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파천황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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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발생한 한국 무협소설 역사상 최초이자 (아마도) 최후의 필화사건.
무협작가 겸 번역가 박영창은 연세대학교 신학과 학생으로 운동권 활동을 하면서 아르바이트로 번역과 무협소설 창작을 하고 있었다. 신군부가 정권을 찬탈하고 대한민국 제5공화국이 출범한 뒤 어느날, 그는 그의 무협소설 무림파천황에서 사파와 정파의 투쟁을 '''변증법적으로 설명''' 하는 대목을 넣었다. 나중에 작가가 다른 건으로 안기부에 끌려갔는데 증거가 될 것을 찾다가 그 대목에 주목한다. 그래서 졸지에 한국 무협소설 역사상 최초이자 최후의 필화사건이 터져버렸다.
그 소설에 "강북무림"이 "강남무림"에 대해 '''남진'''을 주장한 대목이 나오는데 이게 '''북한의 남진을 연상(...)'''시켰다고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잡혀간 것이다. 그야말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 마인드로 잡아갔던 셈이다.
아래는 작가 본인의 회고.
여하튼 박영창은 이리저리해서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3년, 2심에서 2년을 선고받았는데 저 무림파천황은 13가지 죄목 가운데 하나였다고 한다."그 날 학교에서 모종의 시위가 있었다. 학내에 있던 경찰들이(당시에는 대학교 내에 경찰이 상주했었다) 달려들어 학생들을 마구 구타하고 연행해갔다. 지나가다 그걸 보고 극도로 분노해서 집에 돌아온 후 마침 그때 쓰던 원고에 그 부분을 넣었다. 주인공이 감옥에 갇혀있는데 거기서 만난 노인이 영혼 따윈 없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유물변증법에 관한 것을 두 페이지 정도 넣었던 거다. 출판사에 원고 넘긴 후에 아무래도 찝찝해서 그 부분을 빼야겠다고 전화를 했지만 이미 인쇄작업에 들어간 뒤였다. 나중에 학생운동 건에 연루돼서 안기부에 끌려갔는데 그 건도 같이 열거돼 있어서 놀랐었다."
이후 작가들이 잡혀가 한국 무협이 쫄딱 망했다는 루머가 있는데 사실무근. 1세대 무협의 몰락과 비슷한 시기에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루머가 생긴듯 하다.
현재는 대학 강단에서까지 마르크스 이론을 가르치는 상황이니, 시대가 변하기는 확실히 변한 모양.
현재도 판례상 이적표현물로 미해금 상태라 2000년대까지도 군 반입금지 불온서적에 유일하게(...) 이름이 올라온 무협지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