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미어샤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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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Joseph Mearsheimer

1. 소개



(미어샤이머가 출연한 인터뷰 영상)
미국의 정치학자. 시카고 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존하는 현실주의 계통 국제정치학 연구, 이론의 대표적 인물들 중 한명이며, 특히 2000년대 초에 '공격적 현실주의'(offensive realism)을 주창했다. 이를 통해 앞서 활동한 현실주의 이론의 선구자 한스 모겐소, 케네스 월츠 등과는 구별되는 독창성으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 생애와 경력


1947년 12월 14일, 미국 뉴욕 시 브루클린에서 태어났다.
나이 17세에 미 육군에 입대했고, 이듬해에는 웨스트포인트 미 육군 사관학교에 입교, 1970년에 졸업하였다. 이후 5년 동안 미 공군[1]에서 장교로 복무한 후, 1974년 남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그리고 1980년 코넬 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2년부터 시카고 대학교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3. 공격적 현실주의를 주창하다


"무정부적 상태의 국제정치에서는 밤비보다 고질라가 되는 편이 낫다.”(In the anarchic world of international politics, it is better to be Godzilla than Bambi.)

- <포린 폴리시> 2005년 1-2월호 기고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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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대표적인 연구 업적으로 손꼽히는 '공격적 현실주의'는 2001년에 출간된 저서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The Tragedy of Great Power Politics)를 통해 구체화되었다.
이 책에서 미어샤이머가 제시하는 공격적 현실주의의 주요 논리는 다음과 같다.
  • 국제질서는 무정부적 상태를 전제로 하며, 각 국가는스스로의 안전을 최우선적 이익으로 추구한다. 또한 국가들은 이를 위해 '전략적'으로[2] 행동한다.
  • 그러나 어느 국가도 상대방의 의도를 확실히 파악할 수 없다는 불확실성에 직면한다. 다시 말해서 안전을 위해 얼만큼의 힘이 필요한지 알기 어려운 것이다.
  • 이에 따라 국가가 스스로의 안전을 보장받는 최선의 방법은 최대한의 힘을 확보하는 것이다.
  • 그 결과 모든 국가는 여건이 허락한다면,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서 최강대국 및 패권국이 되는 길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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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어샤이머의 논리는 앞선 현실주의 국제정치 이론의 선구자 모겐소, 월츠의 주장이 혼재된 듯한 특징을 나타낸다. 다시 말해서 '국가의 최우선적 이익'으로 스스로의 안전을 규정하고, 그 배경으로 '국제정치의 무정부적 상태'를 지목한 것은 월츠의 기존 구조적 현실주의와 일맥상통한다.[3] 하지만 미어샤이어는 여기에 '불확실성'이라는 변수를 적용시켜 "안전을 위해서도 최대한의 힘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한다. 이 부분은 단순히 상대방과의 세력균형을 달성할 수 있는 최소한도의 힘이면 충분하다는 월츠의 주장과 상반되며, 도리어 모겐소의 전통적 현실주의에서 주장하는 바와 더 가깝다.[4]
이러한 미어샤이머의 논리는 국제질서의 향방에 대해 다분히 비관적인 관점, 전망을 상정한다. 각국이 단순히 경쟁, 적대 국가에 대한 세력균형으로 만족하지 않고, 최대한의 힘을 갖추기 위해 행동한다면, 그 결과는 '끊임없는 경쟁'과 '강자에 의한 지배'로 대표되는 살벌한 국제질서의 연속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저서명에 '비극'이라고 쓴 이유도 이 점을 반영한 것이다.
눈여겨 볼 점은 미어샤이머가 그러한 국제정치의 '비극적'인 특징을 잘못된 것, 혹은 바로잡아야 할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게 현실이다"라는 식의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이론은 소수지만 국제질서를 실질적으로 움직일 힘이 있는 강대국들의 행동을 설명, 예측하는 데 결코 적지 않은 설득력을 지니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바로 이 점에서 그의 공격적 현실주의 이론을 마냥 외면, 무시할 수도 없는 것이다.

4. 주요 정견



(2018년 3월 한국고등교육재단 초청으로 열린 미어샤이머의 특별강연 영상)
이런 그의 냉정한 국제정치관은 주요 국제적 현상들에 대한 주장들에서도 나타난다.
1991년의 걸프 전쟁 당시 여러 학자, 언론들이 베트남 전쟁에서와 같은 다수의 사상자 발생을 우려했지만, 그는 뉴욕 타임즈 등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미국이 적은 희생으로 단기간 내에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 예측은 현실화되었다. #
반면 2003년 이라크 전쟁이 불필요한 전쟁이라고 반대했고,이라크의 위협은 봉쇄 정도로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하버드 대학교의 동맹 이론 연구 권위자인 스티븐 월트 교수와의 공동 기고를 발표하여 이를 비판했다. # 이후 월트와는 2006년 이스라엘 로비라는 책을 함께 쓰기도 했다.[5]
동아시아 질서에 대해서는 중국이 자연스럽게 지역 패권을 추구하려 할 것이고, 그 과정은 평화로운 것이 아닌 주변국들과의 충돌을 수반하는 불안정한 양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또한 미국도 이에 대응해서 중국을 겨냥하는 봉쇄 정책을 실행하려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에 관해서도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
1990년대 초 우크라이나가 구 소련에서 독립한 후 자국 영토에 배치한 핵무기를 자발적으로 포기하자, 거의 드물게 우크라이나의 결정을 비판했다. 바로 국경을 인접한 러시아가 핵무기를 앞세울 경우 대응할 억지 수단을 잃을 것이라는 논리였다. 이러한 그의 우려는 2014년 크림 반도 병합, 동부 우크라이나 내전을 비롯한 러시아의 개입으로 입증되었다. #
그러나 한편으로 미어샤이머는 러시아의 크림 반도 병합은 미국, 서유럽을 위시한 NATO의 동유럽 확장에 따른 위협 인식의 증대 때문이라면서 서방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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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말에 들어서 탈냉전 이래 20년이 넘도록 지속되어 온 민주평화론, 자유무역 등을 비롯한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적 국제질서(liberal international order)가 위기를 맞은 것에 대해서도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란 거대한 환상일 뿐이었다"라고 냉소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그의 이러한 관점은 2018년 출간된 저서 <거대한 환상>(The Great Delusion)에서 잘 나타난다. #

5. 기타


현재 한국에서 그의 저서는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 최근작인 <거대한 환상> 등이 번역되었다. 둘 다 우파 유튜버로 유명한 이춘근 박사가 번역을 담당했다.
한국 정치학자들 중에서는 미국 시카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 이동선 고려대학교 교수 등이 그의 제자다.
[1] 미 육사 졸업생이 미 육군이 아닌 미 공군이나 미 해군에서 복무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2] 일반적인 국제정치학에서 쓰이는 '이성적', '합리적'이라는 표현과 같은 의미다.[3] 미어샤이머는 월츠의 구조적 현실주의를 '방어적 현실주의'라고 지칭한다.[4] 모겐소도 국가가 최대한의 힘을 추구한다고 주장하지만, 그 배경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힘든 '인간의 본성적인 정복 욕구'로 규정했다.[5] 월트는 '위협균형'(balance of threat) 개념에 기반을 둔 방어적 현실주의를 주장하는 인물로 학문적으로는 미어샤이머보다 케네스 월츠에 더 가깝다. 그러나 월트는 하버드로 옮기기 전인 1989~1995년 시카고대 교수로 재직하며 미어샤이머와 동료로 일했고, 이후에도 자주 공동으로 저작을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