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지오반니
'''Don Giovanni, K.527'''
1. 개요
모차르트의 전성기(1787. 10월 29일)에 작곡한 오페라로, 흔히 모차르트의 4대 오페라(피가로의 결혼, 돈 지오반니, 코지 판 투테, 마술피리)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는 명작. 모차르트 특유의 코믹함과 재기발랄함, 그리고 대본의 묵직함과 아름다운 음악이 어우러진 명작이다.
2. 작곡 동기
모차르트의 작품 피가로의 결혼은 프라하에서 큰 호평을 받았는데, 당시 이 오페라를 상연한 프라하의 극장주 파스쿠알 본디니(Pasquale Bondini)와 요제파 듀섹(Frantisek, Josepha Dusek) 부부는 모차르트에게 새로운 작품을 의뢰하였고 이에 모차르트는 극작가 로렌초 다 폰테와 함께 또하나의 야심작을 준비하였다.
그 작품이 바로 돈 지오반니이다. 다 폰테는 스페인의 극작가 티르소 데 몰라나가 1620년이 쓴 희곡인 "세비야의 바람둥이와 석상 손님"을 토대로 대본을 완성했다.[1] 이 희극에 등장하는 이가 그 유명한 '''돈 후안'''인데, 그의 이름이 이탈리아식으로 번안된 것이 돈 지오반니이다. 참고로, 프랑스에서는 '동 주앙'으로 불릴 수 있다. 유럽 언어들이 그렇듯, 같은 이름이 다르게 불리는 것이다.
모차르트 특유의 희극적인 요소가 전반적으로 잘 묻어있으나, 시작은 살인사건으로 시작되며, 마무리는 돈 지오반니가 기사장(코멘다토레)의 영혼에게 지옥으로 끌려가는 비극으로 끝나는 독특한 작품이다.
이런 독특한 점을 들어서 영화 아마데우스에서는 그의 아버지인 레오폴트 모차르트의 죽음과 엮어서 기사장이 자신의 아버지이며, 본인의 불효를 사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정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실제 역사에서도 모차르트는 아버지 레오폴트가 사망할 당시 돈 지오반니의 작곡 일정 때문에 장례 참석을 하지 못한 바 있다.
코믹과 정극, 희극과 비극이 함께 섞여있는 독특한 오페라이다.
3. 등장인물
- 돈 지오반니(Don Giovanni)[2] : 바리톤. 말이 필요없는 전설적인 바람둥이
- 안나(Donna Anna) : 소프라노. 기사장의 딸이며, 돈 지오반니에게 농락당했던 여자.
- 레포렐로(Loporello) : 베이스 또는 베이스 바리톤. 돈 지오반니의 하인. 돈 지오반니와 훌륭한 덤앤더머(?)의 모습을 보여준다. 자기 주인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 기사장(Commendatore) : 베이스. 자기 딸을 농락한 돈 지오반니에게 검을 빼들고 결투를 벌이다 목숨을 잃는다. 후에 그의 모습을 한 석상이 극중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엘비라(Danna Elvira) : 소프라노. 돈 지오반니에게 배신당했던 여자.
- 오타비오(Don Ottavio) : 테너. 안나의 약혼남
- 마제토(Masetto) : 베이스 바리톤. 체를리나의 애인.
- 체를리나(Zerlina) : 소프라노. 순진한 소녀로, 돈 지오반니의 추파를 받는다.
4. 서곡
(리카르도 무티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돈 지오반니 서곡은 비극적인 결말을 암시하는 전주와 분위기를 돋우기 위한 알레그로로 구성되어 있으며 종결부는 오페라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마무리된다. 리하르트 바그너가 고전주의 오페라 서곡 가운데 가장 높이 평가했던 곡이다.
서곡은 모차르트가 초연 전날밤까지 완성하지 못했으나 초연 당일 새벽에 필사가들이 왔을 때 작품이 완성되어 있었다는 전설적인 일화로 유명하다. 일각에서는 이를 과장된 도시전설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완전히 근거가 없는 일화는 아니며 어느 정도 과장은 있을지 몰라도 대본가 다 폰테 등의 증언에 근거하고 있다. 초연 직전 새벽에 쓴다는 것이 모차르트의 천재성과 곡의 구조로 보았을 때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문제는 오케스트라 스코어를 그리는데만 해도 시간이 제법 많이 걸린다는 점이다. 서곡이 작품에서 가장 마지막에 쓰여진 것은 사실이다. 모차르트는 본인은 초연 하루 전인 1787년 10월 28일 오페라를 완성했다고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초연되기 직전 새벽까지는 아니고 하루 전에 완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서주는 오페라의 마지막 석상신에서 따왔기 때문에 이전에 이미 쓰여진 것으로 보인다.
오페라와 별도로 콘서트에서 독립적으로 연주하기 위한 목적으로 화려하게 끝나는 종결부를 새로 추가한 버전도 있다.
(주빈 메타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5. 줄거리
5.1. 1막
안나의 궁전에서 시작된다. 레포렐로는 악행을 일삼는 자기 주인의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는 신세를 한탄하고 있다.
돈 지오반니는 안나를 겁탈하려다 실패하고, 그 모습을 본 그녀의 아버지 기사장과 결투를 하게 된다. 그러나 결투 끝에 돈 지오반니는 기사장을 찌르고 도망 간다.
안나는 절규하며 약혼자인 오타비오를 부르고 둘은 돈 지오반니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다.
이 와중에 돈 지오반니는 자신이 사귀고 버렸던 엘비라를 만나서 그녀를 레포렐로에게 맡기고 도망을 가버린다. 약이 올라 흥분하고 있는 엘비라에게 레포렐로는 자기 주인이 정복하고 버린 여자들의 리스트를 죽 불러주는데, 이 장면이 그 유명한 '''카탈로그의 노래'''이다.[3] 가사를 보면 기가 막힌다. 대강 이런 가사.
(레포렐로: 일데브란도 다르칸젤로, 리카르도 무티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장소가 바뀐 어느 농촌. 동네에서 결혼식이 한창인 와중에 돈 지오반니가 나타난다. 농부 마제토와 체를리나의 결혼식인데, 체를리나를 보고 반한 돈 지오반니는 이 여자를 유혹하려 한다. 레포렐로에게 신랑과 그의 친구들을 자기 집으로 초대하게 하고는 자신이 체를리나를 유혹한 것.아씨, 이게 바로 그 명부입니다. 나리께서 정복하신 미녀들의 명부입죠. 제가 공들여서 꾸몄습니다. 함께 보시죠.
이탈리아에서는 640명, 독일에서는 231명, 프랑스에서는 100명, 터키에서는 91명
그러나 스페인에서는 1,000명 하고도 3명 더 있습죠. (...)[4]
(중략)
누구든 치마를 두르기만 하면 나리는 가난하건 부자건 가리질 않아요. 자, 이제 아씨도 아시겠죠? (퇴장)
(돈 지오반니: 일데브란도 다르칸젤로, 체를리나: 발렌티나 나포르니타,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거의 성공하려던 찰나, 돈나 엘비라가 나타나 방해하고, 돈 지오반니는 훗날을 기억하며 도망간다. 이때 돈 오타비오는 복수를 다짐하며 "그녀 마음의 평안을 위하여(Dalla sua pace)"를 부른다.[5]
(돈 오타비오: 괴스타 빈베르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레포렐로와 다시 만난 돈 지오반니는 레포렐로에게 간단한 이야기를 듣고는 기분이 좋아서 "마을 사람들을 불러라. 잔치를 벌이자. 그리고 난 여러 아가씨들과 재미나 보고 내일 아침까지는 명부에 두 자릿수를 늘려야지"라며 유명한 아리아인 '''샴페인의 노래(Finch'han dal vino)'''를 부른다.
(돈 지오반니: 사무엘 레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마제토는 체를리나가 바람피는 것을 원망하며 질투의 말을 퍼붓고, 체를리나는 "때려주세요 마제토(Batti, batti, o bel Masetto)"를 부르며 용서를 구한다.[6]
(체를리나: 캐슬린 배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장소는 무도회장으로 바뀐다. 엘비라와 안나, 오타비오는 돈 지오반니를 응징하기 위하여 가면을 쓰고 나타났는데, 체를리나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달려가보니 돈 지오반니가 체를리나를 덮치려던 것. 세 사람에게 포위된 그는 레포렐로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고는 도망가 버린다.
5.2. 2막
위험을 간신히 피한 돈 지오반니는 이번에는 엘비라의 하녀를 유혹하려 한다. 엘비라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이번에는 레포렐로와 옷을 맞바꿔 입는다. 옷을 바꿔 입은 돈 지오반니는 엘비라를 유혹하기 위하여 만돌린으로 창가에서 그녀에게 세레나데를 부른다. 이 곡이 유명한 돈 지오반니의 세레나데.
(돈 지오반니: 체사레 시에피,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이 상황에서 돈 지오반니를 잡으려 한 무리의 마을 사람들을 끌고 오던 마제토가 레포렐로를 발견하고는 그를 돈 지오반니로 착각하여 폭행한다. 엘비라는 레포렐로를 돈 지오반니로 오해하고는 은밀한 장소로 데리고 갔는데, 하릴이면 거기가 안나와 오타비오, 체를리나와 마제토가 있던 자리이다. 서슬퍼런 분위기에 압도된 레포렐로는 그동안의 자초지종을 말하고는 도망을 친다. 그러나 그가 도망을 가는 모습을 본 오타비오는 그가 사실은 레포렐로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당국에 그를 고발하고 오겠다고 말하며, 안나를 위로해 달라고 사람들에게 부탁한다. 이 장면에서 등장하는 아리아가 많은 테너들의 애창곡인 '''"그동안 내 사랑을(Il mio tesoro intanto)"'''이다.
(돈 오타비오: 플라시도 도밍고, 넬로 산티 지휘, 뮌헨)
한편, 우여곡절 끝에 공동묘지 근처까지 도망쳐 온 두 사람은 다시 상봉하게 되어[7] 대화를 한다. 돈 지오반니는 자신의 무용담을 신나게 떠들고 있는데, 어디선가 "네놈의 그 방자한 웃음은 아침 해가 뜨기 전에 잠잠해질 것이다"라는 소리를 듣는다. 소리를 들은 돈 지오반니가 주위를 살펴보니, 죽은 기사장의 석상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석상에는 "여기 나는 비열한 살인 행위에 대하여 하늘의 복수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써져 있었다. 이를 본 레포렐로는 두려워하나, 돈 지오반니는 호기롭게 오늘 저녁식사에 초대하겠다고 말하고는 자리를 뜬다. 다만, 대사를 보면 뭔가 을씨년스러운 연출이다.'''그 동안(내가 당국에 신고를 하고 올 동안) 여러분은 내 사랑하는 이에게 가서 그녀를 위로해 주시오'''
Il mio tesoro intanto Andate a consolar,
'''그리고 그녀의 아름다운 두 눈에서 눈물이 마르게 해 주시오'''
E del bel ciglio il pianto Cercate di asciugar.
'''그녀의 불행, 그 원수를 갚으로 내가 갔다고 그녀에게 전해주시오'''
Ditele che i suoi torti A cendicar io vado;
'''그리고 죽음의 처벌 소식을 들고 곧 돌아오겠소'''
Che sol di stragi e morti Nunzio vogl'io tornar.
이윽고 굉장히 기분좋고 호기로운 식사가 시작된다.[8] . 레포렐로가 음식을 서빙하면서 닭고기 한 조각을 입에 꿀꺽 하자[9] , 이를 놓고 입씨름을 하는 등 우스운 장면이 등장하는데, 갑자기 엘비라가 나타나 돈 지오반니에게 속히 회개하라고 울부짖는다. 그러나 꿈쩍도 하지 않는 돈 지오반니. 그에게 회개와 반성은 남의 나라 이야기. 이를 거부하는 그를 포기하고 나가려던 엘비라가 갑자기 비명을 지른다. 레포렐로도 나가보더니 비명을 지른다. 석상[10] 이 오고 있었던 것. 드디어 석상이 나타난 것이다.[11] 석상은 그에게 "저녁 초대해 주어서 저녁을 먹으러 왔다"고 하며, 그에게 "나도 네 초대로 왔으니, 너도 내 초대에 응하라"고 한다. 악수를 청하는 기사장과 악수를 한 돈 지오반니는 그의 싸늘한 손에 당황하고, 손을 쥔 석상은 그에게 "회개하라"고 하나, 돈 지오반니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결국 지옥의 불길이 솟구치고, 그는 지옥으로 빨려 들어간다. 돈 지오반니에서 가장 신경써서 연출하는 부분이다.돈 지오반니 : 그렇다면 말해보라. 내 저녁식사에 그대는 오겠는가?
기사장의 석상 : 오냐
돈 지오반니 : 이건 참 야릇한 모험이로군. 저 늙은이가 식사를 하러 오겠다니. 그렇다면 가서 준비를 하자. 여기를 떠날 수밖에.
레포렐로 : 두려움에 떨려 움직일 수도 없구나. 숨도 쉴 수 없고, 까무라치겠네. 나리, 어서 여기서 떠나십시다.
(돈 지오반니: 마리우츠 크비치엔, 레포렐로: 루카 피사로니, 석상: 슈테판 코칸, 파비오 루이지 지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12]
한발 늦게 달려온 오타비오 일행들에게 레포렐로는 상황을 이야기하고, 이들은 "악인은 이렇게 죗값을 치른다"고 노래하며 극이 끝난다.[13]
6. 주요 음반
유명한 오페라인 만큼 많은 연주자들의 음반이 있으며, 곡에서 사랑받는 아리아들도 많다. DVD도 많이 출시되었다. 음반 수만 따지면 모차르트의 다른 대표작인 마술피리보다도 많은 음반이 발매되었다.
전반적으로 오페라 부파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지만 마지막 석상 신을 비롯한 몇몇 부분은 완전히 다른 극적인 성격을 갖는 극단적인 작품이다. 게다가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배역 역시 극 중 비중에 관계없이 각각의 독특한 캐릭터가 존재하고 기교적으로 의외로 만만치 않은 부분도 많아서 이런 다양한 요소들을 아울러 충족시키는 명반을 찾기가 의외로 쉽지 않은 편이다. 따라서 마술피리나 피가로의 결혼처럼 여러 평론가와 클래식 애호가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명반이라 할 수 있는 음반이 명확치 않으며, 각각의 평론가나 애호가들의 평도 엇갈리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아리아 별로 따로따로 자신 만의 컬렉션을 모아서 듣는 경우가 많은 편으로 보인다.
7. 기타
- 일반적으로 오페라의 서곡은 독자적인 테마를 갖고 있거나, 혹은 초반부와 연결되는 식의 멜로디인데, 이 곡은 특이하게도 마지막 장면인 ;석상신(Commendatore Scene)'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초연 하루 전날에 작곡되었으나, 곡의 분위기를 잘 살리는 명곡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기도 하다.
- 20세기 초까지 대부분의 공연에서 관행적으로 '석상신'으로 끝을 맺고 마지막 앙상블을 연주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관행은 모차르트 본인이 참여한 초연과 빈 공연 때부터 시작되었된 것으로 보여진다. 프라하 초연 때 첫날 공연을 제외하고 마지막 앙상블이 연주되지 않았다는 설이 있으며, 빈 공연에서도 마지막 앙상블이 생략된 채 공연된 것으로 보여진다. 영화 아마데우스 역시 석상신을 마지막으로 공연이 끝나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 모차르트의 생애를 다룬 영화 <아마데우스>에도 이 곡이 등장한다. 아버지 레오폴도의 부음이 전해지는 바로 다음 장면에서 이 곡의 연주 장면이 나온다. 또한 서곡은 극중에서 시청자들이 깜짝 놀랄만한 장면(예: 극 후반에 모차르트가 레퀴엠을 의뢰받는 모습)에 간간이 연주되어 흡사 공포스러운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 바로 다음 세대, 영국의 유명 시인인 조지 고든 바이런(1788 ~ 1824)이 그의 유명한 시, '돈 후앙(1819 ~ 1824)'에 등장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