덱건
1. 개요
덱건(Deck gun)은 잠수함의 갑판에 장착된 함포를 뜻한다. 주로 통상파괴나 지상공격, 혹은 최소한의 방어수단으로 사용되었으며, 항공기의 발전으로 잠수함이 수상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차츰 도태되었다.
2. 발전
초기의 잠수함은 작전시간의 대부분을 물 위에서 보내다가 꼭 필요할 때만 잠수하는 가잠함의 개념을 띄고 있었다. 때문에 수상 작전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었고 일반 군함만큼은 아니어도 적에게 유의미한 포격을 가할 수 있는 덱건이 장착되었다. 덱건은 호위를 대동하지 않은 적 상선을 수상에서 공격할 때 주로 사용되었고,[1] 때로는 포격을 통해 지상을 지원하기도 했으며 손상을 입고 부상한 뒤에 쓰는 최후의 방어수단이기도 했다.
1차 대전부터 전간기 동안 대부분의 잠수함이 덱건을 장비했으며 쉬르쿠프나 M급 잠수함처럼 순양함 혹은 모니터함에 준하는 대구경[2] 덱건으로 무장한 잠수함도 있었다.
3. 쇠퇴
하지만 덱건은 애시당초 은닉성을 생명으로 하는 잠수함에 어울리는 무기가 아니었다. 항공기에 의한 대잠초계 전술이 발전하고 잠수함의 수상 항행 비중이 줄어드는 2차 대전 중후반기부터 덱건은 그 가치를 급속도로 잃어갔다. 덱 건 자체가 일으키는 수중 저항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고, 열세에 직면한 독일 해군의 유보트를 필두로 덱건은 빠르게 해체되었다. 1943년부터 1944년까지 대부분의 유보트가 덱건을 해체했고 인도양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몬순 전단 소속의 일부 유보트만이 덱건을 남겨두었다.
예외적으로 미 해군의 잠수함은 종전기까지 덱건을 운용했고 때로는 과무장에 가까울 정도로 덱건을 장착한 경우도 있었다.[3] 이는 미국이 제해권과 제공권을 장악한 상태였고 일본의 함정과 상선의 씨가 말라 어뢰를 쓰기 아까운 소형 선박의 비중이 늘어났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었다.
마지막까지 덱건을 유지한 잠수함은 페루 해군의 아브타오급 잠수함(위키)으로 1952년부터 1999년까지 운용했다. 자국산은 아니고 미국에서 2차대전기에 운용했던 마크렐급 잠수함의 설계를 기반으로 만들어 준 함이었다. 현대 독일 해군의 212급 잠수함은 수납형 기관포를 운용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가 취소되었는데, 진행되었다면 21세기에 수상 함포를 가진 잠수함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