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복을 비는 글은 마침표를 쓰면 안 된다
[image]
- 위 캡처의 출처. 보면 댓글로 성지순례를 하고 있다.
- 이에 관련한 국립국어원의 공식 답변
1. 설명
인터넷에 퍼져 있는 도시전설 중 하나. 규범주의의 예시이기도 하지만, 결론은 맞춤법상으로 '''쓰는 게 옳다.'''
다만 해당 문구가 무언가의 제목이거나 슬로건, 현수막 등의 문구로 써진 것이면 마침표를 찍지 않는다. 물론 이는 '명복을 비는 글'인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문제.
'명복을 빕니다'라는 표현에는 고인이 좋은 곳으로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으므로 마침표를 찍으면 문장을 닫는 것이 되어 고인에게 결례니 명복을 비는 문장에는 예외적으로 마침표를 찍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의외로 널리 퍼져서[1] 포털에 관련 단어를 검색해 보면 꽤 믿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버전이 은근히 많아 단순히 '마침표를 찍으면 안 된다'는 것 밖에도 '띄어쓰기를 하면 안 된다', '명복을 비는 글은 좌우로 괄호를 쳐야 한다' 등 여러 가지 발전형이 있다.
'''죽음에 관한 미신이 문법에 결합한 형태'''라 종종 공개 커뮤니티에서 태클을 거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증세가 심해지면 유명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관련 트위터에서 돌아다니면서 마침표를 지우라는 식으로 일일이 간섭하기도 한다. 아래 캡처의 주인공은 온갖 글에 간섭했는데 정작 본인은 맞춤법을 자주 잘못 써서 웃음거리가 되었다(안되요/안되여 → 안 돼요).
[image]
2. 상세
'꺼진 불도 다시 보자' 같은 표어나 광고 문구를 제외한 일반적인 문장에는 마침표를 붙이는 것이 올바른 표기법이다. 고인의 명복을 비는 글 역시 정식으로 작성하는 경우에는 마침표를 붙여야 한다.
예의를 지키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고는 하나 사물존칭과 마찬가지로 '자세한 내역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타인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지나친 강박관념이 낳은 미신이다. 혈액형 성격설과 마찬가지로 근거 없이 나도는 얘기들을 분별없이 믿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주는 씁쓸한 사례다.
3. 등장 배경
명복, 마침표 등으로 검색을 해보면 상단의 네이버 지식in 글 이전으론 관련 내용이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맨 위의 글이 유래가 아닐까 싶지만 질문자도 '어디선가 들었다'는 걸로 봐서는 이전에도 마이너 하게나마 돌던 도시전설로 추측된다. 하나 분명한 건 저 지식in이 올라온 2010년 4월 이후로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에 태클을 거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고, 울랄라세션의 임윤택이 사망하고 나서 SNS를 통해 화려하게 지적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기사까지 뜰 정도로.
다만 비슷한 표현이 이전에도 있긴 했는데 1987년 발표된 김소엽의 시 '죽음은 마침표가 아닙니다'[2] 가 추모시로 널리 회자되곤 했다. 물론 여기에 마침표를 쓰지 말라는 내용은 없다. 사실 마침표를 죽음에 비유하는 것은 일종의 클리셰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 있을지 모르는 연구가 있었다. 미국의 대학 연구진이 같은 문장을 마침표가 있는 버전과 없는 버전으로 핸드폰 문자로 보낸 뒤 문자메시지를 받은 사람들을 상대로 반응을 조사한 결과 마침표가 없는 쪽이 더 진정성 있어 보인다는 반응이 더 높았다는 것. 이는 핸드폰 문자메시지 등에서는 격식이 어느 정도 흐트러지는 쪽이 형식적인 대응이 아니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인 듯하다. 즉, 마침표를 찍지 않는 쪽이 더 진정성 있어 보이는 심리가 이런 루머를 확장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단, 언어별로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사실 이 연구 내용은 전달력에 관한 것으로, 마침표를 찍는 게 실례라는 것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이 밖에도, 세월호 사건을 추모하기 위해 쓰인 노란 리본 중에 끝이 갈라진 걸 쓰는 예가 있었는데, '''끝이 갈라진 리본은 축하를 의미하는 거라서 쓰면 안 된다'''는 루머가 일파만파 퍼졌다.
4. 관련 문서
[1] 심지어 나무위키에도 실려있던 적이 있다.[2] (전문) 죽음은 마침표가 아닙니다./죽음은 영원한 쉼표,/남은자들에겐 끝없는 물음표/그리고 의미하나,/땅위에 떨어집니다./어떻게 사느냐는 따옴표 하나,/이제 내게 남겨진 일이란/부끄러움 없이 당신을 해우할/느낌표만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