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연향

 


龍涎香[1]
Ambergris(앰버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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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히 드물게 해변에 밀려오는, 처럼 생긴 냄새나는 검은 덩어리다. 그러나 이걸 알코올에 녹이면 물질이 추출되면서 향료로 변한다. 주 성분인 앰브레인은 원래 별 향기가 없는 물질이지만, 다른 향과 결합하면 향을 증가시켜주면서 향 성분을 오래가게 만든다.
이래 봬도 고대부터 현재까지도 최고급 향료로 취급되는 물질이다. 희귀성도 그렇고 향료로서의 가치도 있어 당연히 엄청 비싸므로 바다에서 나는 노다지로 취급된다. 고대 중국황제들이 좋아했다고 한다.
단독으로 나는 암내에 가깝다고도 하는데, 그 자체로도 일종의 페로몬 향수 역할을 하는 듯.
용연향의 정체는 ''' 수컷 향유고래의 토사물'''로, 향유고래가 먹이인 대왕오징어의 소화되지 않은 부분을 담즙과 함께 밖으로 토해낸 것이다. 혹은 대장 속에 있다가 똥과 함께 배설되기도 한다[2]. 용연향은 오직 수컷 향유고래만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이는 수컷이 번식기에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몸싸움 때문에 소화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튼 그 토사물이 바닷속을 떠돌면서 햇빛을 받고 바닷속 화학 성분들이 섞이면서 단단하게 변해 해변으로 떠밀려 오는 것이다. 그래서 녹이지 않은 상태에선 토사물답게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때문에 자칫 못보고 지나가면 그냥 버릴 수도 있다.
호주에선 해변가를 산책하다가 한화로 약 7억 원 정도의 가치가 있는 용연향을 발견해 인생 대박난 케이스도 있다.
치즈를 처음 먹어본 사람, 복어를 처음 먹어보거나 먹고도 살아남는데 성공한(...) 사람과 함께 용연향의 향료로서의 가능성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도 용감한 인간 축에 들 수 있을 듯하다. 그도 그럴 게 겉보기는 영락없는 돌덩이인 데다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자연 상태에선 구하기도 힘든 알코올에 녹여야만 향료가 되는 물건을 누가 그렇게 시도해 보겠는가. 보통은 알코올에 녹인다는 발상은 고사하고, 줍지도 않을 텐데 말이다.[3]
이 향기를 합성한 걸 앰브록산이라고 하는데, 앰브레인을 산화시킨 것으로 앰브레인과 같은 향기를 낸다. 이것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
향의 구성 성분(노트)에서 언급되는 앰버(amber)란 향을 비슷한 이름 때문에 이 용연향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앰버는 호박에서 날 법한 향을 상상으로 이미지에 가깝게 만들어 낸 향이고, 앰버그리스(혹은 앰브록산)가 이 용연향이다. 앰버는 랍다넘, 벤조인, 바닐라에 가까운 부드럽고 달콤한 향이고, 앰버그리스는 살짝 짭짤하고 머스키한 향이다. 해외 포럼에서 자세한 설명을 찾을 수 있다. amberambergris다르다.

[1]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용의 침으로 만든 향료"란 뜻이다.[2] 그래서 문헌엔 용분(龍糞, 용의 똥)이라고도 기록됐다.[3] 고대부터 썼다는 기록이 있는 걸 봐선 가장 일상에 가까운 알코올 포함 음료인 에 녹였을 가능성이 높다. 혹은 누군가를 골탕먹이려고 냄새나는 이 덩어리를 술에 집어넣는 와중에 발견됐을지도 모른다. 연금술사들이 현자의 돌을 만들어보겠다고 고래 뱃속에서 나온 돌을 가열하거나 여러가지 일을 하는 과정에서 좋은 향이 난다는 걸 깨달았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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