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지

 

鳩摩智
천룡팔부의 등장인물. 천룡팔부에서 단연경, 정춘추만큼 악당은 아니지만 말로를 제외하면 깡패 수준의 깽판을 치는 강력한 무공 고수이다. 구판에서는 거의 빌런에 가깝게 묘사된 반면 신수판에서는 입체적인 성격과 승려로서의 면모가 더 부각되고, 악행이 순화되거나 없어져서 대적자 비슷한 조연이 된다.[1]
토번(티벳)국의 대륜사 대륜명왕(大輪明王)이자 호국법왕의 위치에 있다. 토번 종찬 왕자의 스승이기도 하며 모용박과는 친구 사이다. 나이는 40대로 묘사된다. 매우 총명하고 무예에 자질이 뛰어난 천룡팔부 시기 최고수 중 한명이지만, 불법과 외국어를 비롯한 학문에도 능통한 고승이다. 그의 이름이 천하에 알려진 이유도 5년마다 대륜사에서 각 고승들을 모아 법회를 열어 경전을 연구하며 불학의 성과를 크게 내었기 때문이다. 단정명도 불학에 있어 그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어 법회에 참가하고 싶어했으며, 구마지가 '범어'로 써서 보낸 편지를 읽고 왜 '''불법'''에 통달한 고승이 편지를 보냈는지 의아해했다.
서장 밀교 영마파 무공을 기반으로, 영마파의 상사에게 전수받은 비전 절기 화염도(火燄刀)라는 강력한 신공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비장의 카드로 소요파 신공 중 하나인 소무상공을 훔쳐 배웠으며, 이를 이용해서 소림 72절기를 모두 구사할 수 있다.[2] 구판에서는 여기에 역근경까지 추가로 훔쳐 배웠지만, 신수판에서는 역근경을 훔쳐 배우지 않아 화염도와 소무상공이 주베이스이다.
신수판에서 밝혀진 구마지의 과거는 토번의 밀교가 영마파와 흑교로 나뉘어 대립하면서 흑교를 처단하기 위해 화염도를 전수받았다고 한다. 이후 우연히 방문한 소림사에서 모용박과 소원산의 비무를 지켜보고, 모용박에게 접근하여 무공을 논하면서 친구가 된다. 모용박은 화염도를 논하면서 화염도와 대적할 수 있는 무공은 육맥신검이라 평했으나 한 번도 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이에 구마지는 육맥신검을 가져다 주기로 약속한다. 우정의 증표로 구마지는 모용박에게 화염도를 성심성의껏 전수해주었고, 모용박은 답례로 소림 72절기의 복사본을 건네주었다. 헤어지면서 모용박은 구마지가 육맥신검보를 가져다주면 모용가의 더 많은 무공비급을 보여주기로 약조하고, 구마지는 이에 승낙하여 토번에 돌아가 화염도를 완성한 후 흑교를 몰아내어 토번 국사의 자리에 오른다.[3]
화염도를 완성한 뒤 천룡사에 도전장을 내밀며 육맥신검을 가져가고자 한다. 천룡사는 이를 거부하였으며 육맥신검을 익히려면 한 사람의 내공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니 천룡사 고승들은 6명이어서 하나씩 일검을 나누어 구마지와 비무하기로 한다.
구마지는 모용박이 주었던 소림 72절기의 비급과 파해법이 적힌 책들을 내밀며 육맥신검 비급과 교환하기 원했으나 고영 대사는 거부한다. 이에 토번국이 대리국을 침공할 수도 있다는 협박을 하나 천룡사 고승들의 반발심만 불러일으킨다. 구마지는 육맥신검이 한 사람의 힘으로 익힐 수 없다고 알고 있어 방심하다가 고승들이 육맥신검으로 대적하겠다고 하자 화염도를 펼친다. 6명의 고승들이 일검을 펼쳐 대적했지만 구마지에게 밀렸다. 고영 대사는 구마지를 당할 수 없음을 느끼고 일양지로 육맥신검 비급을 태워버린다. 격분한 구마지는 기습을 하여 단정명을 제압한 뒤 인질로 삼아 납치하려 했다. 숙부가 납치당하는걸 말리던 단예가 홀로 육맥신검을 사용하는 걸 보고 타겟을 바꿔 그를 납치하였다. 처음에는 단예에게 육맥신검경을 써주면 놓아주겠다 회유했으나 단예가 거부하자, 꿩 대신 닭으로 단예를 모용박의 영전에서 화형시키기로 한다.(...)
하지만 연자오에 들어서면서 아주와 아벽을 만난다. 아주와 아벽은 구마지의 계획을 듣자 단예를 구해주기로 마음 먹는다. 함정을 써서 구마지를 물에 빠뜨리고, 자신들은 단예와 함께 배를 타고 도망친다. 구마지는 다급히 다른 배를 타고 쫓아오다 섭심술 비슷한 음공으로 아주, 아벽을 현혹시키려 하나 단예가 이를 막아 놓치게 되었다. 이후 소성하의 진롱바둑에 참가하여 관전자 A 역할만 할뿐 별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다.
구판에서는 소림사에 등장하기 전, 진롱바둑이 끝나고 길을 가던 도중에 우연히 유탄지가 역근경을 수련하는 광경을 보고 꼼짝 못하는 틈을 타 역근경을 빼앗는다. 구마지는 범어에 정통해서 역근경을 읽어 신공을 수련했지만, 유탄지가 익힌 책 속에 숨겨진 천축의 요가심법은 익힐 수 없었다. 신수판에서는 역근경 내용이 삭제되고, 대신 연자오에 머무르며 염탐하다 왕부인의 집에 숨어 들어가서 정춘추가 숨겨두었던 소무상공을 훔쳐 달아난다.[4] 즉 구마지의 소무상공과 소림72절기 수련은 천룡사 비무와 소림사 영웅대연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구마지는 소무상공으로 소림 72절기를 완성하며 더욱 강해진다. 이에 자신감을 얻어 소림사를 재차 방문해서 자신이 수련한 소림 72절기를 보여주며 소림 72절기는 고승들이 창안한 것이 아닌 서역에 원래 있던 무공이라 구라친다. 이에 불복하는 소림 현자 고승들을 오히려 소림 72절기로 관광보내며 소림사를 무릎꿇려 폐찰시키려 했다.[5] 이를 지켜보던 허죽이 그가 소무상공을 통해 소림 72절기를 흉내만 내는 것임을 파악하고 나섰다. 소림 방장인 현자는 허죽이 구마지의 상대가 될 것이라 빠르게 판단하여 둘을 겨루게 했다. 소림 72절기를 써서 초식에서 우세를 점했으나 허죽에게 슬슬 밀리게 된다. 특히 소무상공의 연성에서 구마지는 불완전한 반면 허죽은 완전하다는 점이 밝혀진다. 결국 몰래 숨겨둔 비수로 암습하여 허죽에게 상처를 내었다. 몰래 허죽을 따라왔던 매난국죽이 구마지에게 덤벼들자 그녀들의 정체를 밝혀 상황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영웅대회가 열려 소원산과 모용박이 모습을 드러내자 모용박 부자 편을 들었다.
본래 모용박은 죽은 척하고 소림사에 들어가서 72절기를 훔쳐 배운 후 필사와 파해법까지 연구했다. 소림 72절기를 한계없이 자유로이 응용할수 있는 방법과 천하통일에 걸림돌이 될 소림 고수들의 제거가 목적이었다. 우연히 만난 구마지에게 소우정의 징표로 소림 72절기와 화염도를 맞교환했다.[6]

장경각 내에서 모용박 부자와 소원산 부자가 싸우기 직전 나타난 무명승에게 역근경을 되돌려 달라고 말을 들었다. 무명승은 구마지가 소무상공과 소림 72절기를 순서대로 익히지 않고, 불가와 유가의 상반된 무공의 충돌로 큰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오만한 구마지는 귀담아듣지 않고 도리어 무명승을 암습하나 먹히지 않았다. 그리고 무명승모용박소원산을 제자로 받아 설법하는 틈을 타 단예에게 자신의 절기인 화염도로 암습을 하여 중상을 입히는데, 이를 본 무명승이 소맷자락을 휘둘러 구마지를 수장밖으로 날려보내어 어쩔 수 없이 도망간다.
서하 부마대회에 참가한 제자 토번 종찬 왕자을 따라 서하로 행차한다. 야밤에 모용복, 단예, 왕어언의 드잡이질을 보다 단예와 왕어언이 우물로 떨어진 뒤 나선다, 종찬 왕자의 경쟁자인 모용복을 탈락시키려 모용복을 위협한다. 모용복은 구마지의 얼굴을 보고 무명승이 지적한 주화입마를 구마지가 당했음을 느끼며 비꼰다. 역린을 건드린 구마지는 모용복을 10초식을 봐준 뒤 순식간에 제압했다. 모용복을 우물에 던져버리는데 실수로 소무상공을 우물 안으로 떨어뜨려 찾으려 들어간다.[7] 우물 안에서 주화입마로 미쳐 날뛰며 우물 안에 있던 단예와 드잡이질을 하다 북명신공에 내공이 빨리게 된다. 단예에게 모조리 한평생의 내공을 흡취당하지만 대신 주화입마로부터 목숨을 구하게 된다. 무공을 잃은 구마지는 한동안 승부욕에 빠져 불법을 소홀히 하고 무공에만 신경쓴 걸 반성한다. 이 모든 것이 부처의 자비라 생각하며 진심으로 불문에 귀의하였다.
구마지는 단예에게 감사를 표하며 역근경을 소림사에 돌려주라고 부탁하고 떠나간다.[8] 그리고 더욱 불법에 정진한 끝에 대천대오하여 일대의 고승이 되었다. 천축의 불경을 서장어로 번역해서 많은 이들을 불법으로 인도하였으며, 훗날 전쟁의 참화 속에서 토번 불교의 경전을 보존시키는 공을 세운다.[9] 삼십년 이상 쌓은 무공을 잃었지만 보다 더 가치 있는 삶을 살게 된 것이다.
타고난 무골이라 어렸을 때부터 계속 싸움에서 이기기만 했다고 한다. 토번 밀교의 영마파 무공과 비전절기인 화염도를 연성하여 토번 밀교의 계파 싸움에서 흑교를 누르고 토번국 제일이 되었다. 그의 무공은 서역 일대에서는 단연 제일이며 무림 전체로 봐도 최고 수위를 다툰다. 작중 초반 육맥신검보를 탈취하는데 실패했지만 대신 소무상공을 훔쳐 배워서 소림 72절기까지 수련하며 한층 더 강해져버린다. 독자들은 보통 소봉, 소원산, 모용박, 구마지를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천룡팔부 4대 고수로 꼽고 있다. 많은 활약을 한 것은 아니지만 등장할 때마다 강력한 무공으로 상대를 제압했고, 특히 천룡사와 소림사의 순수한 정통 고수들을 모두 패퇴시킨 초유의 성과를 이룬다.[10] 천산동모이추수 같은 소요파의 신공을 익힌 고수가 아니면 구마지를 제압하기 어렵다. 천룡사는 구마지에게 완전히 농락당했으며, 소림사 역시 갑툭튀한 허죽을 이용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구마지의 적수가 되지 못해 폐찰당할 뻔 했다. 허죽조차 본래 소림사의 무공 초식으로 싸우다가 대적하기 어려워서 소요파 절기 천산육양장을 동원했다.
150년이 지난 신조협려 시대에 같은 서장 밀종 출신이자 왕의 호칭을 쓰는 국사급 승려인 금륜법왕과 비교되기도 한다.[11] 그러나 극의 비중을 제외하면 작중 대우부터 무림 전적에 말로까지 금륜법왕보다 비할 수 없이 좋은 대우를 받았다. 그나마 개정판에서 금륜법왕의 행보가 다소 좋아진 편이지 구판의 금륜법왕은 이래저래 안습 오브 안습. 그리고 신수판의 구마지도 구판의 강력함은 여전하면서 빌런성이 훨씬 더 약화되었다. 사실 구마지는 워낙 젊은 시절부터 호승심이 강하고, 무공에 대한 열정이 너무 지나쳐서 잠시 그릇된 길에 들어선 것이지 본래 불심이 깊은 훌륭한 승려임이 계속 강조된다. 김용은 거의 모든 작품에서 영지상인, 금륜법왕, 혈도노조(...), 의천도룡기와 녹정기의 라마승 등의 서장 승려를 매우 안습하게 묘사했고, 이를 비판하는 독자들도 있다. 구마지는 눈물의 서장 승려 클리셰를 유일하게 깨버린 캐릭터인 셈.

[1] 구판에서는 살심을 쉽게 생각한 반면 신수판에서는 웬만해서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만타산장에서 한 주민을 납치해서 유인책을 썼을 때도 시킨 일을 수행하자 은자를 두둑히 주고 풀어주었다.[2] 구마지가 어떻게 소무상공을 배웠는지 구판에서는 안 나오지만 개정판에서는 왕부인(이청라)의 만타산장에서 훔쳐 배운 것으로 나온다.[3] 사실 모용박은 소림 72절기를 모두 익히면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의심되어 구마지를 통해 시험하고자 한 것이다. 반면 구마지는 정말 화염도를 토번 방식대로 성의껏 전수하였다.[4] 정춘추는 성숙파 제자들이 소무상공을 훔쳐갈까봐 딸인 왕부인의 집에 소무상공을 보관하였다. 자신도 소무상공을 익혔지만 수준은 이추수보다 크게 못 미치며 왕부인에게도 조금 전수해준다. 구마지는 둘의 대화를 엿들으며 오직 소무상공만 훔쳐가기로 마음먹었다. 문제는 총8권의 소무상공 비급 중 7권을 제외한 나머지를 훔쳐가서 빠진 내용을 추측해가며 소무상공을 익힌다.[5] 신수판에서 드러난 구마지의 속셈은 토번 국사로서 중원 무림을 굴복시키면 토번국에 애국으로 생각했다.[6] 그러나 모용박은 처음부터 구마지에게 나쁜 마음을 품고 72절기를 전수하였는데, 첫째로는 그는 수십 년 간 소림사에 잠복하면서 소림사 승려들의 대화를 엿듣고 72절기를 모두 익히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72절기를 모두 배우면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지 구마지를 통해 실험해 보려는 것이었고, 두 번째로는 토번국과 송나라가 서로 싸우게 만들어 어부지리를 얻으려는 속셈이었던 것이다.[7] 구판에서는 역근경 때문에 주화입마 당하고, 우물 속에 역근경을 떨어뜨린다. 신수판에서는 소무상공으로 수정.[8] 신수판에서는 소무상공을 돌려주며 본래 주인인 왕부인의 딸인 왕어언이 가져갔다.[9] 구마지의 공로를 보면, 고대의 실존했던 고승인 구마라습이 모티브로 추정된다. 구마의 한자도 鳩摩로 같다.[10] 천룡팔부 시절 북방의 소림사와 남방의 천룡사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무림 양대 고찰이었는데 이 둘을 모두 물리친 고수는 구마지가 유일하다.[11] 일례로 장기중 감독의 작품에서 구마지와 금륜법왕을 동일 배우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