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코(아이스크림)

 


[image]

그러니까 그것은 국제통화기금이 일종의 집달리가 되어 한국을 접수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중략)… 그 무렵 그들은 아이스크림을 무척 좋아했다. 특히, 구약성경책 크기 상자에 스물네 개의 소포장 아이스크림이 들어 있는 유명 제과회사의, 그러나 그다지 잘 팔리지는 않는 제품을 사랑하였다. 상자를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생각날 때마다 따로따로 포장된 작은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꺼내 먹는 재미가 제법 괜찮았다.

지우개 크기의 그 소포장 아이스크림은 한입에 쏙 털어넣기엔 조금 컸고 그렇다고 베어먹기엔 작았다. 조심스럽게 비닐 포장을 반쯤 찢어 한입 베어물고 초콜릿 코팅의 향이 입안 가득 퍼질 무렵이면 나머지 반을 털어넣고 작은 비닐포장은 쓰레기통에 버리면 그만이었다. 가족들이 모두 숟가락을 들고 모여앉아 머리를 부딪히며 퍼먹어야 하는 볼썽사나움과는 거리가 먼, 선진국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귀여운 낭비였다. …(중략)… 나라 경제가 결딴이 나서일까. 사소한 사치도 큰 감동을 주었다. (후략)[1]

- 김영하,〈아이스크림〉,《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2010)

1992년부터 롯데제과에서 내놓고 있는 초콜릿 맛 아이스크림. 검은 초콜릿이 안의 하얀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뒤덮고 있는 조그맣고 네모난 형태의 아이스크림이다. 한 상자에 15개가 낱개 포장되어 들어 있다.
'티코 밀크초코', '티코 다크초코' 두 종류가 있으며, 밀크초코는 붉은색, 다크초코는 진갈색 포장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다크초코의 초콜릿 코팅이 좀 더 쌉싸름한 편이다.
비슷한 타입의 고급 아이스크림으로 정평이 나 있는 엑설런트에 비해 인지도는 밀리지만, 맛은 뒤지지 않는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초콜렛 코팅 이라는 단순한 구성이지만 안쪽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맛이 기름지고 훌륭하며, 싸구려 이미지가 있는 롯데의 초콜렛 답지 않게 겉의 초콜렛 코팅도 입 안에서 풍부한 맛을 내며 녹는다. 이 둘의 조화가 꽤나 훌륭한 편. 여느 아이스크림이 그렇듯이 살짝 녹여서 먹으면 더욱 맛있다.
2013년 7월경부터는 상자에 정가 5천원이 적혀있으며 정찰품목이라 10%밖에 할인해주지 않는다. 결국 가격대비 효율이 나름 좋던 이 제품도 비효율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2018년 2월 현재 아이스크림 할인점과 같은 전문매장에서는 3천원대 초중반에 구매 가능하며 인터넷으로 구매할 경우 3천원 전후로 구매 가능하니 참고하자.


[1] 우리나라에서 유명 제과회사가 만들었으며 상자 속에 지우개 크기의 비닐포장된 초콜릿 코팅 아이스크림이 들어찬 제품이라면 티코가 유일하므로 당연히 작가가 묘사한 것도 티코일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진짜 이름은 따로 있지만 소송을 당할 우려도 있으니 이름은 그냥 '미츠'쯤으로 해두자'라는 서술이 작품 내에 있다. 소설의 내용이 가상의 아이스크림 '미츠'에서 나는 이상한 화학약품 냄새 때문에 기업에 신고해 사람이 오면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실명을 쓰긴 껄끄러웠던 듯하다. 헌데 실제로 이 소설 읽은 사람들이 블로그 등에 포스팅하면서 자기도 현실의 티코에서 그런 향을 느꼈다는 경험담이 왕왕 올라오는 것으로 보아 작가의 실제 경험이 소재가 된 모양이다. 뒤쪽에 투게더(그 퍼먹는 아이스크림 맞는다.)도 묘사되는데, 이건 부정적인 말이 없어서인지 그냥 실제 상품명을 그대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