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얼굴

 

'''The Adventure of the Yellow Face'''
1. 개요
2. 줄거리
3. 스포일러
4. 기타


1. 개요


셜록 홈즈 시리즈 중 단편집인 셜록 홈즈의 회상록에 수록된 단편. 1893년에 출판되었다. 작중 배경은 1888년.

2. 줄거리


런던 근교인 노베리에 거주하는 그랜트 먼로의 옆집에 어떤 사람들이 이사를 온다.
가정부로 보이는 여자는 먼로에게 무례하게 굴고, 창 바깥으로 보이는 사람의 얼굴은 공포스러울 정도의 무표정한 노란 색 얼굴이었다.
한편 이 사람들이 이사 오기 전, 먼로의 아내[1]는 자신이 남편에게 맡긴 재산 중에서[2] 100파운드를 달라고 하고, 먼로가 이유를 묻자 묻지 말아달라고 한다. 그리고 아내가 한밤중이나 자신이 집에 없을 때 옆집에 자꾸 간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이유를 계속 캐묻지만 아내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는다. 참지 못한 먼로는 집 안으로 쳐들어 갔지만 아무도 없었고, 한 아늑한 방에서 아내의 사진을 발견한다. 아내와의 관계도 나빠진 먼로는 홈즈에게 상담을 하러 오는데......

3. 스포일러



결론부터 말하자면, 홈즈의 추리가 어긋난 사건이다. 그것도 '''아예 처음부터 홈즈의 예측이 어긋난 몇 안 되는 사건 중 하나이다.'''
홈즈는 먼로의 옆집에 온 노란 얼굴의 사람이 죽었다고 알려진 먼로 부인의 전 남편이라고 추리하고, '전남편, 혹은 전남편에게 빌붙은 사람이 먼로 부인에게 협박을 하고 있다'라고 생각한다. 먼로 부인이 남편이 죽었다는 '거짓말'을 하는 이유도 이런 전남편 이야기를 그랜트 먼로에게는 감추기 위해서였다고 추측한다. 전 남편이 매우 포악하거나 차마 남에게 말할 수 없는 질병에 걸려서 도망치듯 이혼하고, 그랜트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먼로 부인이 찾아간 100파운드의 돈은 일단 입막음을 하기 위해 먼로 부인이 준 돈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홈즈와 왓슨, 먼로 일행이 집에 쳐들어갔을 때 노란 얼굴의 정체는 먼로 부인이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로 흑인이었다.
딸의 이름은 '루시'. 먼로 부인의 전 남편은 변호사인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름은 존 헤브론)이었고, 딸 또한 흑인[3]이었기 때문에 이를 숨기기 위해 가면을 씌워서 무표정한 노란 얼굴로 보인 것이다.
부인이 먼로와 결혼할 때 쯤, 딸은 건강이 좋지 않아서 미국에 있었다. 이후 먼로 부인은 딸아이가 너무 보고 싶었고, 또한 아이도 이제 건강해지자 옆집으로 이사오게 해서 남편 몰래 딸을 만났던 것. 먼로 부인이 달라고 부탁했던 돈 100파운드는 딸이 옆집으로 이사올 수 있도록 마련한 돈이었고, 먼로에게 무척 쌀쌀맞게 대하던 미국인 가정부도 오래 전부터 먼로 부인과 알던 사람으로, 딸아이를 잘 알고 잘 대하며 믿을 만한 사람이었다. 먼로에게 차갑게 대한 것도 외부인이 다가오는 걸 막고자 그랬던 것이다.
실상을 알고 이제 어쩔 거냐는 에피의 물음에 잠시 고민한 먼로는 아이를 안아 들고 부인과 앞일에 대해 집에 가서 의논하자고 말하고, '내가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닐지 모르지만, 당신 걱정처럼 나쁜 놈인 것도 아니오.'라고 덧붙인다. 글 속에 나온 먼로의 품성과 행동을 보면 사실상 이 아이를 내 자식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분위기로 나온다. 아이를 안아들 때 아빠가 딸에게 해주듯 뺨에 뽀뽀까지 해주었다고 하니 확실하다.
이 모습을 보던 홈즈는 우린 이만 빠져주는 게 좋겠다며 왓슨과 함께 슬그머니 베이커 가로 후퇴한다. 그리고 홈즈는 저녁 내내 이 사건에 대해 말하지 않다가, 왓슨에게 홈즈 자신이 잘못 생각하는 기미가 보이거든 이 사건을 상기("내 귀에 '노베리'라고 속삭여 주게.")시켜 달라고 이야기한다.

4. 기타


  • 현대에도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이 이미 있다는 사실을 섣불리 공개하기는 쉽지 않은데, 사회적으로 더 보수적이었던 19세기 영국 사회라면 더더욱 그렇다. 또한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세기 말은 백인이 아닌 다른 인종에 대한 무지막지한 편견과 차별이 당연했던 시대다. 게다가 부인이 미국에서 결혼을 했다는 곳은 미국 남부 조지아 주의 주도인 애틀란타다. 19세기 말 미국 남부에서 흑인과 결혼한 여성과 흑백혼혈인 그 자녀가 어떤 취급을 받았을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실제로 당시의 애틀란타를 비롯한 조지아 지역에서는 아예 흑인과 백인의 결혼 자체를 허용하지 않았다. 영국미국 남부보다 아주 약간 덜하다 뿐이지 이런 인종차별은 아주 심했다. 작중에서도 먼로 부인이 '나는 그(존 헤브론)와 결혼하면서 백인 사회와 인연을 끊어 버렸지만 결혼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 아이는 피부가 희든 검든 내 소중한 딸이다'라고 말할 정도다. 이런 점을 놓고 볼 때 먼로 부인의 이러한 조심성은 이상할 게 없다. 이에 대해 전 남편 존 헤브론의 죽음도 자연사나 병사가 아니라 KKK단 등 백인우월주의자들에게 린치 살해되었을 수 있다는 추측도 있다.
  • 다인종 가족이란 화두를 던져준 단편이기도 하다. 저자인 코난 도일은 적어도 이에 대해선 긍정적(혹은 동정적)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당시 세계 곳곳에서는 인종 분리 법안이 발효되던 상태였으나 당시 영국에서는 그런 법안이 없었다. 하지만 영국도 다른 인종에 대한 편견이 존재했고, 그래서 본편에서도 불법이 아니지만 '그래도 숨기고 싶은 사실'이었던 걸로 묘사된다.
  • 참고로 미국판이 처음 나왔을 땐 원작에선 먼로가 2분 정도 고민하던 시간을 늘려 10분으로 고민했다고 나왔다. 그만큼 흑인 양녀를 받아들이는 게 당시에는 충격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 이름은 에피. 미국 출신으로 전 남편을 병으로 잃은 뒤에 먼로와 만났다고 한다.[2] 먼로 부인은 꽤 재산이 있었는데 결혼하면서 이를 전부 남편에게 맡겼고 먼로 또한 상당한 부자라서 아내의 돈을 욕심내거나 하진 않았다.[3] 여기서 코난 도일이 저지른 설정 오류. 본문에서 먼로 부인은 "내 딸은 남편보다도 피부색이 더욱 까맸다"라고 말하는데, 흑백혼혈은 흑인이나 백인인 어느 한쪽의 부모와 피부색이 비슷할 수는 있어도, 색깔이 오히려 더욱 짙을 수는 없다. 단, 먼로의 부인과 전남편 모두 흑백 혼혈이고 부인은 백인에 가까운 외모를 해서 백인으로 여겨졌던 것이라고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