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니즘(문학)
1. 서론
모더니즘은 19세기 말엽과 20세기에 나타난 특정한 예술운동이나 경향을 가리킨다. 그러니까 모더니즘은 특정한 시기에 국한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한편 모더니즘 이라는 용어는 '이즘' 이라는 접미어가 의미하듯이 어느 한 집단이 공통으로 지니고 있는 일련의 원칙이나 입장 또는 태도를 가리킨다. 물론 모더니즘은 중요한 면에서 모더니티의 일부를 구성할 뿐만 아니라 또한 그것에서 비롯한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현상은 아주 중요한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모더니즘은 심미적 모더니티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그것보다는 훨씬 더 제한된 의미를 지닌다. 다시 말해서 모더니즘은 19세기 말엽부터 20세기 전반기에 걸쳐 서구 예술에 풍미한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예술 운동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반면 길게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시작 되었다고 할 수 있는 모더니티는 서구사를 통하여 점차적으로 증대된 반면, 모더니즘은 서구 세계에서 기껏해야 100년 정도 밖에 지나지 않는다.
2. 모더니즘의 역사적 배경
2.1. 모더니즘의 <시대정신>
모더니즘에 속하는 예술가들은 거의 19세기 말엽에서 자라나 20세기 초엽에 성숙한 사람들이다. 육체적으로 뿐만 아니라 예술적으로도 제 1차 세계대전과 제 2차 세계대전 사이에 전성기를 맞이한 사람들이다. 이들 예술가들은 태어난 19세기 중엽으로 말하자면 비록 18세기처럼 그렇게 체계적이거나 17세기처럼 그렇게 사변적이거나 또는 르네상스 시대처럼 그렇게 포용력 있는 시기는 아니었지만, 과학적 합리주의와 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팽배하던 시기였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정치, 사회, 종교, 도덕, 과학 따위의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굳게 자리잡고 있었다.그러나 19세기 말엽으로 접어들면서부터 과학적 합리주의와 확실성은 적잖이 도전을 받기 시작하였다.
2.2. 제1차세계대전
세계 대전은 모더니즘이 발전하는 데에 방해가 되는 요소로 보일지도 모른다. 사실 새로운 예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예술가들은 전쟁이 일어나자 대부분 전쟁에 참가함으로써 일반 대중 또한 예술보다는 오히려 생존 문제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모더니즘은 전쟁 동안 잠시 소강상태를 맞았을 뿐, 전쟁이 끝난 후에는 더욱 더 활기를 띠고 발전하게 되었다. 인류의 문명을 잿더미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모든 기성의 가치관이나 도덕을 붕괴시킨 1차 세계 대전은 오히려 모더니즘이 성장하는 데 더할 나위 없는 좋은 문화적 토양을 마련해 주었다.
3. 모더니즘의 특징
3.1. 전통과의 단절
모더니즘은 무엇보다도 기성 전통이나 인습과의 단절을 뜻한다. 모더니즘은 19세기의 부르주아 사회가 굳게 믿던 사회적·경제적·도덕적 가치관을 모두 배격한다. 19세기 기성 가치관은 이제 더 이상 20세기의 현대인들에게 걸맞지 않는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더니즘이 무엇보다도 비판의 대상으로 삼은 기성 전통과 인습은 19세기의 문학 전통이다. 19세기 유럽 문학을 풍미했던 전통은 다름아닌 리얼리즘이었다. 리얼리즘은 우주나 자연 또는 삶의 모습을 그대로 모방하거나 재현하는 것을 예술의 지상 목표로 삼는다. 모더니즘은 바로 리얼리즘의 이러한 기본 원칙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다. 모더니즘은 우주나 자연 또는 삶의 모습에 대하여 리얼리즘과는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리얼리즘은 삶의 실제를 객관적이고 확고불변한 것으로 파악하려 하는 한편, 모더니즘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이며, 따라서 그 정체를 결정할 수 없고, 작가는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우주나 실제를 묘사하는 대신, 그것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묘사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에 비례하여 진정한 예술가가 되고, 그의 작품 또한 위대한 작품이 된다는 사상이 새롭게 대두된다. 즉 리얼리즘은 대상은 그대로 묘사하는 것(expression)에 그쳤다면, 모더니즘은 그에 더해 자신의 느낌을 반영하는 것(impression)을 중시했다는 것이다.
3.2. 주관적 경험과 개인주의
모더니즘은 경험과 개인주의를 높이 여긴다. 즉 모더니즘은 주관성과 그것에 기초를 두고 있는 개인주의를 기본 원칙으로 삼는다. 그것은 객체보다는 주체를, 외적 경험보다는 내적 경험을, 그리고 집단의식보다는 개인의식을 훨씬 더 높이 여긴다. 현상 세계와 인간의 자아 사이에 유기적인 상호 관련성을 인정하던 19세기 작가들과는 달리, 모더니즘 작가들은 모든 가치와 진리가 오직 <나>로부터 출발한다고 굳게 믿는다.모든 가치와 진리가 전적으로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예술사는 객관적 현상 세계 대신에 주관적 실체 세계에서 모든 해답을 찾지 않으면 안된다. 예술은 우주나 자연 또는 삶의 실재를 모방하거나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창조해내는 것이 모더니즘의 기본 입장인 것이다.
3.3. 문학의 독자성과 자기 목적성
모더니즘은 문학의 독자성과 자기 목적성을 강조한다. 모더니즘의 이러한 입장은 지금까지의 문학 전통과 비교해 볼 때 크나큰 차이를 보여준다. 리얼리즘 문학에서 문학은 일종의 도구나 수단으로밖에 쓸모가 없었다. 그것은 윤리적·도덕적인 면에서 독자를 계몽시키거나 독자들에게 삶의 단조로움을 덜어주는 오락을 제공해 준다는 뚜렷한 목적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19세기 말엽에 들어서면서부터 문학의 이 기능은 큰 도전을 받기 시작했다. 이것은 문학은 사회적이건 도덕적·윤리적이건 또는 심리적이건, 모든 공리적 기능에서 완전히 벗어난, 문학만을 위한 문학이여야 한다는 것이다.문학의 독자성과 자기 목적성을 강조하는 모더니즘의 이러한 태도는 무엇보다도 프랑스의 상징주의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
3.4. 실존주의 인생관
대부분 모더니즘 작가들은 비록 철학자는 아니었지만 현대인이 놓여 있는 인간 조건을 실존주의적 관점에서 즐겨 다룬다. 더구나 실존주의라는 것도 추상적인 명제로 이루어진 체계적인 철학이라기보다는 삶에 대한 구체적인 견해나 태도를 가리키는 편리한 꼬리표에 지나지 않는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과학과 기술이 급진적 발전이 가져다 준 충격과 그것에 따른 인간 정신의 약화로 말미암아 인간은 그 어느 때보다 삶의 실존적 의미를 더욱 실감하게 되었다. 특히 두 번의 세계 대전은 그동안 인류가 받아들여 온 가치관에 회의를 갖게 했다. 실존주의는 바로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서 발생했다. 이러한 실존주의는 문학을 통해서 발전했는데 많은 모더니즘 작가들이 의식 또는 무의식적으로 실존주의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삶의 문제를 작품에서 다루었다.
4. 모더니즘의 형식주의
4.1. 플롯, 구성, 성격형성
리얼리즘 문학의 연대기적이고 객관적인 서술 방법을 피하고 비연대기적인 플롯 진행 방법에 의존한다. 이러한 것을 <공간적 형식>이라고 한다. 즉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전통적인 시간적 구성을 중지시키거나 아예 없애버리고 그 대신 공간을 작품을 지배하는 구성 원리로 삼는다. 또한 작중인물이나 성격 형성도 전통적인 리얼리즘 작품에서 작중인물들은 평면적 인물로 그려지는데 모더니즘 작품 속 작품인물은 일관성 있는 행동이 없고 특성에 따라 실체를 쉽게 찾을 수 없는 인물로 그려진다.
4.2. 관점과 시점
모더니즘이 전통적인 작품과 두드러진 차이를 보이는 것은 플롯이나 구성 또는 성격형성보다도 관점이나 시점이다. 전통적인 작품에서는 3인칭 전지적 화법을 쓴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와서 이러한 전지적 관점이나 시점은 도전을 받기 시작했으며 복수적 관점으로 그것이 대체 되었다. 이러한 복수적 관점은 다른 분야-상대성 이론, 불확실성 이론, 양자론 같은 새로운 자연 과학이론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특히 모더니즘은 큐비즘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4.3. 의식과 시간에 대한 새로운 태도
모더니즘의 기법상 혁명은 무엇보다도 인간 의식에 대한 새로운 태도에서 찾아 볼수 있다. 무의식과 잠재의식의 세계가 빛을 보게 되고, 또한 시간에 대한 태도는 인간의 의식과 마찬가지로 큰 변화를 겪었다. 종래의 유물론적 관점이 비판당하면서 삶의 모든 문제를 공간적인 분석으로 해결할 수없는 현상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점이 주장되었다. 새로운 시간과 인간의식에 대한 새로운 태도는 모더니즘 문학의 기법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기법은 인간이 바로 자신의 기억 자체라는 점, 그리고 인간의 의식의 한 단면을 보면 그에 대한 모든 사실을 알 수 있다는 점에 뿌리를 두고 있다.
4.4. 신화와 모더니즘
모더니즘 기법적 특징을 신화의 투영에서 찾아 볼 수 있다. 19세기에 걸쳐 통용되던 신화에 대한 태도는 크게 사실주의적 태도와 이상주의적 태도, 두가지로 나뉜다. 전자는 신화를 역사적으로 후자는 상상력의 언어로 된 상징적 산물로 보려는 태도이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이 두 태도는 일종의 타협점을 찾기 시작했다. 따라서 신화는 모더니즘이 발전하는데 직접 또는 간접적 도움이 되었고 새로운 기법을 마련해 주었다.
1) 신화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보편타탕한 삶의 문제를 다룸으로써 편협하고 국수적인 문학관에서 벗어나 좀더 국제적인 문학관을 갖도록 하는데 이바지 하였다. 2) 신화는 오직 신 같은 초월적 존재에게나 속하는 것으로 생각하던 창조 행위를 예술가에게 부여함으로써 예술가의 역할을 높여주었다.3) 신화는 인간을 18,19세기의 과학적 합리주의로부터 해방시켜 비이성적인 존재와 상대적인 사고 유형을 통하여 삶을 좀 더 균형 있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해 주었다. 4) 신화는 인간의 상상력이 갖는 가능성을 강조함으로써 문학 창작을 촉진시켰다.
5. 서구의 모더니즘
6. 한국의 모더니즘
6.1. 1930년대
6.1.1. 시대적 배경
1930년대 모더니즘 시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도시와 현대 기계 문명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930년대 식민지 조선 사회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1930년대는 식민지 공업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시기로, 세계 대공황으로 경제 위기에 처한 일본은 식민지 조선에 대한 수탈을 강화하는 한편 대륙 침략을 단행함으로써 위기를 탈출하려고 하였다. 이 과정에서 당시 식민지 조선은 군사 기지의 목적으로 중화학 공업이 발달하게 되고 급속한 도시화가 이루어지게 된다. 즉, 1930년대의 모더니즘은 이와 같은 시대적, 사회적 변화를 배경으 로 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영미 모더니즘 이론의 영향에 의해 촉발되었다고 할 수 있다.
6.1.2. 시
1920년대를 지배해 온 낭만주의 시의 주정적 경향에 반발하여 지성과 논리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대두되었다.
6.1.2.1. 주요 작가
- 최재서 : 모더니즘을 도입하였다.
- 김기림 : 이론화에 성공하였다. 최초의 모더니스트라 불린다.[1]
- 김광균 : 작품화에 성공하였다. 회화성에 기초한 이미지즘 시창작.
- 이상 : 작품화에 성공하였다. 다다이즘적인 성향이 보인다.
- 장만영
- 장서언
- 정지용
6.1.2.2. 특징
영미시의 이미지즘의 도입으로 낭만주의 시의 감상적 격정을 배격하고자 하였으며 지성과 이성을 중시하며 대상에 대한 분석적 태도가 보인다. 또한 이미지, 회화성, 시각적 심상을 중시하였으며 시간성보다는 공간성을 더 중시하였다. 근대 문명적 요소와 소외된 도시 현대인의 모습을 형상화하였다. 이상의 초현실주의 시는 전통에 대한 거부와 언어에 대한 실험 의식 및 내면 심리의 탐구에 중점을 두었다.
6.1.2.3. 평가
'시의 회화성'이라는 새로운 방법의 자각을 보였던 것은 평가할 만하나, 인생관과 세계관의 인식의 결여, 문명의 근본적 속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는 점은 비판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시의 회화성'에 치중한 나머지 시가 언어 예술이라는 점을 간과하여 시가 지녀야 할 음악성에 대해서는 부족하다 할 수 있다.
6.1.3. 소설
6.1.4. 관련
6.2. 1950년대 후반
1950년대의 모더니즘 문학은 청록파의 전통적 세계를 부정하고 도시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문명을 비판하고 전위적 기법을 도입하였다. 전후시에서 모더니즘 또는 주지적 경향을 드러낸 경우는 세 갈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 박인환, 김규동, 김수영 등의 현대 도시 문명의 문제점들을 당시의 상황과 연결시켜 짙은 불안감과 위기 의식을 표출하는 경향
- 유치환, 구상, 정한모, 박남수 등의 직접적인 전쟁 체험을 바탕으로 생명 의식, 민족애, 평화를 노래하는 경향
- 김경린, 김춘수, 김현승, 전봉건 등의 언어의 지성적 운용을 통해 인간 존재와 문명에 대한 탐구를 하는 경향
6.3. 1970년대
엄밀하게 말하자면 1970년대는 모더니즘 계열의 시라고 말할 수 있다.
1950년대의 모더니즘 시를 이어받은 이 계열의 시에서는 지식인의 관점에서 현대문명과 당시 우리 사회의 모순을 비판 및 극복하려는 작업이 언어와 형식 실험을 통해서 꾸준히 수행되었다. 황동규, 이승훈, 오규원, 정현종 등이 이 계열의 대표하는 시인들이다. 이들의 시는 때로는 순수주의나 관념적인 현학주의라 비판받을 수 있으나 현대적 상황 속에서 소외된 인간의 존재와 그 본질의 문제를 깊이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1] 사실 정지용이 김기림에 더 앞서나갔지만 그 사람은 이론에 관심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