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후염
1. 개요
풍종호의 무협소설 『검신무(劍神舞)』에는 신주십삼파(神州十三派) 중 청성파(靑城派)가 주역으로 등장한다. 이 청성파에는 이미 100살이 넘었으면서도 여전히 사고만 치는 골칫덩이 대장로가 있는데, 바로 하후염이다. 그는 전전대 장문인 삼절도인의 세 제자 중 첫째이며, 검으로 일으킨 용권풍(龍卷風)으로 대막의 사풍(砂風)을 갈라 '''신풍(神風)'''을 부리는 '''검마(劍魔)'''로 일컬어진다. 성정은 스스로 말하는 검객(劍客), 자신의 목숨을 내놓았기에 상대의 목숨을 취할 수 있는 자 그 자체라 목숨이 아무 때나 날아가도 그만이라는 극단적으로까지 보이는 천하태평의 대범함과 호방함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자기중심적이어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의견은 조금도 고려치 않는다."새삼스럽기는! 언제 누가 뭐라 할지 무서워서 할 말 못 하고 해야 할 일 못하는 경우 있었나! 세상 모두가 바보라고 놀려도 꿋꿋하게 인자(仁者)의 길을 걸으신 우리 사조 호호도인(好好道人)을 잊었나! 세상 모두가 망했다고 손가락질하며 비웃어도 꿋꿋하게 이 운리관을 다시 지어 올린 장문인 삼절도인(三絶道人)을 잊었나? 당당하게 산채로 들어가 주인 노릇하던 내 사제이자 전대 장문인의 기풍도 기억 못 하는가?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세상 사람은 자기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하라고 내버려둬! 무슨 상관이야!"
- 『검신무』에서 방무한을 죽이려는 것을 뜯어 말리는 장문인과 장로들에게 하후염이 외친 말이다.
2. 행적
하후염이 무림을 종횡할 때의 과거 이야기는 본 편에서 밝혀진 것이라고는 단 한 가지뿐이다. 100여 년 전의 녹림왕(綠林王)이 행보를 시작한 산채이므로 녹림에서는 용채(龍寨)라 불리는 곳이 있었다. 그곳이 60여 년 전에 갑자기 사라진다. 용채의 도적들이 너무 살생을 일삼아 하후염이 피로 물들이고, 이제는 원후파(元侯派)의 장문인이 된 종리당과 사질인 조해도인(照解道人)을 시켜 삽질로 흔적도 없이 묻어버린 것이었다. 당시 살인과 도적질을 한 번도 하지 않은 9살 된 양성탄만이 살아남는다. 세월이 지나 녹림의 원로가 된 그가 방무한 무리에 섞여 청성파 운리관으로 오면서 전모가 밝혀진다.[1]"사백, 스승이 된다는 것은 그렇게 힘든 일인가요?"
"이승에 힘들지 않은 일이 있었느냐? 하물며 다른 삶을 이끌어 주는 자의 길이 쉬울 리가 없지 않으냐?"
"힘들다면서 잘도 일곱씩이나 거두었군요. 게다가 일곱 번째는··· 아예 도박을 해버리다니······."
"스스로 그 도박에 뛰어들기를 일생의 소망으로 간절히 바라던 아이다. 내가 그 스승이 되기로 하였으니 그 길로 인도해 줄 수밖에 없지!"
- 불해도인, 하후염, 정무령의 대화 중에서 발췌.
그렇게 하후염은 막무가내이며 피를 보는 것을 전혀 꺼리지 않아 '''검풍일휘몰살(劍風一揮沒殺)'''이라는 악명을 얻기도 한다. 그리고 외울 분량이 많다거나 머리 아픈 귀찮은 일들은 아예 산으로 도망을 쳐서라도 거부한다.[2] 그런 그가 의외로 한 명 키워내기도 힘들다는 제자를 여섯이나 거둔다. 그는 문중의 기본심법인 묵조관법(默照觀法)이 산중수련[3] 에 맞게 고안되었음을 깨달아 독보적인 성취를 이룬다. 그리하여 같은 방법으로 제자를 한 명씩 가르쳐 빠른 시일에 높은 성취를 이룬 여섯을 키워낸다. 그 제자들이 호쾌한 기상과 남다른 의협심으로 세상에 큰 족적을 남겨 청성이 세상에 내어놓은 6명의 대검호(大劍豪), 청성육검협(靑城六劍俠)으로 불린다.
불행히도 절대 죽지 않을 것으로 믿었던 육검협이 모두 세상을 등지자 하후염은 더는 제자를 거두지 않았다. 그러다 당대 장문인 불해도인(不解道人)이 어차피 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의례상 한 기별에 20여 년 만에 나타나 사손이 제자로 삼겠다고 데려온 아이의 검신(劍神)이 되겠다는 말에 마음이 흔들려 냅다 납치해 산으로 튀어버린다. 덕분에 불해도인이 육검협을 전례로 삼아 오히려 잘된 일이다··· 라고 억지로 뒷수습하느라 고생한다.
아무튼 수십 년 만에 거둔 제자인 도운연이 되고자 하는 것이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기에 하후염은 검왕(劍王)이 남겼다는 검가(劍歌)에 따라 심혈을 기울여 가르친다. 또한, 검신이 되려면 마경(魔境)을 지배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에 일부러 마경에 빠질 수밖에 없는 넷째 무룡성이 남긴 섭혼검법(攝魂劍法)까지 전수한다. 마경을 극복하는 확실한 방안은 없지만, 도운연이 가려고 한 길이라 그리 준비시킨 것이다. 이후 9년의 세월이 흘러 하후염은 고된 수련으로 여섯 사형보다도 뛰어난 성취를 이룬 도운연을 내보내기로 한다. 그래서 이전의 제자들처럼 이번에는 사천오흉(四川五凶)을 제물로 삼아 화려한 신고식[4] 과 함께 세상으로 내보낸다.
3. 무공
- 묵조관법(默照觀法): 하후염은 반도를 처단하러 나온 곤륜파(崑崙派)의 과객을 만난 일로, 곤륜의 험한 산세에 맞게 용조수(龍爪手)에 암벽을 오르내리는 기법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묵조관법이 청성산에서 창안되었다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겨 산에서 생활하며 행주좌와(凌風劍法)에 자연스레 합치하도록 수련한다. 그 결과 문중의 다른 여러 신공을 귀찮아하며 거들떠 보지 않고도 누구보다 깊은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
- 청풍검법(淸風劍法): 묵조관법의 바른 수련법을 찾아낸 하후염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청풍검법에서 능풍검법을, 나아가 능풍검법에서 천람까지 복원해낸다. 그런 만큼 그가 이룬 청풍검법의 성취도 경이적이다.
- 능풍검법(凌風劍法)
- 천람(天嵐)
- 삼절(三絶): 삼절도인의 대제자인 하후염은 스승을 대표하는 세 가지 절기, 적성검식(摘星劍式), 번운신법(飜雲身法), 비선표(飛旋鏢)를 다 이어받는다. 그런데 그는 세상이 뛰어난 절기라 인정하는 이 삼절을 항상 천운나월(穿雲拏月), 나려타곤(懶驢打滾), 투석술(投石術)로 깎아내린다. 심지어 동문의 다른 후배들이 제 이름으로 부르는 것도 용납하지 않는다.
[1] 조해도인의 자랑으로 알게 된 송은(松恩)이 방무한을 죽이려는 하후염을 막을 생각에 폭로한다.[2] 신주제파가 여타의 다른 군소 문파와 질적으로 다른 면을 비교할 시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이 점혈법(點穴法)이다. 인체에 혈이 많은 까닭에 독자적으로 발달한 신주제파의 점혈법은 전부 상승 (上乘)의 기예라 천하 각파에서 서로 탐을 낸다. 그러므로 신주제파의 입실제자라면 일찍부터 가르치는 필수 기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방대하며 세세한 만큼 배우기에는 어렵고 까다로운 면이 있는 것은 명백하다. 당연히 하후염은··· 잔꾀가 넘치는 실기(實技)라는 이유로, 실제는 귀찮음에 익히지 않았다. 그 제자들도 점혈법을 모를 수밖에 없으니 적들을 만나면 우선 돌로 깨부순 게 이 때문이기도 하다. 청성 문중에서는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일곱 째인 도운연에게서 듣고 나서야 알게 된다.[3] 먹을 거와 입을 것을 전부 싸들고 잠시 산에 머무는 산행(山行), 속세와 단절할 각오로 모든 것을 산에서 얻으며 생활하는 선행(仙行) 두 가지가 있다.[4] 등무군은 강중삼패(江中三覇), 심호단은 팔악(八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