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선덕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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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드라마)에 나오는 인물. 한자 표기는 誓理. 송옥숙씨가 연기하셨다. 다양한 인물 상을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을 여기 서도 증명했다.
신라 토착 신앙과 연계된 신녀[1]들의 수장으로 제천 행사를 주관하는 총 책임자인 '상천관'(上天官)이다. 미실이 본래 임금(황실)의 것인 신권(神權)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사람이 적극 돕고 협조했기 때문이다.
미실의 편이 돼서 적극적으로 도와준 것은 미실이 모든 것을 가졌음에도 황후가 돼지 못해 전전 긍긍하는 모습이 여인으로서 공감과 동정을 이끌어 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드라마 초반부에 미실이 자신의 진심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던 것은 세종설원도 아닌 같은 여자로서 항상 들어주고 공감해 줬던 서리였다. 미실이 사다함과의 추억이 서린 곳에 서리와 함께 가서 눈물을 글썽거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찌 됐건 진평왕마야부인 때문에 다소 의기소침한 미실에게 태기를 확인해 보니 쌍둥이라고 얘기함으로써 혁거세의 성골남진 예언을 활용하게 유도한 것도 서리였고, 적어도 미실의 월식 계책 때까지도 둘은 참 죽이 잘 맞은 동료였다. 미실의 세력들 중에서도 '사다함의 매화'의 정체를 제대로 알고 그 일에 직접 나섰던 사람은, 미생을 빼면 그녀가 유일했다.[2]
그러나, 용화향도 덕만이 개양자의 한 축인 또 다른 쌍둥이임이 밝혀 졌을 때 그 처리 과정을 놓고 미실과 엄청나게 틀어져 버렸다. 별의 움직임을 관찰하던 서리는 천준(天樽)[3]이 미실의 별자리인 북락사문(北落師門)[4]을 범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덕만을 사로잡는 즉시 죽여야 한다고 고했는데, 이미 너무 많은 권력을 누리고 있던 나머지 기고만장 해진 미실이 거절하자 서리는 다시 한번 '황후가 아니어도 모든 것을 가지시는데 어찌 그리 황후에 집착하시느냐'고 응수 했으나 미실은 '맞다. 나는 모든 것을 가졌다. 하늘의 뜻까지도'라고 대답[5]한 뒤 '그깟 쌍둥이 공주들이 무슨 대수냐'며 서리의 말을 가뿐히 무시했고 자기 이익에 따라 생포하려 했다.
결국, 미실을 위해 독단적으로 미생과 몰래 덕만을 죽일 계책을 세우나 문제는 그 계획을 삽질의 대명사 대남보가 실행하는 까닭에 대남보가 엉뚱한 천명공주를 죽이는 대형 사고로 이어진 게 된다.
미실은 이 사단을 일으킨 서리와 친동생 미생에게 까지 독약을 주며 자살할 것을 종용하자 서리는 이 독약을 가지고 신궁의 비밀스러운 지하에서 고민을 하다 몰래 신녀로 변복 해 잠입한 덕만과 마주하게 되었다. 서리는 입을 다물려고 했으나 자신에게 미실의 신권의 기원을 추궁하는 덕만에게서 (미래의) 왕의 모습을 보게 되고 크게 놀란다.
그 때 미실이 찾아오는 기척을 느끼고는 서둘러 덕만을 병풍 뒤로 숨긴 다음 '결정을 하셨냐'고 묻는 미실에게 마지막으로 '덕만을 만나시면 꼭 죽이셔야 한다'는 고언을 한다. 그러나 미실이 들으려는 기색이 없자 '궁주께서는 차고 넘치는 권력을 가졌으나 황후가 될 운명이 아니다'라며 미실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렸다. 미실은 '네 따위가 무엇이기에 내 운명을 논 하냐' 며 분노하자 서리는 담담하게 '궁주님, 하늘의 시대가 곧 갈지도 모르겠지만[6] 그걸 내 눈으로 보고 싶지 않다'면서 미실이 준 독약을 들이켰다. 그리고 피를 토하면서 미실을 향해 '''이제 궁주님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화덕사의 월천대사님 뿐이다! 잊지 마시라, 화덕사에 계신 월천대사시다'''라고 몇 번이나 외친 후 숨을 거뒀다. 미실은 이미 월천의 존재를 알고 있었기에 서리의 말이 그저 절박한 충언 정도로 들렸겠지만 실제로 이 말은 병풍 뒤에 숨은 덕만에게 들으라고 한 말과 다름 없었다. 평생 미실을 도와 왕실을 등쳐 먹고 살던 인물이 마지막엔 왕실의 희망이 될 인물을 도운 셈.
자신에게 온전히 주기만 하던 사다함이 죽은 후 미실의 세력을 이루는 이들 중에서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 미실을 이해해 주고 미실을 위해 고언도 아끼지 않았던 인물은 서리가 유일했다. 그러나, 미실은 황후라는 자리에 너무 집착한 데다 스스로 너무 일취월장 한 나머지 자만하여 서리의 고언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 결국 미실은 서리를 자결시킨 탓에 자신의 충신을 죽이는 과오를 범했으며, 사실상 미실이 고독해지고[7] 계획이 어긋나기 시작한 것[8]은 여기서 부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1] 쉽게 말하면 무당, 하늘을 읽어서 앞으로의 일을 예측하는 일을 맡았다[2] 미실은 어릴 적 사다함으로부터 '사다함의 매화'를 받은 이후, 십 수년 간 남편인 '세종'이나 정부인 '설원'에게도 숨기고 있었다.[3] 쌍둥이자리를 의미한다. 즉 쌍둥이 공주인 천명과 덕만을 의미한다.[4] 물고기자리[5] 미실은 이미 사다함이 남겨준 가야의 책력, 그리고 월천대사의 계산을 이용해 천신황녀 노릇을 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유지하고 있었다.[6] 이후 덕만이 공주로 복위하고 천문대를 제작해 천신황녀의 권한을 스스로 내려놓으면서 더 이상 기득권 층이 기후나 기상 관측 등으로 백성들을 농락할 수 없게 되었다.[7] 설원도 후반에는 미실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인물로 부각되지만, 초창기에는 자신의 이득과 미실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으로 도운 것이고 사다함의 매화가 화두가 되었을 때도 보종을 시켜 미실을 미행 시킨 적이 있다. 미실 역시 이런 설원을 단속하기 위해 그가 빼돌린 자신을 죽이라는 내용이 담긴 진흥왕의 칙서를 보관하고 있었다.[8] 서리 역시 상천관이었고 당시엔 제사와 격물(과학)이 분리되지 않았던 지라 천기의 운행을 읽고 세심하지는 않지만 천체의 움직임이나 날짜 등을 계산하는 것은 서리도 어느 정도 가능했다. 즉 미실은 서리와 월천이 협력해 도운 탓에 천신황녀로서의 권위를 누릴 수 있었으나 서리를 죽임으로서 팔 하나를 스스로 도려낸 것이나 다를 바 없게 되었다. 이후 전개로도 월천이 일식을 계산했다는 말이 나왔을 시기에 복야회가 월천을 가로채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자 심히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