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벤투스 금지약물 복용 의혹
1. 개요
유벤투스 FC 팀 닥터 리카르도 아그리콜라가 이사 안토니오 지라우도와의 모의를 통해 1994년부터 1998년까지 선수들에게 금지 약물인 EPO(에리스로포이에틴, 근육지구력 강화약물)을 투여했다는 의혹에 따라 7년 반에 걸쳐 조사 및 재판이 진행된 사건.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벤투스 선수단의 도핑은 없었다'''.
2. 발단
1998년 7~8월 당시 AS 로마 감독이던 즈데넥 제만이 지안루카 비알리, 알레산드로 델피에로 등 일부 유벤투스 플레이어들의 실명을 언급하면서 금지약물 복용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였다. 이에 8월 9일 토리노 지검 차장검사인 라파엘레 과리니엘로에 의해 사법 절차가 시작되고, 유벤투스는 8월 10일 제만을 고소하였다. 한편 이탈리아 축구협회 FIGC의 의뢰를 받은 CONI(이탈리아 국가 올림픽 위원회) 산하 도핑 조사단은 8월 11일 제만을 소환 조사한다.
3. 조사 진행
현재 접근 가능한 조사 내용은 이와 같다.
알레산드로 델피에로, 호나우두, 지네딘 지단을 비롯, 지안루카 비알리, 디노 바조, 엔리코 키에사[1] 등의 플레이어들과, 유로 1996 당시 국가대표팀 의료팀장 폴 제필리, CONI 도핑 조사단장 우고 롱고 등이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선수들과는 관계 없이 8월 19일 도핑 테스트 결과 보존이 모든 플레이어가 아닌 일부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IOC 규정에 위반됨이 발견되었다.
1998년 8월 25일 CONI의 도핑 조사는 종결되었고, 조사단장인 롱고는 '''도핑이 없었다'''고 확인하였다. 하지만 그 전날 진행된 검찰 조사에서 롱고는 크레아틴 등 규정 상 금지되지는 않은 '''약물을 과대 투여할 경우 경기력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으며, 이들에 대한 '''금지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후 조사는 CONI와는 별개로 검찰에 의해 진행되었다. 검찰은 8월 29일 유벤투스 선수들의 의료기록을 입수하였고, 9월 4일부터 일부 플레이어 자료 누락과 관련된 도핑 테스트 과정에서의 부정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하였다. 이 과정에서 당시 CONI 대표였던 마리오 페스칸테는 사임하였고, 도핑 테스트를 담당하던 연구소장 에밀리오 가스바로네는 해임되었고, 그 후 10월 롱고도 격무를 이유로 사임하였다.[2]
제만은 일부 플레이어들의 도핑 테스트 결과 문서가 없다는 것이 도핑이 있었다는 증거라며 반겼으나, 조사 결과 양성 도핑 결과가 은폐된 것은 유벤투스와는 관계 없는 1997년 1월 우디네세 칼초 대 AS 로마 경기 자료였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4. 판결
4.1. 1심
4년이라는 긴 혐의 기간으로 인해 조사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고, 그 결과 첫 공판은 4년 뒤인 2002년 9월에 시작되었다. 2004년 11월 1심에서 법원은 리카르도 아그리콜라에게 스포츠 관련 부정 죄목으로 징역 22월, 벌금 2천 유로를 선고, 초범이어서 집행은 유예되었고, 같은 죄목에 대해 안토니오 지라우도에게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에서 피고가 EPO를 투여한 것으로 명시되었고, 피고측 변호사 파올로 트로피노는 이에 대해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검사 구형 내용 중 사실여부 입증이 부실했던 EPO 투여 부분이 인정됨에 따라 항소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 판결로 인해 1994년부터 1998년까지 거둔 유벤투스의 성과에 대해 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1980년대 플라티니 시절 이후 다소 침체기를 겪고 있던 클럽에 마르셀로 리피 감독이 94/95 시즌부터 취임하면서 해당 기간에 세리에 A 우승 3회, UEFA 챔피언스 리그 우승 1회 준우승 2회 등 클럽의 최고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었는데, 그 배경에 약물의 힘에 의한 결과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진 격이 되었다.
일각에서는 해당 기간 유벤투스가 획득한 트로피들을 회수해야 한다는 의견까지도 제기되었지만, 이에 대해서는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이 '''스포츠 결과에 대한 불소급 원칙'''을 바탕으로 반대하였고 이탈리아 축구 협회 회장인 프랑코 파라로도 '''해당 기간동안 유벤투스 플레이어가 도핑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적이 없었던 것'''을 근거로 유벤투스의 타이틀 유지를 지지하였다. 챔피언스 리그 준우승팀 AFC 아약스와 세리에 A 준우승팀 파르마 FC도 지안프랑코 졸라 등 일부 플레이어가 개인적으로 의견을 밝힌 것을 제외하고는 클럽 차원의 공식적인 이의는 제기하지 않았다.[3]
4.2. 항소심
2005년 12월 항소심에서 법원은 EPO 투여 혐의를 포함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아그리콜라와 지라우도 모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로써 1998년 제만 한 사람의 발언에서 시작되어 7년 반 동안 유벤투스를 괴롭혔던 의혹은 해소되었으나, 유벤투스는 이 사건이 끝나자마자 더 큰 시련을 맞이하게 된다.
금지약물 복용에 대한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제만은 "과거에 연연할 생각은 없지만 유벤투스가 먼저 잘못을 시인해야 한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5. 관련 이슈
1998년 8월 당시 SS 라치오 소속이었던 파올로 네그로는 "즈데넥 제만이 로마 감독 취임 전 라치오 감독으로 있을 때 크레아틴 복용을 지시하였다"고 폭로하였고, 이에 대해 당시 라치오 감독이었던 스벤 예란 에릭손은 "나는 사용하지 않지만, 다른 팀에서 사용한다고 해도 금지 약물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2001년 3월 당시 유벤투스 소속이었던 에드가 다비즈가 리그 경기 후 진행된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고, 이탈리아 축구협회로부터 4개월 출전 금지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동일한 약물 반응을 보인 선수로 프랑크 데 부어, 야프 스탐, 페르나도 쿠투 등이 있었는데, 일부 선수들이 같은 비타민제를 복용했다는 증언에 따라 이는 클럽 차원에서의 도핑과는 무관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2002년 1월 지네딘 지단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이후 "유벤투스 시절에 근육 증강을 위해 크레아틴을 복용하였지만, 이는 금지 약물은 아니다"라고 프랑스 언론에 밝혔다.
2013년 5월 리버 플레이트의 감독이자 전 인테르 플레이어였던 라몬 디아스가 "1996년 토요타컵에서 유벤투스와 맞붙은 당시 유벤투스 선수들은 물리적으로 상대팀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는 네덜란드 공영방송인 NOS에서 제작된 다큐멘터리에 포함된 인터뷰로, 해당 다큐멘터리에서는 1996년 당시 EPO 검사가 없었기 때문에 양성 반응이 나올 수 없었다고 주장하였고, 당시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던 아약스 팬들의 큰 공감을 얻었다. WADA(세계 반도핑 기구)에 따르면 EPO 검출 방법이 2000 시드니 올림픽부터 적용되었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해당 다큐멘터리에서 정작 중요한 증거라고 제시한 주세페 도노프리오[4] 와의 영어 인터뷰는 유도 형태로 진행되고 편집되어 신빙성이 떨어졌고, 새로운 양성 검사 결과가 확인된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해 당사자인 유벤투스와 아약스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아 단순한 음모론으로 끝났다.
2016년 전 스웨덴 국가대표팀 의료진이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유벤투스 소속이던 2004~2005년경 단기간에 근육이 큰 폭으로 늘었다며 금지 약물 복용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최종 판결이 무죄로 확정된 것도 모르고 한 발언인 데다, 당시는 한창 1심, 2심 등 재판이 진행되고 있던 시기여서 유벤투스가 위험을 무릅쓰고 그런 행위를 했을 가능성은 낮다.
[1] 페데리코 키에사의 아버지.[2] http://sportsillustrated.ca/soccer/world/news/1998/10/12/italy_drugs/[3] 블래터, 유벤투스의 타이틀 유지를 지지하다.[4] 아그리콜라에 대한 재판에서 검사측 증거로 활용된 약물반응 분석 결과를 작성한 약물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