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오십

 


1. 개요
2. 어떻게 구성된 단어인가?
3. 누가 어떤 상황에서 쓰는 단어인가?
4. 왜 하필 '반오십'인가?
4.1. 대학교에서
4.2. 회사에서
5. 다른 나이대는 어떤 상황인가?
5.1. 반사십(20살)?
5.2. 반육십(30살)?
6. 반응
7. 기타


1. 개요


'반오십'은 '나이 25살'을 의미하는 한국어 표현이다. 2021년 2월 시점에서 구글 검색 결과는 약 47만 건으로 조회된다. 사석에서 편하게 쓰는 단어라서 일시적인 유행어 정도인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국어사전에 등재돼 있는 표현이다.

2. 어떻게 구성된 단어인가?


오십(50)살의 '반', 즉 50/2 = 25이므로 반오십은 25(살)이 된다. 꽤 직관적인 단어이므로 이 설명이 없어도 이해가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3. 누가 어떤 상황에서 쓰는 단어인가?


사석에서 편하게 쓰는 표현이다 보니 어느 계층 어느 성향의 어떤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 주로 쓰는지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굳이 경험적인 근거로 말하자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객관적으로 검증된 게 아니니 당연히 사람마다 이견이 있을 수 있겠다.
  • 자신이 늙어가기 시작한다는 것을 처음 자각했을 때의 씁쓸함을 가볍게 표현할 때 사용한다.
  • 25살인 상대방을, 실제보다 늙었다고 가볍게 놀리고 싶을 때 사용한다.
  • 자신이 어느덧 나이를 많이 먹었다는(어른이 되어간다는) 소회 또는 감상에 젖은 애틋한 기분일 때 사용한다.
  • 드문 경우지만, 자신의 나이를 일종의 자랑거리 또는 권위로 언급할 때 사용한다. 실제로는 25살이지만, '50살이라는 어감'을 담고 있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로는, 한국의 역사를 '반만 년 역사'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 내향적인 성격보다는 외향적인 성격의 사람이 좀 더 자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4. 왜 하필 '반오십'인가?


이 표현을 쓰거나 듣는 사람들 중에는, 왜 '반사십(20살)', '반육십(30살)'이라는 표현은 없는지 궁금한 경우가 있었을 것이다.
정확한 이유를 확인하기는 어렵겠지만, 아마도 '20대(20~29살)'라는 나이가, 인생의 전성기(좀 구식 표현으로는 '청춘')인데, 그게 벌써 반이나 지나가서 아깝다는 감정, 그리고 특히 20대의 전반부(20~24살)이라는 최전성기를 지났기 때문에 그 후로는 (최전성기보다 상대적으로) 안 좋은 상태로 흘러갈 거라는 아쉬움의 감정 때문일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나이를 더 많이 먹은 사람들 시점에서는 22살이나 27살이나 거기서 거기로 보이겠지만(그들이 보기에는 둘 다 청춘이지만), 실제로 20대의 그 나이를 살아가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한 살 한 살의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
그리고 반오십 전까지는 자신을 마냥 젊고 어리다고만 생각하다가, '내가 혹시 늙어가고 있는 건가?'를 '처음으로 자각하게 되는' 게 25살 전후인데, 그렇기 때문에 반오십이라는 표현이 다른 나이대 표현(반사십, 반육십 등)에 비해 유난히 많이 쓰이는 것일 수도 있다. 25살 이후로도 '내가 늙어가고 있구나'를 자각할 상황은 계속 있겠지만(앞자리가 3으로 바뀌는 30살, 시력이 나빠지기 시작하는 40살, 이마에 주름살이 생기는 50살 등), 점점 자신이 늙어가는 것에 체념하게 된다.

4.1. 대학교에서


25살이라는 나이를 '늙은 나이'로 인식하게 되는 이유는, 한국의 25살 남녀 중에는 대학교 졸업반(막학기, 4학년, 9차 학기 등)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회 전체에서는 25살이 '늙은 나이'가 전혀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대학교 안에서는 20~22살의 '젊음의 최전성기'인 학생들이 주로 보이니까, 25살이라는 자신의 나이가 상대적으로 많게 느껴지는 것이다. 특히 군대 휴학 2년을 고려해야 하는 25살 남학생에 비해 25살 여학생은 '졸업해야 할 만한' 나이인데 졸업하지 않고 있다는 자괴감이 좀 더 큰데, 그 경우에도 반오십이라는 표현을 자학적으로 쓰게 될 수 있다.

4.2. 회사에서


한편 25살이라는 나이는 '청춘의 최전성기를 지남'이라는 씁쓸함(?) 외에도, 한국의 20대 남녀가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평균적인 나이이기도 해서, '어른의 세계에 갓 들어간 시기'라는 의미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늙음에 대한 가벼운 자조'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말로 어른이 된 기분'이기도 해서, 이 두 가지 감상이 공존하는 표현이기 때문에 '반오십'이라는 말이 자주 쓰이는 것이기도 하다.

5. 다른 나이대는 어떤 상황인가?



5.1. 반사십(20살)?


20살은 미성년자에서 갓 성인이 됐기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보다는 설렘과 기대의 감정이 더 크기 때문에(대체로 이 시기에 대학 입학을 통해 세계가 더 넓어지기도 하고), 아깝거나 아쉽다는 감정이 별로 들지 않기 때문에 굳이 '반사십'이라는 표현이 그다지 쓰이지 않는다.

5.2. 반육십(30살)?


30살은, 농담삼아 가볍게 '나 반육십이야, 나 늙었어ㅠㅠ'라고 말하기엔, 몸의 건강이나 체력이 조금씩 저하돼가는 게 느껴지기 시작하는 나이라서, 자신의 나이에 관해 정말 심각해지고 진지해지는 나이다. 만 나이를 써서라도 한 살이라도 줄여 자신을 20대로 인식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굳이 '반육십'이라는 표현을 써 가며 나이를 더 과장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직장생활 등으로 나이 외의 다른 상하관계를 접할 일이 많아서, '반육십'이라는 표현으로써 자신의 나이가 많다는 걸 사석에서 가볍게 표현할 상황이 드물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50살 60살의 나이 지긋한 부장님과의 술자리에서 '어휴 제가 벌써 반육십이라' 라는 식의 말을 꺼냈을 때 별로 좋은 소리를 못 듣는 걸 생각하면 된다. 회사에서의 30살은 '어린 막내'라는 인상이 강해서, '내가 벌써 반육십이라니 아이고!'라는 말을 할 상황은 드물다.

6. 반응


이 표현에 대한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 긍정 또는 중립적인 입장: 나이먹어가는 것에 대한 씁쓸함을 너무 심각하지 않게 가볍게 표현할 수 있어서 좋다는 입장이다. 반오십이라는 표현이 좋다 싫다 이전에, '이 표현이 뭐가 문제야?'라는 입장이기도 하다.
  • 부정적인 입장: 25살은 딱히 많은 나이도 아닌데 괜히 자신을 늙었다고 인식하게 하는 단어 같고, 실제(그냥 25살)보다 과장하는(50살의 절반이나 됐다고) 게 이상해 보인다는 입장이다.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12살짜리 아이가 '후... 제가 인생 살아보니 참 힘들더라고요'라는 말을 할 때 주변 사람들이 그 아이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귀엽네', '12살짜리가 무슨...'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더 자세한 반응은 반오십으로 검색해 보면 참고가 될 것이다.

7. 기타


  • '젊음의 최전성기인 25살을 지나 버렸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다른 표현으로는, '여자 나이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라는 표현이 있다.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까지는 잘 팔리지만 그 이후로는 팔리지 않고 점점 떨이로 팔게 된다는 의미다. 이 표현은 대단히 문제가 많은 표현인데, 사람을 물건에 비유해 상품가치로 평가하는 것도 문제고, 사람의 가치를 나이 하나로 퉁치는 것도 문제고, 굳이 여성만 콕 찝어 비유하는 것도 문제다.
  • 실제 나이를 의도적으로 과장하는 사례로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가끔 쓰이는 "XX년생 아재다." 드립이 있다. 이것은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 어그로를 끌려는 의도인데, 예를 들어 2020년에 주 이용자가 1990~1995년생 정도인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09년생(2009년생) 아재다. 질문 받는다.'라는 글을 씀으로써 그 글을 본 사람들에게 '09년생이 뭐가 아재야? 그냥 초등학생이잖아... 아이고 뒷목이야!'라는 느낌을 주게 되어 어그로의 기능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