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과 재앙

 



1. 설명


영 제로 시리즈에 등장하는 필수요소로 의식과, 이 의식을 어겼을 때 일어나는 재앙. 주로 황천의 문이나 그에 준하는 명부로 이어진 장소에 얽혀서 일어난다. 시리즈마다 등장하는 의식은 하나같이 무녀들을 희생시키는 인신공양을 요구한다.
재앙 때문에 막장이 되어버린 곳에 끌려들어간 주인공이 처절한 유령 찍사 라이프를 즐기는 것이 이 시리즈의 주된 흐름이다. 일본색을 잘 살린 배경 설정이지만, 한편으로는 시리즈가 5편까지 이어졌으면서도 이 구조를 전혀 탈피하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받는다.

2. 각 작품에서의 의식과 재앙


  • 황천의 문(黄泉の門)
저승과 이승의 경계선이자 접점으로 모든 시리즈에 공통으로 명칭만 다르게 하여 등장한다[1]. 한두 개가 아니고 세상 곳곳에 있다고 하며 그 위치는 동굴, 계곡, 지하, 수맥, 해안선 등 다양하다. 예로부터 이곳을 막기 위해 다양한 의식과 공양이 시도 되었으며, 막지 않으면 재앙이 도래한다.
  • 재앙(災厄)
황천의 문을 제대로 막지 못해 일어나는 모든 화(禍)를 재앙이라고 하며 역시 모든 시리즈에 공통으로 명칭만 다르게 하여 등장한다[2]. 재앙이 도래하면 어둠이 이승으로 쏟아져 들어온다고 하는데, 여기서 어둠이란 단순히 어두운 것이 아니라 저승의 공간에 있는 절대적인 어둠으로, 여기에 묻은 독기가 산 사람에게 닿게 되면 사람이 미치고, 영혼이 닿으면 원혼으로 바꾸어 그 자리에 속박시킨다고 한다. 또한 어둠은 시간과 공간도 왜곡시키는데, 재앙으로 원혼이 된 것은 의식이 실패한 동시대의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이후 시점의 사람들이라도 재앙의 원혼이나 원혼에 미쳐버린 사람에 의해 살해되거나 재앙 그 자체에 삼켜져버리면 같은 공간에 원혼이 되어 묶여버린다. 시리즈에서 과거에 희생된 사람들과 현대에 희생된 사람들이 공존하는 것도 이 어둠 때문이다.

2.1. 영 제로


  • 거열의 의식(裂き繩の儀式: さきなわのぎしき)
세상에 미련이 없는 무녀의 목과 사지에 다섯 가닥의 밧줄을 묶어 말 그대로 거열형을 하는 의식. 무녀의 피로 물든 밧줄로 황천의 문을 봉인한다.
다만 무녀가 세상에 미련이 넘치고 있을 때에는 실패하는 것 같다. 키리에는 추억의 남자를 한 번 더 만나고 싶은 소망을 품어 의식을 실패로 돌아가게 했다.
  • 화각(禍刻: まがとき)
거열의 의식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황천의 문이 열리고 장기가 쏟아져나오는 재앙.
장기를 쐬인 자는 제정신으로 있을 수 없으며, 장기[3]에 물든 히무로 저택은 오는 사람마다 족족 끔살당해 원령으로 붙들리는 참극의 무대가 되었다.

2.2. 영 제로 붉은 나비


  • 홍지제(紅贄祭: あかにえさい)
붉은 나비의 의식. 쌍둥이로 태어난 무녀의 언니(늦게 태어난 아이. 현재 상식으로는 이쪽이 동생) 쪽이 동생(빨리 태어난 아이. 현재 상식으로는 이쪽이 언니)을 목졸라 죽여, 그 시신을 우츠로에 던진다.
죽은 무녀는 나비가 되어 하늘에 올라가며 살아있는 무녀는 붉은 나비의 흔적을 목에 지니고 귀척이라는 이름으로 마을에 남아있게 된다고.
  • 음제(陰祭: かげまつり)
홍지제를 제때 행할 수 없게 되었을 때 행하는 의식.
'마레비토(客人)[4]'라고 부르는 이방인의 온 몸을 구속하고 난자하여 그대로 우츠로에 떨어뜨린다. 살아있는 상태에서 호소하는 고통과 통곡이 우츠로를 진정시킨다. 의식의 희생양이 딴 생각을 하여 의식의 효력이 나타나지 않거나 우츠로에 던져지기 전에 숨이 끊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홍지제보다 난이도가 높지만, 대신 홍지제처럼 제물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여러 번 시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대속죄(大償: おおつぐない)
우츠로를 진정시킬 수 없게 되었을 때, 우츠로에 있는 어둠과 망자들이 넘쳐흘러 마을을 집어삼키는 재앙.
마을은 통째로 어둠 속으로 떨어져 현실 세계에서는 사라져버리며, 이곳에서 죽은 사람은 망령이 되어 끝없이 어둠 속을 배회하며 의식이 실패한 날을 되풀이한다.

2.3. 영 제로 문신의 소리


  • 자혼의 의식(刺魂の儀: しこんのぎ)
가까운 사람을 잃어 비통에 빠진 사람들의 슬픔을 달래기 위해 똑같은 슬픔을 안고 세상에 미련을 버린 무녀를 선정하여 사별의 슬픔을 진정시키려는 사람들의 피를 섞은 먹물로 호랑가시나무와 뱀의 문신을 새기는 의식.
한편 수많은 사람의 슬픔을 안은 무녀가 폭주하여 재앙을 불러 일으키는 일을 막기 위해 작게는 진정의 노래를 불러주거나 크게는 사지에 자청목이라고 하는 봉인의 나무말뚝을 박으며 무녀를 학대한다(....).
최후에는 사지에 못을 박은 무녀의 몸을 신사에서 이어진 가장 깊은 굴 속에 봉인하지만, 사실 올바른 해결책은 바다(=삼도천)를 통해 피안(=저승)으로 무녀를 흘려보내는 것이었다.
  • 파계(破戒: はがい)
문신이 무녀의 눈에 침범할 때, 거울과 같은 의미를 가진 눈이 문신의 고통을 반사해 주변으로 퍼뜨리는 현상.
무녀와 접촉하는 사람에게 무차별적으로 문신이 퍼져 고통에 좀먹혀들어가다가 결국 신체가 소멸. 혼은 원령이 되어 무녀가 배회하는 잠의 집에 갇히고 만다.
무녀가 더 이상 재앙을 퍼뜨리는 일을 막기 위해 쿠제궁에서는 신사를 복잡하기 증촉하여 무녀가 길을 잃고 헤매게 만들고, 더하여 증축에 참여한 목수들을 죽여 사람기둥[5]으로 삼았다. 하지만 사별의 아픔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꿈 속의 쿠제궁으로 빨려들어가게 된다.

2.4. 영 제로 월식의 가면


  • 키라이고(帰来迎: きらいごう)
농월도의 민속의식 로우게츠 카구라의 본 모습.
월식의 가면을 쓴 무녀[6]한 명과 악기를 연주하는 보조무녀[7] 5명이 행하는 춤과 음악으로, 월식의 가면을 매개로 수많은 영혼들을 불러들여 그릇에 강림시키고 음악으로 진정시켜 돌려보내는 의식이다.
그러나 타인의 영혼을 불러들이는 것이 월유병(Lunar Sedata Syndrome)의 개화 단계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상존하는 농월도(朧月島)에서 의식이 실패하면 무고가 일어나기 때문에 금기시되었다.
그러나 하이바라 요우요모즈키 소우야하이바라 사쿠야를 구하기 위해, 그리고 월식의 가면을 완성시키기 위해 키라이고를 복원했지만 불완전했기에 키라이고 실패, 가면이 깨지고 결국 2년 뒤 무고가 일어나고 만다.
사실 키라이고에는 츠키모리 가문의 달의 무녀가 연주하는, 영혼을 진정시키는 곡조인 월수가(月守歌)가 필수적이었다. 월수가의 존재와 본래 용도를 몰랐으니 의식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 무고(無苦)
키라이고가 실패할 때 일어나는 현상.
개화해버린 무녀가 깨어나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을 개화시키는 재앙. 개화한 마을 주민들은 자아상실에 빠져 바다로 가서 몸을 던지거나 그대로 얼굴을 가리고 숨이 끊어지고 만다. 그리고 그렇게 죽은 주민들의 영혼은 농월도에 묶여, 원령으로 사람을 습격하게 된다.
농월도는 한 번 무고를 겪고 간신히 부흥했으나, 하이바라와 요모즈키가 무리하게 추진한 키라이고가 실패하여 하이바라 사쿠야가 개화한 탓에 마침내 무고로 마을 주민들이 모두 죽고 버려진 섬이 되었다.

2.5. 영 제로 누레가라스의 무녀


  • 인주 혹은 인간기둥(人柱:ひとばしら)
히카미산의 신사는 물을 신으로 숭배하고, '사람의 혼은 물에서 태어나, 물로 돌아간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히카미산으로 가서 죽음을 맞고, 그들의 고독을 달래주는 것이 히카미 신사 무녀들의 역할. 영감이 강하고 죽음에 다가간 적이 있는 여성이 무녀로서 선택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신앙의 중심이 되는 것이 히카미산의 청정한 물이며, 히카미 신사는 사후 경계에 존재한다는 검은 물인 야천(夜泉=황천)과 히카미산의 청정한 물이 섞이지 않게 대대로 인주를 바쳐왔다. 사람들의 죽음의 기억으로 가득찬 무녀는 인주로 선택되어 검은 물이 들어간 상자 안에 봉납된 채 검은 물을 진정시키며, 죽지도 살지도 못한 채 그 의지가 다해 물에 녹아갈 때까지 사후 경계를 수호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때 무녀의 의지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 사지를 꺾는 잔혹한 과정도 동반된 듯.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역할을 떠맡는 대인주는 가장 의지가 강하고 죽음에 가까이 다가간 적이 있는 무녀가 선정이 되는데, 대인주의 의지를 길게 유지하기 위해 유혼의 의식을 치르어 두 사람을 상자에 넣는다. 따라서 대인주의 상자는 2인분으로 만들어진다. 대인주의 상자는 히카미산 정상의 히간 호수, 그 중에서도 가장 깊은 곳인 쿠로키사와에 가라앉혀지는데 그에 따라 대인주가 될 무녀는 '쿠로사와'라는 성을 받는다.
그러나 쿠로사와 오우세가 대인주로 바쳐질 때, 오우세는 아소 쿠니히로 박사에 대한 미련을 가진 채 상자 안으로 들어가 버린 데다가 때마침 일어난 무녀 참살 [8] 로 인해 죽은 자들의 원혼이 폭주해버려 오우세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버렸고 결국 검은 물이 흘러넘쳐 히카미산을 뒤덮는다.
  • 유혼(幽婚)
대인주의 의지를 길게 유지하기 위해 행하는 의식. '무스비메'가 불리는 하얀옷 할멈이 신부 모습의 무녀를 그린 에마를 남자에게 보여주어, 남자가 선택을 하면 히카미 산에 들여 유혼의 의식을 치른다. 이때 상자에 들어갔던 무녀가 나와 남자와 맞선을 보는데 요미에 물든 무녀의 모습을 보고서도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는 남자만이 신랑으로서 무녀와 함께 상자에 들어간다. 마음이 흐트러지면 죽게 되는데 다른 기둥들처럼 상자에 넣어 묻어버리는 듯.
  • 요미누레(夜泉濡)
황천에서 흘러넘친 검은 물이 히카미산의 연못으로 흘러들고, 검은 안개가 되어 히카미산을 둘러싼다. 검은 안개 때문에 태양이 석양과 같이 붉게 흐려지며(황천의 태양, 마가츠히라고 부른다), 현세와 은세가 검은 안개 속에서 뒤섞이게 된다. 이 요미에 닿으면 몸이 검게 문드러지고, 혼은 은세에 침식되어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니게 되어 곧 은세로 떨어져버리고 만다. 히카미산에 이러한 은세가 도래하는 와중에 무녀들의 잔류사념만큼은 남아 의식을 계속하여 재앙을 막아야 한다는 집착으로 변했다.
과거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을 지켜보며 그 죽음의 기억을 받아들이고 위로해주던 무녀들은 원령으로 산을 배회하면서 죽음을 내리는 존재로 변모하고, 히카미 산에 이끌린 여자들을 카미카쿠시하여 무녀로서 상자에 넣어버리고 남자들은 신부의 에마사진을 보내 유혼의 상대로서 죽여 상자에 집어넣는 일을 반복하게 되었다.
결국 히카미산은 겉으로는 아름다운 풍경의 산으로 보일 수 있었지만 실상은 은세에 연결되는 마경으로, 관광지로 개발하려는 시도를 무산시키고 자살자가 이끌리는 산으로 악명만 높였다.
[1] 1편에서는 황천의 문, 2편에서는 우츠로(구덩이), 3편에서는 하테(물가) 등[2] 1편에서는 화각, 2편은 대속죄, 3편은 파계 등[3] 瘴氣. 장독(瘴毒)이라고도 한다. 늘 더운 곳의 뫼와 숲과 안개가 짙은 곳에서 축축하고 더운 기운이 퍼지면서 생기는 나쁜 기운으로 병을 일으킨다. 실제로는 열대의 못에 퇴적물이 썩어서 내뿜는 독기라고 한다. 여기서는 저승에서 풍기는 독한 기운을 말한다.[4] 마로우도(まろうど)라고도 부르는데 손이란 뜻이다. 손님은 손을 높여 부르는 말[5] 人柱. 여러 뜻이 있지만 쉽게 말하면 '제물'이다.[6] 그릇의 기器. 우츠와라 부른다.[7] 연주의 주奏. 카나데라 부른다.[8] 호죠 렌의 방에서 '무녀 참살의 진실'이라는 책을 발견시 대략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살았던 무녀들 중의 한 명을 사랑한 한 남자가 무녀에게 고백하지만 거절당하자 분노로 무녀를 살해하게 된다. 죽이면서 무녀와 눈이 마주친 나머지 두려워진 남자는 무녀를 죽인 몇일 후 산에 살았던 무녀들을 참살하게 된다. 무녀들은 모두 살해당하면서 눈이 짓이겨져 진 채로 강에 버려지게 된다. 유우리 파트에서 강에서 떠내려오는 무녀들의 시체를 보게 되는데, 바로 이들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