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기누
1. 개요
狩衣(かりぎぬ, 수의). 일본에서 음양사의 복장으로 유명한 헤이안 시대부터 내려오던 전통 의복이다. 본래 사냥복에서 기원했기에 이러한 명칭이 붙었다. 한글로 '카리기누'라고도 적는다.
2. 역사
원래는 민간의 사냥옷이었으며 "삼베 옷"이라는 의미로 '호이(布衣)' 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그 실용성으로 차츰 귀족들이 평상복으로 많이 입게 되었다. 그 뒤 후대로 내려오면서 공식 복장으로써의 색채가 늘어, 히타타레(直垂)에 이어 4위 이상의 관위를 가진 무가(武家)의 예복으로써 입게 되었다. 소매가 치렁치렁한데 무슨 실용성? 할 수도 있지만, 카리기누는 소맷자락 하단에 끈이 달려 있는 것이 특징으로, 소매를 걷어올리고 양 소매의 끈을 목 뒤에서 서로 묶어주면 반팔 옷처럼 하고 다닐 수도 있다.
다만 가리기누를 입고 입궐해 천황을 알현하는 것은 일절 허용되지 않았다. 에도 시대에는 무늬가 있는 것으로 만들어 예복으로 입었다. 근대에 들어 일본 신토의 신직(神職)의 평상복이 되었다. 즉 현재는 신관들이 입고 다니는 옷이라 생각하면 된다.
3. 특징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소매가 시작하는 윗부분에 트임이 있기 때문에 안에 입은 옷이 소매 사이로 보인다는 점이다. 완전히 다 트인 건 아니고 어느 정도는 붙어있는 듯. 글만으로 이해가 안 된다면 이 이미지와 이 이미지, 그리고 이 이미지를 참고하자. 세 번째 이미지의 경우 이 옷의 구조를 볼 수 있다. 일본 옷들 중 소매트임이 있는 옷들의 시발점이 아닌가 싶다.
일본에서 말하는 가리기누 차림이란 속옷 위에다 밑동이 좁아 좀 부풀어보이는 바지인 사시누키(指貫)를 입고 그 위에 가리기누를 입는 것이었다. 또한 다테에보시(立烏帽子)를 썼다.
평상복이라는 특성상 가리기누의 색이나 무늬는 자유로웠지만 금지된 색깔은 존재했다. 그리고 흰색의 무늬 없는 가리기누나 사시누키는 '조에'(淨衣)라 하여 신과 관련된 일에만 입었다.
4. 기타
일본 창작물에서 음양사들이 주로 입고 나오는 복장은 바로 이 복장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음양사 복장으로 잘 알려져있지만 헤이안 시대 귀족들도 색색의 가리기누를 입었으며, 겐지 이야기 천년기, 음양사 등 헤이안 시대를 다룬 창작물을 보면 귀족들이 여러가지 수의(가리기누)를 입고 나오는 걸 볼 수 있다.
지브리 애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도 오기노 치히로와 여관 직원들, 하쿠 등 여러 명이 가리기누와 비슷한 옷을 입고 나온다. 귀족옷이라기보단 여기선 일종의 유니폼 취급. 그런데 가리기누가 원래 민간에서 기원했음을 고려해보면 묘한 부분.
[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