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그리고리에프
1. 소개
러시아 남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이며, 31살에 올림픽 첫 메달을 따낸 인간승리의 주인공이다.
2. 선수 경력
2.1.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이전
前 우크라이나 쇼트트랙 선수로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과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던 적이 있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족적을 남기지 못한 무명의 선수였다. 다른 나라 선수들과 실력차가 너무 컸고, 유럽 내에서조차 그렇게 좋은 경쟁력을 갖췄다고 할 수 없는 선수였다.
2014년 기준 만 31살에서 볼 수 있듯이, 원래대로라면 쇼트트랙 종목 기준으로는 기량이 내리막길에 접어드는 것이 당연한 연령대의 선수이다. 물론 정상급 실력과 커리어가 쌓인 선수였다면 캐나다나 미국 선수들처럼 롱런할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리에프는 애초에 그 정도로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아니었다. 2010년 즈음엔 우크라이나가 더 이상 쇼트트랙 팀을 제대로 지원해 줄 수 없었고, 마침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 한창 심혈을 기울이던 러시아가 안현수 등 몇몇 타 국적의 쇼트트랙 선수들에게 귀화 제의를 했었는데 그레고리에프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이 제의를 수락하여 러시아 국적의 선수가 되었다.
사실 선수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해 주는 러시아로 귀화했음에도 그와 러시아 대표팀의 성적에 그다지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는데 그리고리에프도, 러시아 대표팀도 대한민국, 캐나다, 미국, 중국의 세계적인 선수들과 겨루기에는 여전히 현격한 실력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1년에 안현수가 귀화 제의를 받아들이면서 그리고리에프와 러시아 대표팀의 위상이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한 때 쇼트트랙 황제라 불렸던 빅토르 안의 가세는 러시아 대표팀 뿐만 아니라 그리고리에프, 세묜 옐리스트라토프 등 기존 러시아 선수들의 엄청난 기량 상승을 일으키는 기폭제로 작용하게 되었고, 이에 유럽 내에서조차 강호라고 보기는 어려웠던 러시아는 2011-12, 2012-13 시즌 서서히 진가를 발휘해 나갔으며 올림픽을 앞둔 2013-14 시즌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개인전을 뛰게 될 빅토르 안, 그리고리에프, 옐리스트라토프 모두 세계랭킹 30위권 이내에 들었다.[2]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2014 유럽 선수권에서는 전 종목을 모조리 석권하는 쇼트트랙 강국으로 탈바꿈했다. 물론 금메달은 모두 빅토르 안의 차지이기는 했지만, 단체전 종목인 5000m 계주에서도 금메달을 따냈고[3] 1000m에서 금은동을 모조리 러시아 선수들이 휩쓰는 등 나머지 선수들의 기량 전반이 향상되었다는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특히 그리고리에프는 2010-11시즌 22위에 오른 이후 2011-12 시즌 19위, 2012-13 시즌 9위로 매년 자신의 세계랭킹을 향상시켰는데, 무려 만 30세의 나이에 처음으로 자신의 세계랭킹을 한 자릿수 대에 진입시킨 것이다. 급기야 2013-14 시즌에는 세계랭킹 4위, 500m 부문 3위까지 순위가 오르며 이제는 '세계적인 선수'라는 칭호가 전혀 어색하지 않을 톱클래스의 쇼트트랙 선수로 거듭났다.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많은 전문가들이 빅토르 안과 샤를 아믈랭의 2파전을 예상하는 가운데, 그리고리에프의 개인전 메달권 입상 가능성을 점치는 전망들도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2.2. 2014 소치 동계올림픽
그리고 1000m 결승전에서 빅토르 안에 이은 2위를 차지하면서 마침내 '''만 31살에 본인의 첫 올림픽 메달을 따냈다!''' 이 경기에서 빅토르 안과 그리고리에프가 보여준 연합 플레이는 가히 압권이었는데, 레이스 초반부터 두 선수가 선두로 치고 나간 뒤 그리고리에프와 빅토르 안이 1위 자리를 서로 번갈아 맡으며, 마치 스피드 스케이팅의 팀추월 경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뒤의 선수가 1위의 뒤를 찰거머리처럼 붙어다니며 뒷선수의 추월을 막는 레이스를 펼친 것이다. 인코스 추월을 시도하기에는 빅토르 안과 그리고리에프 사이의 간격이 너무 좁고, 아웃코스 추월에 대해서는 빅토르 안, 혹은 그리고리에프가 그때그때 낌새를 포착하며 완벽하게 막아내면서[4] 뒤의 선수들은 인, 아웃 어느 코스로도 추월할 수 없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러시아 선수들이 7바퀴를 남겨놓은 시점에서 1, 2위에 자리잡은 이후, 나머지 세 선수 중 그 누구도 러시아의 두 선수 중 2위에 있는 선수조차 한 번도 추월하지 못했다.
빅토르 안의 실력이야 말할 필요도 없지만, 그도 은메달리스트가 되기에 결코 모자람이 없는 공헌을 했다. 그리고리에프는 이 은메달로 빅토르 안과 함께 러시아 선수가 쇼트트랙 개인전에서 메달을 따낸 선수가 되었다.[5]
5000m 계주에서도 500m가 주종목인 선수답게 스타트 및 팀내 2번째 에이스 역할을 맡는 1번 주자를 담당하며 러시아 대표팀에게 쇼트트랙 3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본인의 스케이팅 실력도 좋지만 178cm, 83kg의 당당한 체구를 활용하여 다음 주자인 빅토르 안을 밀어주는 힘이 상당히 좋다고 한다. 그 덕분에 러시아는 에이스인 빅토르 안이 넘겨받는 차례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 첫 출전한 이후 12년이 지난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1000m에서는 본인의 첫 메달뿐만 아니라 계주 금메달 공헌도 했으니 그야말로 인간 승리가 따로 없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2014-15 시즌 이후로는 활약이 점점 떨어지는 추세다. 빅토르 안의 노쇠화도 같이 심화되는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이쪽은 아직까지 특유의 센스와 경기운영으로 버티는 중. 또한 500미터에서 드미트리 미구노프가 포텐을 터트리면서 경쟁에서 밀려난 상태이다. 현재는 주로 계주에만 모습을 보이는 상태이다.
2019년 4월 26일에 은퇴하였고 현재는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2019-20 시즌 월드컵 경기에서 러시아 선수들이 끝날 때 가끔 중계 카메라에 잡힌다.
3. 스케이팅 스타일
빅토르 안이 정상급 기술을 이용해 빠른 스피드를 내는 스타일이라면, 그리고리에프는 많은 캐나다 단거리 스프린터들과 유사하게 강한 힘과 좋은 신체조건을 이용해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는 단거리 스케이터다. 500m에서 성시백의 세계 기록을 깬 적이 있는데 같은날 결승 미국의 J.R. 셀스키가 마의 40초를 깨며 다시 세계신기록을 세워버렸다. 사실 그리고리에프는 결승전 진출에도 성공했으며 마지막 바퀴까지 세계 신기록 페이스로 선두를 이끌고 있었다. 셀스키는 3위로 달리고 있었으며 앞 두선수의 실수덕에 어부지리로 1위를 기록한 것이다. 그날 컨디션이 최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 경기에서 넘어지지만 않았어도 세계신기록을 2번 갈아치울 뻔했음은 물론이고 셀스키가 세운 기록보다 더 빠르게 나왔을 것이다.
스타트는 러시아 선수들 중 가장 뛰어날 뿐만[6] 아니라 세계의 정상급 단거리 선수들과 비교해봐도 절대 밀리지 않는 스타트기술을 가졌다. 신장은 178cm로 쇼트트랙 선수들 평균 기준으로 보면 큰 편에 속하며, 덩치가 상당히 좋은 편이라 자리 지키기에 상당히 유리한 신체 조건을 가졌다. 추월 기술도 나름 준수한 편이며, 단거리에 특화된 선수답게 인코스 추월을 더 선호한다. 지구력적인 면에서는 나이 때문인지 1500m에선 큰 힘을 쓰지 못하는 편이며 1000m는 컨디션이 잘 따라줘야 좋은 성적을 낸다. 러시아 탑3 중 지구력이 제일 약한 편이다.
4. 수상 기록
[1] 원래 우크라이나 선수였으나 2007년부터 러시아로 귀화하여 러시아 선수가 되었다.[2] 빅토르 안은 세계랭킹 2위, 그리고리에프는 4위를 기록했고 옐리스트라토프는 23위에 올랐다.[3] 싱키 크네흐트가 빅토르 안에게 법규를 들어올려 파문을 일으켰던 그 경기다.[4] 그리고리에프는 83kg라는 쇼트트랙 선수로서는 과체중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상당한 몸 크기를 자랑하는데, 이 크고 다부진 체격은 뒷선수가 앞으로 치고 나오지 못하게끔 디펜스를 펼치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역할을 한다.[5] 2018년에 금메달을 딴 동료가 도핑 의심을 받으면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상황이다. 만에 하나 이 선수의 도핑이 사실로 드러나면 본인이 운석 메달을 승계받을 수도 있다. 다만 본인이 참가한 계주 금메달은 박탈당할 수 있는데 단체전의 경우 참가한 선수 중 한 명이라도 도핑에 걸리면 참가자 모두 메달을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그 예로 우사인 볼트가 동료의 약물 적발로 인해서 400m 계주 금메달이 날아간 적이 있다. 또, 그리그레프 역시 이번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전에 도핑에서 완전히 깨끗하지 못하여 참여를 제한 당했다. 따라서 그리고레프 역시 1000m 올림픽 은메달 커리어가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만약 빅토르 안과 그리고레프가 도핑 최정 확정이 되면 동메달이었던 네덜란드의 싱키 크네흐트가 금메달을 승계받고, 중국의 우다징이 은메달, 중국의 한톈위가 동메달을 승계받는다.[6] 그러나 드미트리 미구노프에게 이 타이틀을 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