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자 아룬드

 

'''아룬드'''
환영주 아룬드(9월)
'''방랑자 아룬드'''(10월)
점성술 아룬드(11월)
'''에름 로존드'''
'''방랑자 아룬드'''(10월)

1. 아룬드 연대기 세계관의 10월


방랑자의 별 '에프랑지아(Eprangia)'가 지배하는 아룬드.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차가운 비가 내리는 두 번째 우기, 에름 로존드(Erm Lozond)에 속한다. 발육과 번성을 위한 다임 로존드의 비와는 달리 에름 로존드의 비는 완성을 위한 마지막 고통, 혼자서 내딛어야 하는 마지막 발자국을 의미하며, 일기는 어둡고 폭우보다는 추적추적한 비가 밤낮으로 끊이지 않고 내린다.

고독한 방랑자 에프랑지아는 특정한 인물을 가리키는 말은 아니다. 로존디아의 수도 아르나브르 근처에는 흔적만 남은 옛 성터가 있는데 그곳에서 단 하나 남은 기둥에는 고대 이스나미르어로 다음과 같은 돋움 글자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 땅을 방랑하던 자 영혼의 벌판 역시 방랑할지니 그대 에프랑지아의 혼이여 끝나지 않는 발자국이여"

연대를 알 수 없는 이 기둥에 새겨진 말이 에프랑지아가 '방랑자'라는 의미로 쓰이는 가장 오래된 기록이며 이후의 오래된 시들에서도 에프랑지아는 방랑자를 높여 부르는 말로 쓰이는 것이 발견된다. 흔히 에프랑지아라는 단어는 유쾌한 여행자나 모험을 즐기는 사람, 또는 정착할 곳이 없어 고통스러운 방랑을 계속하는 사람의 의미로는 쓰이지 않는다. 많은 서사시에서 존경받는 현자의 모습으로까지 나타나는 에프랑지아는 뭔가를 탐구하고 사색하기 위해 홀로 여행하며, 또한 그 자체를 자신에게 주어진 생활로 여기는 침울한 철학자이다.

하나의 아룬드로서 에프랑지아는 가을의 결실을 얻기 위해 잠시 동안 자신 속으로 침잠하는 시기, 내면적인 변화가 일어나도록 준비하는 번데기의 기다림과도 같은 시기이다. 비록 실제로 방랑의 길을 떠나지 않더라도 인간의 삶 속에서는 누구나 한 번쯤 에프랑지아가 되어야 하는 때가 있다. 마지막 결정을 내리기 전에 한 발 물러서 생각에 잠기는 것, 수많은 사람들의 훌륭한 조언을 얻은 후 마지막으로 스스로의 마음이 말하는 조언을 얻기 위해 자신과 대화를 나누려는 것, 인생 속에서 에프랑지아가 된다는 의미는 이러한 것이다.

'''"마음은 꿈을 꾸면서 발길은 천길 벼랑 위를 헤매다"'''[1]

라는 경구가 전해오며 철저히 혼자서 해야 하는 임무, 스스로의 힘으로 마지막 발을 내딛음, 중요한 준비를 위한 고독, 내면으로 침잠하여 자신을 직시함,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남,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준비함, 얽매인 것들을 모두 풀어버림, 인연 있는 자들에게서 인연 없는 자들의 땅으로 떠남 등을 암시한다.

이 아룬드를 의미하는 빛깔은 자주색이다.


2. 여담


피아 예모랑드 성 지하에서 엘다렌이 마법진 '아룬드나얀'에서 선 자리를 보면, 엘다렌의 생일이 이 쯤 해서 있는 듯 하다. 엘다렌이 모나데 프랑지아(가을의 방랑자) 로 불리는 이유도 그때문인듯

[1] 연재중 호그돈유리카 오베르뉴의 대화에서 환영주 아룬드의 경구로 언급된 적이 있다. 하지만 이후 환영주 아룬드의 경구가 따로 나오며 작가의 실수임이 드러났다. 개정판에서는 확실히 '방랑자 아룬드의 경구'라고 고쳐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