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의 땅
폴라리스 랩소디의 세계관에서 쓰이는 용어. 다벨 공국-록소나 왕국-팔라레온 공국-다케온 백국 등 4개의 국가를 아우르는 지역을 가리킨다. 이 말을 처음 사용한 것은 제국을 세운 초대 황제 아달탄이라고 알려져있으나 진위는 알 수 없다.[1]
다벨, 록소나, 팔라레온, 그리고 다케온은 각각 강철, 말, 밀, 다이아몬드의 주된 생산지로 유명하다. 이 지역을 모두 거머쥔 자는 '다벨의 강철과 록소나의 말로 무장을 하고 팔라레온의 밀로 보급을 받으며 다케온의 다이아몬드를 군자금으로 사용하는' 막강한 군대를 양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전략적 가치를 모르더라도, 네 국가의 영토를 합하면 '''페인 제국에 위해를 가할 정도로 광대한 땅을 거머쥐게 된다'''는 시점에서 가볍게 여길 수는 없는 곳.
이 때문에 아달탄 황제와 하이낙스를 비롯한 누대의 전략가들은 이들 땅을 점령할 때 대륙을 제패할 수 있으리라고 지적해왔다. 게다가 그들로서는 드문 문학적 재치를 발휘하여 이 네 개의 땅과 함께 이 네 땅을 모두 정벌해 내는 천재를 일컬어 '오왕자의 검'이라고 불러 왔다. 즉, 팔라레온의 밀, 다케온의 다이아몬드, 록소나의 말, 다벨의 강철이 네 개의 검이며, 시운, 재운, 행운을 지녀 이 네 개의 검이 서로를 견제하는 상황을 타파하고 모든 검을 자신에게로 모을 수 있는 단 한 명의 인간이 마지막 다섯 번째의 검이다.
하지만 네 개의 검을 모은 다섯 번째 검은 올바른 왕이 아닌, 잔혹한 전쟁 기술자며 피를 부르는 존재, 즉 제국을 위협할 새로운 군주인 '반왕(反王)'이라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2]
아이러니한 사실은 대륙을 제패한 아달탄 황제나 대륙을 제패할 뻔했던 초대 제국의 공적 제 1호, 마법사 하이낙스는 이 땅을 전혀 이용하지 않고도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전략가들이 들을 때마다 환호하는 개념이기는 하나 네 개의 검이 서로에 대한 억제력으로 작용해 모이지 못하는 것이 현실[3] 이었기에 다섯 번째 검은 이러한 네 검을 자신에게로 모을 수 있는 엄청난 역량[4] 을 지닌 존재여야 한다는 이유로 시대에 걸쳐 회자되기만 하는 탁상공론적인 이야기에 그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가 탁상공론에 그칠 수 있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오왕자의 검이 하나로 모이는 것을 경계한 대사(大蛇, 철탑의 인슬레이버)라는 초월적 괴물이 천 년 가까운 세월 동안 다섯 번째 검이 될 역량을 지닌 자들 중 철탑에 온 사람을(왕자의 땅을 보러 왔으므로) 특유의 매력으로 유혹해 잡아먹어왔던 것. 실제로 바라미의 말에 의하면 다섯 번째 검이 시대에 등장할 기회는 매우 많았으며 개중에는 반신(半神)이 아닐까 의심되는 초월적인 영웅들도 존재했다. 하지만 대사가 그 모두를 없애버린 탓에 모조리 좌절되었던 것. 사트로니아는 이러한 이유를 미리 알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철탑의 인슬레이버가 방해하고 있다는 린타의 논문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사의 정체는 지옥의 일곱 하이마스터 중 하나인 에레로아였다. 에레로아가 왕자의 땅 전설을 경계한 이유는 그녀가 사랑한 아달탄 황제의 업적인 제국이 존속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키 드레이번과 싸우던 중에 에레로아는 급격히 약화되었고, 이 약화된 시기를 틈타서 기어이 다섯 번째 검이 세상에 출현하고 만다. 그 정체는 실제로 왕자의 땅을 제패한 휘리 노이에스. 프란체스코 메르데린이 황제가 될 준비를 마친 시기, 즉 시운이 따랐고, 그가 가진 재능은 반달만에 팔라레온을 집어삼킬 정도였으며, 왕자의 땅을 감시하던 에레로아가 키에게 무력화되었을 때 일어났다는 점에서 행운 또한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휘리 노이에스 역시 결국에는 '다섯 검 중 하나'에 불과하며 오왕자의 검을 쥔 주인, 즉 진정한 반왕은 따로 있었다. 검은 어디까지나 주인에게 사역되는 것이지, 스스로 휘둘러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후반부에 밝혀지는 진정한 반왕의 정체는 바로 휘리의 마음을 빼앗고 그에게 재능을 펼칠 동기를 심어줬던 율리아나 카밀카르 공주.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휘리 같은 사람이 마지막 검이자 반왕이라고만 생각했던 에레로아는 벨로린과의 대화 도중 이 사실을 깨닫고 경악한다.[5]
흔히 '''오왕자의 땅'''으로 헛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왕자의 땅은 넷 뿐이다! 이는 오왕자의 검 때문에 생긴 착오로, '''다케온의 다이아몬드, 팔라레온의 밀, 록소나의 말, 다벨의 강철,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시운/행운/재능을 가진 인간'''의 다섯 가지를 '검'으로 비유한 것. 즉, '''왕의 자질을 품은 다섯개의 땅'''이 아니라 '''네 왕자의 땅과, 단신으로 한 나라에 비견할 정도의 인재'''를 말하는 것이므로 오왕자의 땅이란 표현은 잘못된 것이다.
[1] 그 아달탄조차도 왕자의 땅에서 일어선 정복군주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의혹이 가중된다.[2] 사트로니아 수뇌부는 바라미에게 구슬을 받았던 린타의 저서를 통해 알고 있다. 그 외에는 마찬가지로 바라미에게 전모를 들은 폴라리스 정도.[3] 설령 이들이 사이좋게 지내려 한다 해도 주변국이 가만히 내버려둘 리 없다.[4] 그 자체로 강력한 경제적, 전략적 가치가 있는 다른 왕자의 검과는 달리 다섯 번째 검은 일개 인간이다. 즉, 오왕자의 검이 성립하기 위해선 한 명의 인간이 '''단신으로 국가급의 역량'''에 비견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5] 심지어 휘리는 '''대사와 마주친 적도 없는데 비해''' 율리아나 공주는 대사의 철탑까지 직접 방문한 적이 있었다. 뒤늦게 철탑까지 찾아왔던 반왕의 존재를 깨달은 에레로아의 당황한 모습이 압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