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있는 나날

 

1. 1989년작 영국 소설
2. 1을 원작으로 제작된 1993년작 헐리우드 영화
2.1. 줄거리
2.2. 기타


1. 1989년작 영국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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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 원서판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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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판 표지)
원제: The Remains of the Day
영국의 일본계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이다.
제1차 세계대전의 종전,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사이의 전간기를 배경으로, 영국 귀족의 저택에서 일하는 한 집사장의 관점에서 당대 영국의 시대상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 주 내용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작중 현재 시점은 제2차 세계대전 후인 1950년대지만, 분량상으로는 2차대전 직전인 1930년대 중후반에 관한 회상 내용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20여개 국가에서 100만부 이상이 팔리는 성공을 거두었고, 노벨문학상과 더불어 세계 문학계의 영예로 손꼽히는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2017년 저자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다시 주목받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영화판 개봉에 맞춰 1994년에 세종서적에서 번역 출간했으며, 이후 2010년 민음사에서도 출간되었다.[1] 번역자는 송은경. 가즈오 이시구로의 노벨문학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의 타 작품들과 함께 판매량이 급증하여 단번에 베스트셀러로 올라섰다.
한편 '남아있는 나날'이라는 국내판 제목은 오역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명사형으로 쓰인 remains를 동사로 보아 생긴 오역이며, '그 날(혹은 '시간'/'세월')의 흔적'[2] 등이 보다 정확한 번역이라는 것. 소설의 내용이 과거에 대한 회상을 중심으로 한 액자형 구성임을 생각하면, 충분히 설득력 있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기존의 제목이 20년 넘게 통용되어 왔기 때문에, 더 익숙하게 쓰이는 것도 부정하기 어렵다. 주한 영국문화원의 마틴 프라이어 원장도 원 제목의 의미를 "주인공의 남은 인생과 등장인물들이 사는 더 큰 사회로부터 남은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남아있는 나날'이라는 번역이 "완벽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오역은 아니다"라고 평했다.

2. 1을 원작으로 제작된 1993년작 헐리우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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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영상)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작품.[3] 원작소설 못지 않은 수작으로 손꼽힌다.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와 더불어, 서양 집사계의 모습을 잘 묘사한 작품. 주인공인 집사장 역으로 출연한 안소니 홉킨스는 집사의 업무를 거의 장인(匠人) 정신에 가깝도록 묘사했다.
1994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남우/여우주연상, 음악상, 미술상, 의상상 등 8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아쉽게도 쉰들러 리스트 등의 다른 쟁쟁한 작품들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2.1. 줄거리


주인공 제임스 스티븐슨(안소니 홉킨스 분)은 영국의 명망있는 귀족이자, 외교계의 실력자인 달링턴 경(제임스 폭스 분)의 저택에서 일하는 집사장이다. 어느날 샐리 켄튼(엠마 톰슨 분)이라는 여인이 하녀장으로 합류했다. 켄튼은 스티븐슨의 엄격한 업무 스타일에도 잘 적응했고, 간간히 스티븐슨에게도 개인적인 호의를 표했지만, 스티븐슨은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고 사무적인 태도를 유지하려 애썼다.
1930년대에 히틀러의 나치 정권이 등장하면서, 영국과 독일 사이에 긴장감이 높아진다. 달링턴 경은 나름 개인적인 선의에 입각하여 양국간의 화친을 위해 애썼고,[4] 자신의 저택을 비공식 외교회담 장소로 제공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차츰 달링턴 경은 자신도 모르게 나치의 주장에 경도되고,[5] 유화론자로 변질되고 만다. 결국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는 영국에서 매국노로 지탄을 받았고, 폐인이 된 채 쓸쓸히 만년을 보내다가 숨을 거둔다.
한편 켄튼은 자신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 스티븐슨에게 지친 나머지, 다른 남자와 교제하다가 결혼을 선언하며 하녀장을 그만둔다. 사실 스티븐슨도 켄튼에 대한 연모의 정을 남몰래 간직하고 있었지만, 끝내 이를 드러내지 않았다. 집사장이라는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 방해가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달링턴 경의 저택은 미국인 부호이자 전직 국회의원인 잭 루이스(크리스토퍼 리브 분)에게 팔린다.[6][7][8] 저택의 새 주인이 된 루이스는 스티븐슨에게 휴가를 권유했고, 스티븐슨은 켄튼을 만나기 위해 떠난다.[9] 스티븐슨은 20년만에 재회한 켄튼에게 다시 하녀장으로 돌아올 것을 권유하지만, 켄튼은 자신의 딸이 임신을 했고, 곧 아이를 낳을 것이라서 가정에 머물고 싶다고 대답하며 사양했다. 두 사람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관계로 돌아갈 수 없음을 확인한 채, 마지막으로 작별의 인사를 나눈다.

2.2. 기타


  • 홉킨스는 엠마 톰슨와 함께 1년 전에 제작된 영화 하워즈 엔드에서도 남녀 주연으로 출연한 바 있었다. 특히 엠마 톰슨은 하워드 엔드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슈퍼맨으로도 유명한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가 낙마 사고를 당하기 직전에 출연한 작품들 가운데 하나다.
  • 데뷔 초기의 휴 그랜트도 출연했다.[10] 달링턴 경과는 대부-대자의 관계지만,[11] 당시 영국의 대독 유화정책을 강력히 비판하여 달링턴 경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 원작자인 이시구로는 이 영화화를 인연으로 제임스 아이보리의 다른 영화인 화이트 카운티스의 각본을 쓰기도 했다.
  • 죠죠의 기묘한 모험의 등장인물 키라 요시카게가 좋아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1] 민음사는 그동안 한국에서 번역된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들 대부분을 출간해 왔다. 가즈오가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자 "민음사가 최대 수혜자"라는 네티즌들의 반응이 있었을 정도.[2] 일본어판 제목은 ‘日の名残り(그날의 잔영)', 중국어판 제목은 ‘長日留痕(긴긴날의 남겨진 흔적)'으로 '그 날의 흔적'과 유사하게 번역되었다.[3] 전망 좋은 방, 하워즈 엔드 등의 시대극 영화로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이스마엘 머천트와 함께 머천트 아이보리 프로덕션에서 제작했다. 주로 영국 시대극을 제작하던 사람들. 재미있게도 원작자, 제작자, 감독 모두 잉글랜드인이 아니다. 아이보리는 미국인, 머천트는 인도인.[4] 1차대전에 참전 당시에 만난 독일인 친구와 전쟁 이후 만남을 약속했지만 베르사유 조약으로 만나지도 못하고 독일 경제가 파탄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에 1차대전 직후 연합국이 독일에 부과한 천문학적 배상금과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 경제난 등에 대해 연민을 느끼고 있었다.[5] 자기 저택의 하녀들 가운데 한명을 유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해고하기까지 했다. 이에 하녀장인 켄튼이 항의했을 정도.[6] 루이스는 극중 달링턴 경이 주최한 비공식 외교회담에 미국측 대표로 참석한 바 있었다. 당시 회담에서 루이스는 달링턴 경을 비롯한 유럽측 대표들에게 "당신들은 현실을 모르는 아마추어"라고 비판했다.[7] 루이스가 달링턴 경 저택의 새로운 주인이 된 것을 두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이 제국의 지위를 상실하고, 미국이 영국을 대신하는 최강대국이 된 것"을 상징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8] 소설판에서는 루이스가 저택을 사지 않는다. 루이스의 등장은 회의에서 끝나며, 저택을 사는 것은 다른 미국인.[9] 이 시점에 켄튼은 결혼 후에 남편을 따라 '벤 부인'으로 호칭되고 있었다.[10] 본 작품에서는 여자 주연인 엠마 톰슨과 별로 접점이 없었는데, 3년 후 제작된 제인 오스틴 원작의 이성과 감성 영화판에서 남녀 주연이자 극중 연인으로 재회했다.[11] 극중 친아버지와 달링턴 경이 서로 친구였고, 친아버지가 타계한 후에는 달링턴 경과 사실상 부자 관계처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