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

 

'''고사성어'''
'''天'''
'''高'''
'''馬'''
'''肥'''
하늘 '''천'''
높을 '''고'''
말 '''마'''
살찔 '''비'''
天高馬肥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
'가을은 풍요의 계절이다'라는 뜻의 고사성어.
기원은 다분히 부정적인 표현이었다. 중국 전한(漢) 시절에, 가을이 되면 말이 피둥피둥 살찌고 남쪽에선 수확기라 물자가 풍부해지니 흉노가 내려와서 다 밟아버리고 빼앗아 갈 거라는 공포의 고사. 사실 유목민족이 아닌 이상 농민들의 가축은 가 절대 다수였고, 말은 전쟁, 운송, 교통 등 국한된 상황에서만 쓸모가 있었기 때문에 부유한 귀족이나 국가가 운용했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가을의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표현으로서 천고우비(天高牛肥)도 아니고 천고마비(天高馬肥)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당시의 흉노가 너무 강력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제대로 보호해줄 수 없어서, 태원 상당 지방, 심지어는 낙양 근처까지 매년 빼앗기고 죽고 납치당하는 게 연례행사였다. [1]
유목민족의 위협이 사라진 지금은 '천고마비의 계절~' 운운하는 식으로 가을의 정취를 상징한다. 동아시아에서 천고마비라는 고사성어가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 마지막 시기는 한국에선 병자호란으로 조선 백성들이 청나라 군사들에 의해 약탈을 당하던 때로, 중국에선 준가르가 완전히 몰살된 건륭제 때로 추정된다. 전자의 경우 병자호란 이후로 강희제 치세 초기까지 청나라에서 전쟁 배상금 명목으로 조선에 과도한 양의 공물을 요구했지만[2] 전형적인 유목민족식 약탈은 사실상 없어지다시피 했으며, 후자의 경우 준가르의 몰살을 기점으로 더 이상 유목민족이 중국을 위협하는 일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현대 중국어에서는 원래의 의미로 쓰이지 않게 됨에 따라 어느 샌가부터 추고마비(秋高馬肥)라 부르며 가을 정취를 나타내는 의미로만 쓰이는 듯하다.
동아일보 황규인 기자 칼럼에 따르면 말은 정말 가을에 살이 찐다.

[1] 그래서 비정상회담에서 천고마비에 대한 문제가 나왔을 때 중국 패널인 장위안이 천고마비=톈가오마페이라고 알아듣고도 작문하지 못했다.[2] 이마저도 강희제가 조선이 더 이상 청나라를 위협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여 명나라 때와 같은 수준의 공물을 요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