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닷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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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목 닷거미과 닷거미속에 닷거미의 일종.
학명은 ''Dolomedes sulfureus''.
영어로는 닷거미를 '고기를 낚는다'는 의미에서 fishing spider, dock spider, raft spider 등으로 부르며, 육아 그물을 치기 때문에 nursery web spider라고 부르는 무리(닷거미과)에도 포함된다. '낚시'를 하는 종은 물가에 가서 발끝으로 수면을 톡톡 두드리고는 물고기가 벌레라도 빠졌나 싶어 올라오면 그대로 잡아채는데, 유튜브에서 그러한 영상을 볼 수 있다.[1]
남궁준 선생의 <한국의 거미> 도감에 수록된 바로는 몸길이 최대치(암컷)가 28밀리미터로 되어 있다. 다리도 길어서 전체 길이는 7~8센티미터 정도 된다. 이렇게 커다란 거미가 그물을 치지 않고 뛰어다니며 사냥을 하는 모습을 처음 보면 경탄하게 된다.
체색은 다양한 편으로, 기본적으로는 이름처럼 누런 계통이지만 짙은 갈색, 불그스름한 색 등도 있고 또한 무늬가 뚜렷한 개체가 있는가 하면 거의 무늬가 없는 개체도 있다. 바탕색에 따라 무늬의 색 역시 차이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붉은 회색 기운이 약간 도는 개체가 가장 강렬해서 호랑이를 연상케 한다. 등딱지의 무늬는 앞에서 보면 거미 얼굴, 뒤에서 보면 벌의 얼굴을 연상케 하고 다리에는 띠무늬가 있다.
가장 특이한 체색변이로 줄무늬형이 있다. 이런 개체들은 머리 끝에서 꽁무니까지 짙은 색의 넓은 띠가 있고 그 양옆으로 흰색에 가까운 좁은 띠가 나 있다. 그런데 마지막 탈피를 하면 이 띠가 희미해져서 거의 보이지 않는 개체도 있다. 근연종 중에 가는줄닷거미라는 종이 있는데 외관상 황닷거미 줄무늬형과 구분이 어렵다고 한다.[2] 양옆 밝은 색 띠의 폭이 구분 포인트.
황닷거미와 가장 혼동되는 것이 서성거미류이다. 형태도 비슷하고 체색도 누리끼리해서 황닷거미 아성체(덜 자란 개체)로 착각하기 쉽다. 같은 닷거미과에 속하지만 속(屬, genus)이 다르다.
주로 물가의 양지바른 풀숲에 사는데 이는 사촌(근연종)인 줄닷거미나 먹닷거미와 크게 차별된다. 이들 종은 물가 바위틈이나 굴속 등 어둡고 축축한 곳에 살기 때문인데, 체색도 검은색에 가깝다. 오히려 같은 과이지만 속이 다른(6촌 격) 서성거미속(''Pisaura'')의 종들이 황닷거미와 서식 환경이 비슷하고 성격도 닮았다.
따스한(주로 번성하는 계절인 여름에는 뜨거운!) 햇볕 아래 풀잎, 나뭇잎 위에서 다리를 쭉 뻗고 엎드려 있는 만큼 느긋한 성격 또한 사육이 쉬운 이유이다. 어두운 곳에 사는 그 사촌들은 훨씬 예민하다.
다만 그렇다고 황닷거미가 마냥 "나 잡아 잡슈!" 하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발소리가 울리거나 수풀이 흔들리면 재빨리 숨어 버리는데,[3] 그래 봤자 잎새 뒤로 살짝 숨거나, 혹은 가지 뒤에 몸을 감춘다. 심지어 잎 뒤에 숨은 놈을 건드리면 다시 앞면으로 나와 숨는(?) 식이어서 정말 태평하고 천연덕스럽게 느껴질 정도. 하지만 때로는 쓸데없이 움직여 들통나느니 그렇게 가장 가까운 곳에 몸을 숨긴 뒤 조용히 있는 게 훨씬 낫다. 문제는 인간이라는 동물의 관찰력과 유추 능력이 뛰어나서 들킬 수 있다는 것이지, 다른 동물이라면 쉽게 속일 수 있을 것이다.
황닷거미는 주로 건조한 풀잎 위에 살지만 영어로 dock spider나 raft spider로도 불리는 닷거미류의 한 종답게 물도 좋아한다. 물위에서는 소금쟁이처럼 발끝으로 떠 있는데 이동할 때는 수상스키를 타듯 미끄러져서 간다. 다만 개체에 따라서는, 혹은 건강 상태에 따라서는 물에 넣으면 기겁을 하며 똥을 싸지르는 녀석도 있다.
거미는 많이 먹으면 그만큼 배는 엄청나게 커진다. 배가 잔뜩 졸아들었을 때와 최대로 팽창했을 때의 차이가 매우 큰데, 게와 같이 딱딱한 외골격을 가진 절지동물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거미류는 배가 매우 부드러워서 가능한 일이다.[4] 또한 황닷거미는 먹이를 먹는 방법이 흔히 알려진 거미들과는 다르다. 인터넷 백과사전 등 많은 자료에서는 "거미는 먹이를 씹지 않고 독소로 체내를 녹여 빨아 먹는다"고 되어 있는데 모든 종이 그런 것은 아니다.
황닷거미는 배가 부르지 않은 이상 먹이를 질근질근 씹어서[5] 외피까지 거의 다 먹어치운다. 남는 것은 날개와 다리뿐이다. 물론 딱정벌레 등 외피가 단단한 먹이라면 내용물만 먹을 것이다. 파리의 경우 몸집은 작지만 외피가 완전히 용해되지 않는지 약간의(좁쌀 정도 크기) 찌꺼기를 남긴다. 반면 훨씬 덩치가 큰 메뚜기목 곤충이나 바퀴벌레는 거의 싹 먹어치우는데, 아마 다른 곤충보다 외피가 부드러워서일 것으로 보인다. 사실 거미의 이빨(''협각'')은 곤충의 구기처럼 양쪽 이빨이 대칭으로 마주보는 구조가 아니다. 마치 사람의 검지와 중지를 약간 벌리고 구부린 것과 같은 형태라서 씹는 작용을 하기에는 좋지 않다. 그런 까닭에 주로 내용물만 빨아 먹는 쪽으로 진화했다. 다만 닷거미류는 그 성치 않은(?) 이빨로 오랜 시간 질근질근 공들여서 껍데기까지 거의 다 녹여 삼킨다. 바위틈에 살면서 구멍 앞쪽에 부채꼴 그물을 치는 한국깔때기거미나 풀잎, 관목에 융단 같은 그물을 치는 풀거미류도 때로는 먹이를 얼마쯤 형태를 훼손시키는데, 이들은 정주성 거미라고 해도 그물에 매달려 사는 왕거미류나 무당거미와 달리 다리가 튼튼하고 따라서 지상에서도 빠르게 달릴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쩌면 먹이를 구하기 어려운 쪽일수록 더 남기지 않고 먹는 기능이 발달한 것인지도 모른다.[6] 왕거미류는 그물만 쳐 놓으면 수많은 곤충들이 걸린다. 반면 풀잎 위에서 살며 그물도 치지 않고 먹이를 찾아다니지도 않는 '거미계의 게으름뱅이' 황닷거미는 가장 먹이를 구하기 어려운 종에 속한다. 바로 앞에 메뚜기 같은 풀벌레가 나타나거나, 또는 운 좋게(먹이 입장에서는 운 나쁘게!) 날아든 곤충 같은 것만 잡아먹을 수 있으니까. 다만 같은 닷거미과이고 같은 환경에 산다고 해도 훨씬 체구가 작은 서성거미류는 먹이를 다 먹지 않는 편이다. 거미의 먹이활동에 대해 또 하나 잘못(정확하게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이 "거미는 죽은 동물은 먹지 않는다"라는 것인데 이 또한 예외가 존재한다. 닷거미류는 배가 고프면 전에 대충 먹고 버렸던 찌꺼기를 주워 먹기도 한다.서성거미도 아주 배가 고프면 죽은 곤충을 건드리기도 한다.
황닷거미는 기동성이 매우 뛰어나다. 긴 다리 때문에 날렵한 동작을 하지 못할 것처럼 보이고 또한 체형이 비슷한, 그물을 치는 종들의 움직임도 그래서(거기다 왕거미류나 무당거미 등 사람들 눈에 가장 많이 띄는 종들부터가 그러하기에)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황닷거미는 성체의 경우 도약 거리가 수십 센티미터에 이르기도 하고, 성이 나면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기도 한다. 깡충거미만 점프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 단, 이것을 기동성이라고 할 수는 없고, 황닷거미는 제자리 180도 회전도 가능하고 벽면에 붙은 상태에서 등 뒤에 벌레가 접근하면 수직 축으로 빠르게 회전해서 순식간에 잡아채기도 한다. 그 긴 다리를 가진 동물이 그런 기동성을 보이는 것은 놀라울 따름이다.
한마디로 곡예사라고 할 수 있다. 곡예사라면 깡충거미도 빼놓을 수 없는데, 깡충거미의 곡예는 주로 천장에 붙어서 줄을 이용해 사냥을 하는 것으로 서커스의 공중그네를 연상케 한다. 곡예사라는 호칭을 깡충거미에게 양보한다면 황닷거미는 무도가라고 할 수 있다. 먹잇감이 뒤쪽에서 접근하면 앞에 말했듯이 제자리에서 180도 회전하면서 잡아챈다. 이렇듯 사냥할 때는 매우 민첩하고 동작이 예리하지만 평소에는 느릿느릿 걸어다닌다. 물론 거의 한 자리에 붙어 있는 특성이 있어 웬만해서는 돌아다니지도 않지만. 또한 섣불리, 괜히 체력을 소모하면서 먹잇감을 쫓지 않는다.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가 단방에 승부를 거는 매복형 사냥꾼이다. 공격에 실패하면 한 번쯤 더 달려들지만 그래도 실패하면 포기하는 편이다.[7] 다만 개체에 따라서는 이리저리 수색을 하기도 한다.
크기 때문에 흔히 농발거미와 비교되고는 하는데 농발거미류는 주로 남쪽 제주도 등지에 살기 때문에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 이상 내륙에서는 구경하기가 힘들다. 단, 이 둘은 분류상 거리가 멀다. 또한 농발거미는 다리가 옆으로 벌어진 게걸음 형태이고 황닷거미는 다리를 앞뒤로 뻗고 정상(?) 보행이다. 특히 편히 쉴 때의 모습을 보면 다리를 쭉 뻗고 있다. 산왕거미와 크기가 비교될 수도 있지만 둘은 습성이 다르므로..[8]
절지동물은 단단한 외피, 즉 외골격을 가진 까닭에 체구가 더 커지기 위해서는 허물을 벗어야 한다. 거미 역시 허물을 벗는데, 허물을 벗을 때 취하는 방법도 종(분류군)에 따라 다른데 집을 짓는 거미는 그냥 그물에서 탈피하면 되고, 깡충거미류는 둥지를 만들어 그 속에서 탈피한다. 작고 귀여운 깡충거미와는 반대로 가장 큰 덩치로 유명한 타란툴라도 둥지 속에서 탈피한다.
이때는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되어 매우 위험하다.''' 일단 기존의 껍데기 속에서 새로운 몸을 꺼내는 것부터가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데 거기다 '속살'이 워낙 부드러워서 사람에 비유하자면 알몸으로 정글에 던져진 셈이다. 그나마 사람은 알몸으로도 잘 움직이지만 내골격이 없는 거미(뿐 아니라 다른 절지동물도)는 그러지도 못한다. 그럴 때는 다른 벌레(개미 등)가 와서 뜯어 먹으면 그냥 죽음이다.
닷거미류는 풀잎 따위에 매달려 허물을 벗음으로써 그런 위험을 방지한다. 또한 황닷거미 등은 체구가 크고 그만큼 무겁기도 해서, 꼭 외적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뭔가에 매달려 탈피해야 한다. 바닥에서 탈피할 경우 자신의 무게에 눌려 다리가 엉망이 되기 때문이다. 처음 허물에서 빠져나온 다리는 문어 같은 연체동물과 다를 바가 없다. 연체동물은 그 부드러운 다리가 본연의 것이므로 문제가 아니지만 절지동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새로운 외피가 생기는데, 만약 다리가 엉키거나 뒤틀린 상태에서 그대로 굳어 버리면 한마디로 장애가 된다. 절룩거리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움직이지 못하는데, 자연 생태계에서 장애는 곧 죽음이다. 특히 포식자는 더욱 그렇다. 육식성 동물이라도 시체건 찌꺼기건 닥치는 대로 주워 먹는 동물이라면 어찌어찌 운 좋게 살 수 있을지 모르지만 거미는 살아 있는 동물을 잡아먹으므로 사냥을 못하면 끝장이다.
닷거미류는 체구도 큰 데다 다리가 매우 길어서 이런 위험에 처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매달려서 허물을 벗어야 하는데 이때 모든 다리를 위쪽으로 모은 상태로 서서히 몸을 빼낸다. 재수없게 탈피 중에 바닥에 떨어진 개체도 있는데 도울 방법이 없다. 앞에서 말했듯이 탈피할 때가 거미에게는 가장 위험한 때이고, 따라서 극도로 예민해져 있다. 사람이 건드리면 쇼크사한다. 거미가 사람처럼 쇼크사한다면 믿어지지 않겠지만 실제로 탈피에 실패한 거미를 건드리면 곧 죽는다. 그냥 놔두면 물론 바로 죽지는 않지만 결국은 죽게 된다. 탈피에 실패해서 고통을 받으며 공포에 젖어 쩔쩔매느니 차라리 빨리 죽는 게 나을 것다.[9] 때로는 아예 탈피가 되지 않아서 실패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습도 및 체내의 수분 상태와 관련이 있다. 사육 시에 날씨도 건조하고 물도 공급하지 않았을 때 몇몇 개체가 모두 탈피에 실패했다. 외골격에서 다리를 빼낼 때 수분이 부족해서 그랬던 듯하다. 이후 빼먹지 않고 종종 물을 준 개체들은 단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다.
이렇게 계속 먹고 빠르게 자라서 성체가 되면 수컷은 먹성이 확 줄어드는 반면 암컷은 여전히 열심히 먹는다. 알을 낳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몸 전체 대비 배 부분이 차지하는 비율에 있어 암수의 차이가 매우 큰데 이는 모든 거미 종이 마찬가지다. 따라서 일단 배의 형태만으로도 얼마쯤 암수를 구분할 수 있다. 닷거미류 암컷은 배가 잔뜩 불러지면 산란을 하는데, 짝짓기를 하지 않았을 경우 무정란을 낳는다. 영어명 중에 '육아그물거미'라는 별칭도 있다고 했지만, 사실 거미류 중에는 자식을 돌보는 종이 많다. 정주성(집을 짓고 한 자리에 머무는 습성) 거미라면 그물로 보호하기도 하고, 깡충거미는 정주성이 아니지만 둥지 같은 것을 만들어 그 안에 알을 낳고, 떠돌이인 늑대거미류는 배 밑에 알주머니를 달고 다니며 알이 부화하면 바글바글하게 등에 업고 다닌다. 하지만 닷거미류는 알주머니를 이빨로 꽉 물어서 보호한다. 알주머니의 크기는 개체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대략 지름이 10밀리미터 남짓한데 최대치는 14밀리미터였다. 닷거미과의 알주머니는 공처럼 둥근데, 바닥에서는 이런 형태를 만들 수 없으므로 산란 시에만 그물을 치는 것이다. 즉 허공에서 줄에 의지해 공사를 하는 셈. 그렇다면 그 둥근 형태는 어떻게 만들까? 먼저 꽁무니에서 실을 뽑아 두툼한 원반형으로 만든다. 다음은 거기에 알을 낳고, 그것을 감싸면서 계속 꽁무니로 '찜'을 하여 둥근 형태로 만든다. 알주머니 하나를 만드는데 찜을 수천 번은 하는 듯하다. 정말 그 모습을 보면 모성애가 진하게 느껴진다.
알이 부화할 때가 되면 육아그물을 치고 알주머니를 옆에 매달아 놓는다. 그러면 부화한 유체들은 그물로 이동해 자라는데, 이것은 어미가 새끼를 보호하는 한편으로 먹이가 걸려 새끼들이 먹을 수 있도록 하는, 말 그대로 육아실 구실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야생에서는 이렇게 육아그물을 친 것을 볼 수 있는데 황닷거미 외에 서성거미의 육아그물도 볼 수 있었다.
열심히 먹고 빨리 성장하는 동물들이 성체가 되는 것도 빠른것은 동물들의 클리셰라고 할수 있는데, 황닷거미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황닷거미의 수명은 1년 이내로 알려져 있다.
황닷거미는 거미 애호가들 사이에서 애완 거미로서의 인기가 매우 높다. 인기가 높은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비교적 구하기 쉽고, 또한 기르기 쉽다는 것이다.[10] 다만 구하기 쉽다고는 해도 왕거미나 무당거미 등처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인가 주변에 살지 않고 어느 정도 서식 환경이 맞아야 하니까. 잘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있는 습성 또한 기르기 쉬운 이유의 하나이다. 잘 달아나지도 않고 성체의 경우 워낙 커서 통에서 튀어나간다 해도 놓칠 염려는 별로 없다. 막 달아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얼마쯤 가다 멈춘다. 워낙 느긋한 성격이라 단조로운 통에 넣어도 잘 지내지만 키우는 사람에 따라서 물을 넣어 반은 물, 반은 육지인 환경을 조성해 주기도 한다.역시 대다수 사람들은 크기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황닷거미는 한국에서 대형종에 속한다. 먹성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이 거미 종을 기르는 애호가들이 입 모아 하는 소리가 그것. '''"계속 먹고 계속 탈피한다."''' 심하면 일주일 간격으로 탈피한 개체도 있다고 한다.
사육자들에 의하면 먹성이 좋다고 한다. 얼마나 먹이를 밝히는가 하면, 뭔가를 먹다가 위협적인 존재가 다가오면 그 먹이가 무겁다 해도 악착같이 물고 달아난다. 어지간한 동물이라면 목숨이 우선이니까 먹이 따위는 두고 달아날 텐데. 사람에게 잡혀서도 끝까지 먹이를 놓지 않으니 그럴 때는(기르려고 한다면) 당장 '오늘 저녁 식사를 차려 줘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한창 식욕이 왕성할 때는 자기 몸집만 한 바퀴벌레를 먹어 치우고도 작은 먹이(파리 따위)를 주면 또 먹는다. 그만큼 배는 엄청나게 커진다.
국내 거미 애호가들에게 있어 황닷거미의 인기가 높은 이유 중에는 관찰이 용이하다는 점에도 있다. 풀거미류처럼 집을 짓는 거미는 터널 같은 보금자리로 먹이를 끌고 들어가서 관찰이 용이하지 않고, 깡충거미는 너무 작은 데다 그냥 먹이를 물고 쭉쭉 빨아먹는 식이라 딱히 구경거리가 없다. 그에 반해 황닷거미는 저런 온갖 '쇼'를 보여 주기에 레퍼토리가 다양하고 구경거리도 많은 것이다. 사촌인 먹닷거미 등은 자연 상태라면 어두운 곳에 숨을 수도 있지만 사람이 사육하는 환경에서는 투명한 통에 들어 있으므로 역시 관찰이 가능하다. 다만 심리적 안정을 위해 어느 정도 몸을 숨길 만한 물건을 넣어 줄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황닷거미는 말 그대로 '백주 대낮'에 훤히 트인 곳에서 활동하는 종이라 그리 민감하지도 않고 그만큼 볼거리도 많다. 거미는 따로 물을 먹이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종에 따라서는 먹여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닷거미류도 여기 속한다. 물을 뿌려 주면 쭉쭉 빨아먹는 모습을 육안으로도 볼 수 있다. 산란을 한 거미는 알주머니가 부화할 때까지 아무 것도 먹을 수 없는데, 무정란은 부화하지 않으므로 마냥 그러고 있다가 탈진해 죽는다. 다만 잎이 붙은 나뭇가지를 넣어 안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주면 슬쩍 알을 내려놓고 쉬기도 하는데 그럴 때 기습적으로 빼앗는 방법이 있다. 단, 조금이라도 낌새가 보이면 바로 알을 물어 버리므로 잽싸게 어미와 알주머니를 떼어놓아야 한다. 자칫 거미가 다칠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도록 거미를 다루는 손놀림이 익숙해져 있어야 한다. 더 좋은 방법은 알을 낳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이다. 떠돌이 거미에 속하는[11] 닷거미가 그물을 치기 시작하면 산란할 조짐이므로 그물을 거두어 버린다.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아예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즉 알을 낳지 못하게 하는 것인데, 급식을 조절하는 것이 그것. 다만 이럴 경우에는 사육의 재미도 반감되어 버린다는 것이 문제. 먹이활동 외에는 거의 움직이지도 않는 데다 먹이를 주는 재미마저 없으면? 또한 앞에서 말했듯이 거미의 배는 신축성이 매우 좋아서 많이 먹일수록 더 커지는데, 아무래도 크기를 중시하는 사람들의 욕구에는 위배가 된다. 자기가 기르는 동물이 최대치이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같다. 어쨌든 사전 예방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왜냐하면 알주머니를 빼앗는다 해도 '또' 산란을 하기 때문이다. 보통 거미는(그밖에 곤충 따위도) 한 번 알을 낳고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최대 3번까지 산란하기도 했다. 또한 황닷거미가 아무리 느긋한 성격이라고 해도 산란할 때가 되면 몹시 예민해져서 신경질적으로 변하는데,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아예 급식 조절로 산란을 예방하는 게 낫다.
다만 황닷거미를 기르는 사람들이 단점으로 꼽는 것은 그 수명이 짧다는 것이다. 열심히 먹이를 주면서 키운 기특한 녀석이 1년만에 죽는다면 아쉽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예외도 있다. 한 거미 애호가가 기르던, 만만치 않게 덩치가 큰 상대조차도 겁 없이 달려들어 제압하던 용맹스러운 개체가 갑자기 먹성이 확 떨어진 사례가 있다. 따라서 이미 다 자랐나 보다 싶었는데, 이후 다른 개체들이 더 허물을 벗고 성체가 되어 '늙어' 죽었음에도 녀석만은 살아 있었다. 그해 내내 먹이활동이 부실하더니, 다음해 봄이 되자 다시 식욕이 왕성해지면서 두 번 더 탈피를 했고, 이후 다섯 달 정도를 더 살았다. 처음 자연에서 데려올 때의 몸길이가 10밀리미터 정도였으므로 이미 그때도 몇 달은 되었을 텐데, 그 뒤로 2년을 넘게 더 산 것이다. 따라서 거의 2년 반 가까이 살았다고 짐작할 수 있다. 이 역시 특별하게 수명이 길다기보다는 먹이활동을 뜸하게 해서(더욱이 겨울에는 아예 먹지를 않아서) 성장이 지연되었기 때문에 오래 산 것이다.
1. 개요
거미목 닷거미과 닷거미속에 닷거미의 일종.
학명은 ''Dolomedes sulfureus''.
2. 상세
영어로는 닷거미를 '고기를 낚는다'는 의미에서 fishing spider, dock spider, raft spider 등으로 부르며, 육아 그물을 치기 때문에 nursery web spider라고 부르는 무리(닷거미과)에도 포함된다. '낚시'를 하는 종은 물가에 가서 발끝으로 수면을 톡톡 두드리고는 물고기가 벌레라도 빠졌나 싶어 올라오면 그대로 잡아채는데, 유튜브에서 그러한 영상을 볼 수 있다.[1]
남궁준 선생의 <한국의 거미> 도감에 수록된 바로는 몸길이 최대치(암컷)가 28밀리미터로 되어 있다. 다리도 길어서 전체 길이는 7~8센티미터 정도 된다. 이렇게 커다란 거미가 그물을 치지 않고 뛰어다니며 사냥을 하는 모습을 처음 보면 경탄하게 된다.
체색은 다양한 편으로, 기본적으로는 이름처럼 누런 계통이지만 짙은 갈색, 불그스름한 색 등도 있고 또한 무늬가 뚜렷한 개체가 있는가 하면 거의 무늬가 없는 개체도 있다. 바탕색에 따라 무늬의 색 역시 차이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붉은 회색 기운이 약간 도는 개체가 가장 강렬해서 호랑이를 연상케 한다. 등딱지의 무늬는 앞에서 보면 거미 얼굴, 뒤에서 보면 벌의 얼굴을 연상케 하고 다리에는 띠무늬가 있다.
가장 특이한 체색변이로 줄무늬형이 있다. 이런 개체들은 머리 끝에서 꽁무니까지 짙은 색의 넓은 띠가 있고 그 양옆으로 흰색에 가까운 좁은 띠가 나 있다. 그런데 마지막 탈피를 하면 이 띠가 희미해져서 거의 보이지 않는 개체도 있다. 근연종 중에 가는줄닷거미라는 종이 있는데 외관상 황닷거미 줄무늬형과 구분이 어렵다고 한다.[2] 양옆 밝은 색 띠의 폭이 구분 포인트.
황닷거미와 가장 혼동되는 것이 서성거미류이다. 형태도 비슷하고 체색도 누리끼리해서 황닷거미 아성체(덜 자란 개체)로 착각하기 쉽다. 같은 닷거미과에 속하지만 속(屬, genus)이 다르다.
3. 서식지
주로 물가의 양지바른 풀숲에 사는데 이는 사촌(근연종)인 줄닷거미나 먹닷거미와 크게 차별된다. 이들 종은 물가 바위틈이나 굴속 등 어둡고 축축한 곳에 살기 때문인데, 체색도 검은색에 가깝다. 오히려 같은 과이지만 속이 다른(6촌 격) 서성거미속(''Pisaura'')의 종들이 황닷거미와 서식 환경이 비슷하고 성격도 닮았다.
따스한(주로 번성하는 계절인 여름에는 뜨거운!) 햇볕 아래 풀잎, 나뭇잎 위에서 다리를 쭉 뻗고 엎드려 있는 만큼 느긋한 성격 또한 사육이 쉬운 이유이다. 어두운 곳에 사는 그 사촌들은 훨씬 예민하다.
다만 그렇다고 황닷거미가 마냥 "나 잡아 잡슈!" 하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발소리가 울리거나 수풀이 흔들리면 재빨리 숨어 버리는데,[3] 그래 봤자 잎새 뒤로 살짝 숨거나, 혹은 가지 뒤에 몸을 감춘다. 심지어 잎 뒤에 숨은 놈을 건드리면 다시 앞면으로 나와 숨는(?) 식이어서 정말 태평하고 천연덕스럽게 느껴질 정도. 하지만 때로는 쓸데없이 움직여 들통나느니 그렇게 가장 가까운 곳에 몸을 숨긴 뒤 조용히 있는 게 훨씬 낫다. 문제는 인간이라는 동물의 관찰력과 유추 능력이 뛰어나서 들킬 수 있다는 것이지, 다른 동물이라면 쉽게 속일 수 있을 것이다.
황닷거미는 주로 건조한 풀잎 위에 살지만 영어로 dock spider나 raft spider로도 불리는 닷거미류의 한 종답게 물도 좋아한다. 물위에서는 소금쟁이처럼 발끝으로 떠 있는데 이동할 때는 수상스키를 타듯 미끄러져서 간다. 다만 개체에 따라서는, 혹은 건강 상태에 따라서는 물에 넣으면 기겁을 하며 똥을 싸지르는 녀석도 있다.
4. 특징
거미는 많이 먹으면 그만큼 배는 엄청나게 커진다. 배가 잔뜩 졸아들었을 때와 최대로 팽창했을 때의 차이가 매우 큰데, 게와 같이 딱딱한 외골격을 가진 절지동물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거미류는 배가 매우 부드러워서 가능한 일이다.[4] 또한 황닷거미는 먹이를 먹는 방법이 흔히 알려진 거미들과는 다르다. 인터넷 백과사전 등 많은 자료에서는 "거미는 먹이를 씹지 않고 독소로 체내를 녹여 빨아 먹는다"고 되어 있는데 모든 종이 그런 것은 아니다.
황닷거미는 배가 부르지 않은 이상 먹이를 질근질근 씹어서[5] 외피까지 거의 다 먹어치운다. 남는 것은 날개와 다리뿐이다. 물론 딱정벌레 등 외피가 단단한 먹이라면 내용물만 먹을 것이다. 파리의 경우 몸집은 작지만 외피가 완전히 용해되지 않는지 약간의(좁쌀 정도 크기) 찌꺼기를 남긴다. 반면 훨씬 덩치가 큰 메뚜기목 곤충이나 바퀴벌레는 거의 싹 먹어치우는데, 아마 다른 곤충보다 외피가 부드러워서일 것으로 보인다. 사실 거미의 이빨(''협각'')은 곤충의 구기처럼 양쪽 이빨이 대칭으로 마주보는 구조가 아니다. 마치 사람의 검지와 중지를 약간 벌리고 구부린 것과 같은 형태라서 씹는 작용을 하기에는 좋지 않다. 그런 까닭에 주로 내용물만 빨아 먹는 쪽으로 진화했다. 다만 닷거미류는 그 성치 않은(?) 이빨로 오랜 시간 질근질근 공들여서 껍데기까지 거의 다 녹여 삼킨다. 바위틈에 살면서 구멍 앞쪽에 부채꼴 그물을 치는 한국깔때기거미나 풀잎, 관목에 융단 같은 그물을 치는 풀거미류도 때로는 먹이를 얼마쯤 형태를 훼손시키는데, 이들은 정주성 거미라고 해도 그물에 매달려 사는 왕거미류나 무당거미와 달리 다리가 튼튼하고 따라서 지상에서도 빠르게 달릴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쩌면 먹이를 구하기 어려운 쪽일수록 더 남기지 않고 먹는 기능이 발달한 것인지도 모른다.[6] 왕거미류는 그물만 쳐 놓으면 수많은 곤충들이 걸린다. 반면 풀잎 위에서 살며 그물도 치지 않고 먹이를 찾아다니지도 않는 '거미계의 게으름뱅이' 황닷거미는 가장 먹이를 구하기 어려운 종에 속한다. 바로 앞에 메뚜기 같은 풀벌레가 나타나거나, 또는 운 좋게(먹이 입장에서는 운 나쁘게!) 날아든 곤충 같은 것만 잡아먹을 수 있으니까. 다만 같은 닷거미과이고 같은 환경에 산다고 해도 훨씬 체구가 작은 서성거미류는 먹이를 다 먹지 않는 편이다. 거미의 먹이활동에 대해 또 하나 잘못(정확하게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이 "거미는 죽은 동물은 먹지 않는다"라는 것인데 이 또한 예외가 존재한다. 닷거미류는 배가 고프면 전에 대충 먹고 버렸던 찌꺼기를 주워 먹기도 한다.서성거미도 아주 배가 고프면 죽은 곤충을 건드리기도 한다.
황닷거미는 기동성이 매우 뛰어나다. 긴 다리 때문에 날렵한 동작을 하지 못할 것처럼 보이고 또한 체형이 비슷한, 그물을 치는 종들의 움직임도 그래서(거기다 왕거미류나 무당거미 등 사람들 눈에 가장 많이 띄는 종들부터가 그러하기에)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황닷거미는 성체의 경우 도약 거리가 수십 센티미터에 이르기도 하고, 성이 나면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기도 한다. 깡충거미만 점프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 단, 이것을 기동성이라고 할 수는 없고, 황닷거미는 제자리 180도 회전도 가능하고 벽면에 붙은 상태에서 등 뒤에 벌레가 접근하면 수직 축으로 빠르게 회전해서 순식간에 잡아채기도 한다. 그 긴 다리를 가진 동물이 그런 기동성을 보이는 것은 놀라울 따름이다.
한마디로 곡예사라고 할 수 있다. 곡예사라면 깡충거미도 빼놓을 수 없는데, 깡충거미의 곡예는 주로 천장에 붙어서 줄을 이용해 사냥을 하는 것으로 서커스의 공중그네를 연상케 한다. 곡예사라는 호칭을 깡충거미에게 양보한다면 황닷거미는 무도가라고 할 수 있다. 먹잇감이 뒤쪽에서 접근하면 앞에 말했듯이 제자리에서 180도 회전하면서 잡아챈다. 이렇듯 사냥할 때는 매우 민첩하고 동작이 예리하지만 평소에는 느릿느릿 걸어다닌다. 물론 거의 한 자리에 붙어 있는 특성이 있어 웬만해서는 돌아다니지도 않지만. 또한 섣불리, 괜히 체력을 소모하면서 먹잇감을 쫓지 않는다.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가 단방에 승부를 거는 매복형 사냥꾼이다. 공격에 실패하면 한 번쯤 더 달려들지만 그래도 실패하면 포기하는 편이다.[7] 다만 개체에 따라서는 이리저리 수색을 하기도 한다.
크기 때문에 흔히 농발거미와 비교되고는 하는데 농발거미류는 주로 남쪽 제주도 등지에 살기 때문에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 이상 내륙에서는 구경하기가 힘들다. 단, 이 둘은 분류상 거리가 멀다. 또한 농발거미는 다리가 옆으로 벌어진 게걸음 형태이고 황닷거미는 다리를 앞뒤로 뻗고 정상(?) 보행이다. 특히 편히 쉴 때의 모습을 보면 다리를 쭉 뻗고 있다. 산왕거미와 크기가 비교될 수도 있지만 둘은 습성이 다르므로..[8]
5. 탈피
절지동물은 단단한 외피, 즉 외골격을 가진 까닭에 체구가 더 커지기 위해서는 허물을 벗어야 한다. 거미 역시 허물을 벗는데, 허물을 벗을 때 취하는 방법도 종(분류군)에 따라 다른데 집을 짓는 거미는 그냥 그물에서 탈피하면 되고, 깡충거미류는 둥지를 만들어 그 속에서 탈피한다. 작고 귀여운 깡충거미와는 반대로 가장 큰 덩치로 유명한 타란툴라도 둥지 속에서 탈피한다.
이때는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되어 매우 위험하다.''' 일단 기존의 껍데기 속에서 새로운 몸을 꺼내는 것부터가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데 거기다 '속살'이 워낙 부드러워서 사람에 비유하자면 알몸으로 정글에 던져진 셈이다. 그나마 사람은 알몸으로도 잘 움직이지만 내골격이 없는 거미(뿐 아니라 다른 절지동물도)는 그러지도 못한다. 그럴 때는 다른 벌레(개미 등)가 와서 뜯어 먹으면 그냥 죽음이다.
닷거미류는 풀잎 따위에 매달려 허물을 벗음으로써 그런 위험을 방지한다. 또한 황닷거미 등은 체구가 크고 그만큼 무겁기도 해서, 꼭 외적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뭔가에 매달려 탈피해야 한다. 바닥에서 탈피할 경우 자신의 무게에 눌려 다리가 엉망이 되기 때문이다. 처음 허물에서 빠져나온 다리는 문어 같은 연체동물과 다를 바가 없다. 연체동물은 그 부드러운 다리가 본연의 것이므로 문제가 아니지만 절지동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새로운 외피가 생기는데, 만약 다리가 엉키거나 뒤틀린 상태에서 그대로 굳어 버리면 한마디로 장애가 된다. 절룩거리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움직이지 못하는데, 자연 생태계에서 장애는 곧 죽음이다. 특히 포식자는 더욱 그렇다. 육식성 동물이라도 시체건 찌꺼기건 닥치는 대로 주워 먹는 동물이라면 어찌어찌 운 좋게 살 수 있을지 모르지만 거미는 살아 있는 동물을 잡아먹으므로 사냥을 못하면 끝장이다.
닷거미류는 체구도 큰 데다 다리가 매우 길어서 이런 위험에 처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매달려서 허물을 벗어야 하는데 이때 모든 다리를 위쪽으로 모은 상태로 서서히 몸을 빼낸다. 재수없게 탈피 중에 바닥에 떨어진 개체도 있는데 도울 방법이 없다. 앞에서 말했듯이 탈피할 때가 거미에게는 가장 위험한 때이고, 따라서 극도로 예민해져 있다. 사람이 건드리면 쇼크사한다. 거미가 사람처럼 쇼크사한다면 믿어지지 않겠지만 실제로 탈피에 실패한 거미를 건드리면 곧 죽는다. 그냥 놔두면 물론 바로 죽지는 않지만 결국은 죽게 된다. 탈피에 실패해서 고통을 받으며 공포에 젖어 쩔쩔매느니 차라리 빨리 죽는 게 나을 것다.[9] 때로는 아예 탈피가 되지 않아서 실패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습도 및 체내의 수분 상태와 관련이 있다. 사육 시에 날씨도 건조하고 물도 공급하지 않았을 때 몇몇 개체가 모두 탈피에 실패했다. 외골격에서 다리를 빼낼 때 수분이 부족해서 그랬던 듯하다. 이후 빼먹지 않고 종종 물을 준 개체들은 단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다.
6. 산란
이렇게 계속 먹고 빠르게 자라서 성체가 되면 수컷은 먹성이 확 줄어드는 반면 암컷은 여전히 열심히 먹는다. 알을 낳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몸 전체 대비 배 부분이 차지하는 비율에 있어 암수의 차이가 매우 큰데 이는 모든 거미 종이 마찬가지다. 따라서 일단 배의 형태만으로도 얼마쯤 암수를 구분할 수 있다. 닷거미류 암컷은 배가 잔뜩 불러지면 산란을 하는데, 짝짓기를 하지 않았을 경우 무정란을 낳는다. 영어명 중에 '육아그물거미'라는 별칭도 있다고 했지만, 사실 거미류 중에는 자식을 돌보는 종이 많다. 정주성(집을 짓고 한 자리에 머무는 습성) 거미라면 그물로 보호하기도 하고, 깡충거미는 정주성이 아니지만 둥지 같은 것을 만들어 그 안에 알을 낳고, 떠돌이인 늑대거미류는 배 밑에 알주머니를 달고 다니며 알이 부화하면 바글바글하게 등에 업고 다닌다. 하지만 닷거미류는 알주머니를 이빨로 꽉 물어서 보호한다. 알주머니의 크기는 개체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대략 지름이 10밀리미터 남짓한데 최대치는 14밀리미터였다. 닷거미과의 알주머니는 공처럼 둥근데, 바닥에서는 이런 형태를 만들 수 없으므로 산란 시에만 그물을 치는 것이다. 즉 허공에서 줄에 의지해 공사를 하는 셈. 그렇다면 그 둥근 형태는 어떻게 만들까? 먼저 꽁무니에서 실을 뽑아 두툼한 원반형으로 만든다. 다음은 거기에 알을 낳고, 그것을 감싸면서 계속 꽁무니로 '찜'을 하여 둥근 형태로 만든다. 알주머니 하나를 만드는데 찜을 수천 번은 하는 듯하다. 정말 그 모습을 보면 모성애가 진하게 느껴진다.
알이 부화할 때가 되면 육아그물을 치고 알주머니를 옆에 매달아 놓는다. 그러면 부화한 유체들은 그물로 이동해 자라는데, 이것은 어미가 새끼를 보호하는 한편으로 먹이가 걸려 새끼들이 먹을 수 있도록 하는, 말 그대로 육아실 구실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야생에서는 이렇게 육아그물을 친 것을 볼 수 있는데 황닷거미 외에 서성거미의 육아그물도 볼 수 있었다.
7. 수명
열심히 먹고 빨리 성장하는 동물들이 성체가 되는 것도 빠른것은 동물들의 클리셰라고 할수 있는데, 황닷거미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황닷거미의 수명은 1년 이내로 알려져 있다.
8. 사육
황닷거미는 거미 애호가들 사이에서 애완 거미로서의 인기가 매우 높다. 인기가 높은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비교적 구하기 쉽고, 또한 기르기 쉽다는 것이다.[10] 다만 구하기 쉽다고는 해도 왕거미나 무당거미 등처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인가 주변에 살지 않고 어느 정도 서식 환경이 맞아야 하니까. 잘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있는 습성 또한 기르기 쉬운 이유의 하나이다. 잘 달아나지도 않고 성체의 경우 워낙 커서 통에서 튀어나간다 해도 놓칠 염려는 별로 없다. 막 달아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얼마쯤 가다 멈춘다. 워낙 느긋한 성격이라 단조로운 통에 넣어도 잘 지내지만 키우는 사람에 따라서 물을 넣어 반은 물, 반은 육지인 환경을 조성해 주기도 한다.역시 대다수 사람들은 크기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황닷거미는 한국에서 대형종에 속한다. 먹성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이 거미 종을 기르는 애호가들이 입 모아 하는 소리가 그것. '''"계속 먹고 계속 탈피한다."''' 심하면 일주일 간격으로 탈피한 개체도 있다고 한다.
사육자들에 의하면 먹성이 좋다고 한다. 얼마나 먹이를 밝히는가 하면, 뭔가를 먹다가 위협적인 존재가 다가오면 그 먹이가 무겁다 해도 악착같이 물고 달아난다. 어지간한 동물이라면 목숨이 우선이니까 먹이 따위는 두고 달아날 텐데. 사람에게 잡혀서도 끝까지 먹이를 놓지 않으니 그럴 때는(기르려고 한다면) 당장 '오늘 저녁 식사를 차려 줘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한창 식욕이 왕성할 때는 자기 몸집만 한 바퀴벌레를 먹어 치우고도 작은 먹이(파리 따위)를 주면 또 먹는다. 그만큼 배는 엄청나게 커진다.
국내 거미 애호가들에게 있어 황닷거미의 인기가 높은 이유 중에는 관찰이 용이하다는 점에도 있다. 풀거미류처럼 집을 짓는 거미는 터널 같은 보금자리로 먹이를 끌고 들어가서 관찰이 용이하지 않고, 깡충거미는 너무 작은 데다 그냥 먹이를 물고 쭉쭉 빨아먹는 식이라 딱히 구경거리가 없다. 그에 반해 황닷거미는 저런 온갖 '쇼'를 보여 주기에 레퍼토리가 다양하고 구경거리도 많은 것이다. 사촌인 먹닷거미 등은 자연 상태라면 어두운 곳에 숨을 수도 있지만 사람이 사육하는 환경에서는 투명한 통에 들어 있으므로 역시 관찰이 가능하다. 다만 심리적 안정을 위해 어느 정도 몸을 숨길 만한 물건을 넣어 줄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황닷거미는 말 그대로 '백주 대낮'에 훤히 트인 곳에서 활동하는 종이라 그리 민감하지도 않고 그만큼 볼거리도 많다. 거미는 따로 물을 먹이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종에 따라서는 먹여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닷거미류도 여기 속한다. 물을 뿌려 주면 쭉쭉 빨아먹는 모습을 육안으로도 볼 수 있다. 산란을 한 거미는 알주머니가 부화할 때까지 아무 것도 먹을 수 없는데, 무정란은 부화하지 않으므로 마냥 그러고 있다가 탈진해 죽는다. 다만 잎이 붙은 나뭇가지를 넣어 안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주면 슬쩍 알을 내려놓고 쉬기도 하는데 그럴 때 기습적으로 빼앗는 방법이 있다. 단, 조금이라도 낌새가 보이면 바로 알을 물어 버리므로 잽싸게 어미와 알주머니를 떼어놓아야 한다. 자칫 거미가 다칠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도록 거미를 다루는 손놀림이 익숙해져 있어야 한다. 더 좋은 방법은 알을 낳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이다. 떠돌이 거미에 속하는[11] 닷거미가 그물을 치기 시작하면 산란할 조짐이므로 그물을 거두어 버린다.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아예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즉 알을 낳지 못하게 하는 것인데, 급식을 조절하는 것이 그것. 다만 이럴 경우에는 사육의 재미도 반감되어 버린다는 것이 문제. 먹이활동 외에는 거의 움직이지도 않는 데다 먹이를 주는 재미마저 없으면? 또한 앞에서 말했듯이 거미의 배는 신축성이 매우 좋아서 많이 먹일수록 더 커지는데, 아무래도 크기를 중시하는 사람들의 욕구에는 위배가 된다. 자기가 기르는 동물이 최대치이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같다. 어쨌든 사전 예방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왜냐하면 알주머니를 빼앗는다 해도 '또' 산란을 하기 때문이다. 보통 거미는(그밖에 곤충 따위도) 한 번 알을 낳고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최대 3번까지 산란하기도 했다. 또한 황닷거미가 아무리 느긋한 성격이라고 해도 산란할 때가 되면 몹시 예민해져서 신경질적으로 변하는데,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아예 급식 조절로 산란을 예방하는 게 낫다.
다만 황닷거미를 기르는 사람들이 단점으로 꼽는 것은 그 수명이 짧다는 것이다. 열심히 먹이를 주면서 키운 기특한 녀석이 1년만에 죽는다면 아쉽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예외도 있다. 한 거미 애호가가 기르던, 만만치 않게 덩치가 큰 상대조차도 겁 없이 달려들어 제압하던 용맹스러운 개체가 갑자기 먹성이 확 떨어진 사례가 있다. 따라서 이미 다 자랐나 보다 싶었는데, 이후 다른 개체들이 더 허물을 벗고 성체가 되어 '늙어' 죽었음에도 녀석만은 살아 있었다. 그해 내내 먹이활동이 부실하더니, 다음해 봄이 되자 다시 식욕이 왕성해지면서 두 번 더 탈피를 했고, 이후 다섯 달 정도를 더 살았다. 처음 자연에서 데려올 때의 몸길이가 10밀리미터 정도였으므로 이미 그때도 몇 달은 되었을 텐데, 그 뒤로 2년을 넘게 더 산 것이다. 따라서 거의 2년 반 가까이 살았다고 짐작할 수 있다. 이 역시 특별하게 수명이 길다기보다는 먹이활동을 뜸하게 해서(더욱이 겨울에는 아예 먹지를 않아서) 성장이 지연되었기 때문에 오래 산 것이다.
[1] 한국의 '황닷거미'도 종종 하긴 하나 드물다. MBC 다큐멘터리 '곤충, 위대한 본능'에서 낚시하는 장면이 나오긴 했다.[2] 이런 이유로 가는줄닷거미가 황닷거미의 체색변이라고 하여 같은 종에 포함시키기도 했는데(<한국의 거미> 중 황닷거미 설명) 지금은 다시 독립되었다.[3] 깡충거미과를 제외한 대부분의 거미 종은 시력이 나빠서 진동으로 감지한다.[4] 그만큼 맷집이 약하기도 하다.[5] 거미 특성상 저작 구기(씹는 입)가 아니기 때문에 녹인다고 볼 수 있다.[6] 다른 포식동물들도 그런 편이지만, 특히 몸이 연약한 거미류는 사냥을 했을 때 안전한 장소에서 식사를 해야 한다. 따라서 바닥에서 먹이를 잡았을 때는 그것을 물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데 닷거미는 이때 먹이가 매우 크면 수직 벽면에서도 회전을 해서 찢어발긴다. 거미는 모든 다리를 이동 및 사냥에 사용할 뿐 손처럼 쓸 수는 없다. 그렇게 쓰기에는 대다수 거미 종의 다리가 너무 길기도 하다. 손의 용도로 쓰는 것은 주둥이 양쪽에 달린 조그만 더듬이다리이다. 다만 이 더듬이다리는 워낙 작고 또한 연약해서 큰 먹이를 다루지는 못한다. 따라서 황닷거미는 바퀴벌레 같은 커다란 먹이를 먹을 때 이빨로 등짝을 꽉 문 뒤에 자신이 회전을 한다.[7] 반면 깡충거미류는 시력에 의존해 사냥하기 때문에 계속 쫓아간다.[8] 허공에 그물을 치는 거미들은 그물이 없으면 좌절한 겁쟁이이고, 평면상에 그물을 치는 종들은 같은 거미들끼리 격투도 하지만 일단 그물이 없으면 역시 겁쟁이가 된다. 그래도 파리 정도는 몸부림을 치면서라도 잡아 죽인다. 반면 황닷거미와 같은 떠돌이 거미는 이름 그대로 그것이 삶이다. 다만 닷거미과는 기다란 다리 등 생김새만 봐서는 배회성(떠돌이)이 아닌 정주성 거미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분류학상 정주성 거미에서 갈라져 나온 것이라고 한다. 그와 이웃한 분류군도 마찬가지다. 깡충거미처럼 그저 둥지를 트는 정도가 아니라 복잡한 그물을 설치하기도 한다.[9] 황닷거미는 아니지만 역시 체구가 큰 편인 한국깔때기거미의 한 개체는 거의 탈피를 완료했지만 더듬이다리 하나가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미 새로운 외피도 굳은 상태라서 '절대적 위기', 즉 공포가 극대화된 상태는 아니므로 인간이 도와 줬는데, 역시나 그럼에도 쇼크를 받았는지 시름시름 앓다가 수십 분 뒤에 죽었다.[10] 일단 밥을 잘 먹고 성격이 느긋하다. 애완동물이 먹이활동이 신통치 않은 것만큼 피곤한 일도 없다.[11] 말이 떠돌이이지, 닷거미는 사실상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죽치는 일이 많아서 '집을 짓지 않는 정주성 거미'처럼 보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