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라이트 피아노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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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종류를 두 가지로 나눈다면 업라이트 피아노와 그랜드 피아노가 있다.[1]
업라이트는 세운 꼴의 피아노라는 의미이며, 이는 그랜드 피아노와 구별짓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랜드 피아노는 현을 눕힌 꼴의 피아노이지만, 업라이트는 실제로 현이 세워져 있다. 또한 공간을 적게 차지하기 위해 현을 1옥타브 레를 기준으로 두 파트로 분리시켜 교차시켜 놓았다. #
2. 장단점
업라이트 피아노는 그랜드 피아노에 비교했을 때 몇몇 장단점들을 갖고 있다.
우선, '''가격이 매우 저렴하고 크기가 작으며 보급화가 잘 되어 있다.[2] ''' 업라이트 피아노가 소비자들에게 선택되는 거의 모든 이유. 그랜드 피아노는 중고가만 해도 기본 350-400만원 선이지만, 이 돈을 업라이트 피아노에 들인다면 사실상 신상 피아노를 한 대 구입하는 가격과 거의 맞먹는다. 중고 업라이트 피아노는 심지어 100만원대 이내까지 내려가며, 특히 삼익악기나 영창뮤직의 경우 더욱 구매가 쉽다.[3] 그래서 가정용, 학원용, 교회용의 피아노 보급 목적으로 생산된다. 규모가 큰 피아노학원의 경우에도 레슨용 메인 피아노는 그랜드로 구비하되 연습실 피아노는 업라이트인 학원들이 상당히 많고, 교회의 경우 키보드나 신디사이저를 주로 활용하거나 혹은 찬양반주기 같은 것을 대체품으로 활용하는 미자립교회도 있긴 하지만, 어느 정도 이상 사람이 모이는 교회는 기본 두세 개씩은 업라이트 피아노를 갖고 있다.
그 외의 장점을 꼽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는 전공자들이나 학원 강사들도 쉽게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 업라이트 피아노가 저가의 양산형이라는 점만 빼면 모든 면에서 '''그랜드 피아노의 하위호환'''임을 의미한다. 그나마 간신히 꼽을 만한 '조용한 연주가 가능함' 같은 장점들도 사실 양산형으로서의 목적성에 부합하도록 하는 조치들, 예컨대 이웃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뮤트 페달과 소프트 페달을 달아놨다든지 하는 것뿐이다. 하여튼 그랜드 피아노와 대조하기 시작하면 여러 모로 안습해지는 처지의 포지션.
하지만 다 필요없고 이 가성비 하나만 놓고 따지면 이미 그걸로 일반인에게 압승인 피아노. 아무리 그랜드 피아노가 훌륭하다고 해도 일반인 입장에서는 '드럽게 비싼 피아노' 인데다 소리도 그냥 대충 들어보면 거기서 거기로 들리기 때문에...
그러나 간혹 20세기 초반의 미국 살롱이나 바 같은 올드스쿨 분위기를 낼 일이 있다면 업라이트 피아노만한 것이 없다. 흔히 홍키통크 피아노(honky-tonk piano)라고 부르는 경우인데, '''래그타임 또는 부기우기''' 같은 초창기 재즈 느낌[4] 혹은 '''미국 남부 컨트리 음악''' 색채를 내는 데에는 아주 제격이다. 이를 위해 살짝 튜닝을 어긋나게 해 놓거나, 택 피아노(tack piano)의 경우처럼 해머가 현을 바로 때리지 않고 작은 쇠 버튼을 먼저 때리게 만들거나 해서[5] 음색을 투박하고 걸걸하게 만드는 등의 개조를 하기에 아주 잘 어울린다. #연주영상1(2:00부터) #연주영상2 만약 그랜드 피아노로 이런 연주를 할 경우에는 싸구려 술집에 연미복 정장을 입고 가는 것 같은 기묘한 위화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런 피아노는 앞뚜껑을 열어서 현이 훤히 드러나 보이게 하는 게 불문율인 듯.
업라이트 피아노의 단점은 기타 피아노로서의 모든 자질(…). '''음색이나 타건감, 페달링, 표현력 등은 모두 그랜드 피아노보다 몇 수 아래다.''' 이 때문에 피아니스트가 꿈이거나 음악대학 진학, 피아노 전공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은 그랜드 피아노가 반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랜드 피아노를 들여놓으려면 넓은 연습실 공간과 함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므로 사정상 어쩔 수 없이 업라이트 피아노를 쓰고 필요할 때에만 학원이나 연습실을 일정 기간 대여할 뿐이다.. 물론 쇼팽 콩쿨을 주로 업라이트로 연습했다는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인터뷰만 봐도, 덮어놓고 장비 탓을 하는 것은 학습자로서 좋은 자세는 아니다. 제대로 관리되는 업라이트는 관리되지 않는 그랜드와 비교했을 때 오히려 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악기가 갖고 있는 이질감 내지는 괴리감이 상당한 것은 사실이다. 업라이트 이외에는 평생 만져볼 일이 없는 아마추어 연주자들은 어쩌다 (특히 제대로 관리된) 그랜드 피아노를 만지는 영광을 누리더라도 그 웅장하면서도 예민한 소리에 정작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 정도.
'''특히 트레몰로(연속타건)에 있어서 업라이트 피아노의 역량은 그랜드 피아노의 반에 반도 못 미친다.''' 그랜드 피아노로는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도메니코 스카를라티의 소나타 K.141을 어마어마한 속도(1초당 15회)로 연속타건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업라이트 피아노로는 아르헤리치가 와도 제대로 된 연주를 장담할 수 없다. 참고로 이 곡은 3/8박이며 마디마다 16분음표를 6개씩 꽉꽉 채워서 연속타건하는 곡이다. 이는 그랜드 피아노와 업라이트 피아노의 내부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비단 이 곡 뿐만 아니라 슈베르트의 마왕 전주 부분도 솔 음을 마구 연타하듯이 연주해야 하는 트레몰로가 들어가는데 업라이트의 경우 트레몰로를 연주하기 매우 힘들며 1초에 최대 7번까지밖에 연속타건을 못한다.
3. 기타
19세기 시절에는 기린 피아노(giraffe piano)라고 그랜드 피아노를 말 그대로 세운 형태의 물건도 있었다. 그래서 높이도 높았고, 케이스의 모양도 그랜드피아노 모양이었다.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다. 골동품 시장에 있을지도 모른다. 종종 이베이 등지에 올라오기도 하는데, 갖고 싶다면 직구하면 되겠지만 크기와 무게가 커서 배송비도 매우 비싸며 높이가 높아서 천장도 높아야 한다. 대신 이것들은 100년도 한참 넘은 거라서 관세는 면제다. 현대에도 이런 피아노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다.
[1] 콘솔형 피아노도 있지만 업라이트 피아노를 높이가 조금 낮게 개량한 피아노이기에 업라이트의 범주에 포함된다.[2] 당연히 그랜드에 비하면 확연히 작을 뿐이지 일반 가구나 가전제품과 비교한다면 매우 크다. 때문에 운반도 아무나 못하며 전문적으로 운반하는 업체한테 의뢰해야 할 정도다. 가격 또한 그랜드에 비해 매우 저렴할 뿐이지 관리 상태가 좋은 중고 피아노는 기본 100만원을 넘어간다. 또한 크기가 작기 때문에 보급화가 잘 되어 있다는 장점도 있다. 사실상 가장 큰 장점.[3] 관리가 잘 안 된 피아노, 즉 조율과 조정, 정음작업을 일정 주기로 받지 않았던 피아노라든지, 혹은 학원이나 교회에서 오래 사용하여 노후화가 심한 피아노의 경우 50만원 안팎의 가격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아무리 값이 싸더라도 '''웬만하면 이런 중고품은 구입하지 않는 것이 낫다.''' 막상 구매해서 튜닝, 조정, 정음, 페달 수리 등의 관리를 하려고 보면 신상 피아노 사는 수준으로 비용이 많이 깨지기 때문. 관리를 생략하고 싶어도, 피아노는 운반 과정에서 음이 틀어지기에 옮기기라도 한다면 튜닝은 원래 필수다. 즉 이런 물품들은 피아노 가격 50만원에 유지비가 50만원이라고 봐야 한다.[4] 혹시 주변에 노후된 업라이트 피아노가 있다면 그걸로 The Entertainer 같은 곡을 연주해 보자. 특히 싼티나는(…) 사운드의 피아노일수록 분위기가 확 살아난다.[5] 들어보면 밴조나 하프시코드에 가까운 짤랑거리는 소리가 난다. 택피아노#1 택피아노#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