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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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아키요시 리카코의 3번째 장편 미스터리 소설. 일본에서는 2015년 발매되었으며 국내에서는 2017년 정발되었다.
2. 구성
2.1. 인물
- 호나미: 43세의 가정주부. 프리랜서 번역가다. 이 소설의 주요 서술자이며 주인공이다.
- 야스히코: 호나미의 남편. 작중 비중은 거의 없으며 딸에 대해서는 호나미만한 애착은 없다.
- 가오루: 호나미의 아이. 아직 유치원생이다.
- 마코토: 고등학교 2학년생. 유치원 검도부 선생님.
- 사카구치: 의문의 아동연쇄살인을 다니자키와 함께 수사하게 되는 형사.
2.2. 사건
소설은 평범하게 살고있던 전업주부 호나미와 아동살인사건의 범인 마코토, 범인을 쫒는 사가쿠치의 시점에서 교차 전개된다. 소설 초장부터 범인이 드러나기 때문에 범인이 누구인가 찾는 내용이 아니라 범행충동을 숨기지 못하고 계속해서 살인을 저지르는 마코토의 이야기와 가오루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려고 하는 호나미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사건은 도쿄 아이이데 시에서 어린이집에 다니는 한 남자아이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호나미는 가오루를 유치원에 보낼 준비를 하던 와중 이 뉴스를 보게 되는데, 피해아동은 목이 졸려 살해당한 후 성기가 잘린데다 성폭행 흔적까지 있었다. 시신은 표백제로 매우 철저하게 닦여있었기 때문에 증거는 전혀 없었다. 이런 엽기적인 살인 소식을 들은 호나미는 자신의 소중한 외동딸이 무사할 수 없다는 공포심에 사로잡힌다. 사실 호나미는 어린시절 겪은 병때문에 심각한 불임이 되어 총 6번의 인공수정 수술과 2번의 낙태 끝에 겨우 힘들게 낳은 딸에게 엄청난 애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였다. 그렇게 어떻게든 딸을 지키려고 동분서주하는 와중, 과거 성폭행범인 다테시나를 보게 되었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증거는 없고 다테시나는 범행 당시 알리바이까지 있었기 때문에 체포되지 않는다. 하지만 호나미는 다테시나가 범행을 저지른게 분명하다고 생각하고 어떻게 해서든지 증거를 찾기 위해 열쇠를 복제해 집에 몰래 들어가는등 감시하다가, 결국 딸을 건드리기 전에 자신이 먼저 다테시나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한편 유치원 검도부 선생님이자 진범인 마코토는 겉으로는 평범한 학생처럼 보이나 사실은 오랜시간 공을 들인 철저한 계획끝에 살인을 저지르는데 성공했다. 대상은 자신이 가르치는 유치원에 있는, 남을 괴롭히기를 좋아하는 4살짜리 남자아이.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는데 마코토는 시신에 성폭행같은건 한적이 없다. 즉 자신이 간 후에 누군가 시신을 한번 더 훼손한 것이다. 그리고 마코토는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두번째 살인을 저지르고 마는데, 이번에도 시신이 훼손되었다. 시신의 손가락이 모두 잘린채로 발견된것.
그리고 사카구치는 수사 끝에 이전에 우연히 마주쳤던 마코토의 검도부 가방이 작은 남자아이 하나 정도는 넣을 크기라는 사실을 기억해내고, 거기에 마코토가 피해아동들의 검도교실 교사라는 사실까지 알아내면서 마코토를 조사하러 가기 시작하는데...
다테시나가 자택에서 목을 매고 죽은채로 발견되었다. 모든 증거와 범행 기록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형사팀은 진범의 자살로 결론짓고 사건을 종결짓는다.
한편, 집에 형사가 찾아오자 마코토는 당황해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서랍을 연다. 그런데 증거는 없고 서랍은 표백제로 깔끔하게 소독되어 있다. 그리고 '''마코토의 어머니인 호나미가''' 나타나 범인이 이제 밝혀졌으니 걱정할거 없다며 웃고, 마코토는 어머니가 '''딸인 자신을 위해''' 그동안 범행을 도와준것을 알고는 가오루를 안고는 안심한다.
2.3. 진실
책표지부터 대놓고 20페이지부터 반전이 있다, 다 읽고나면 책을 다시 읽게 될거라는 등 대놓고 서술 트릭이 있다고 광고하고 있지만(...) 바로 그 서술 트릭 하나에 올인한 소설이라 결말을 추측하기는 쉽지 않다.
작가가 이 소설에 2중함정을 파놓았다. 바로 '''마코토가 여자라는 것,''' 그리고 '''호나미의 딸이 마코토고 마코토의 딸이 가오루라는 사실.''' 그러니까 호나미 → 마코토 → 가오루다. 호나미는 가오루의 엄마가 아니라 할머니였다.[1] 전자(마코토가 여자)는 눈치가 좋다면 소설 중반부쯤에서 눈치챌수 있지만 후자는 눈치채기 매우 어렵다.
다시 정리하면, 호나미는 여러번의 수술끝에 힘들게 귀한 딸 마코토를 낳았다. 그런데 마코토는 중학생때 다테시나에게 성폭행을 당해 그만 원치않는 임신을 하게 된다. 충격으로 폐인이 된 마코토는 낙태를 하려고 하지만 호나미의 설득으로 결국 딸 가오루을 낳게 된다. 그런데 딸에게 다테시나의 흔적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딸이 커가는 모습에 마코토는 살아갈 희망을 되찾고, 딸과 어머니의 배려[2] 로 다시 학교에 나갈수 있게 된다. 그런데 어느날 마코토는 유치원에서 돌아온 가오루를 씻기다가 남자아이에게 다친 흔적을 발견하게 되고, 딸이 자신과 같은 일을 겪을까봐 불안에 떨다가 그만 과거의 PTSD가 재발해 '여자아이를 괴롭히는 남자아이'에 대한 강한 공포심과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3] 결국 이 공포는 아동연쇄살인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한편 호나미는 딸의 첫번째 범행을 그만 목격하고 만다.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지만 성기가 잘린 시신을 보고 딸이 과거의 아픔때문에 살인을 했다는 것을 알게되자, 호나미는 딸을 어떻게든 보호하겠다고 결심한다. 이 말은 소설 시작시점에서 호나미는 이미 딸이 한 범행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소리다. 즉 '''호나미 시점 자체가 통째로 서술트릭이다.''' 무슨일이 있어도 딸을 지키겠다는 말은 어린 가오루가 다음 표적이 될까봐 두려워하며 하는 말이 아니라, '''마코토의 범행 사실을 절대 들키지 않게 하겠다'''는 말이였던 것이다.
호나미는 그렇게 첫번째 범행때는 시신에 성폭행이 있던것처럼 조작하고, 두번째 범행때는 딸의 볼에 난 상처를 보고[4] DNA가 묻어나올까봐 손가락을 자르며 몰래 마코토를 도와준다. 그리고 딸을 강간한 다테시나가 돌아오자 다테시나를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다테시나가 수상하다는 제보를 계속 하고 나중에는 살인현장을 목격했다는 거짓 증언까지 했는데도 경찰이 믿어주지 않자, 호나미는 결국 직접 다테시나를 살해한다. 그리고 마코토의 살인증거를 다테시나의 방에 놔둬 마치 진범이 죄책감에 자살한것처럼 꾸며, 결국 아동연쇄살인사건 수사는 진범의 자살로 종결된다. 모든 사실을 알게된 딸은 어머니를 껴안고 안도감에 젖는다.
결국 두 어머니가 모두 자신의 딸을 지키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다는 내용. 처음 읽을때는 자식사랑이 엄청난 극성 부모의 분투기처럼 느껴지지만, 알고보면 딸을 위해 무슨짓도 서슴지 않는 무시무시한 부모들의 이야기다.
마코토의 성별에 대해서는 원작에서는 마코토라는 중성적인 이름에다[5] 남자 말투를 쓰기 때문에 눈치채기 어렵지만 국내 번역판에서는 그런거 없다. 그래도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설정, 짧은 머리카락, 검도부 선생님 등등 고정관념을 이용한 서술트릭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알아채지 못한 사람도 많다. 특히 범행수법이 이 고정관념에 힘을 실어주는데 충동에 의한 범행이라는 말이 계속 나오고, 성기를 자르는데다가 첫 희생자는 성폭행 흔적이 있었기 때문에[6] 변태성욕자를 떠올리기 쉽다. 소설 초반에 다니자키가 '남자 아이를 여자 어른이 성폭행하는건 일본법상 강간죄가 적용되지 않는다' 운운했던건 이부분의 복선이였던 것.
결말까지 다 읽고 소설을 다시 읽어보면 소설에 서술트릭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 있는지, 그리고 들키지 않도록 얼마나 세세하게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소설 시작부분에 호나미가 첫번째 범죄 뉴스를 보는 장면. 한문장 한문장이 180도 다르게 읽힌다. 참고로 다시 읽을때 호나미 시점에서 말하는 '딸'과 가오루가 말하는 '엄마'가 똑같은 사람(마코토)을 지칭하는 것을 알고 보면[7] 더 이해가 잘된다.
일단 이상한 점 자체는 여러부분 있었다. 일단 호나미, 마코토, 가오루 이 셋의 성씨가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 형사들이 계속 변태성욕자의 범행이라기 보다는 성기와 시신에 집착하는것 같다고 하는것, 호나미가 아무리 과거 성폭행범이라 의심이 간다고 해도 자기가 살해장면을 목격했다는 지나친 거짓말을 꾸며내 신고를 했다는 것, 마코토는 계속 성격이 나쁜 남자아이만 노리며 피해아동을 죽일때 "네가 무서워서 죽인다"라는 알수없는 발언을 했다는것 등등.
3. 반응
일본에서도 많은 언페어 논란이 있었던 작품이다. 마지막 반전에 대한 힌트가 거의 없고, 거기에 논란이 되거나 모순이 될만한 부분이 꽤나 있기 때문. 때문에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감상평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작품이다.
또한 결국 살인을 모성의 대단함으로 아름답게 포장해 끝내버리는 결말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특히 마코토는 어린아이를 2명이나 살해했는데도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고 나중에는 오히려 구원받으며 작품이 끝나기 때문. 호나미가 다테시나를 자살처럼 꾸며서 죽이자 경찰이 아무 의심도 가지지 않고 그냥 진범의 자살로 수사를 결론지어 버리는 부분이 억지라는 지적도 있다. 사실 이 소설에서 사카구치 형사 페어가 해낸 일은 사실상 아무것도 없으며 거의 경찰측 입장 서술을 위해 넣은 인물이나 마찬가지인지라...
단 호나미의 심리묘사, 깔끔한 문장과 빠른 전개에 대해서는 호평을 받고 있다.
서술 트릭이 주가 되는 일본 소설에, 소설의 기본 전제를 속이는 트릭이 쓰였다는 점에서 이 작품이나 이 작품과 비슷하다는 평도 꽤 있다.
4. 여담
작가의 의도인지 현대사회에서 남성(혹은 권력)에게 핍박받는 여성의 모습이 자주 서술된다. 이를테면 상사에게 성희롱적 멘트를 듣고 강경하게 대응 하는 젊은 여형사라던지, 불임 문제로 속상해하는 와이프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남편과 시어머니, 성범죄자들을 자유롭게 방치하는듯한 제도와 경찰의 미온적인 태도 등등..
[1] 하지만 일단은 가오루는 호나미의 양자로 호적에 올라와있다고 한다.[2] 딸의 정상적인 생활을 위해 가오루를 자신의 양자로 넣고 마코토를 언니라고 알려주었다.[3] 분노나 증오로 인한 살인이 아니다. 작중에서도 계속 범행수법에 피해자에 대한 분노가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실제로 마코토는 왜 나를 죽이냐는 사토시의 물음에 "네가 무서우니까"라고 대답했고 더이상 이 아이가 세상에 없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서라며 사진을 찍기까지 했다.[4] 두번째 범행당시 마코토 시점에서 사토시를 죽인후 어머니가 갑자기 집에 돌아와 들킬뻔한 사건이 있었다. 당연히 이 어머니는 호나미.[5] 후반부에 가면 호나미가 죽은 자식들을 위해 일부러 중성적인 이름을 지었다고 나온다.[6] 물론 소설 중간에 자신이 성폭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나온다.[7] 가오루에게는 일단 마코토가 엄마가 아니라 언니라고 알려줬는데, 눈치를 챈건지 가오루는 아기 시절부터 마코토를 엄마라고 불렀다고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