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오크라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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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대 트라이아스기 중기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아니수스절 무렵에 동아프리카에 살았던 원시 조중족골류 파충류. 속명은 그리스어로 '완료된', '완전한' 등의 의미를 갖는 '텔로스(τέλος, telos)'와 대야나 양푼 같은 그릇을 지칭하는 '크라테르(κρᾱτήρ, krater)'를 합친 '완료된 그릇'이라는 뜻인데, 이 녀석의 골반뼈 관골구가 마치 그릇처럼 움푹 들어간 모양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경추와 미추 일부, 견갑골, 장골, 앞다리뼈와 뒷다리뼈 일부 등으로 구성된 이 녀석의 모식표본이 정확히 어디에서 발견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해당 화석을 최초로 소개한 프랜시스 R. 패링턴(Francis R. Parrington)에 따르면 1933년 탄자니아 남부의 루후후(Ruhuhu) 분지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다만 해당 화석 표본에 대한 추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탓에, 이후 1956년에 앨런 J. 차리그(Alan J. Charig)가 그의 박사학위논문에서 처음으로 이 표본을 다루고 텔레오크라테르라는 속명을 붙여주기 전까지는 어떤 생물의 것인지조차 확인되지 않은 상태로 런던 자연사박물관 수장고에서 잠자고 있어야 했다. 다만 안타깝게도 당시까지 알려진 화석만으로는 이 녀석이 어떤 분류군에 속하는 생물인가와 같은 심도 있는 분석을 진행하기 어려웠던 탓에, 대충 조치류(thecodont)나 라우이수쿠스류(Rauisuchia)의 일종이 아닐까 추정되었을 뿐 자세한 사항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이 녀석에 관한 별도의 논문이 학계에 공식 보고되지 않았던 탓에 이후로도 한동안 무자격명으로 취급받는 안습한 신세를 면치 못했던 것은 덤.
이후 2015년에 모식표본의 발견지로 추정되는 장소 근처에 위치한 만다층(Manda Formation)에서 상악골 일부와 발목뼈, 궁둥뼈 등 모식표본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부위의 화석이 추가로 발견되었고, 텔레오크라테르에 대한 분석을 최초로 시도했던 앨런 차리그를 비롯해 미국의 스털링 네스빗(Sterling Nesbitt)과 영국의 리처드 J. 버틀러(Richard J. Butler) 등 여러 고생물학자들이 추가로 확보된 화석들을 모식표본과 함께 연구하면서 이 녀석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윤곽이 비로소 드러나게 되었다. 2017년 이 녀석을 학계에 정식으로 보고한 연구진들의 논문에 따르면 그간 공룡과 익룡이 포함된 지배파충류 분기군인 조중족골류(Avemetatarsalia)의 구성원들 중에서도 가장 원시적인 형태로, 앞서 알려진 야라수쿠스(''Yarasuchus''), 동구수쿠스(''Dongusuchus'') 등의 원시 조중족골류 파충류들과 함께 새로운 분기군인 아파노사우리아(Aphanosauria)[1] 을 구성한다고 한다.
공룡을 포함하는 분기군의 가장 원시적인 일원으로서 공룡의 기원과도 연관이 있기 때문인지, 이 녀석에 관한 논문이 발표되었을 당시 학계는 물론 언론으로부터도 상당한 주목을 받은 동물이다.[2] 해부학적으로도 꽤나 눈길을 끄는 특징들이 여럿 있는데, 우선은 이 녀석의 이마뼈에서 그간 공룡과 여타 파충류들을 구분짓는 중요한 특징이라고 여겨졌던 상측두창 앞의 움푹 들어간 홈이 발견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뒷다리 발꿈치뼈를 살펴보면 복사뼈와 맞닿는 관절의 구조나 종아리뼈와 맞닿는 접촉면의 형태 등에서 위악류와 조중족골류의 특징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특히 이 발견의 경우 그간 학계에서 발꿈치뼈의 형태 및 구조를 위악류와 조중족골류로 구분하는 주요 근거로 활용해왔던 터라, 지배파충류를 분류하던 종래의 방식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음을 상기시켜주었다는 점에서 나름의 학술적 의의를 갖는다.
현재까지 발견된 화석을 토대로 추정한 결과 몸길이 2~3m 정도 되는 날씬한 체형의 사족보행형 파충류였던 것으로 보이며, 트라이아스기에 살았던 조중족골류들 중에서는 경추가 꽤 긴 편에 속했기 때문에 상당히 긴 목을 갖고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종아리뼈와 중족골의 골피질 분석에 따르면 다른 원시적인 지배파충류들보다 성장 속도가 매우 빨랐다고 하며, 유일하게 발견된 이빨 화석이 가장자리가 살점을 찢기에 적합한 날카로운 모양을 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기보다 작은 동물을 잡아먹고 살던 육식동물이었을 듯. 다만 중족골 길이가 허벅지뼈나 종아리뼈에 비해 그리 길지 않아 빨리 달리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형태였기 때문에 빠른 속도를 이용해 먹이를 사냥하던 녀석은 아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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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중기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아니수스절 무렵에 동아프리카에 살았던 원시 조중족골류 파충류. 속명은 그리스어로 '완료된', '완전한' 등의 의미를 갖는 '텔로스(τέλος, telos)'와 대야나 양푼 같은 그릇을 지칭하는 '크라테르(κρᾱτήρ, krater)'를 합친 '완료된 그릇'이라는 뜻인데, 이 녀석의 골반뼈 관골구가 마치 그릇처럼 움푹 들어간 모양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2. 상세
경추와 미추 일부, 견갑골, 장골, 앞다리뼈와 뒷다리뼈 일부 등으로 구성된 이 녀석의 모식표본이 정확히 어디에서 발견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해당 화석을 최초로 소개한 프랜시스 R. 패링턴(Francis R. Parrington)에 따르면 1933년 탄자니아 남부의 루후후(Ruhuhu) 분지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다만 해당 화석 표본에 대한 추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탓에, 이후 1956년에 앨런 J. 차리그(Alan J. Charig)가 그의 박사학위논문에서 처음으로 이 표본을 다루고 텔레오크라테르라는 속명을 붙여주기 전까지는 어떤 생물의 것인지조차 확인되지 않은 상태로 런던 자연사박물관 수장고에서 잠자고 있어야 했다. 다만 안타깝게도 당시까지 알려진 화석만으로는 이 녀석이 어떤 분류군에 속하는 생물인가와 같은 심도 있는 분석을 진행하기 어려웠던 탓에, 대충 조치류(thecodont)나 라우이수쿠스류(Rauisuchia)의 일종이 아닐까 추정되었을 뿐 자세한 사항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이 녀석에 관한 별도의 논문이 학계에 공식 보고되지 않았던 탓에 이후로도 한동안 무자격명으로 취급받는 안습한 신세를 면치 못했던 것은 덤.
이후 2015년에 모식표본의 발견지로 추정되는 장소 근처에 위치한 만다층(Manda Formation)에서 상악골 일부와 발목뼈, 궁둥뼈 등 모식표본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부위의 화석이 추가로 발견되었고, 텔레오크라테르에 대한 분석을 최초로 시도했던 앨런 차리그를 비롯해 미국의 스털링 네스빗(Sterling Nesbitt)과 영국의 리처드 J. 버틀러(Richard J. Butler) 등 여러 고생물학자들이 추가로 확보된 화석들을 모식표본과 함께 연구하면서 이 녀석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윤곽이 비로소 드러나게 되었다. 2017년 이 녀석을 학계에 정식으로 보고한 연구진들의 논문에 따르면 그간 공룡과 익룡이 포함된 지배파충류 분기군인 조중족골류(Avemetatarsalia)의 구성원들 중에서도 가장 원시적인 형태로, 앞서 알려진 야라수쿠스(''Yarasuchus''), 동구수쿠스(''Dongusuchus'') 등의 원시 조중족골류 파충류들과 함께 새로운 분기군인 아파노사우리아(Aphanosauria)[1] 을 구성한다고 한다.
공룡을 포함하는 분기군의 가장 원시적인 일원으로서 공룡의 기원과도 연관이 있기 때문인지, 이 녀석에 관한 논문이 발표되었을 당시 학계는 물론 언론으로부터도 상당한 주목을 받은 동물이다.[2] 해부학적으로도 꽤나 눈길을 끄는 특징들이 여럿 있는데, 우선은 이 녀석의 이마뼈에서 그간 공룡과 여타 파충류들을 구분짓는 중요한 특징이라고 여겨졌던 상측두창 앞의 움푹 들어간 홈이 발견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뒷다리 발꿈치뼈를 살펴보면 복사뼈와 맞닿는 관절의 구조나 종아리뼈와 맞닿는 접촉면의 형태 등에서 위악류와 조중족골류의 특징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특히 이 발견의 경우 그간 학계에서 발꿈치뼈의 형태 및 구조를 위악류와 조중족골류로 구분하는 주요 근거로 활용해왔던 터라, 지배파충류를 분류하던 종래의 방식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음을 상기시켜주었다는 점에서 나름의 학술적 의의를 갖는다.
현재까지 발견된 화석을 토대로 추정한 결과 몸길이 2~3m 정도 되는 날씬한 체형의 사족보행형 파충류였던 것으로 보이며, 트라이아스기에 살았던 조중족골류들 중에서는 경추가 꽤 긴 편에 속했기 때문에 상당히 긴 목을 갖고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종아리뼈와 중족골의 골피질 분석에 따르면 다른 원시적인 지배파충류들보다 성장 속도가 매우 빨랐다고 하며, 유일하게 발견된 이빨 화석이 가장자리가 살점을 찢기에 적합한 날카로운 모양을 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기보다 작은 동물을 잡아먹고 살던 육식동물이었을 듯. 다만 중족골 길이가 허벅지뼈나 종아리뼈에 비해 그리 길지 않아 빨리 달리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형태였기 때문에 빠른 속도를 이용해 먹이를 사냥하던 녀석은 아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