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냐 파즈호 침몰 사고
1. 개요
1987년 12월 20일 밤에 벌어진 필리핀 국적 여객선 '도냐 파즈 호'와 마찬가지로 필리핀 국적 유조선인 '벡터 호'가 충돌한 해상 사고. 20세기 최악의 여객선 침몰 사고로 꼽히며 무려 '''4,375명'''이 죽은 엄청난 참사로, 인재로 분류되는 해난 사고 중 사망자 숫자 1위이자 '''비전시 상황에서 일어난 선박 사고 사망자 수 1위이다.''' 이는 사망자 수 2위인 르 줄라호 침몰사고의 1,863명(최소 추정치)과 압도적인 차이가 나는 것이다. 더 와닿게 말하면, '''세월호 참사가 13번가량 일어난 셈이다.''' 더불어 과적으로 인한 선박 사고 사망자 1위다. 아주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가득 가지고 있다. 위키백과 정보 (영어)
2. 도냐 파즈 호
MV(Motor Vessel, 동력선) Doña Paz
1963년 일본의 오노미치조선소에서 만들어져 일본의 류큐카이운(유구해운, 琉球海運. 해외에선 RKK해운으로 더 잘 알려짐)에서 굴리던 배로, 일본에서 활약할 때의 이름은 히메유리마루(ひめゆり丸)호였다. 1975년 필리핀에 팔렸으며 처음 만들어질 당시 탑승 가능 인원은 608명이었다.
필리핀에서 처음 지어진 이름은 돈 술리피치오호 였고 개조를 거치며 탑승 가능 인원이 초기 설계의 두 배에 가까운 1,189명이 되었다. 1979년 6월 5일, 승객 1,164명을 태우고 가던 길에 화재가 일어나 반파되었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1명도 죽지 않고 모두 구조되었다. 이 배를 '''그대로 건져올려''' 고쳐서 도냐 파즈 호로 개칭하고 1981년부터 재운항한다! 덤으로 탑승 인원이 1,450명으로 개조되었다.
그러나 지옥 같은 사건이 벌어지던 그 날은 정원의 3배이자, 진수 때의 7배가 넘는 무려 4,388명이라는 가공할 숫자의 사람이 타게 되었다. 바로 도냐 파즈 호의 소유주인 술피치오 선박회사가 불법적으로 암암리에 표를 계속 팔았기 때문이었다.
3. 비극이 된 성탄절 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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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제작한 도냐 파즈호 사고 관련 다큐멘터리의 CG 사진.
1987년 12월 20일. 도냐 파즈호는 수도 마닐라에서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려는 승객들을 한 배 가득 싣고 레이테섬을 떠나 마닐라로 향하던 중이었다. 대다수 승객이 잠자던 오후 10시 30분에 8,800톤 가솔린을 적재한 유조선 벡터호와 충돌하며 폭발했다. 대부분의 가솔린이 새어 나오며 불이 붙었고 벡터호와 도냐 파즈호는 화염에 휩쓸렸다. 근처 바닷물까지 이 화염에 휩쓸리면서 온도가 급속도로 올라가 불바다에 수온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바닷물까지 끓어오르기 시작했고[1] , 결국 '''모두가 즐거워야 할 크리스마스 주간 여행은 생지옥이 되고 말았다.'''
3.1. 얼마나 타고 있었는가?
1987년 12월 22일 MBC뉴스에서는
라고 나온다. KBS 9시 뉴스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왔다.오늘 당초 밝힌 1,493명의 승선 인원에는 60명의 승무원이 빠져 있었다고 발표함으로써 침몰 당시 사고 선박에는 최소한 1,553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최대 탑승 인원의 3배에 달하는 4,388명이 타고 있었다는 '''불편한 진실'''이 드러났다. 사람이 이리도 많았던 이유는 대충 구석에 틀어박혀 잠을 자는 '''입석표가 무척 값이 쌌기 때문'''이었다. 비행기나 안전운행을 하는 다른 배의 삯과 비교할 수 없었기에 가난한 서민들이 엄청 몰렸고 사망자 대다수가 필리핀인 이었다. 당시 승선객이 하도 많아서 타길 포기해 목숨을 구한 몇몇 관광객도 있었다.
그곳에는 일본인 관광객 5명 등 몇몇 외국인 관광객도 탑승한 것으로 나와 있다.
3.2. 인재 중의 인재
불바다 속에 다이너마이트를 가득 싣고 들어가던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던 운행 정황이 속속히 드러났다.
- 구명조끼가 들어 있는 라커에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 선장은 자신의 방에서 TV로 야동을 보고 있었다. 다른 승무원들은 맥주를 마시며 TV를 보고 있었다가 배가 침몰하자 우왕좌왕하면서 승무원들은 단 1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 배 모니터를 지키던 선원은 수습선원 1명뿐.
- 폭발이 일어나자 놀란 몇몇 선원은 아무런 말도 없이 전원을 내렸다(...) 그야말로 암흑천지가 되어버리자 사람들은 도무지 어디로 나갈지 몰라 어둠 속에서 우왕좌왕했다.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하자 놀라 마구 나가다가 그 와중에 밟혀 죽는 이들도 속출했다.
- 겨우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왔지만 구명정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 승객들은 불타는 바다 위로 뛰어내렸으나 알다시피 기름이 붙은 바다는 유황을 방불케 했고, 배에서 타죽거나 뜨거운 물에 빠져 즉사했다. 거기다가 이 바다는 상어가 가득한 곳이다.
- 덤으로 다른 배인 벡터호는 운항 허가도 받지 않은 상태였고 자격을 갖춘 선원조차 없었다.
3.3. 사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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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냐 파즈호에서는 4,388명에서 단 24명(비율상으로 따지면 겨우 '''0.55%'''), 벡터호에서는 13명 가운데 2명만 살아남았다. 모두 4,375명 사망. 그리고 생존자 모두 지독한 중화상을 입었다. 20세기, 아니 인류 역사상 벌어진 여객선 침몰 사고에서 사망자가 가장 많은 참극으로 손꼽힌다. 사망자 수가 더 많은 빌헬름 구스틀로프 사건이나 우키시마호 사건 같은 참극도 있지만 전시 상황에서 벌어진 인재였다. 도냐 파즈호 사건은 비전시 상황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가 생긴 참극이다.
더 큰 비극은 이 바다에는 상어가 가득하다는 점이었다. 사건 이후 상어들이 몰려와 죽은 시체들을 먹어치우기 시작하여 수색에 나선 수색대는 총으로 상어를 쏘면서 시체들을 인양해야 했다고 한다. 당시 현장에 있던 이들의 증언에 의하면 시체들은 화상으로 훼손이 심했고, 화상을 입지 않아도 펄펄 끓는 물에 죽은 시체가 가득했다고 한다.
생존자(여러 피부 이식 수술로 얼굴은 그럭저럭 회복되었다)들이 증언하길 당시 어둠 속에 겨우 바깥으로 나와도 구명정도 아무 것도 없이 그저 바다에 뛰어들었지만 유조선이 폭발하면서 가솔린이 근처 바다를 뒤엎어 불바다가 되어버린 불지옥이었다고 치를 떨었다. 생존자 증언을 들어 보면 바다에서 사람이 타죽는 걸 봐 가면서 물 속으로 들어가며 그저 무조건 헤엄쳤는데 물 속이 펄펄 끓어서 팔이고 얼굴이고 타 들어가는 고통이 가득했다고 한다. 그렇게 헤엄쳐서 겨우 파편이고 뭐고 올라가서 살아남았지만 그대로 기절하여 나중에 병원에서 눈을 뜨니 온몸이 화상 투성이였지만 의사들이 그래도 살아남은 게 기적이라는 말부터 했다고 한다.
3.4. 사건의 여파
벡터호나 도냐 파즈호나 선장 및 승무원들이 거의 죽은 탓에 두 선박 업체와 감사에 소홀히 한 정부기관에게 책임 소재를 묻는 비난이 쏟아졌다. 사건 현장에서 벡터호 승무원 2명은 살아남았지만 그들도 중화상을 입은 채 죽다 살았고, 땜질로 고용된 가난한 임시직 승무원들이라 이들을 탓할 수도 없었다.
그야말로 '''필리핀 건국 이래 최악의 대참사'''인지라 당시 코라손 아키노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방송을 해야 했고 보상금으로 부랴부랴 2,500만 페소(2010년대 미국 달러로 55만 달러)가 편성되었다. 필리핀에선 큰 액수이지만 보상금이라고 하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한 돈이었으니 불만이 터져 나왔다.
결국 슐피치오와 벡터호 소유주이자 세계 굴지의 정유 회사 중 하나인 칼텍스 그룹에게 소송이 제기되었다. 피해자들은 무려 12년이나 지난 1999년에서야 승소하게 되었다.
4. 그 밖에
공교롭게도 2014년 4월 16일 벌어진 한국 청해진해운 세월호 침몰 사고와 여러모로 비슷하다. 둘 다 일본산 배였고 적어도 대처를 잘 했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음에도 선장과 선원들의 막가파식 대처로 터무니 없이 사망자가 늘어난 인재이다. 그래도 청해진해운 세월호 침몰 사고는 늦게나마 한 단원고 학생이 해양경찰청에 조난 신고를 한 덕분에 전체 탑승자의 약 1/3 정도(172명)를 구조했으니 도냐 파즈호 침몰 사고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안타깝게도 이 학생은 이후에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또 다른 차이점이라면 도냐 파즈호의 선장과 승무원들은 자업자득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배와 함께 사망했다는 정도다. 그런데 이걸 반대로 생각해보면 ''' 세월호 주요 승무원들은 다른 승무원들과 승객들을 내팽개치고 자기들끼리만 최우선으로 탈출하여 살아남았다는 점이다.'''
2009년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만든 세계 해난 사고를 다룬 다큐멘터리에선 이 사건을 재현했다. 위에 도냐 파즈 닷컴에도 올라와 있다.
세계 2번째 인재 해난사고이자 2번째 과적 사망자 해난 사고이자 아프리카의 코스타 콩코르디아 호 좌초사고로 일컫어지는 르 줄라호 침몰사고도 있다. 고장난 배를 대충 고치고 과적했다가 일어난 참사로 도냐 파즈호랑 똑같은 안전불감증 대참사이다.
[1] 바닷물의 끓는점은 105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