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종
궁중문화축전 홈페이지의 첩종
https://www.youtube.com/watch?v=MUTEOEWP0R4
2020년 단편영화 "첩종.조선을 지켜라" (코로나19로 인하여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은 행사 대신, 단편 영화를 제작하여 공개하였다)[1]
疊鐘
조선 왕조에서 비상사태에 대비하여 왕의 호위군을 사열하는 군사 의식. 첩종이란 이때 사용하는 특수한 종을 의미하며,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첩종을 울리면 호위군이 소집되었다고 한다. 최근에 재현하고 있는 이벤트는 어전사열(御前査閱)의 상황을 재현하는 행사이다.
2011년부터 서울에서 경복궁 수문장 교대의식의 특별 행사로 매년 (10월) 재현하고 있는 이벤트이다. 행사 때 동원되는 200여명 규모의 인원은 대부분 수문장 교대 의식 소속 직원들로, 전통무예 단체의 무예인들과 함께 수문장 교대 의식 내에서 진법, 제식, 전통무예 훈련 등을 거쳐 첩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초창기인 2011년 ~ 2012년까지는 군사들의 진법 형성과 해산, 제식 등 진법 훈련 위주로만 진행되었으나, 2013년부터는 수문장 교대 의식과 전통무예 단체가 협동하여 무예 시연을 추가하였다. 무예도보통지를 포함한 조선 시대의 군사적인 행사 중에서는 규모가 큰 편이다. 관제 무술의 재현을 섞은 리인액트먼트라고 볼 수도 있을지도? 참고로 시연자들이 사용하는 창의 길이가 짧은 편인데, 행사 중에 대련을 진행하기 때문에 안전한 공방을 위해서 수련용 무기들을 가지고 나온다고 한다.
어쨌든 200명 이상의 인원을 동원하여 조선 시대의 대규모 진법을 시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소수의 연구자들이 온몸으로 뒹굴면서 개척해낸 군사 재현 문화에서 대규모 행사를 재현할 수 있을 만큼 역량이 쌓였다는 점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연구적인 측면과는 별도로 참여자들의 노력을 폄하하기는 어렵다. 첩종에서는 호위군의 진법 재현 뿐만 아니라, '''수 Kg의 폴암들을 쇳소리가 날 정도로 부딪치면서 대련하고, 방패진을 형성한 상태에서 수련용 화살을 쏘면서''' 정말로 재현해서 보여준다. ㅎㄷㄷ(때문에 행사 종료 후에는 원방패나 그걸 내리친 무기가 박살나 있는 경우가 자주 있다). 실제로는 상당히 위험하기 짝이 없는 동작들이다. 특히 폴암, 방패, 칼을 직접 부딪치면서 대련하는 부분은 위험성이 크다.
조선 초기, 호위군들이 쓰던 진법을 압축해놓은 시연이다. 첩종 의식에 참여하는 호위군의 훈련 목적은 비상사태에 외적이나 역도들을 제압하기 위한 것이다. 단순해보이지만, 꽤 핵심적이고 일사분란한 진영을 연결해서 보여준다. 궁전을 공격하는 침입자들을 제압한다는 상황을 가정하고 읽어보자.
하지만 행사에서 시연하는 진법은 많이 축소된 것으로서, 문화재청의 첩종 재현팀이 관련 사료들에서 발췌한 짧고 핵심적인 진법들을 조합한 것이라고 한다. 음양오행에 관련된 속성을 붙여서 각 진영의 상성관계를 이해하기 쉽도록 정리한 것이 특징이다.
'''방진''' - 쇠(金)의 속성. 사각형 수비진을 짠다. 가장 기본적이고 튼튼한 진형.
'''곡진''' - 물(水)의 속성. 움푹 파인 U자형 진형을 짜서, 정면의 공격에 모든 수비력을 집중한다. (적이 정면으로 들어오면 자동으로 포위된다.)
'''직진''' - 나무(木)의 속성. 좌우로 넓게 퍼지는 횡진을 형성한다. 넓은 공간의 싸움에서 횡대로 공간을 차지하여, 적을 밀어내거나 포위하기에 유리한 진형을 선점한다.
'''예진''' - 불(火)의 속성. 쐐기꼴을 형성하여 정면에 대한 돌파력을 중시한다. 대다수의 어중간한 방어진에는 강하지만, 물 속성의 곡진에 걸리면 U자형에 잡아먹힌다.
'''원진''' - 흙(土)의 속성. 원형진을 짠다. 어떤 방향의 공격이라도 무난하게 대응할 수 있다. 서로의 등이 닿아서 잘 무너지지 않는다.
조정을 맡은 연기자 분들이 마이크를 착용한 모습이 조금 우습지만 넘어가자.[2] 이런 행사를 현장에서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관광객이라서 3개 국어 해설도 꽤 시끄러울 수 있다. 그밖에는, 전형적인 무술 재현답게 기공파(...)를 써서 상대를 넘어트리는 문제점이 있다.
첩종 재현의 구성이 매우 잘 드러나는 2015년도 5월 시범 영상.
원형진을 통하여 산발적인 기습을 막아내기, 진을 넓혀서 적들의 공간을 빼앗기, 짧은 무기를 가진 상대를 사방에서 밀어붙이기, 방패를 통하여 각종 무기들을 막고 밀어내기, 협도를 써서 방패를 든 진영을 무너트리기까지, 집단적인 무사들의 움직임이 나온다. 즉, 이전에는 시도하기 힘들었던 '''진법 시연'''이 가능해졌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영상의 백미는 3분 10초에서 직진을 형성하여 화살을 막아내는 훈련부터 시작된다. 그밖에도 4분부터는 부드러운 단체 월도 공방도 나온다. [3] 5분 50초부터는 협도 시연이 나오는데, 익히 알려진대로 크지만 파괴력이 좋다는 점을 보여준다. [4] 5분 이후부터는 위험할 정도로 직접 부딪치는 대련들이 구성되어 있다. 전형적인 검무 동작이라지만, 외국에서도 폴암을 빠르게 부딪치는 교전은 잘 안 한다는 점을 보면, 굉장히 열정이 넘치는 시연이다. (...).
첩종에서 대련하는 무술은 경복궁 무예도보통지 시범단에서 이어진다. 위의 영상에서 평소에 무술교본의 동작을 연구하는 분들이 첩종에도 참여한다. 영상을 보면 쌍검, 창, 월도의 대련법이나 재현율이 상당히 발전했다는 점을 볼 수 있다.
무술 행사인지 리인액트인지 애매한 구석이 있다. 한마디로, 외국처럼 진지한 리인액트 재현을 생각하고 갔던 사람들에게는 아쉬운 행사. 낙안읍성처럼 수수할지라도 전통 그 자체의 품격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한국민속촌마냥 마이크와 음악을 틀어놓고 공연자들의 열정으로 보여주는 어트랙션 행사에 가깝다. 물론 행사 자체는 볼 만 하므로, 어디까지나 리인액트를 상상하고 갔다가 실망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
사실 첩종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의 역사 재현 행사들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안 좋다. 지역구 공무원들이 현대 사람인 대학 교수님들의 자문을 대충 받고 전통 시장의 장인들을 불러 모아서 만든 행사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동네 시장에서 벌이는 잔치와 도시급 역사 재현 행사의 비품 출처와 디테일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다.
무술 면에서의 문제점은 무예도보통지 연구 단체들과 비슷하다. 무술을 실제로 재현에 성공한 것이 아닌지라, 연결 동작에서는 여전히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살려보려고 노력한 검무'''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즉, 실질적인 무술에 대한 고증은 다소 어설프다. 현재까진 제일 정확하지만, 정확히 분류하자면 공연자 분들의 열정으로 재현한 칼춤에 가깝다는 것.(...) 또한, 무술을 시연해야 하다 보니 갑옷을 많이 활용하지 않았다는 점도 아쉬울 수 있다.[5]
https://www.youtube.com/watch?v=MUTEOEWP0R4
2020년 단편영화 "첩종.조선을 지켜라" (코로나19로 인하여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은 행사 대신, 단편 영화를 제작하여 공개하였다)[1]
1. 설명
疊鐘
조선 왕조에서 비상사태에 대비하여 왕의 호위군을 사열하는 군사 의식. 첩종이란 이때 사용하는 특수한 종을 의미하며,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첩종을 울리면 호위군이 소집되었다고 한다. 최근에 재현하고 있는 이벤트는 어전사열(御前査閱)의 상황을 재현하는 행사이다.
2. 경복궁에서 진행되는 조선시대 사열의식 재현
2011년부터 서울에서 경복궁 수문장 교대의식의 특별 행사로 매년 (10월) 재현하고 있는 이벤트이다. 행사 때 동원되는 200여명 규모의 인원은 대부분 수문장 교대 의식 소속 직원들로, 전통무예 단체의 무예인들과 함께 수문장 교대 의식 내에서 진법, 제식, 전통무예 훈련 등을 거쳐 첩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초창기인 2011년 ~ 2012년까지는 군사들의 진법 형성과 해산, 제식 등 진법 훈련 위주로만 진행되었으나, 2013년부터는 수문장 교대 의식과 전통무예 단체가 협동하여 무예 시연을 추가하였다. 무예도보통지를 포함한 조선 시대의 군사적인 행사 중에서는 규모가 큰 편이다. 관제 무술의 재현을 섞은 리인액트먼트라고 볼 수도 있을지도? 참고로 시연자들이 사용하는 창의 길이가 짧은 편인데, 행사 중에 대련을 진행하기 때문에 안전한 공방을 위해서 수련용 무기들을 가지고 나온다고 한다.
어쨌든 200명 이상의 인원을 동원하여 조선 시대의 대규모 진법을 시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소수의 연구자들이 온몸으로 뒹굴면서 개척해낸 군사 재현 문화에서 대규모 행사를 재현할 수 있을 만큼 역량이 쌓였다는 점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연구적인 측면과는 별도로 참여자들의 노력을 폄하하기는 어렵다. 첩종에서는 호위군의 진법 재현 뿐만 아니라, '''수 Kg의 폴암들을 쇳소리가 날 정도로 부딪치면서 대련하고, 방패진을 형성한 상태에서 수련용 화살을 쏘면서''' 정말로 재현해서 보여준다. ㅎㄷㄷ(때문에 행사 종료 후에는 원방패나 그걸 내리친 무기가 박살나 있는 경우가 자주 있다). 실제로는 상당히 위험하기 짝이 없는 동작들이다. 특히 폴암, 방패, 칼을 직접 부딪치면서 대련하는 부분은 위험성이 크다.
3. 오위진법
조선 초기, 호위군들이 쓰던 진법을 압축해놓은 시연이다. 첩종 의식에 참여하는 호위군의 훈련 목적은 비상사태에 외적이나 역도들을 제압하기 위한 것이다. 단순해보이지만, 꽤 핵심적이고 일사분란한 진영을 연결해서 보여준다. 궁전을 공격하는 침입자들을 제압한다는 상황을 가정하고 읽어보자.
하지만 행사에서 시연하는 진법은 많이 축소된 것으로서, 문화재청의 첩종 재현팀이 관련 사료들에서 발췌한 짧고 핵심적인 진법들을 조합한 것이라고 한다. 음양오행에 관련된 속성을 붙여서 각 진영의 상성관계를 이해하기 쉽도록 정리한 것이 특징이다.
'''방진''' - 쇠(金)의 속성. 사각형 수비진을 짠다. 가장 기본적이고 튼튼한 진형.
'''곡진''' - 물(水)의 속성. 움푹 파인 U자형 진형을 짜서, 정면의 공격에 모든 수비력을 집중한다. (적이 정면으로 들어오면 자동으로 포위된다.)
'''직진''' - 나무(木)의 속성. 좌우로 넓게 퍼지는 횡진을 형성한다. 넓은 공간의 싸움에서 횡대로 공간을 차지하여, 적을 밀어내거나 포위하기에 유리한 진형을 선점한다.
'''예진''' - 불(火)의 속성. 쐐기꼴을 형성하여 정면에 대한 돌파력을 중시한다. 대다수의 어중간한 방어진에는 강하지만, 물 속성의 곡진에 걸리면 U자형에 잡아먹힌다.
'''원진''' - 흙(土)의 속성. 원형진을 짠다. 어떤 방향의 공격이라도 무난하게 대응할 수 있다. 서로의 등이 닿아서 잘 무너지지 않는다.
4. 영상 해설
조정을 맡은 연기자 분들이 마이크를 착용한 모습이 조금 우습지만 넘어가자.[2] 이런 행사를 현장에서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관광객이라서 3개 국어 해설도 꽤 시끄러울 수 있다. 그밖에는, 전형적인 무술 재현답게 기공파(...)를 써서 상대를 넘어트리는 문제점이 있다.
첩종 재현의 구성이 매우 잘 드러나는 2015년도 5월 시범 영상.
원형진을 통하여 산발적인 기습을 막아내기, 진을 넓혀서 적들의 공간을 빼앗기, 짧은 무기를 가진 상대를 사방에서 밀어붙이기, 방패를 통하여 각종 무기들을 막고 밀어내기, 협도를 써서 방패를 든 진영을 무너트리기까지, 집단적인 무사들의 움직임이 나온다. 즉, 이전에는 시도하기 힘들었던 '''진법 시연'''이 가능해졌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영상의 백미는 3분 10초에서 직진을 형성하여 화살을 막아내는 훈련부터 시작된다. 그밖에도 4분부터는 부드러운 단체 월도 공방도 나온다. [3] 5분 50초부터는 협도 시연이 나오는데, 익히 알려진대로 크지만 파괴력이 좋다는 점을 보여준다. [4] 5분 이후부터는 위험할 정도로 직접 부딪치는 대련들이 구성되어 있다. 전형적인 검무 동작이라지만, 외국에서도 폴암을 빠르게 부딪치는 교전은 잘 안 한다는 점을 보면, 굉장히 열정이 넘치는 시연이다. (...).
첩종에서 대련하는 무술은 경복궁 무예도보통지 시범단에서 이어진다. 위의 영상에서 평소에 무술교본의 동작을 연구하는 분들이 첩종에도 참여한다. 영상을 보면 쌍검, 창, 월도의 대련법이나 재현율이 상당히 발전했다는 점을 볼 수 있다.
5. 기타
5.1. 행사의 정체성 문제
무술 행사인지 리인액트인지 애매한 구석이 있다. 한마디로, 외국처럼 진지한 리인액트 재현을 생각하고 갔던 사람들에게는 아쉬운 행사. 낙안읍성처럼 수수할지라도 전통 그 자체의 품격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한국민속촌마냥 마이크와 음악을 틀어놓고 공연자들의 열정으로 보여주는 어트랙션 행사에 가깝다. 물론 행사 자체는 볼 만 하므로, 어디까지나 리인액트를 상상하고 갔다가 실망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
사실 첩종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의 역사 재현 행사들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안 좋다. 지역구 공무원들이 현대 사람인 대학 교수님들의 자문을 대충 받고 전통 시장의 장인들을 불러 모아서 만든 행사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동네 시장에서 벌이는 잔치와 도시급 역사 재현 행사의 비품 출처와 디테일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다.
무술 면에서의 문제점은 무예도보통지 연구 단체들과 비슷하다. 무술을 실제로 재현에 성공한 것이 아닌지라, 연결 동작에서는 여전히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살려보려고 노력한 검무'''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즉, 실질적인 무술에 대한 고증은 다소 어설프다. 현재까진 제일 정확하지만, 정확히 분류하자면 공연자 분들의 열정으로 재현한 칼춤에 가깝다는 것.(...) 또한, 무술을 시연해야 하다 보니 갑옷을 많이 활용하지 않았다는 점도 아쉬울 수 있다.[5]
[1] 경복궁 근정전과 강녕전, 그리고 창경궁에서 촬영되었다.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 상향 등 변수로 인하여 촬영 계획 및 일정이 급하게 진행되는 바람에 스토리 및 완성도는 다소 아쉬운편[2] 왕이 직접적으로 말할 이유가 적은데, 너무 연기톤으로 마이크를 쓰고 말해서 아쉽다는 말이 있다. [3] 이는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팽배 1기가 능히 장창 5기를 이긴다"는 내용을 바탕으로 재연한 듯하다.[4] 우습게 보일 수도 있는데, 영상처럼 월도와 협도를 부드럽게 휘두르는 동작은 상당히 연구를 많이해서 복원해낸 것이라고 한다. 일반인들 혹은 다른 무술을 배운 사람들은 저렇게 품세에 맞춰서 휘두르기 힘들다고...[5] 단 첩종 의식이 현대의 사열식이었음을 감안하면, 현실에서는 진법을 사용하고 군장을 갖춰 입는 속도와 정확성을 중시했을 것이다. 다만 무술 단체가 참여한 행사인데다가, 직접적인 볼거리가 많은지라 이러한 문제는 다소 부차적인 지적이기도 하다. 첩종에서 갑옷 활용 여부는 움직임이 많은 출연자의 활동성을 위한 것으로, 행사 때 무예 시연을 하지 않는 출연자 중에는 '세종실록오례의 경번갑'을 착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