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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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야의 모습.출처:일본어 위키백과 나가야 항목
長屋 (ながや)
일본식 롱하우스. 보통 롱하우스가 난방효율을 좋게 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과는 달리, 일본의 나가야는 관습적인 면이 강하다. 일본의 도시는 일본식 성을 도시 중앙에 세우고, 성 밑에 이러한 나가야를 세워 서민들을 살게하면서 동시에 망루의 역할도 겸하게 했다. 일종의 전투용 계획도시로 목적을 갖고 세워진 것. 당연히 나가야에 사는 걸 다들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 사는 건 최하층 서민들의 몫이 되었다. 물론 방 한 칸 갖고 있는 이들보다 사정이 안 좋은 빈민들이 존재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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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자와 성의 산짓켄 나가야. 출처:한국어 위키백과 나가야 항목
나가야에서는 당연히 개인의 욕장(浴場)을 배치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의 위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중 목욕탕이 발달했다. 방음 따위는 기대할 수 없으니 조용히 살아야 했고, 이런데서 일본의 메이와쿠 문화 또한 생겨났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다 같이 투닥거리던 전국시대가 끝나고 나름 평화로운 에도시대로 들어오면서 나가야의 방어적 측면은 중요도가 떨어진 반면, 상업적인 면에서 유용함을 새로 발견되어서 성안에도 지어넣게 되었다. 2층으로 지어올린 나가야가 넓게 트인 길 양 옆에 쫙 늘어서서 한 칸 한 칸마다 다른 걸 파는 게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들에게는 생경하기 그지 없었다고... 이게 꽤나 풍류로 보였는지 이를 소재로 한 라쿠고도 여러 편 지어졌다. 아직도 일본의 지방도시에는 많이 남아있는 재래시장이 이런 식으로 지어진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건축자재는 콘크리트로 바뀌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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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야의 내부. 출처:일본어 위키백과 나가야 항목
옛날에는 주로 목조로 지었는데, 현대에는 유사한 형태의 건물을 콘크리트로 짓기도 하며 일본에서는 이걸 '문화주택' 혹은 아파트(アパート)라고 부른다.[1] 도쿄가 폭격으로 싹 다 밀린 뒤 전후복구로 주거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이런 투룸식 아파트들이 쭈욱 들어섰으며, 아직까지 남은 것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일본의 최하층 서민들의 주거공간으로 쓰인다.
어쨌든 이런 싸구려 이미지는 원투룸 아파트가 다 가져갔기 때문에 나가야라는 단어는 일본인의 향수를 자극하는 에도시대의 이미지만이 남았다. 나가야라는 이름의 고급 일식집도 있을 정도.

[1] 한국으로 치면 원룸 혹은 투룸 빌라 정도로 의역할 수 있다. 오히려 한국에서 아파트라고 부르는 고급진 공동주택은 '맨션'(マンション)이라 부른다. 한일 두 나라의 용법이 정반대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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