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
1. 어원
로망(프랑스어: roman, 영어: romance)은 본래 라틴방언을 의미하는 언어를 뜻하는 단어다. 즉, 식자들이 흔히 사용하는 본래의 라틴어와 다르게 로마 지배하에 있던 지역인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루마니아는 이 라틴어에 기반을 두고 시대가 변함에 따라 각각 지역적 특성에 맞게 분화가 되었고 각각의 언어로 발전하였으며 이러한 라틴어에 기반을 두는 언어들을 로망스어로 지칭하는 것이다.
상기한 어원을 가진 로망, 로망스는 시간이 지나며 '로마의 지배를 받던 지역의 언어'라는 뜻에서 후술할 하나의 문학장르를 뜻하는 단어가 된다.
2. 중세 시대에 유행한 문학 장르
문학으로의 로망은 12~13세기 중세 유럽에서 중세 문학의 한 종류로 좁은 의미로는 중세기사의 모험과 사랑을 담은 이야기이고 넓은의미에서 이러한 특징을 아우른 전기적(傳奇的)·모험적·공상적인 통속 소설을 이른다.
로망이 발생한 시기는 중세를 나누는 전반기·중반기·후반기에서 후반기에 생긴 장르로써 로망만의 특징도 있지만 같은 중세시대에 부흥했던 영웅서사시와 종교문학의 특징도 조금 포함하고 있다. 이는 로망이 중세의 현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 소설 속 이야기는 과거 혹은 사회의 이념과는 다른 상상과 공상의 세계를 다룬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간단히 얘기하면 현실의 인물, 가문의 삶을 과장하여 실제 있었던 일처럼 만든 게 전기 중기에 부흥한 영웅서사시와 종교문학이라면, 로망은 현실의 인물 가지고와서 상상으로 있었을 법한 일을 가지고 와서 재밌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상상이라는 자유로운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기 때문에 기사소설, 감정(연애)소설, 비잔틴 소설, 목가소설등 서로 관계가 없을 것 같은 것들도 로망에 포함된다.
이러한 특징에 의해 로망에 많은 작품들에서는 전반기를 아울렀던 봉건사회의 중요 사상인 왕과 기사, 충성과 용기, 맹세가 자주 나오는데 이러한 면에서는 전반기 문학을 대표하는 영웅서사시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는 이야기의 인물과 소재에서 비슷할 뿐 자세히 들어가면 특징이 갈린다. 영웅서사시는 게르만족의 유럽정착과정에서 보이는 비장미와 죽음에 대한 비탄, 공포를 통해 그 속에서 피어나는 찬란한 영웅의 업적을 그려내어 영웅을 찬미하고 사기와 자긍심을 키워내며 나아가 그러한 영웅적 행보의 중심이 되는 당시의 왕과 귀족들[1] 의 권위를 굳건하게 하는데 의의를 두는 작품이었다.
그에 반해 로망은 기사의 영웅적인 행보와 무훈보다는 기사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동하는 과정, 즉 모험 개인의 사랑을 덧대어 이상적이면서도 중세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과 어우러지며 일종의 판타즘을 갖게 만드는 내용을 취하고 있다.
로망의 다른 특징은 이를 만들고 부르는 사람이 트루바두르라고하는 당시의 음유시인이었다는 것이다. 전기와 중기의 나온 문학들은 니벨룽겐의 노래나 성모마리아의 기적처럼 쓴 사람이 분명하거나 베오울프처럼 구전으로 전해지다 기관, 혹은 개인이 정립하여 문서화 된 작품들이 대부분인데 반해 로망은 음유시인들은 악기 하나를 들고 곳곳을 돌아다니며 재밌는 이야기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었고 이들 태반은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기존의 있던 이야기들 전파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덧대거나 귀동냥으로 들은 이야기들로 새로운 이야기를 엮어내었다. 이야기로 돈을 버는 사람이다보니 음악과 함께 흥을 돋우기 위해 극을 과장하는 것을 기본이고 재미를 위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거나 감정을 이입하여 극적으로 만드는 게 부지기수였다. 이러한 일은 사극에서 간간히 보이는 전기수나 어린 시절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옛날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금세 감이 올 것이다. 이야기의 골자는 같지만 살들이 때에 따라 붙거나 떼어지며 조금씩 다른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구전설화와 같은 특징을 가진 이 트루바두르들과 로망이 가지는 상상력이 결합하여 상기한 것과 같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다양한 장르가 한데 어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덧붙여 당시에 문학은 곧 시였고 중세의 이야기들도 어디까지나 시의 형식을 기반으로 서사를 길게 늘인 '''서사시'''였다. 거기에 로망은 음악에 이야기를 실어 보내는 트루바두르를 통해 전해지다 보니 극의 긴장감과 감정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의 서사시들보다 운율적인 측면이 더 강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로망에 나온 기사들은 그들이 이뤄야 할 국가적 사명이나 명예는 사라지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직업적 권위를 위시한 세련된 규범, 궁정식 예절, 여성에 대한 예의 등이 강조되었다. 가끔씩 보여지는 검술과 전투도 거대한 사명의 완수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기사의 권위와 세속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장치로 이용되었다. 즉, 기사의 모험은 기사를 기사답게 보이게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였던 것이다.
이 같은 기사다운 기사 이야기는 귀부인과 만나 궁정식 사랑이야기를 만드는데, 이것이 현대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통칭 되는 로맨스(로망스)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궁정식 사랑이야기의 가장 큰 특징은 인물의 관계가 주종을 이룬다는 것이다. 기존에 있었던 문학 혹은 근대에 이르기까지 문학은 대부분 남자가 우위를 차지하는 이야기가 많았다. 같은 중세시대 전기에 나온 영웅서사시만 보아도 여성은 언제나 남성을 보필 하거나 옆에 부차적으로 나오는 인물에 불과했다. 하지만 궁정 문학에서는 주인이 귀부인이고 종은 기사가 된다. 여성은 극에서 가장 큰 권력 가지고 휘두르며 남성은 항상 이에 따라야 한다. 이것이 아무리 불합리하고 공정하지 않는다 해도 남성은 언제나 기사로서의 예의와 뿌리 깊은 기사도로 대하며 여성의 사랑을 얻어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여성은 변덕쟁이, 떼쟁이로 그려지지 않고 막대한 권력을 부릴 뿐 그 인물상은 언제나 경애에 차고 자애로우며 사랑스러운 대상으로 그려진다. 쉽게 생각하여 중세 판타지 RPG에서 용사에서 임무를 주는 공주님을 떠올려보면 이미지가 쉽게 그려질 것이다. 막대한 권력을 가지고 말도 안되는 임무를 부여하며 임무의 보상은 공주님과의 결혼 혹은 자신과 동등한 권력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심지어 목숨이 가볍게 날아가는 임무의 보상 치고 짜디 짠 것 같아도 용사는 능히 임무를 받아 들고 갖은 고난을 해쳐나가면서 자신의 용기를 보인다. 가까스로 임무를 깨고 돌아 왔더니 이제 챕터1을 깬 것 뿐이라며 다음 임무를 주어도 용사는 묵묵히 마지막 챕터까지 깨고 끝내 공주님의 사랑을 얻는다. 과정과 결과에서 일을 해낸 건 용사지만 결말에서 타인에게 찬미와 경애를 받는 것은 은총을 내리는 공주의 몫이다.
이처럼 여성의 사랑은 곧 현세의 모든 것은 대변하는 행복과 경애이고 은총이며 이를 주는 여성은 진정한 고귀한의 상징이라 찬양해 마지 않는 것으로 그려진다. 즉, 이 장르에서 여성의 사랑은 작품을 아우르는 믿음과 신뢰의 결정체로 대변되어 종교화된다. 하지만 여성의 사랑을 얻는다 해도 귀부인은 이미 다른 이의 여자이기 때문에 결혼이라는 현실적 결실로 이루어지지 못하며 기사는 명예와 친절로써 귀부인을 대하며 귀부인은 자신의 사랑을 인정하는 것으로 플라토닉한 사랑에 머문다. 혹여라도 이를 넘어 육체적 사랑으로 나가면 만인과 사회의 지탄을 받게 된다. 시인들은 이런 특수한 상황과 이상적인 사랑의 개념이 귀족들에게서 나타나기에 '궁정식 사랑'이라고 명명했다.
단순히 겉으로만 보면 형세 역전된 사랑이야기일 뿐인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플라토닉한 이상적인 사랑관을 담고 있고 한쪽만이 온전히 희생하는 수직적인 관계와 사랑, 그리고 이상적이라고 하나 현실은 불륜이기에 비밀에 쌓여있을 수 밖에 없는 은밀한 사랑이며 여성에게 사랑을 증명하는 개인적 고난과 주위의 시선, 룰에서 사랑을 지켜야 하는 사회적 고난 속에 피어나는 비련과 억압의 사랑을 한 곳에 담은 종합 욕망 충족 러브스토리이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궁정식 사랑이야기지만 어디까지나 궁정'''식''' 사랑이야기지 궁정에서 즐기는 게 아니라 트루바두르를 통해 당대 평민들이 즐기던 이야기이기에 이루어질 수도 겪을 수도 없는 이상적인 사랑 이야기다! 실로 로맨스가 왜 로맨스인지 알게 해주는 부분이다.
시대마다 달라지고 같은 중세에서도 장르가 갈리는 문학사에서로 로망이 가지는 의의는 꽤 크다.
- 문학이 신화적 영역에서 내려와 평범한 인간들의 영역으로 내려왔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영웅서사시처럼 인간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많았고 로망에서도 영웅의 이야기는 많이 나왔지만 그 서사에 있어서는 영웅적 업적과 명예, 신화적 행동의 기록물로서 남지 않고 평범한 사람들의 모험과 일상, 영웅의 삶과 내면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어서 진행이 되었다. 이는 로망이라는 것이 기록적인 문학에 그치지 않고 트루바두르를 통해 전승되는 구전의 성격도 들어가며 소비자가 독자에 한정되지 않고 청자까지 아우르다 보니 모든 감각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변형이 되면서 일어난 일이다.
- 앞선 의의와 맞물려 문학이 평범한 사람들이 즐기는 것이 되었다. 이야기는 예전부터 돌고 도는 것이 었지만 문학은 단어자체에서 나타나듯 감정이나 사상, 일련의 사건들을 글로써 나타내는 예술이었다. 예로부터 예술이 그러하고 문자가 그러하듯 배우고 높으신 사람이나 쓰던 것이었다. 지금에야 문자는 대부분의 사람이 자유롭게 읽고 쓰는 것이 되었지만 중세에는 귀족의 상징이나 다름 없었다. 특히 종교가 발달하고 봉건주의가 확산한 중세에 문학은 자신들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하고 지위를 가르는데 이용 되는 중요한 도구였다. 때문에 그들을 위한 내용은 물론이고 그 소유와 소비 역시 그들을 위한 것이었다. 이런 문학을 트루바두르를 빌어 다시 대중이 향유하는 문화로 만든 것이 로망이다. 글로서 만들어졌지만 글이 없어도 즐길 수 있었고 책이 없어도 사람과 사람을 통해 어디서든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은 글이 곧 권력이던 중세에는 권력의 일반화가 된 것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큰 의미를 갖는다. 앞서 로망의 정의를 통속 소설[2] 이라고 내린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한편으로 아직 완전히 완전히 대중을 위해 향유 되는 수준이 아니라 일반인의 군상극이 나온다거나 내면의 치밀한 서술이 나오지는 않고 대중이 즐기는 것을 역으로 이용해 귀족들이 프로파간다처럼 자신에게 유리한 이야기를 퍼트리는 등 의 일도 있었다지만 어디까지나 과도기적이 상태였고 로망역시 중세시대 문학장르라는 것을 주지한 상태에서 문학의 대중성의 시작이라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 마지막으로, 로망은 근대적 노벨이 갖춰야 할 요소의 기반을 다졌다. 현대의 관점에서 소설의 발전을 보면 그 뿌리는 신화,설화 부터 →영웅서사시→로망→노벨(노블)→픽션(현대적 관점에서의 정의)로 보고 실제로 틀에서 아직도 영웅서사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들이 많이 있지만 '사실 또는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허구적으로 이야기를 꾸며 나가는 문학 장르'라는 소설의 사전적 정의를 미루어 볼 때 근대적 소설로의 발전에 가장 큰 토대인 상상력의 영역에 직접적으로 들어선 것은 로망스부터라고 볼 수 있다. 신화나 영웅서사시도 약간의 실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점에선 상상력이 들어간 것은 맞으나 문학을 그 자체로 즐기기 위해서, 특정한 계층에 요구가 아닌 시대의 반향과 욕구를 반영하기 위해 변형되면서 발휘된 상상력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그전까지 문학은 만드는 사람 혹은 그 사람이 속한 계층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에 맞는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로망스에 들어서는 이야기 자체를 즐기기 위해 기존에 있던 이야기를 변형시키고 영웅적 위치에 있던 인물도 평범한 인간의 영역으로 끌어내려 새로운 상상의 무대 위에서 춤추게 만들었다. 또한 그 즐기는 것은 필연적으로 그것을 즐기는 자의 욕구를 반영하는 법이므로 대중에게 다가선 로망스는 당연히 대중이 원하고 이상적이라고 생각한 이야기에 맞게 새로운 상상력으로 문학을 만들었다.
로망이란 단어는 이상과 욕망을 녹여낸다는 특징에서 따와서 현대에는 낭만의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사실 문학사 의외에서 로망을 쓰면 대체로 이쪽의 의미로 쓰인다. 그것은 이성을 마비시키고 오직 감성과 무의식에서 뿜어져 나오는 순수한 욕망 그 자체, 또는 그 대상을 가리킨다. 자세한 설명은 남자의 로망 문서를 참조.
3. 사운드 호라이즌 5집 앨범 Roman
일본 음악가 Revo가 사운드 호라이즌 명의로 낸 5번째 콘셉트 앨범. 2006년 11월 22일에 발매했다. 자세한 내용은 로망(음반) 문서를 참조.
4. 노망의 문화어
북한에서는 두음법칙을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