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은행
1. 개요
정자를 동결 보관한 후 필요할 때 내어주는 기관이다. 불임부부를 위해 공공목적으로 운영하는 곳과 어느 정도 제한은 두지만 상업적인 목적으로 운영하는 곳으로 나누어진다. 거의 모든 국가들이 불임부부만을 위한 공공목적으로 정자은행을 운영하고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의 정자은행을 허가하는 곳은 거의 없고 허가하더라도 매우 강력한 규제를 둔다.
보통 공공목적으로 운영하는 정자은행은 불임부부가 이용하고, 상업적인 목적으로 운영하는 정자은행은 레즈비언 커플이나 혼자서라도 아이를 갖고 싶은 미혼 여성이 이용하는 편이다
2. 한국의 정자은행
불임부부를 위한 공공목적의 정자은행이 있다. 국내의 정자은행은 한 때 10곳 이상이었지만, 2020년엔 5곳 정도만 운영 중이다. 그나마도 본인 정자 보관 위주의 서비스를 하고, 정자 기증은 매우 드물게 이루어진다.
한국의 경우, 민법상 정자 기증자가 법적인 아버지로 되는 문제가 있어 이러한 이유로 공여자가 부양책임을 지거나, 양아버지가 양육권을 뺏기는 등의 일이 일어날 가능성 때문에 정자은행에서는 기증자의 신원을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정자은행 출생아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자는 주장[1] 도 있지만 반대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다만 불임부부가 기증을 받은 경우에는 일단 불임이라도 일단은 친자 추정이 미치기 때문에 의뢰 부부의 자녀로 등재되는데, 친자추정이 소송을 통해 깨지면 공여자가 부로 등재되게 된다. 다만 현행 민법과 판례에 비춰볼때 정자은행을 통해 출산한 기록과 남편의 불임 진단이 '동서의 결여'처럼 친자 추정을 청구 요건이 엄격한 친생부인의 소 없이 깰 수 있는 반증 요건이 될 지는 뚜렷한 판례가 없어 알 수 없다. 판례에 따르면 친생부인의 소를 했어야 했는데 친생자확인의 소가 유전자 검사 결과에 따라 인용된 경우에는 친자추정이 반증을 허용치 않는 강한 추정일지라도 친자추정이 소멸한 것으로 본다.
2.1. 중국
불임부부만을 위한 공공목적의 정자은행을 운영한다. 갑작스러운 두 자녀 허용 정책, 남성 불임 증가로 수요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자 기증을 요청 받은 중국인 남성들이 기증을 거부하는 일이 매우 많았기 때문에 기증자가 적어 보유한 정자가 부족하다고 한다.#
2.2. 일본
일본인 남성의 정자 기증이 매우 적다고 한다. 이는 문화와 인식 차이와 더불어 직접적인 이유도 있다. 2018년에 일본에서 정자 기증으로 태어난 사람이 정자 제공자의 신원을 밝혀달라고 소송을 걸었고, 그게 받아들여져 논란이 됐다. 그 이후로 일본인 남성의 정자 기증이 대폭 감소했다. 그래서 현재 일본 내에 있는 정자은행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인 정자 기증자는 거의 없고, 유럽 국가 국적의 정자 기증자가 대부분인 상황이다.# 물론 의도적으로 유럽 국가 출신만 받는 것은 아니고, 기본적으로 건강과 교육 수준이 뒷받침되는 선진국이 대부분 유럽에 있고, 정자 기증에 대한 인식과 방법이 가장 잘 자리 잡은 지역이라 그런 것이다.
2.3. 덴마크
정자은행에 관해서는 가장 규제가 덜한 국가이다. 그래서 상업적인 의미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됐고 큰 업체인 cryos international이 여기에 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기증자를 보유한 상업적인 정자은행임에도 불구하고 보유 기증자 수가 세 자릿수밖에 안 된다. 결국 정자 기증에 대한 인식과 인프라가 뛰어난 나라조차도 그만큼 거부감을 가진 사람이 훨씬 많다는 뜻이다.''' 어쨌든 상대적으로 인식과 인프라가 좋고, 익명 정자 기증 허용 정책 덕분에 관련 사업을 하기 좋다. 유럽 각국에 정자를 수출하며 외국에서 인공수정을 원하는 고객들을 유치한다. 고객들은 기증자의 스펙과 대략적인 특징, 건강 검사 결과를 알 수 있다. 정자 활동성에 따라 앰풀 가격을 다르게 책정해 두었다.
2.4. 영국
정자 기증자는 아이에 대한 법적 재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만 아이가 18세가 되면 신상을 알려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게 찝찝해서 남성들이 지원을 잘 하지 않는다. 근친 문제 때문에 한 기증자가 태어나게 할 수 있는 아이도 10명으로 제한하였다. 복합적인 이유로 정자은행이 정자 부족 사태에 시달리기 때문에, 정자은행 이용을 희망하는 사람들 중에서 많은 사람이 규제가 덜하고 보유 정자 수도 많은 덴마크 업체를 이용한다고 한다. 한 정자은행에서는 난독증 남성의 정자를 안받겠다고 선언하거나, 정자 주문 앱에 아빠를 주문하세요(Order a daddy)라는 이름을 붙여 논란이 되었다.# 영국 국립 정자은행은 설립 1년차인 2015년에 확보한 기증자가 고작 9명 뿐이었다.#
2.5. 미국
덴마크와 더불어 가장 상업적으로 정자은행이 운영되는 국가 중 하나이다.(주마다 다를 수 있음) 규모가 가장 큰 CALIFORNIA cryobank[2] 의 경우에는
- 해당 기관을 이용한 불임 부부, 레즈비언 부부, 자발적 싱글맘의 임신 수기를 홈페이지 메인에 올려놓았다.
- 명문대에 가서 남학생들을 모집하며 정자의 대부분이 여기서 온다. UCLA, USC, 스탠퍼드, 하버드와 MIT 근처에는 아예 정자 기증 센터가 있다.#
- 개인 페이지에 들어가면 키 / 체중 / 혈액형 / 모발 색 / 머릿결 / 학위 / 직업 / 닮은 유명인 / 인종 / 혈통 / 종교 / 존경하는 인물 / 좋아하는 동물 / 음악과 음식 취향 / 가고 싶은 여행지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 기증자들의 의료 기록, 유전자 테스트, 에세이는 회원 가입을 해야 열람할 수 있다고 한다. 어린 시절 사진이나 전문가 분석 등 더 많은 추가 정보를 보거나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옵션을 유료 판매 한다.
- 지금의 고객 들 중 난임부부의 비율은 40%이고, 60%는 미혼 여성과 레즈비언 커플이라고 밝혔다 #
3. 법적인 문제
- 우리나라 정자은행은 난임부부에 한해서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용자들을 보호하는 자세한 법 규정이 없고 병원마다 기준이 제각각이다. 억울한 일이 생기면 법정 싸움을 벌이며 관련 판례를 개척해야 한다.
- 레즈비언 커플은 국내 정자은행을 이용할 수 없어 해외에 나가는 것을 고려한다. 그렇다고 해외의 상업적 정자은행을 이용한다면 1회당 $500 이상의 비용으로 인해 생식세포의 금전거래를 금지하는 국내 법을 어긴다고 볼 수도 있다.
- 정자 기증을 했다가 양육비나 유산 분배 등으로 소송을 당했다는 해외 사례가 유명한데 알고 보면 의사 개입 없이 사적인 정자 기증(대리부)을 한 경우, 자식들과 교류하며 지원을 약속했던 경우 등이다.
- 정자은행의 역사가 오래된 나라에선 고객이 기관을 고소하는 사례도 꽤 있었다. 병이 있는 남성의 정자를 걸러내지 않고 제공하거나 실수로 엉뚱한 정자를 보내는 경우가 종종 일어났다.
- 정자 기증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아버지를 알고 싶다며 정자은행에 소송을 걸기도 한다. 예컨대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1989년 판례는 정자 기증으로 태어난 아이에 한해서 정자 기증자의 신원을 추적할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해석되며, 실제로 2013년 시술을 담당한 의사를 상대로 소송을 건 만 21세 여성(Sarah P.)이 승소한 경우도 존재한다. 결국 2018년 7월 1일 정자 기증 등록법(Samenspenderregistergesetz)이 통과되며 정자 기증자의 신상 정보를 의무적으로 등록하여 110년 동안 보관하게 해놓았다. 그리고 정자 기증을 통해 출생한 자들은 만 16세부터 기증자의 신원을 알 수 있는 권리를 보장 받게 되었다. 단 정자 기증자에게 부양 및 상속을 요구할 권리는 없음을 명시했다.
4. 반대 의견
- 남들과는 다른 조건과 환경에서 태어나게 된 아이의 심리적인 상태를 예측하기 힘들다.
- 타의에 의해 선천적인 편모 가정에서 태어난 아동이 생물학적 뿌리를 알고 싶어할 수 있다.
- 불임 남성이 남의 정자로 태어난 아이에게 정을 못 붙이고 부양을 거부할 수 있다.
- 디자이너 베이비(Designer Baby). 우생학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 근친상간을 유발할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정자은행이 정자 기증자 부족 상황을 겪고 있다.
5. 긍정 의견
- 남성이 난임인 부부, 레즈비언 커플, 미혼 여성이 아이를 가질 수 있다.
- 일반적인 기형아 출산율은 약 4%인데 반해, 공여 정자를 통한 출산은 1%로 낮아진다고 한다.#
- 불법 정자 매매, 불법 대리부를 근절할 수 있다.
6. 관련 문서
- 대리부
- 영화 딜리버리 맨 - 정자은행에서 같은 사람의 정자를 기증받아 태어난 533명의 아이들중 142명이 생물학적 친아버지를 찾으려 하고, 생물학적 친아버지인 주인공이 이를 숨기려고 하는 이야기이다.
- 드라마 같이 살래요 - 주연 여성의 전 남편이 불임이라 정자은행을 이용하여 출산했는데, 이것이 탄로나게 되면서 집안 문제로 이혼을 하게 된다. 문제는 현재 사귀고있는 애인으로부터 딸이 수혈을 받은 뒤부터 딸에게 이상증세가 보이기 시작한다.
- 후지타 사유리
[1] 부부의 동의를 받아 기증을 받은 경우, 남편이 친생부인을 할 수 없게 하거나 적어도 친양자의 지위를 인정하는 식[2] cryo는 동결보존을 뜻하는 접두어다. 덴마크에 있는 cryos international과는 별개의 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