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추수

 

李秋水
김용의 무협소설 천룡팔부의 등장인물
소요파 2대 제자로서, 소요자의 3명의 제자 중 셋째이다. 천산동모와 무애자보다 나이가 어리고, 선녀를 방불케하는 절세의 미모를 가지고 있으며 단예가 그토록 잊지 못하는 무량산 석동의 선녀상과 꼭 닮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이가 적게 잡아도 구판에서는 80대 후반, 2003년작 드라마와 신수판에서는 88세로 나온다. 엄청난 고령임에도 소요파의 특유의 내공을 익혀서 30대 중반으로 어려보이는 외모를 하고 있다. 아름다운 용모와 나긋나긋한 말투와 행동거지 때문에 눈치채기 어렵지만, 실상은 김용 월드를 통틀어보아도 질투심이 강하면서 손속이 잔인하며 특히 색을 가장 밝히는 여인으로 사저인 천산동모와 철천지 원수지간이다.[1] 소요파 출신답께 외모부터 무공, 각종 학문까지 모두 뛰어나지만 음욕이 남다르게 강해 아주 대놓고 잘생긴 남자를 밝히며, 불륜은 껌으로 생각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를 얻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집요함이 있다.[2]
자신의 미모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며 2대 제자 중 장문인이 되는 무애자를 사이에 두고 사저 천산동모와 사랑경쟁을 하였다. 문제는 소요파의 말도 안 되게 강력한 상승 무공을 익힌 두 여자가 남자 한 명을 두고 싸운다는 것이 일반인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36동 72도의 문파들을 주름잡을 정도로 강력함을 자랑한 천산동모처럼 이추수도 엄청나게 강한 무공을 자랑한다. 그 무공이 막강하기로 이름난 모용박조차도 이추수에게 머리를 숙이고 무공을 익히려고 할 정도였다. 이추수의 주특기는 소요자에게 유일하게 전수받은 어떠한 무공이든 즉시 익혀 따라 할 수 있는 내공심법인 소무상공[3]에 장력의 방향을 원하는 대로 조절하여 상대를 격타하는 백홍장력[4]이라는 절기, 그리고 서하국 황실에 기타 소요파 다양한 무공들을 기록할 만큼 다른 무공 또한 갖추고 있다. 다만 소요자의 세 명의 제자 중에서는 항렬과 나이 모두 막내인 탓인지 천산동모와 무애자보다는 무공이 확실히 못 미친다.[5] 무애자나 천산동모가 그렇듯이 이추수도 무공 이외에도 각종 분야에 깊은 조예를 가지고 있어, 그녀가 서하의 은천공주가 기거하는 곳에 장식한 서화들을 보면 그녀의 재주를 짐작할 수 있다.
두 여자들은 무애자에 대한 불타는 연정 때문에 서로를 견제하고 질투심을 키워갔지만, 무공과 각종 기예들을 연마하며 서로를 이해하며 지내왔다. 그러다가 이추수는 천산동모가 천장지구불로장춘공 수련 기간에 암습을 가해 주화입마에 빠뜨려 그녀가 평생 어린이의 체격으로 살게 만들었다. 격분한 천산동모는 훗날 검으로 이추수의 얼굴을 우물 정井자의 커다란 상처를 내어 그녀가 자랑하는 미모를 흉측하게 망가트렸다. 구판에서는 이추수의 얼굴이 망가진 시기가 특정되지 않았으나, 신수판에서는 이추수가 이미 서하의 황후가 되고 아들이 제위에 오른 이후 찾아온 동모에게 얼굴이 칼로 그어진 것으로 언급되어 어떻게 망가진 용모로 서하의 황후가 될 수 있었는지 의문은 풀렸다.
이 일로 인해 두 사람은 아주 원수가 되었고, 틈만 나면 서로를 죽이려고 들었다.
천산동모에게 내상을 입힌 이후에는 무애자를 독차지하여 대리국 무량산 동굴 안에서 함께 살았다. 이 때를 그리워하며 회상하는 대목을 보면 정말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도중에 무애자와 다툼이 생겨 서로 결별하여 대리국을 떠나 실연의 상처를 수많은 남자들과의 염문으로 달래다가 서하에 들어가 황후가 되었다.[6] 한평생 홀로 지낸 동모와 달리 많은 남자들을 만났지만, 실상은 여전히 마음 속으로 무애자만을 사랑했으며[7] 그녀는 무애자가 도중에 떠난 이유가 자신의 사저 때문이라고 생각하여 엄청난 원한을 품고 있었다.
서하에 들어온 이후에는 천산동모가 천장지구불로장춘공 수행 과정에서 반로환동의 시기가 되어 무공을 잃는 기회를 틈타 살해할 계획을 세우고 영취궁을 습격했으나, 천산동모는 이미 반란을 계획한 36동 72도주 중 리더격인 오노대에게 납치된 후였다. 마침 지나가던 허죽이 이들의 손아귀에서 동모를 구해 달아난다. 이추수는 그들을 추적해 마침내는 허죽과 피해있던 천산동모를 습격하나 허죽의 방해로 천산동모의 손가락 하나와 다리 하나를 자르는 선에서 그쳤고, 천산동모와 허죽은 벼랑에 떨어져 간신히 모용복 일행에 의해 목숨을 건진다.
이후 허죽천산동모가 자신의 본거지인 서하국 황궁 얼음창고에 숨은 것을 모르고 일품당을 시켜 다른 곳을 수색한다. 동모가 무공 회복이 얼마 안 남은 2개월이 지난 후에야 알고 돌아와 다급해진 나머지 서하국 전체에 음공인 전음수혼대법으로 천산동모를 도발하는 방송을 송출한다.[8]
도발에 걸린 천산동모가 튀어나오면서 대문을 봉쇄하여 이추수가 빠져나가지도 수하들이 오지 못하게도 만들자 얼음창고에서 한바탕 겨뤄 손쉽게 제압한다. 그러나 동모의 함정에 걸려서 본인 역시 치명상을 당하고[9], 싸우던 중에 불이 붙어 얼음창고의 얼음이 녹으면서 수장될 위기에 처한다. 이 와중에도 허죽의 몸을 매개로 내공을 천산동모와 겨루다 그에게 내공의 태반을 헌납하게 되어 무공을 잃는다. 이후 서로 누가 먼저 죽나로까지 경쟁을 하는 걸 보면 둘 다 90이 넘고, 90을 바라보는 나이값을 하는지 의심이 될 정도.
허죽에게 구원받아 인근 숲으로 옮겨지고, 동모의 수하들이 오자 죽은 척한다. 진짜 죽었는지 확인하려고 온갖 고통을 주었는데도 이를 악물고 버텼다. 천산동모는 이추수가 완전히 죽었다 생각하며 허죽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신변 정리하는 것을 지켜본다. 이후 천산동모무애자로부터 받은 허죽의 두루말이에 그려진 여인을 보고 광소하다 죽는 것을 보고 다시 부스스 일어나 허죽의 두루마리를 보게 되는데(무애자가 가장 아끼는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그려져 있던 건 그 동안 자신이라 생각했으나 사실은 자신의 동생임을 깨닫게 된다. 사실 이추수와 그녀의 동생은 거의 똑같이 생겼고, 단지 보조개와 눈 위의 사마귀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에 불과했기에 그림의 주인공이 이추수로 오해할 법했다. 살아생전 이 남자 저 남자를 다 만나고 다녔으나 무애자에 대한 집착은 변함없어서 사저와 일평생 싸우다 동귀어진한 셈이다.
무애자이추수와의 사이에서 아이까지 생겼음에도 (그 아이가 왕어언의 어머니 즉 왕부인이다) 불구하고 이추수의 어린 동생을 언제나 좋아했던 것.
무량산의 옥벽동굴에 있는 단예가 반한 여신상은 바로 무애자가 이추수와 살던 당시 아이를 낳아 돌보는 이추수 대신 그 여동생을 조각해놓았던 것으로 무애자는 그 조각상을 바라보며 이추수는 안중에도 두지 않았고, 이에 질투심을 느낀 이추수는 수많은 젊은 남자들을 유괴해 무애자가 보는 앞에서 성관계를 가졌고, 결국 분노한 무애자는 이추수를 떠나버렸다. 이추수는 후에 유괴해온 젊은 남자들을 모두 죽여 호수에 암매장을 하였다.
신수판에서는 이추수의 행적이 더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원래 무애자는 천산동모와 정분이 있던 사이였다. 당시 동모는 26세, 무애자는 23세, 이추수는 18세였다. 이추수 역시 무애자를 좋아하게 되어 천산동모의 연공 기간에 암습하여 평생 어린이 체격으로 고정되게 만들었다. 원래 천산동모는 9세 때 주화입마 당해서 몸이 안 자라다가 극복해서 다시 자랄 수 있었는데 이추수가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이추수는 동모가 영원히 몸이 자라지 않는다는 사실을 무애자에게 폭로하고 무애자를 유혹하여 천산동모에게서 무애자를 빼았는다. 무애자는 진상을 모른 채 동모의 어린이 체격에 실망하여 이추수로 애인을 갈아타버린다.
둘은 이추수의 11세 된 여동생과 함께 무량옥동으로 이주하여 셋이 살게 된다. 그러나 무애자는 이추수의 여동생이 18세가 되자 그녀의 옥상을 조각해서 여동생이 병으로 죽은 후에도 옥상만 바라보고 산다. 이추수는 대노하여 상술한 음란한 짓을 무애자 앞에서 하는 통에 무애자와 사이가 벌어지게 된다. 또한 이추수는 무애자의 둘째 제자인 정춘추와 불륜 행각을 벌이고 있었는데, 천산동모가 이를 무애자에게 밀고하는 바람에 대노한 무애자가 이추수를 죽이려고 한다. 위기에 빠진 이추수는 도망치다가 장문 자리를 빼앗으려는 정춘추의 압습에 가담해 그를 절벽에서 떨어뜨렸다. 그러나 무애자를 사랑했기 때문에 목숨까지 없애려 하진 않았고 중상을 입은 무애자를 두고 정춘추와 딸 이청라와 함께 강남 소주로 달아난다.[10]
사실 개정 이전에도 이추수가 무애자를 차지하기 위한 행적들이 여러 매체에서 더 악랄하게 묘사되고 있었다. 황옥랑이 그린 만화판에서는 무애자와 제대로 정을 나누려고 한 천산동모를 암습하여 그와 강제로 떼어놓고, 무애자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음식에 독을 넣어 자신의 여동생까지도 살해한 것으로 나온다. 나중에 천산동모가 무애자를 찾아와 무덤을 파해쳐 유골에 배여있는 독기를 가리키며 이추수가 자신의 동생을 해친 사실을 알려주었다.
강남으로 이주했지만, 정작 이추수는 무애자에게 끝까지 집착하여 잊지 않았으며, 정춘추는 조금도 사랑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애자를 죽여 장문자리를 빼앗으려고 한 정춘추를 미워했고, 불륜을 지속하지 못한 채 그와 친딸을 내팽개치고 떠나버린다.[11] 그리고 낭환복지로 잠깐 돌아와서 옥상에 북명신공과 능파미보 비급을 숨겨둔 후 익히는 조건으로 소요파 제자들을 모두 죽이라는 전갈을 남긴다.[12] 또 인척 관계가 된 모용박이 머리를 숙여 정중히 비위를 맞추자 그에게 낭환복지의 무공비급을 보여준 이도 이추수다.[13] 이리저리 떠돌다가 탁월한 미모 덕분에 서하의 경종 이원호의 비빈으로 들어가서 서하 황태후까지 되었다. 또한 허죽의 부인인 은천공주가 이추수의 손녀라는 점으로 봐서 천룡팔부의 세계관에서 서하의 황제는 이추수의 핏줄인 것으로 추측된다. 아마도 작중 서하의 황제는 혜종 이병상으로 추정되는데, 그렇다면 이병상은 이추수에게는 손자가 되는 것이다.
이추수가 이원호의 비빈이 된 이유와 그 경위는 소설에서 설명되진 않았지만 정황상 무애자에게 버림 받은 후, 원수인 천산동모의 영취궁에 대적할 세력을 만들기 위해 이원호에게 몸을 바친 것으로 추정된다. 토번에는 구마지를 위시한 고수들이 있듯이 서하도 무림 고수들이 필요했고, 일품당을 세워 고수들을 양성했다.

[1] 천룡팔부는 유독 잔인하고 악랄한 여인들이 많이 등장한다. 강민, 아자가 대표적이고 천산동모와 이추수는 다소 언급이 잘 안 되지만 악랄함으로 이들을 능가하지 떨어지지 않는다.[2] 천산동모는 이추수의 문란한 행실을 잘 알고 있어서 그녀를 가리켜 '음탕하고 천한 계집'이라고 욕을 퍼부으며, 서하국 얼음창고에서 격투를 벌일 때 허죽을 가리켜 '중원제일 풍류남아 분면낭군 무반안'이라고 속여서 낚아내기도 하였다.[3] 과거 동모에게 몇 번이나 죽을 뻔 했지만 소무상공의 도움으로 살아난다. 구마지는 훔쳐배운 소무상공으로 소림 72절기를 수십 년간 수련한 소림 고승 이상으로 복사한다.[4] 천산동모는 이추수가 이 장법을 연성한 걸 보고 놀랜다. 음한한 성질의 장력으로 묘사됨[5] 평상시의 천산동모에게 꼼짝없이 한 수 아래라서 패한 적이 있었으며 작중에선 동모가 신공 연성에 실패 + 한쪽 다리를 잃어버린 엄청난 패널티를 가짐에도 치열하게 싸웠다. 이추수 스스로 정면대결로 안 되는 것을 알아 오직 동모의 반로환동 기간을 노려 암습했다.[6] 천산동모는 영취궁을 세우고 세외에 활동하며 36동 72도주를 발밑에 두었다. 이추수 혼자서 동모에 대적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서하국 황후가 되어 휘하에 일품당을 부리며 동모의 세력에 대적할 수 있었다.[7] 사대악인 중 하나인 섭이랑처럼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녀는 무애자 이외의 남자들은 다만 육체적 유희 대상으로만 봤고, 대부분은 실컷 즐기다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죽이거나 불구로 만들어버렸을 가능성이 높다.[8] 사실 황태비라는 작자가 개인 사생활부터 음란한 성생활(...)까지 황제부터 백성까지 모두 듣도록 동네방네 떠들어대고, 이걸 수수방관하는 것은 많이 좀.(...) 하지만 천산동모의 말에 의하면 소요파의 내력을 지니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이추수의 말을 들을 수 없다고 한다.[9] 소요파 무공은 천하제일 공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내력을 제어하지 못하면 사지 백해를 이러저리 옮겨다니며 충돌하는 탓에 배출이 되지 못하는데 이 산공 과정에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을 받는다. 전신 각 혈도 안에서 마비와 가려움증을 동시에 느낀 이추수는 손톱으로 자기 뺨을 쥐어뜯으면서 허죽에게 자신을 죽이라고 요청했다.[10] 왕어언이 보고 외웠던 만타산장에 있는 무공비급들은 이추수가 낭환복지에서 가져온 무공비급으로 밝혀진다.[11] 이추수는 남의 눈을 의식해서 딸인 이청라에게 정춘추를 아버지로 부르도록 했다. 의외로 정춘추는 이청라와 사이가 좋아 진짜 아버지 노릇을 한다. 이추수가 주고 간 소무상공 비급을 이청라 집에 숨겨두고, 딸에게 무공을 가르칠 정도로 친밀하다.[12] 신수판에서 이 소요파 제자를 죽이라는 의미가 정춘추와 성수파를 겨냥한 것으로 밝혀진다. 이추수는 정춘추를 진심으로 좋아한 적이 없었기 때문.[13] 구판 기준 최백천의 과거 회상으로 모용박과 이추수로 추정되는 정체불명의 남녀가 신수판에서 구체적으로 밝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