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인이 되고 싶다
1. 개요
아파시 - 학교에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 1995년 특별판 추가디스크에 수록된 이와시타 아케미의 이야기. 특별판에서의 해금 조건은 카자마 노조무의 이야기를 들은 뒤 이와시타 아케미를 고르고, 사람을 속이는 쪽이냐 아니면 속는 쪽이냐라는 질문에 '속는 쪽' 을 고르는 것이다.
이와시타는 그런 식으로 대답하는 게 수상하다며 사실은 인간의 가죽을 뒤집어쓴 늑대가 아니냐고 묻는다. 혹시 그렇다면 이와시타가 소속된 연극부에서 입맛을 다실 인재라고 하는데, 흥미가 있다면 연극부에 견학을 오라고 청한다. 연극이란 건 각각의 구성원들이 줄거리에 어긋나지 않도록 한 몸이 되어야만 감동을 환기시키기 때문에 연극의 세계란 냉정하다고 한다. 이는 학교 부활동에서도 마찬가지로 만만하게 굴다가는 단역에서 승진하는 일도 없이 최악의 경우에는 짤린다고 한다. 타락한 자상함보다 질서정연한 엄격함이 예술을 돋보이게 한다고 이와시타는 말하지만 사카가미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와시타는 연극에 흥미가 솟지 않냐고 묻는데...
2. 사실은 그다지...(정직한 사람이 바보를 바라본다)
이와시타는 유감을 넘어서 열이 받는다며 모처럼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했는데 실망했다고 말한다. 분명히 거짓말은 싫어하지만 바보스러울 정도로 정직한 말투로 이야기의 맥을 자르는 사람은 그것과 똑같이 싫다고 하는 이와시타. 그러면서 사카가미가 이야기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 게 나쁘다며 이제 기사가 어찌되든 상관없으니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말을 끝으로 이야기를 다음 사람으로 넘긴다.
3. 좋아해요
그렇다면 사카가미가 좋아하는 연극의 종류가 뭐냐고 묻는데...
3.1. 대중연극(저주의 무대)
이와시타는 연극부의 선배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실은 선배도 본인의 선배로부터 들은 이야기라 족히 쇼와(1926~1989) 무렵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라고.
이야기의 주인공은 당시에 3학년이었던 사와타리 미가라는 여학생이다. 사와타리는 연극에 대한 정열은 진짜배기였지만 조금은 서툰 구석이 있어서 연극부에 소속된 지 3년이 되었지만 줄곧 조연밖에 연기하지 못했다. 물론 사와타리로서도 주연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입후보해도 매번 낙선해 버렸다. 그녀의 배우로서의 그릇이 미숙한 것도 있었지만 주변의 부원들이 우수하다는 것도 큰 이유였다. 사와타리도 이유를 알고 있었으나 아무리 노력해도 가능성은 보이지 않아서 반쯤은 포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사와타리에게도 기적적으로 기회가 찾아왔다. 그날 사와타리는 부활동이 끝난 뒤 혼자서 묵묵히 무대 위에서 자율 트레이닝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무엇을 해도 안 된다고 생각은 했지만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도 어중간한 기분으로 연습한 탓에 역시나 실력은 늘지 않았다. 사와타리는 하늘을 바라보고 신에게 다음 연극에는 히로인을 맡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다. 3학년은 대학교 수험도 있어서 이 기회를 놓치면 찬스가 남아 있지 않았다. 사와타리는 이런 소원이 이루어질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놀랍게도 그녀의 소원은 이루어져 버렸다. 다음 연극부 활동에 얼굴을 비추었을 때 사와타리는 주역인 애가 심부전으로 죽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징후가 전혀 보이지 않았을 정도로 부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빈 히로인의 자리를 채워줄 사람을 구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임시 오디션이 열렸다. 사와타리는 히로인의 자리를 죽여서 빼앗은 것 같아서 오디션에 나갈지 갈등했다. 그러나 주위의 사람들이 등을 떠밀어서 오디션에 참가했고 고문 선생님으로부터 화려한 연기라고 칭찬을 들으면서 주연의 자리를 차지했다. 사와타리는 이후 배우 연기에 모든 힘을 쏟았으나 한편으로는 사람을 저주해서 죽여버린 것 같은 죄악감을 느꼈다.
그러던 중 사와타리는 부원들 사이에서 유명한 어떤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야기의 이름은 '저주의 무대'로 강당에 있는 무대 위에서 진심을 담아 소원을 빌면 신기하게도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원이 이루어지는 방식이 뒷맛이 찝찝한 것뿐이라서 소원을 빈 사람은 이런 소원을 빌지 않는 편이 좋았다고 후회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음을 맞이하고, 저주의 무대에 사로잡힌 사령이 된다고 한다. 사와타리는 공포를 휩싸인 나머지 밤에도 좀처럼 잠들 수 없었다. 심각한 걱정은 그녀의 주의력을 산만하게 만들었다. 어느 날, 귀갓길에 사와타리는 대본을 강당에 놓고 온 것을 깨닫고 다시 강당으로 돌아왔다. 강당 안은 영화관처럼 어두웠지만 유일하게 무대 위만 희미하게 빛이 나고 있었다. 그것도 하나나 둘이 아닌 7개나 되었다. 무대 위에 저주받은 사령들이 모여든다는 것을 떠올린 사와타리는 바로 그 자리에서 도망가고 싶었지만 마음먹은 대로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지 못하는 그녀의 바로 옆에서 유령들이 속삭였다. 그들은 사와타리가 '극단'에 들어오면 무슨 역을 연기할지 이야기를 나눈 후 휙 모습을 감췄다.
사와타리는 소원을 이룬 대가를 깨닫고 같이 부활동을 하는 친구들이나 부모님에게 이제까지의 일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모두 연습의 피로가 쌓여서 꿈을 꾼 거라며 사와타리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런 반응만 듣다보니 어느덧 사와타리도 그날의 일을 기분 탓이라고 여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극 공연 날이 찾아왔다. 연극의 제목은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로 셰익스피어의 명작 연극 중 하나로, 사와타리는 클레오파트라 역을 맡았다. 연극의 후반부에 사와타리가 극의 줄거리대로 모조품 뱀에 손을 대자, 뱀이 살아있는 것처럼 사와타리를 물었다. 뱀에 물린 사와타리가 쓰러졌지만 보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그것을 연기라고 생각했다. 연극이 끝나고 그제서야 사와타리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미 그녀는 숨이 끊어진 뒤였다. 사와타리의 체내에는 코브라의 독이 검출되었고, 의사도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어서 사건은 미궁 속에 빠졌다. 그렇게 '저주의 무대'의 전설은 또 새로운 페이지를 남겼다.
이와시타는 지금도 강당에서는 밤중에 유령들의 연극이 은밀히 이루어진다고 한다. '멤버가 부족하다'라는 소리가 들린다는 소문도 있다고. 이와시타는 연극 용어로 무대 아래의 지하 공간을 '나락'이라고 부른다며 다음에 사카가미도 나락에 가서 망자를 만나보라며 이야기를 마친다.
3.2. 다카라즈카 가극단 같은 뮤지컬(달의 사람)
이야기의 초반부는 위의 '대중연극'을 골랐을 때와 동일하지만 사와타리가 무대 위에서 자율 트레이닝을 하며 소원을 빌 때부터 달라진다.
사와타리가 소원을 빌자 갑자기 강당의 조명이 꺼지고, 암흑 속에서 희미한 불빛이 떠올라 사와타리에게 다가왔다. 그 빛은 개나 고양이가 냄새를 맡듯이 주위를 돌더니 갑자기 그녀의 눈앞에서 정지해서 '당일, 반드시 맞이하러 가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강당의 조명이 다시 돌아온 뒤 사와타리는 연습을 너무 한 나머지 헛 것을 본 거라고 생각했다. 다음 날, 사와타리는 히로인 역할을 맡은 애가 독감에 감염되어 연극 공연까지 회복할 가망이 없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황한 연극부는 어쩔 수 없이 대역을 세우기 위해 오디션을 개최했고 사와타리는 거기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연극의 제목은 '다케토리모노가타리'로 작자 불명인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문학 작품이었다. 사와타리는 만장일치로 오디션에 합격해서 카구야 공주 역할을 맡게 되었다. 연습도 순조롭게 이루어 졌지만 한 가지 그녀의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전에 보았던 이상한 사람의 영혼 같았던 빛이었다. 맞이하러 오겠다는 한 마디가 불안감을 부채질해서 고문 선생님이나 부활동을 하는 친구들과 의논했으나, 잘못 보았다거나 환각이라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았다.
드디어 연극 공연 당일날이 찾아왔다. 연극은 수월하게 진행되었고, 카구야 공주가 노부부와 이별하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그때 무대뿐만이 아니라 관객석까지 뒤덮는 눈부신 빛이 작렬했고, 어떤 목소리가 강당에 울려퍼졌다. 아득히 먼 옛날 이 별에 권속들이 내려와서 여러 지적생명체들과 혈연을 맺어왔는데, 지금 또 1명을 우리 별에 데려간다는 말에 관객석에서는 갑자기 SF물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연극부원들은 진짜 외계인이 나타나서 당황했다. 사와타리는 자기가 외계인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외계인은 사와타리가 자신들의 피를 이은 자이니 반드시 데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전에 맡은 애가 독감에 걸린 것도 소원 정도는 들어주고 나서 데려가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와타리는 그럼 자신의 연극을 보았다는 기억만큼은 남겨달라고 부탁하고 외계인을 따라갔다. 이후 연극부원과 관객 등 모든 사람들의 기억은 조작되어 사와타리는 어느샌가 실종이 되어버린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그런데도 이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올 수 있는 이유가 있었는데, 바로 실종된 사와타리가 지금도 이 학교에 출몰하기 때문이다. 사와타리는 만난 사람들마다 당시의 영상을 보여준다는데, 이와시타는 사와타리가 무대에 섰던 사실을 기억해 주기를 원해서 그러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만약에 학교에 나타나는 이유가 사와타리를 데려간 외계인과 같은 목적이라면 달에 끌려갈 수도 있다며 혹시 만날 때는 조심하라고 말한다.
이와시타의 이야기가 끝나자 사카가미는 이상하게 카자마가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린다. 혹시 이 건에 대해 아는 게 있냐는 질문에 카자마는 당당하게 5백엔부터 달라고 말한다. 하지만 카자마의 이야기가 궁금한 이와시타가 부탁하자 곧바로 카자마는 자기가 아는 뒷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한다. 이전 점심시간에 카자마가 혼자 교사 옥상으로 갔을 때 먼저 온 여자애가 있었다. 그 애에게 말을 걸려고 다가가자 카자마는 그 애가 혼자서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것을 알아챘다. 관찰대상이라든가, 연맹 외의 세력이라든가 외국의 스파이가 할 법한 말을 하던 그녀에게 카자마는 같이 밥이나 먹자고 말을 걸었다. 그러자 그녀는 하등생물과 먹는 취미는 없다며 이제 만날 일이 없기를 바란다며 순식간에 사라졌다. 카자마는 시대착오적인 헤어 스타일로 보아 사와타리인 게 맞다고 말한다. 이를 듣던 사카가미는 혹시 그녀가 지금도 어딘가에서 보고 있고, 자신들을 극비리에 처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다음 사람으로 넘어간다.
3.3. 낭독극, 전위적인 연극, 인형극(활짝 핀 벚나무 아래서)
이야기의 초반부는 위의 '대중연극'을 골랐을 때와 동일하지만 사와타리가 무대 위에서 자율 트레이닝을 하며 소원을 빌고 난 뒤부터 달라진다.
소원을 빈 사와타리는 다음 부활동에 참여했을 때 히로인 역으로 발탁된 애가 계단에서 떨어져 골절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대역을 세우기 위해 임시 오디션이 열렸고 사와티리는 오디션에 합격해서 히로인 역을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첫 주연이었지만 3학년인 사와타리에게 고문 선생님이 주는 신뢰는 두터웠다. 그런데 사와타리의 열정과는 무관하게 그녀의 연기력의 진보는 상상 이상으로 더뎠다. 칭찬하면 실력이 늘 거라고 생각한 선생님도 초조해져서 점점 스파르타식 지도를 하기 시작했다. 사와타리도 자신의 실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생활의 절반을 연습에 쏟았다. 그러더니 점차 연기 실력이 늘었고, 주위 사람들도 그녀의 숨겨진 재능에 감탄했다. 그런데도 사와타리는 여전히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했다. 마치 나쁜 것에 씌인 듯이 연습에 몰두하여 무대 위의 대사를 중얼거리는 버릇이 들어 주위 사람들에게 기분나쁘다는 인상을 주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귀기어린 연기로 주위를 압도하여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공연 당일이 되자 화제가 된 사와타리를 보러 온 관객들이 강당에 모여들었다. 연극의 제목은 사카구치 안고가 쓴 '활짝 핀 벛나무 아래서'로 사와타리의 역할은 산적에게 남편이 살해당하고 그 남자의 부인이 된 미녀였다. 연극이 진행되고 무대 배경을 바꾸기 위해 커튼을 내렸을 때 사건이 일어났다. 사와타리가 무대 뒤에서 연극부원을 살해 후 그 목을 베어내어, 대본에 써진 대로 그 목을 마치 아이의 인형처럼 가지고 노는 연기를 한 것이다. 연습 단계에서는 인형의 목으로 연기했지만 광기에 물든 사와타리는 불만을 느껴서 진짜 사람의 목을 사용한 것이다. 그것을 본 산적역의 남자는 무대 위로 나와서 사와타리가 대체 무엇을 한 건지 아냐고 다그쳐 물었다. 하지만 사와타리는 그것을 애드립으로 여기고 연기를 계속했다. 이제서야 사태를 깨달은 관객들과 연극부원들은 앞다투어 도망쳤다. 이제 연극을 그만하라는 남자의 말에 화가 난 사와타리는 남자에게 달려들었고, 남자는 귀신과 같은 형상으로 사와타리를 목 졸라 죽였다. 그렇게 연극은 원래 이야기처럼 남자가 여자를 살해하는 형태로 끝이 났다. 경찰이 신고를 받고 찾아왔을 때는 사와타리와 남자 둘 다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고, 시체와 혈흔, 계절과 맞지 않는 벚꽃잎만이 남아 있었다. 결국 이 사건은 너무나도 기괴한 사건인 탓에 뉴스에서도 다루지지 않았고 묻히게 되었다.
이와시타는 이 학교 구교사의 뒤쪽에 벚나무가 심어져 있다며 거기에 관한 무서운 이야기도 수없이 많다고 말한다. 혹시 벚나무가 사와타리를 미치게 한 게 아닐까? 그렇다면 현장에 남겨진 벚꽃잎의 수수께끼도 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끝으로 이와시타는 이야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