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렘헤브
1. 개요
정식 이름은 호르-엠-헤브.[1] 대중적으로는 '''하늘은 붉은 강가의 등장인물'''로 유명하다.
제18왕조의 마지막 파라오가 된 인물이며 원래 평민이었다. 하늘은 붉은 강가에서는 호렘헤브가 파라오가 된 것을 "이집트에 군사정권을 세웠다"라고 짧게 묘사하고 있는데, 실제로도 군사력을 바탕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왕위를 차지한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호렘헤브 이전의 파라오인 아이의 시대에는 낙트민이라는 다른 인물이 후계자로 기록되었기 때문이다.
2. 생애
평민 출신으로 군대에 들어가 실력자가 됐지만 젊은 시절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거의 없다. 군사령관이 된 후 왕의 대리인을 거쳐 마침내 파라오가 되었는데, 아마르나 시기 이후로 이어진 이집트의 혼란을 수습하고 안정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아멘호테프 4세 이후 어린 투탄카멘이 왕위에 올라서 후사도 없이 죽으면서 신관인 아이가 파라오가 되는 등 파라오의 권위가 실추된 것을 우려해서 아들을 낳기 위해 노력했다. 첫 번째 부인 아메니아[2] 는 아이가 없었고 두 번째 아내 무트노지메트[3] 가 임신 중 사망[4] 했으나 무트노지메트 소생이 아닌 다른 아들과 친척이 있었다. 오히려 그가 19왕조의 존경을 얻은 건 아들이 있음에도 람세스에게 왕위를 계승한 점이다. 람세스의 아버지는 군사령관 세티로 어쩌면 호렘헤브는 람세스 아버지 세티의 밑에서 군대에 있었던 인연을 통해 람세스와 친해졌을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호렘헤브가 18왕조의 마지막 파라오가 아니라 19왕조의 창건자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의 공식적인 치세는 무려 59년이나, 그 중 30년은 그의 전임자들인 아케나텐, 스멘크카레, 투탕카멘, 아이의 치세를 가로챈 것이다. 그들을 이단 파라오로 규정하고 기록말살형이 처한 것이다. 그는 왕가의 계곡에 있는 거대한 KV57(57호 무덤)에 안장되었으나, 도굴꾼들에 의해 부장품이 약탈당하고 석관과 기구들이 박살나는 수모를 입었다. 그의 미라는 복구를 거쳐 19왕조 투스레트 여왕과 20왕조 세크나크테의 무덤(KV14)[5] 으로 옮겨졌다는 기록이 벽에 적혀있지만, 그 후에는 어떻게 된 지 알려지지 않았고 현재도 공식적으로 그의 미라로 판명된 미라가 없다. 다만 그의 무덤 내에서는 4~5구의 미라가 발견되었는데 그의 가족들로 보인다.
그의 무덤은 2개인데 그 중 하나는 파라오가 되기 전 사카라에 미리 만들었던 무덤인데, 파라오가 된 후에는 사카라의 무덤 대신 왕가의 계곡에 무덤을 다시 만들었다. 하지만 파라오가 된 후 거기 묻히지도 않을 거면서 사카라의 무덤 벽에 새겨져 있던 자신의 얼굴에 우라에우스[6] 를 덧새기게 했다. 그리고 자신보다 먼저 죽은 두 아내는 사카라에 묻혔는데, 이 무덤은 19세기에 유럽의 탐험가들에 의해 발견되었다가 1975년 재발견되어 1979년까지 발굴 조사를 했다. 이 무덤도 고대에 이미 도굴당하고 19세기 탐험가들에 의해 유린되었지만, 그래도 수준 높은 벽화와 부장품들이 발견되었으며 무트노지메트의 미라가 발견되었다. 왕가의 계곡의 무덤은 1908년 영국의 에드워드 에어튼에 의해 발견되었다.
3. 대중매체
하늘은 붉은 강가에서는 이집트의 군 사령관이자 우세르 람세스의 상관으로 등장하며, 작품 중간에 이집트의 파라오가 된다. 람세스에 비해서는 능력이 상당히 부족해서 무르시리의 좋은 먹이감이 되어 준다. 사실 작중 모습을 봐도 아주 무능하거나 성격이 나쁘게 묘사된 것은 아니며[7]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충분히 건실하고 믿을 만한 지휘관이다. 그냥 적국 대장과 적국 대장 마누라와 직속 부하가 먼치킨이라 비교 대상이 안 좋아서 그렇지... 람세스가 유리를 이집트로 데려갔을 때 유리를 알아볼 뻔했지만 람세스의 재치로 무사히 넘어가기도 했다.[8] 이 장면에서 아내인 무트노지메트도 잠깐 등장한다.
빅터 마추어가 주연한 영화 이집트인[9] 에서는 치즈 장사 아들인 평민 출신에서 군사적 능력으로 왕위에 오른 야심가이자, 의사 출신의 주인공인 친구와 신관들과 모의해서 선왕을 암살하고[10] 친구를 배반한 것으로 묘사된다. 친구[11] 와의 우정도 왕실에 대한 충성도 버린 채 친구의 애인 무트노지메트와의 정략결혼으로 왕위에 오르고 정통성이 있는 친구를 추방하는 결말.
미카 왈타리의 소설 '시누헤'에서는 시누헤의 친구로, 아예 중심인물로 나온다. 여기서는 호렘헤브의 정치적, 군사적 역량이 대단히 강조되어 유능한 인물로 나오는 편.[12] 실제 역사에서 호렘헤브는 아마르나 시기의 혼란을 다독인 인물이고 작중에서도 이렇게 묘사되나, 아마르나 시대를 이끌어낸 아케나톤에 대한 감정은 몹시 미묘한 편. 아케나톤의 이상을 받아들이지도 못하고 현실 감각이 없는 아케나톤이 싸지른 똥을 다 치우느라 아케나톤에게 넌더리를 내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자신이 보호해야 할 파라오로 여기고 있다. 마지막에는 이집트를 위해 아케나톤을 독살하나 마지막까지도 독살된 시신을 자신의 옷으로 감싸준다. 아케나톤의 여동생인 바케타몬에게 한눈에 반했으나 공주인 바케타몬은 신분이 낮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고[13] 급기야 그녀 오빠인 아케나톤을 호렘헤브가 독살, 그녀를 강제로 부인으로 삼은데다 부부 강간으로 둘째를 만들자[14] 참다못한 바케타몬이 온 동네 남자들과 다 자고 다니는 식으로 호렘헤브에게 복수한다. 주인공인 시누헤의 말로는 그 갈등을 감추기 위해 더 열심히 파라오로서 일한 것 같다고.
[1] '호루스가 축제를 열다'라는 의미라고 한다.[2] 출신은 알려진 게 없지만 아이의 딸이자 네페르티티의 동생이라는 설이 있다.[3] 네페르티티의 동생이다.[4] 미이라에 태아가 들어있었다.[5] 원래는 투스레트의 무덤인데 세크나크테가 뺏어버린 것이다.[6]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의 왕권을 상징하는 코브라 모양의 장식이다. 대표적으로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 머리 부분에 잇는 코브라가 바로 우라에우스이다.[7] 다만 황태후 네페르타리의 전횡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단점이 존재한다.[8] 카일의 후궁인 유리를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어디서 본 거 같은데...'하고 말을 걸었으나 '파라오여, 너무나도 상투적인 유혹의 문구입니다'하고 농담하는 바람에 입을 다문다.[9] 국내에 출시된 해적판 DVD 제목은 무려 '이집트의 왕자'.[10] 사실 선왕인 아이 자신도 죽기를 바라고 주인공에게 자살약을 요구했다.[11] 스포일러지만 주인공은 어려서 강가에 버려진 아이로 나중에 무트노지메트의 대사에 따르면 선왕인 아멘호테프 4세의 미이라와 얼굴이 상당히 닮았다고 한다. 즉 왕가의 사생아.[12] 작중에 전쟁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여기서 지휘권은 호렘헤브가 다 쥐고 있으므로 대부분 지휘한 것으로 나온다.[13] 사실 작중 묘사로 보면 원래는 좀 끌리긴 했던 것 같다. 자존심 때문에 부인했던 모양.[14] 부인이 첫째아들을 낳아준 후 자기는 할만큼 해줬으니 더이상 나에게 뭘 요구하지 말라고 했는데 약을 먹여 재워놓고 강간해서 임신시킨다. 물론 부부 강간이나 데이트 강간의 개념이 없던 고대라는 점은 참작해야 하나,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오빠를 죽인 남자가 힘으로 자기를 부인 삼은 것도 모자라 강간까지 하니 분노할 만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