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광반조
1. 개요
해가 지기 직전에 일시적으로 햇살이 강하게 비추어 하늘이 밝아지는 현상.
2. 선종 불교의 용어
빛을 돌이켜 스스로에게 비춘다는 말로, 끊임없는 자기 반성을 통해 자신에게 내재된 영성(靈性)을 깨닫는다는 말.
3. 일상 용어
사람이 죽기 직전에 잠시 원기를 되찾는 상태를 비유하는 표현으로 쓰인다.
무협소설에서는 주로 '촛불이 마지막에 화려하게 타오르듯이' 운운하는 묘사를 쓴다. 특히 주인공의 사부나 그와 비슷한 위치에 해당하는 사람이 회광반조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노환이나 암습 등의 이유로 죽어가는 인물이 마지막 힘을 다해서 유언이나 중대한 단서를 전하거나 혹은 필생의 심득, 절기, 내공 등을 전수하는, 무협 특유의 클리셰이다.
보통 회광반조 징후를 감지하면 '닥치고 내 말을 들어' 분위기가 형성되어 주인공은 묵묵히 귀를 기울인다. 물론 전수를 미처 끝내지 못하고 도중에 죽어버리는 불상사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으며, 마지막에 '행복한 얼굴로 편하게 죽었다' 같은 묘사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때로 주인공의 정인(情人)이나 절친한 친구 등이 유언을 남길 때도 애용하곤 한다. 물론 양판소에서 주인공의 정인이 죽는 경우는 드문 편이긴 하지만, 결국 주인공의 분노를 폭발시켜 끝판대장을 무찌르는 원동력이 되게 하거나 주인공이 펼칠 복수극의 계기로 삼는 소재로 쓰이기도 한다.
무협소설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이따금 쓰이는데, 이 경우에는 보통 '화려한 황혼'이나,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갑자기 의식을 회복하다가 픽 죽어버리는 경우를 보고 회광반조라고 하기도 한다. 콘스탄티누스나 정조 등의 치세라든가 스타크래프트 승부조작스캔들 당시 불타오르던 스타크래프트 갤러리라거나 하는 것들을 지칭하지만 스타크래프트 갤러리에서의 경우는 비꼬는 형태로 쓰기 때문에 좋지 않은 표현에 가깝다.
영어로는 'surge'라고 한다.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 시즌 9에서 마크슬론이라는 성형외과 의사가 사고로 인해 죽을 때, 잠깐 회광반조가 일어난다. 이 때 닥터 웨버가 'surge'일지도 모른다며 미리 유서를 받는 장면이 있다. 웨버가 유서를 받고 나서 잠시 뒤에 마크슬론은 쇼크에 빠지고 두 번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가끔 가다 소설에서 '최후의 발악'과 비슷한 의미로 쓰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뉘앙스가 상당히 다르다. '최후의 발악'은 이판사판인 상황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처절하게 마구 몸부림치는 의미가 있는 반면, 회광반조는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컨디션이 좋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후계자나 동료에게 뭔가를 전수해주고 나서 죽음을 맞이하면 남겨진 사람들이 죽은 이의 뜻을 이어받아 나아가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 둘은 동시에 일어날 수도 있지만 엄연히 다른 개념이므로 회광반조를 최후의 발악 개념으로 쓰는 것은 단어 뜻을 제대로 알 지 못하고 오용한 경우이다.
또다른 클리셰인 "세뇌된/미쳐버린 인물이 죽기 직전에 제정신을 되찾고 나서 편안하게 눈을 감는다"는 전개도 어느 정도는 회광반조의 의미에 들어맞는다. 리치 왕의 분노의 아서스 메네실의 최후가 대표적.
신암행어사 후반부에서는 중요한 코드로도 쓰였다.
펄 벅의 대지에 보면 왕룽의 아내인 오란이 죽기 얼마 전에 회광반조가 오는 것을 묘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촛불이 마지막에 남은 기름을 빨아올리면서 환하게 밝아졌다가 꺼지는 것에 비유.
마지막 불꽃 같은 이미지가 있어서인지 '''화'''광반조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