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대가 첫킬을 못하는 이유

 

지역을 막론하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커뮤니티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떡밥 중 하나가 보스 첫킬인데, 이를 한국 공대가 왜 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떡밥.
와우 같이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전세계에 서버가 존재하고 수백만명이 24시간 쉬지 않고 플레이하는 게임에서 공격대 최종 보스 월드와이드 퍼스트 킬의 영광은 무척이나 값진 것이기 때문에 많은 길드들이 노리고 있으나 유독 한국과 세계 첫킬은 거리가 멀다. The chosen에서 오닉시아를 세계 최초로 잡은 것이 유일한데, 이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서양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편이다. 당시 한국의 오픈 베타 관행 때문에 해외보다 서버가 며칠 일찍 열려 그만큼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널리 알려져 있으나, 사실 우리나라의 오픈베타는 11월 12일, 미국은 11월 7일 오픈이다.
온라인 게임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인데다 폐인력도 역시 크게 딸리지 않는 한국에서 세계 첫 킬을 단 한번도 하지 못한 것은 흥미로운 주제로 와우 관련 커뮤니티에서 수없이 투하된 떡밥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한 이론들로는 아래와 같은 내용들이 있다. 일부는 농담성이 짙으니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말 것.
  • 한국의 서버 시작이 이틀 늦기 때문이다.
서양은 서버 점검 및 패치가 화요일이고, 한국은 목요일이기 때문에 이틀 늦게 레이드를 시작해서 첫킬을 할 기회가 없다는 것. 단순히 생각해 봐도 똑같은 실력의 두 공대의 공략 시작 날짜가 이틀 다르다면 어느 쪽이 더 유리할지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상위 레이드의 경우 세계 첫 킬과 한국 첫 킬 사이의 간격이 이틀이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 테스트서버가 불공평하다.
리치왕의 분노 중반 이후부터는 테스트서버의 신규던전 보스 테스팅을 미국과 유럽 등에서만 제한적으로 하고 한국에서는 충분한 자료를 얻을 수 없다는 이유로 열어주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테스트 서버가 글로벌 서버로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 첫킬 속도는 큰 차이가 없어 역시 충분한 이유는 못 된다.
  • 해외 공대들은 수십명의 대기자를 두고 3~4개의 공대를 쉴새 없이 내내 돌리며 트라이하기 때문이다.
중국쪽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던 일부 공대에서 특정 보스에 적합한 클래스를 10명 넘게 데려가는 등 대륙스러운 풍모를 보여준 것에 기인하여 트라이 횟수 자체가 차원이 다르다는 의견이다. 그런데 정작 엔시디아나 파라곤 같은 길드들은 로스터가 30~40명 수준이라 큰 설득력은 없다.
  • 대부분의 정예 인원들이 군대에 끌려가기 때문이다.
와우에서 공대를 꾸려 본 사람이라면 동의할 법한 설득력 있는 가설 중 하나. 정공을 돌리다 보면 핵심 역할을 맡은 에이스가 군대로 사라지는 경우가 다반사고, 그 구멍이 보통 크게 느껴지는 게 아니기에 마냥 농담만이라고는 할 수 없는 가설이다. 아래의 즐거운 공대의 첫킬 사건의 원인이 그 날 김정일이 죽었기 때문이라는 양덕들의 개드립이 나오면서 왠지 이 가설까지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 유럽은 복지가 좋기 때문에 그렇다.
대부분의 첫킬은 유럽에서 가져가는데, 유럽은 복지가 좋아서 하루 종일 폐인처럼 게임을 해도 되기 때문이라는 이론이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세계 첫킬하는 길드의 길드원들 대부분은 정상적인 학생이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대부분 던전이 처음 나올 때 자기 생활을 희생해서 초반을 빡세게 달릴 뿐 게임에 투자하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으며, 오히려 레이드 공략이 빠르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게임하는 시간이 적을 수도 있다. 실제로 북미섭에서 많은 상위 공대의 공대원들은 레이드 시간에만 접속하고 레이드 시간 끝나면 칼퇴근한다. 물론 새로운 컨텐츠가 나오면 휴가 받아놓고 밤새 레이드를 돌리지만.
  • 해외 공대들은 스폰서를 받기 때문이다.
복지 드립과 유사한 맥락으로, 이 쪽은 프로게임단처럼 월급을 받으며 게임에만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 물론 이 역시 아무런 근거가 없다. 최상위 공대들이 기업들에게서 스폰서를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이 받는 혜택은 공격대 홈페이지에 광고를 실어주는 대가로 PC나 동영상 촬영 장비를 무상 대여받거나 종족변경 등의 유료 서비스 비용을 지원받는 정도로, 결정적인 차이를 가져올 정도가 아니다.[1]
  • 레이드 공략보다는 템 파밍때문이다
세계 최초를 노리기보다는 안전하게 해외 공략을 기다리고 나중에 골드팟이나 굴릴 궁리를 하기 때문에 최초 킬이 나올 수 없다는 의견. 그러나 사실 최상위 정공의 경우 서양 공대들 못지않게 헤딩하며 공략을 시도하므로 딱히 근거는 없다. 일단 이런 인식이 강하기는 하다.
  • 분석의 수준이 다르다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 한국 팬사이트에서 테스트 서버의 새로운 공격대 던전 관련 포스팅은 "이런이런 스킬을 쓰는 것 같다." "공략 동영상을 보자"정도로 시작한다. 하지만 영어권 팬사이트에서는 같은 내용을 CASC 파일을 뜯어서 "스킬이름은 이렇다. 사거리는 이렇다. 데미지는 얼마고 특별한 효과는 이런 것이며 재사용 대기시간은 몇초이다" 라고 알려준다. 영어권 사이트에서 몬스터 정보를 찾으면 사용하는 스킬과 재사용 대기시간, 스킬의 성격 같은 것까지 알 수 있으나 국내 팬사이트에서는 종적도 없다. CASC 추출기 같은 것도 전부 영문권에서 제작한 거지 국내에서 만든건 하나도 없다. 아무 공략도, 지침도 없는 상태에서 저런 정보나마 뜯어내는 곳과 못 뜯어내는 곳의 공략속도가 같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격전의 아제로스 시점에서는 한술 더 떠서, 세계 최정상 공격대인 Method나 Limit 같은 경우 좋은 착귀 장비를 구하기 위해 수천만 골드를 투자하고, 게이밍 하우스에 모여서 방송까지 한다. 게다가 보스 전용 애드온을 제작하며, 공략의 전체 지휘는 공대장이 아닌 전문 코치가 진행한다. 이런 전문 팀을 일반적인 공격대 수준에서 능가한다면 그거야말로 기적일 것이다.

그런데 2011년 12월 18일 새벽 카르가스 서버 얼라이언스의 <즐거운공격대>(KIN Raiders)가 세계 최초로 데스윙의 등 하드모드의 공략에 성공하였고, 이후 12월 20일에는 데스윙의 광기 WFK까지 달성했다. 인벤 뉴스 링크 해외 공략 순위 사이트
정말 예상 외의 WFK이다보니 그 이유를 찾는 경우도 많았는데, 우선 다수의 해외 유명 공대에서 공격대 찾기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하여 계정 블럭을 당했던 상태라는 주장(관련 기사), 한국과 대만 서버는 불의 땅 레이드 인던이 3.5일마다 리셋이라서 타렉고사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도 한 몫 하였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계정 블럭의 경우에는 불의 땅이 열려 있던 기간이 길기 때문에 다수의 유저가 본계정과 부계정의 템렙 차가 크지 않았고, 8일 간 계정제재를 받지 않은 공대들도 즐공이 광기하드를 잡을 동안 등짝 하드조차 못 뚫은 상황이었다. 또한 즐공의 타렉 보유 갯수는 크게 상관이 없는데, 앞서 언급되었듯이 불의 땅이 워낙 오래 열려 있어서 캐스터 중 타렉이 없는 캐릭터가 드문 상황이었다. 심지어 해외 유명 공대의 경우 길드 단위로 타렉 파밍을 몰아서 할 정도였다. 예를 들어 Blood Legion의 경우 타렉고사를 17~19개 갖고 있었는데, 이 정도 숫자면 등짝 공략에 충분한 숫자이다. 즐공의 등짝 하드 공대 구성은 5도적, 7법사였기 때문.(구성) 즉, 즐공의 WFK는 다른 요인과는 상관없이 순수한 실력으로 이루어낸 것이다.

[1] 당장 유럽의 전설적인 유저인 쿤겐도 한창 공대장으로 활동하고 있을 당시 패스트푸드 체인점 직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