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임브리지 자본 논쟁

 


Cambridge capital controversy, 혹은 the capital controversy.
1960년대 경제학계에서 벌어진 이론적 논쟁.
피에로 스라파, 조앤 로빈슨 등의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을 기반으로 한 스라피언 경제학자들과 폴 사무엘슨, 로버트 솔로우 등 미국 MIT를 기반으로 한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 사이에 벌어진 논쟁이다.
당시의 주류 경제학이라고 볼 수 있던 신고전학파는 생산함수를 사용하여 경제활동을 묘사하기 시작했다.[1] 그리고 솔로우-스완 모형등을 보면 이런 함수를 통해 전체 경제 상태를 나타내기도 한다. 즉 전체 경제를 일종의 '하나의 공장'처럼 묘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라 각각의 생산요소는 그 요소의 한계생산성과 같은 수익을 올린다.
그런데 1960년 들어 스라파 및 로빈슨은 여러 생산요소들간의 차이로 인해 단순하게 생산성을 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예를 들자면, 생산함수 방식에서는 전투기 1대와 통조림 2만개를 더하는 식의 계산이 되는데, 이렇게 본질적으로 다른 물건들을 단순하게 더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생각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대응 중 하나는 전투기 1대 2만원, 통조림 1개 1원 식으로 금전적 가치로 환산하여 계산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다 하더라도 이론적으로는 문제가 된다. 전투기 1대 2만원이라는 가격은 전투기가 국민총생산에 기여하는 한계생산성에 영향을 받아 결정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한계생산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국민총생산이 얼마인지를 알고 있어야 된다. 즉 순환논리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
이런 문제로 인해 주어진 경제에 2개 이상의 생산요소가 존재할 경우,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우하향하는 수요곡선이나 우상향하는 공급곡선의 존재를 보장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참고로 이는 소넨샤인-만텔-드브뢰 정리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이다.
당해 논쟁의 결론은 엄밀히 말하자면 사람마다 평가가 엇갈리기 때문에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다만, 21세기의 시점에서 돌아보면 현실적으로는 다음의 사항을 지적할 수 있다. 스라피언들은 논리적 문제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한계이론을 대체할만한 구조를 제시하는데 실패했을 뿐더러, '서로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할 수 없다'라는 전제를 통해 경제현실에 대한 그 어떤 과학적 설명도 포기하는 모양을 보였다.[2] 반면 신고전학파는 꾸준히 각종 이론을 개발하며 현실 경제에 대한 설명력을 높여 결국 주류경제학의 계보를 잇게 되었다. 또한, 다른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재전환이나 자본역전과 같은 신고전학파의 모델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굉장히 낮다는 점[3] 등 때문에 당해 논쟁은 실증적으로 무가치하다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4]
[1] 예를 들어 Y=AF(K,L) 등[2] 왜냐하면 이것은 경제활동에 대한 측정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3] 단순히 수학적, 이론적으로만 따지면 수식 계산 결과 음값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수량이나 가격지표 등과 관해 음값은 마이너스금리같은 예외를 빼면 나오지 않는다. 또한, 이 문제는 스티글리츠도 지적한 것인데 이론적으로 기펜재가 존재할 지는 몰라도 현실적으로 기펜재가 통계적으로 눈에 띌 정도로 소비자 이론을 다시 쓰는 식의 판 뒤집기가 일어나지는 않는다.[4] 이러한 실증상의 약점은 심지어 논쟁을 시작한 로빈슨 역시 훗날 인정할 지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