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꼬마선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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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1㎜ 정도의 작달막한 선충. 토양 속, 또는 그 주변에 있는 썩은 과일, 낙엽 더미 같은 유기물 등에서 박테리아를 먹고 자란다. 배양할 때는 대장균 같은 걸 먹이로 준다. 25℃ 기준으로 알에서 깨어나 발생이 끝나는 데 3일쯤 걸리며 수명은 2 ~ 3 주다.
1㎜라서 눈으로 보일 것 같지만, 눈꼽보다 작은 게 눈 깜빡일 시간 동안 찔끔찔끔 이동하고, 투명한 몸뚱아리에 빛의 산란까지 겹쳐 육안으로 식별하기 힘들다.[2]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으면 조금씩 기어가는 길쭉한 점으로 보이긴 한다.
선충인 만큼 환형동물과 같은 마디는 없고, 성별은 자웅동체와 수컷[3] 의 두 가지이다. 현재 인류가 가장 완벽하게 알아낸 동물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예쁜꼬마선충이라는 상당히 귀여운 어감의 일반명을 부여받았지만 의외로 해외에서는 제대로 된 일반명조차 없어 단순히 이명법 표기로 부르는게 일반적이다.
1963년 시드니 브레너(Sydney Brenner)가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한 연구를 제안한 후, 이 종을 이용한 연구는 생물학에 막대한 자취를 남겼고 또 남기고 있다. 그 중 제일 유명한 몇가지 연구는 노벨상을 받기도 하였는데, 2002년(세포자살), 2006년(RNAi), 2008년(GFP) 수상 주제들이 바로 그것이다.
생물학 중 유전공학이나 해부학, 신경과학 쪽에서 특히 많이 연구하는 생물이다. 꼬마선충의 제일 큰 장점은 세포 수와 해부학적 구조가 항상 일정하다는 점이다. 개체에 상관없이 모든 정상적인 예쁜꼬마선충은 세포 숫자가 딱 959개(수컷은 1031개)이다. 발생 과정에서는 원래 1090개의 세포가 만들어지지만 그중 정확히 131개가 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된 과정을 딱딱 밟아서 세포자살을 행해 사라지며, 이 현상을 이용해 밝혀낸 세포자살의 메카니즘은 현대 생물학의 중요한 발견이다. 꼬마선충의 세포자살 프로그램과 인간의 세포자살 프로그램은 많은 부분을 공유하며, 이는 의학연구에도 큰 의의가 있다. 예를 들어, 암 연구에 있어서 세포자살은 굉장히 중요하다. 만약 어떤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게 되면, 우리 면역체계는 그것을 인식하고 그 세포들에게 자살 명령을 내린다. 그럼으로, 일반적인 세포가 암 세포가 되기 위해선 어찌하든 간에 이 세포자살 프로그램을 비 활성화 시켜야 한다. 암세포의 세포자살 프로그램을 다시 활성화 시키도록 하는 항암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반대로, 알츠하이머, 루게릭병 등의 뇌 질환은 너무 많은 세포자살로 인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예쁜꼬마선충은 신경세포를 딱 302개 가지고 있는데, 인간의 신경세포가 1000억 개인 것을 감안하면 뇌과학을 연구하기에도 안성맞춤이라 할 수 있다.
유전학도들이 좋아하는 종이다. 다세포생물중 최초로 DNA서열(게놈)이 다 밝혀진 생물이기도 하다.
이렇게 단순한 세포 구조와 더불어, 예쁜꼬마선충은 투명하여 광학 장비로 세포가 생기고 없어지는 과정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1986년에 이미 존 화이트 박사에 의해 발생 과정에서 세포가 어떻게 분화되어 어떤 세포가 어디로 가는지 확인 되었으며 '''신경계도 어떤 뉴런이 어딨고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한 뉴런 지도가 나왔을 정도다.''' 그래서 생물학자들은 이렇게 'Elegans'한 이 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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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 존 화이트가 1986년에 전자 현미경으로 촬영한 예쁜꼬마선충의 단면.
그는 예쁜꼬마선충의 뉴런과 시냅스를 맵핑하기 위해 선충을 8000등분 한 뒤, 단면을 하나하나 다 살펴가며 손으로 신경망을 전부 그려냈다. 이런 신경계의 연결을 전부 표시한 지도를 커넥톰(connectome)이라고 한다. 신경세포가 몇천억개나 되는 인간에서는 현재 기술로는 한참 불가능한 일이고 초파리에서도 다 밝혀지지 않은 사항인데, 예쁜꼬마선충에선 그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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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꼬마선충의 신경다발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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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꼬마선충의 뉴런 지도(커넥톰)
비록 신경세포가 302개밖에 없다고 하지만, 이 선충은 상당히 똑똑(?)하다. 좋아하는 온도를 찾아가는 점, 수컷이 배고플 땐 음식을 찾아가고 배부를 땐 짝짓기 상대를 찾아가는 점, 먹고 배아프면 그 먹이는 다시 안 먹는 점, 머리를 만지면 뒤로 도망가는 점, 주변 먹이가 별로일 땐 알을 덜 낳는 점, 한가지 냄새를 많이 맡으면 그에 적응하는 점, 등등 예쁜꼬마선충의 행동학적 레파토리는 정말 다양하다. 심지어, 술에 취하기까지 한다![4]
한편, 모든 뉴런을 파악하다 보니 과학자들은 이 녀석을 이용해 실험을 하게 되는데...
로봇에다 예쁜꼬마선충의 뉴런들의 연결 정보, 연결 강도를 넣고 실행시킨 것. 쉽게 말해 컴퓨터에다 사람이 만든 행동 패턴 알고리즘을 짜넣지 않고도, 오로지 예쁜꼬마선충의 뉴런 연결정보만 입력한 것만으로도 살아있는 예쁜꼬마선충처럼 움직이는 행동 패턴[5] 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다. 좀 과장되게 말하자면 뉴런 정보를 완전히 구현하는 것만으로도 별다른 인공지능 프로그래밍 없이도 생명체의 행동패턴, 나아가서는 지성과 자아까지도 구현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물론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고 심리철학분야의 학자들이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6]
다만 연구의 한계로 인해 재현율이 완벽하지는 않다. 예쁜꼬마선충이 매우 단순한 생명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학계에서는 시냅스의 연결 강도가 언제 어떤 곳이 강해지고 약해지는지 밝혀내지 못했다. 어떤 뉴런이 다른 어떤 뉴런으로 시냅스로 연결됐나를 알아내는 건 쉽지만, 그 시냅스의 연결 강도까지 알아내는 건 현재 기술로 어렵기 때문이다.[7] 또한 시냅스의 연결 강도는 생물이 환경을 학습함에 따라 학습한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 계속 바뀐다. 따라서 오픈웜 프로젝트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계 학습 방식을 채택하였다. 당연히 기계학습으로 땜빵한 부분은 실제 뉴런의 동작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현 상태는 예쁜꼬마선충을 매우 가깝게 재현한 시뮬레이션일 뿐 예쁜꼬마선충 그 자체를 전자공학적으로 구현했다고 보기 어렵다.
예쁜꼬마선충을 컴퓨터 안에서 가상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OpenWorm이라는 오픈 소스 계산생물학 프로젝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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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개
길이 1㎜ 정도의 작달막한 선충. 토양 속, 또는 그 주변에 있는 썩은 과일, 낙엽 더미 같은 유기물 등에서 박테리아를 먹고 자란다. 배양할 때는 대장균 같은 걸 먹이로 준다. 25℃ 기준으로 알에서 깨어나 발생이 끝나는 데 3일쯤 걸리며 수명은 2 ~ 3 주다.
1㎜라서 눈으로 보일 것 같지만, 눈꼽보다 작은 게 눈 깜빡일 시간 동안 찔끔찔끔 이동하고, 투명한 몸뚱아리에 빛의 산란까지 겹쳐 육안으로 식별하기 힘들다.[2]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으면 조금씩 기어가는 길쭉한 점으로 보이긴 한다.
선충인 만큼 환형동물과 같은 마디는 없고, 성별은 자웅동체와 수컷[3] 의 두 가지이다. 현재 인류가 가장 완벽하게 알아낸 동물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예쁜꼬마선충이라는 상당히 귀여운 어감의 일반명을 부여받았지만 의외로 해외에서는 제대로 된 일반명조차 없어 단순히 이명법 표기로 부르는게 일반적이다.
2. 생물학 연구 기여
1963년 시드니 브레너(Sydney Brenner)가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한 연구를 제안한 후, 이 종을 이용한 연구는 생물학에 막대한 자취를 남겼고 또 남기고 있다. 그 중 제일 유명한 몇가지 연구는 노벨상을 받기도 하였는데, 2002년(세포자살), 2006년(RNAi), 2008년(GFP) 수상 주제들이 바로 그것이다.
생물학 중 유전공학이나 해부학, 신경과학 쪽에서 특히 많이 연구하는 생물이다. 꼬마선충의 제일 큰 장점은 세포 수와 해부학적 구조가 항상 일정하다는 점이다. 개체에 상관없이 모든 정상적인 예쁜꼬마선충은 세포 숫자가 딱 959개(수컷은 1031개)이다. 발생 과정에서는 원래 1090개의 세포가 만들어지지만 그중 정확히 131개가 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된 과정을 딱딱 밟아서 세포자살을 행해 사라지며, 이 현상을 이용해 밝혀낸 세포자살의 메카니즘은 현대 생물학의 중요한 발견이다. 꼬마선충의 세포자살 프로그램과 인간의 세포자살 프로그램은 많은 부분을 공유하며, 이는 의학연구에도 큰 의의가 있다. 예를 들어, 암 연구에 있어서 세포자살은 굉장히 중요하다. 만약 어떤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게 되면, 우리 면역체계는 그것을 인식하고 그 세포들에게 자살 명령을 내린다. 그럼으로, 일반적인 세포가 암 세포가 되기 위해선 어찌하든 간에 이 세포자살 프로그램을 비 활성화 시켜야 한다. 암세포의 세포자살 프로그램을 다시 활성화 시키도록 하는 항암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반대로, 알츠하이머, 루게릭병 등의 뇌 질환은 너무 많은 세포자살로 인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예쁜꼬마선충은 신경세포를 딱 302개 가지고 있는데, 인간의 신경세포가 1000억 개인 것을 감안하면 뇌과학을 연구하기에도 안성맞춤이라 할 수 있다.
유전학도들이 좋아하는 종이다. 다세포생물중 최초로 DNA서열(게놈)이 다 밝혀진 생물이기도 하다.
이렇게 단순한 세포 구조와 더불어, 예쁜꼬마선충은 투명하여 광학 장비로 세포가 생기고 없어지는 과정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1986년에 이미 존 화이트 박사에 의해 발생 과정에서 세포가 어떻게 분화되어 어떤 세포가 어디로 가는지 확인 되었으며 '''신경계도 어떤 뉴런이 어딨고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한 뉴런 지도가 나왔을 정도다.''' 그래서 생물학자들은 이렇게 'Elegans'한 이 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
2.1. 커넥톰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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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 존 화이트가 1986년에 전자 현미경으로 촬영한 예쁜꼬마선충의 단면.
그는 예쁜꼬마선충의 뉴런과 시냅스를 맵핑하기 위해 선충을 8000등분 한 뒤, 단면을 하나하나 다 살펴가며 손으로 신경망을 전부 그려냈다. 이런 신경계의 연결을 전부 표시한 지도를 커넥톰(connectome)이라고 한다. 신경세포가 몇천억개나 되는 인간에서는 현재 기술로는 한참 불가능한 일이고 초파리에서도 다 밝혀지지 않은 사항인데, 예쁜꼬마선충에선 그게 가능하다.
[image]
예쁜꼬마선충의 신경다발 지도
[image]
예쁜꼬마선충의 뉴런 지도(커넥톰)
비록 신경세포가 302개밖에 없다고 하지만, 이 선충은 상당히 똑똑(?)하다. 좋아하는 온도를 찾아가는 점, 수컷이 배고플 땐 음식을 찾아가고 배부를 땐 짝짓기 상대를 찾아가는 점, 먹고 배아프면 그 먹이는 다시 안 먹는 점, 머리를 만지면 뒤로 도망가는 점, 주변 먹이가 별로일 땐 알을 덜 낳는 점, 한가지 냄새를 많이 맡으면 그에 적응하는 점, 등등 예쁜꼬마선충의 행동학적 레파토리는 정말 다양하다. 심지어, 술에 취하기까지 한다![4]
한편, 모든 뉴런을 파악하다 보니 과학자들은 이 녀석을 이용해 실험을 하게 되는데...
로봇에다 예쁜꼬마선충의 뉴런들의 연결 정보, 연결 강도를 넣고 실행시킨 것. 쉽게 말해 컴퓨터에다 사람이 만든 행동 패턴 알고리즘을 짜넣지 않고도, 오로지 예쁜꼬마선충의 뉴런 연결정보만 입력한 것만으로도 살아있는 예쁜꼬마선충처럼 움직이는 행동 패턴[5] 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다. 좀 과장되게 말하자면 뉴런 정보를 완전히 구현하는 것만으로도 별다른 인공지능 프로그래밍 없이도 생명체의 행동패턴, 나아가서는 지성과 자아까지도 구현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물론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고 심리철학분야의 학자들이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6]
다만 연구의 한계로 인해 재현율이 완벽하지는 않다. 예쁜꼬마선충이 매우 단순한 생명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학계에서는 시냅스의 연결 강도가 언제 어떤 곳이 강해지고 약해지는지 밝혀내지 못했다. 어떤 뉴런이 다른 어떤 뉴런으로 시냅스로 연결됐나를 알아내는 건 쉽지만, 그 시냅스의 연결 강도까지 알아내는 건 현재 기술로 어렵기 때문이다.[7] 또한 시냅스의 연결 강도는 생물이 환경을 학습함에 따라 학습한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 계속 바뀐다. 따라서 오픈웜 프로젝트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계 학습 방식을 채택하였다. 당연히 기계학습으로 땜빵한 부분은 실제 뉴런의 동작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현 상태는 예쁜꼬마선충을 매우 가깝게 재현한 시뮬레이션일 뿐 예쁜꼬마선충 그 자체를 전자공학적으로 구현했다고 보기 어렵다.
예쁜꼬마선충을 컴퓨터 안에서 가상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OpenWorm이라는 오픈 소스 계산생물학 프로젝트가 있다.
[1] (고전) 라틴어: 카이노랍디티스 엘레간스 / 영어: 시노랍다이티스 엘레겐스.[2] 애초에 길이가 1㎜랬지 두께가 1㎜인 게 아니다. 맨눈으로 보기 힘든 게 당연하다. 머리카락과 두께가 비슷하긴 하지만, 머리카락은 매우 길고 불투명하고 색까지 검정색이다.[3] Y 염색체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염색체가 XX면 자웅동체고 X 염색체 하나만 있으면 수컷이다.[4] 물에 떠 있는 선충과(수영) 땅에 있는 선충의(기어가기) 움직임은 매우 다르다. 하지만, 술(에탄올)을 섭취한 선충은 이 두 가지 움직임이 섞이게 된다. 이를 영어로는 disinhibition이라 한다. 술에 취한 삼촌이 갑자기 낯 뜨거운 말을 한다든지, 술을 먹으면 고백하기가 쉬워진다든지, 다 disinhibition이라고 할 수 있다. 평소에는 inhibit 되어 있던 행동들이 나오는 것.[5] '인공지능'이 아니다. 사람이 인공적으로 의도한 행동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 다만 로봇은 음식을 먹을 수 없으므로 소리 신호를 음식 신호로 치환했을 뿐이다.[6] 대표적인 학자인 김재권을 다룬 항목만 읽어 봐도 이 주제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7] 시냅스 강도의 측정이 정확하게, 그리고 의미있기 위해서는 대상이 온전히 살아있는 상태여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살아있는 생물의 세포 하나하나에 계측기를 꼽아놓아야 한다는 소린데 택도 없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