사용한다. 가죽 뒷편에는 옻칠을 하거나, 고급품의 경우 금박을 입혀 놓으며, 가죽과 몸통의 수명은 잘 관리하는 한 반 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100년이 넘은 가죽과 몸통을 사용한 코츠즈미는 특히 가격이 비싸다.[3] 몸통과 가죽이 공을 들여 장식이 되어있고, 수백년이 넘은 악기도 흔하기 때문에 악기로서의 가치 뿐만 아니라 전통 공예품이나 미술품으로서의 가치도 상당한 편이다.
인지도는 매우 높지만, 연주하기 의외로 어렵다. 가죽이 워낙 얇고 민감하기 때문에, 손으로 치고 손을 떼는 타이밍을 잘못 맞추면 익히 아는 매력적인 소리 대신 탁한 소리만 난다. 악기 자체도 온도와 습도에 굉장히 민감하며, 특히 습도에 많이 민감한데, 적당량의 습도가 충족되지 않으면 원하는 소리 대신 탁하고 건조한 소리만 나며, 이 상태로 연주를 계속 할 경우 가죽에 손상이 갈 위험도 있다. 해서 코츠즈미 연주자들은 두드리는 쪽의 반대쪽 가죽에 침으로 적신 종이를 붙여 놓거나, 또는 가죽에 입김을 불어넣는 등 연주 전과 연주 도중에도 습도를 맞추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한다. 당연하겠지만 가죽에 따라 요구되는 습도의 양도 다르고, 그날 그날의 주변 온습도도 다르며 밧줄을 얼마나 세게 조여 묶었느냐에 따라 소리의 음정도 미세하게 바뀌는 등 가능한 모든 변수를 전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습도를 맞추는 데만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하며, 그나마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죽이 아니라 남의 가죽으로 연주할 경우 전문가라 하더라도 음정이 이상하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새 가죽의 경우 몇년에 걸쳐 두드리며 길을 들여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소리도 나쁘고 세게 치다보면 찢어질 수도 있다. 이래저래 손이 많이 간다. 거기다가 가죽과 몸체의 상성이 나쁘면 아무리 좋은 가죽을 사용해도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오지 않는 등 구입할 때에도 신경써야 할 점이 매우 많기 때문에, 초보자가 진품 츠즈미를 사겠다고 하면 전문가들은 말리고 보는 편이다. 굉장히 매력적인 소리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대중화되지 못한 것에는 비싼 가격과 더불어 관리의 까다로움이 큰 장애로 작용한다. 최근에는 그나마 초보자에게도 츠즈미의 소리와 특유의 손맛을 알리기 위해 연습용 염가품이 제작되고 있다. 이 제품의 경우 플라스틱 필름을 사용하는데, 귀찮게 습도 관리를 할 필요도 없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초보자에게 적합하다. 매번 분해/조립을 할 필요도 없고, 관리를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 손으로 쳐도 잘 알려진 부드러운 "퐁" 소리가 잘 나는 편. 일본 내에서 코츠즈미 연주를 배울 경우, 대부분의 교습소에서는 코츠즈미를 현장에서 빌려주기 때문에, 사실 악기 없이 그냥 몸만 가도 큰 상관은 없다. 실제 코츠즈미 교습소의 풍경. 강사는 노가쿠 코츠즈미 연주자 코오 신고(幸信吾).
4. 오오츠즈미(大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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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츠즈미와 함께 노가쿠와 가부키에 쓰이는 큰 손장구. 노에서는 오오츠즈미라고 부르지만, 가부키에서는 "오오카와(大皮/大皷)"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부른다.
코츠즈미와 비슷하게 생겼고, 크기가 더 크기 때문에 더 무게감 있는 둥둥거리는 소리를 낼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 정반대로, 높고 날카로운 "딱" 하는 소리를 낸다. 따분한 노가쿠를 감상하다 꾸벅꾸벅 조는 사람을 깨우는 소리이기도 하다. 처음 들어보면 전혀 북소리같지 않으며, 오히려 나무 판자를 막대기로 치는 소리에 더 가깝다. 코츠즈미와 달리, 음색은 한가지 뿐이며, 단지 얼마나 세게 치느냐에 따라 두 가지의 소리인 츠, 춍만 있다[5] .
생긴 것은 코츠즈미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몸체 중간에 마디가 하나 더 있고[6] , 가죽이 코츠즈미처럼 공을 들여 장식되어 있지 않고[7] 매우 두껍다는 점으로 인해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가죽은 늙은 말의 등이나 엉덩이 가죽을 써서 매우 뻣뻣하고 억세다.
왼쪽 허리께, 주로 허벅지나 무릎에 얹어놓고 오른손으로 세게 치는데, 가죽을 굉장히 팽팽하게 잡아당기고 치기 때문에 손이 매우 아프다. 따라서 손가락을 보호하기 위해 장지와 약지에 화지와 녹말을 사용해 딱딱하게 만든 두꺼운 골무를 끼며, 경우에 따라서는 손바닥에 사슴 가죽으로 된 보호대를 착용하기도 한다.[8] 그만큼 고통스럽다. 코츠즈미처럼, 온도 및 습도에 민감한데, 특이한 점은 코츠즈미와 요구 사항이 정반대라는 점이다. 코츠즈미의 가죽이 제대로 된 소리를 내려면 습해야 하지만, 오오츠즈미는 특유의 높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기 위해서 가죽이 뜨겁고 건조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오츠즈미는 연주 2시간 전에 가죽을 분리하여 일본식 화로인 히바치 옆에 매달아 놓고 건조 및 가열을 거쳐야 한다[9] . 당연히 한번 할 때마다 가죽 내 단백질이 열에 의해 익어버려 가죽의 수명은 줄어들기 때문에, 오래된 가죽일수록 비싼 코츠즈미와는 달리, 새 가죽일수록 비싸고, 다섯 번 정도의 연주를 가지면 눈에 띄게 가죽이 해어지며, 열 번의 연주를 마치면 이용 가치가 전혀 없어 분리해 버린다. 참고로 교체용 가죽의 가격은 약 10만 엔. 물론, 연습만 할 것이면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 가죽을 불에 구워댈 필요는 전혀 없고, 좀 건조한 방에 한동안 뒀다가 쳐도 들어줄 만한 소리가 나온다. 또한 연습 시에는 가죽의 수명 감소 + 미칠듯한 손의 통증 때문에, 그냥 왼손을 무릎 위에 놓고 오른손으로 손뼉을 치는 식으로 연습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오오츠즈미는 밧줄이 팽팽할수록 소리가 맑게 울리기 때문에, 굵은 삼밧줄을 동원해 최대한 팽팽하게, 사정없이 묶고, 얇은 비단줄을 이용해 굵은 밧줄 한쪽을 다시 잡아당겨 묶은 다음에(이 부분이 손잡이의 역할도 겸한다), 장식용 굵은 밧줄을 드리워 연주한다. 가죽을 묶는 밧줄이 매우 길기 때문에 묶고도 남는 밧줄이 길게 늘어지고, 거기에 장식용 밧줄까지 드리워 사용하기 때문에 여러 가닥의 굵은 밧줄이 바닥에 치렁치렁 늘어지는데, 이걸 어떻게 늘어뜨리고 정리하는지는 유파에 따라 다르다. 묶을 때마다 줄의 장력을 신경써야 하고, 가죽을 두드려 보며 적당한 높낮이의 소리가 나는지 확인을 해봐야 하는 코츠즈미와 달리 힘을 꽉꽉 줘서 묶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힘은 들지만 조립이 보다 수월한 편. 코츠즈미와 오오츠즈미의 조립법
[1] 실제로 고려 시대에 장구가 일본에 건너가 소형화된 것이 산노츠즈미이고, 장구가 영향을 받았던 중국 및 인도의 타악기들이 코츠즈미와 오오츠즈미의 시작이라는 가설이 있다.[A] A B 전통음악 전문 연주자 모치즈키 타키노죠(望月太喜之丞) 옹의 연주 시범.[2] 옻칠을 한 후 옻이 마르기 전에 금가루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는 기법으로, 마키에(蒔絵)라고 한다.[3] 차 한대 정도는 우스울 정도의 가격이 나온다.[4] 마지막에 넣는 "이요오오오옷!"하는 추임새는 일본어로 "카케고에(掛け声)"라고 부른다.[5] 간혹 유파에 따라 세 가지로 동, 츠, 춍으로 구분짓는 곳도 있다.[6] 마디가 없어 민둥민둥한 아령처럼 생긴 코츠즈미의 몸체와 달리, 한국의 장구와 비슷하게 생겼다. 때문에 전문 연주자들의 경우 산노츠즈미나 오오츠즈미나 장구에서 나온 악기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7] 애초에 몇백년간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둔 코츠즈미와 달리 오오츠즈미의 가죽은 소모품이기 때문에 장식도 되어있지 않은 것이다. 굳이 코츠즈미처럼 옻칠을 해 장식을 해 봐야, 단가만 올라갈 것이며, 무엇보다 가죽을 불에 구워 준비하고 연주할 때도 세게 두들기기 때문에 옻칠이 전부 떨어져나갈 것이기도 하고.[8] 물론, 유파나 연주자에 따라 다른지라, 노의 경우에는 그냥 맨손으로 치는 용자도 간혹 보인다. 작고한 재즈 뮤지션 김대환 옹과 거의 부자지간에 가까운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고, 그의 별세 후 한국에서 정기 공연을 가지고 있는 인간문화재 오오쿠라 쇼노스케(大倉正之助) 옹이 대표적인데, 본인 말로는 연주 초기에 충격파가 팔을 타고 올라와 뒷목 혈관이 붓는 등 경막하출혈 직전까지 간 적도 있었다고 한다. 가부키 쪽에서는 오히려 노 쪽에서 사용하는 것보다도 두껍고 딱딱한 골무를 이용하는데, 한 연주자가 한 악기만 다루는 노와 달리, 가부키 업계에서는 한 연주자가 여러개의 악기를 다룰 것이 요구되며, 오오츠즈미를 맨손이나 얇은 골무만으로 연주할 경우 장기적으로 손이 망가져서 코츠즈미 등의 다른 악기를 연주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손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다. 주법도 상당히 달라, 노에서는 팔 전체를 이용해 후려치는 주법을 사용하는 반면, 가부키에서는 손목 스냅만을 이용해 약하게 두드리는 주법을 주로 이용한다. [9] 옛날부터 내려온 전통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아주 옛날의 가부키나 노 무대에서는 단지 좀 건조하게 관리한 가죽을 이용했으며, 특별히 불에 구웠다는 기록은 없기 때문이다. 손가락에 골무를 끼게 된 것도, 불에 구워져 돌처럼 단단해진 가죽을 두드리기 위해 발달된 기법으로, 그 전에는 맨손으로 연주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