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사지오

 


1. 개요
2. Gilbert-Louis Duprez(1806~1896)와 남성 고음역
3. 파사지오의 개념
3.1. 남성
3.2. 여성
4. 기타 성구전환


1. 개요


직역하면 "통과점/전환점"이란 뜻으로서, 좁게 말하자면 흉성~중성~두성의 경계점들(특히 남성의 경우에는 가성이 나오기 시작하는 경계점)만을 일컫지만, 폭 넓게 아우르면 이 경계점들을 넘나들면서 일어나는 성구전환을 다스리는 발성 기법도 포함된다.[1] 최대한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전환과 아울러서 그 음색 변화를 최대한 곱게 다듬는 것을 주 골자로 한다.
자신이 타고난 음역대의 판정을 가장 정확하게 하려면 파사지오를 가지고 해야 한다. 음색은 자신의 음역대에 대한 좋은 표식이 되지 못한다. 테너임에도 흔히 생각하는 바리톤처럼 목소리가 굵직한 경우도 있고, 바리톤임에도 테너처럼 얇은 음색을 가진 경우도 있다.
파사지오의 정확한 위치는 개인차가 심한 편이다. 목소리 영역대에 따라 대강 어느정도라는 것은 있지만, 반음이 아니라 마이크로톤이 정확한 파사지오 위치인 경우도 왕왕 있는데다가 심지어 '''현재 쓰는 모음'''에 따라서도 다르게 잡힌다. 남성의 경우는 "굳이 따지자면 있는 첫 번째 파사지오" 와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두 번째 파사지오" 정도로 의견이 얼추 일치하는 편이지만 여성의 경우는 오늘날에도 의견이 분분한 편이며, 특히 두 번째 파사지오의 발현점에 대해 적혀있는 내용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다가, 개인차를 고려하지 않는 지도하에 오히려 목소리를 망치는 경우도 왕왕 있다.

2. Gilbert-Louis Duprez(1806~1896)와 남성 고음역


과거 성악에서 남성의 경우 E4~F4 이상의 고음들은 웬만해서는 가성으로 불렀으나, 어느날 이 사람이 홀로 대격변(?)을 일으켰다. 윌리엄 텔의 아르놀트 배역을 맡아서 '''진성으로''' 온갖 고음들을 불렀던 것.[2] 정작 롯시니 본인은 매우 싫어했지만[3] 관객들에게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이후 남성 오페라 가수들은 좋으나 싫으나 진성으로 고음을 잘 내는 발성법을 연구하고 연마해야 했다. 참고로 정작 뒤프레 본인은 이렇게 커리어의 전성기를 맞이했으나 7~8년 남짓한 전성기 끝에 목이 망가져서 현역에서 은퇴했으며, 이후로는 성악 교육에 전념했다.

3. 파사지오의 개념



3.1. 남성


C3(1옥 도) 정도부터 시작해서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말고 점점 높은 음들을 불러보자. 어느 순간부터 진동이 목으로 올라오는 듯한 느낌과 함께 음색이 살짝 바뀌고 이내 성대가 점점 조이는 느낌이 올것이며, 계속해서 음을 올리면 가성으로 탁 풀릴 것이다. 자신이 타고난 음역대에 따라서 다르지만, 베이스의 경우 이 가성으로 풀어지는 현상이 D4(2옥 레) 이하부터 일어나며, 바리톤은 D#4/Eb4 ~ E4(2옥 레~미), 테너는 F4 ~ F#/Gb 4 ~ G4(2옥 파~솔) 정도[4]부터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바로 이 음역대의 음들을 잘 부르는 것이 남성 파사지오의 주 골자이며, 올바른 발성법을 통해 이 음들을 잘 부르면서 두성으로 넘어갈 수 있다. 참고로 일부 문서들을 보면 남성의 파사지오도 두 번 일어난다고 적혀있는데, 성대가 조금씩 조이면서 음색이 약간 가볍게 바뀌기 시작하는 시점이 해당 문서들이 언급하는 '''첫 번째''' 파사지오에 해당하며, 가성으로 풀어지는 구간들은 해당 문서들이 언급하는 '''두 번째''' 파사지오에 해당한다. 그러나, 변성기로 인해 워낙 흉성이 발달한 남성의 특징상 첫 번째 파사지오를 위시한 중성으로의 전환은 정신을 집중해서 민감하게 짚어보지 않는 이상 느끼기 힘들기에 더 이상 못 올라가면서 알아서 가성으로 바뀌는 (즉, 중성에서 두성으로 바뀌는) 경계점이 주 골자가 된다.[5]
자동차나 자전거로 치면 기어를 변속해주는 것과 들어맞는다. 같은 단수에서 계속 가다보면 RPM이 계속 올라가고(즉, 목을 점점 더 콱 조이는 느낌과 함께 한계가 오고), 더 높은 속도로 가고 싶으면 변속을 해야 한다(더 높은 음을 내기 위해선 성구를 전환해야 한다).
이 영상을 보면, 올림바장조 아르페지오를 가지고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시범을 보인다. 처음 불렀을 때에는 당장 목이 조이는 듯한 소리가 나며, 파바로티 본인도 "Suspect a strangle, huh(누가 목이 졸리고 있는 것 같죠)?" 라며 이를 언급한다. 그 다음에 이 아르페지오를 다시 부를 때에는 F#4 에서 "허아~" 하는 소리와 함께 모음을 살짝 더 어둡게 바꾸어준다. 이렇게 성구를 전환하는 것이다. 물론 공연을 할 때에는 의식적으로 이 전환을 보다 덜 두드러지게 감춘다.

(사실은, 혀로 후두를 누르면 안된다는 파와 눌러야 된다는 파로 나뉘어서 대립중이다) 후두의 근육들을 놀려서 성구를 전환한다.
제대로 성구를 바꾸어 준다면, 목이 콱 조이는 느낌이 없어질 뿐만 아니라, 진성을 쓰면서 자신의 음역대에 따라서 E4(베이스) ~ A4(테너)까지는 쉽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 다음이다. 너무 욕심내지 말고 차근차근 음역을 확장해가야 하는데, 처음에는 성대가 두성을 쓰는 데에 익숙치 않은 관계로 이따끔 가성이 튀어나오면서 음이 깨지는 수도 있는데다가, 크고 아름다운(?) 복식 호흡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참으로 적절한 양의 공기를 성대에 흘려보내는 등[6]의 요소들을 신경쓰다 보면 배와 허리가 장난이 아니게 당긴다.[7] 발성은 성대가 지치기 때문에 기악하듯이 24시간 연습할 순 없다. 즉, 아무리 몸이 근질거려도 한번 충분히 연습한 뒤에는 충분히 쉬어주어야 한다. 물론 휴식을 취한 후에는 다시 연습하는 것을 잊지 말 것.
상기된 서술에 성구전환을 조금 더 부드럽게 감출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 성악가들을 자세히 들어보면 특정 음들을 부를 때마다 약간 미끄러지듯이 부르는 경우가 꽤 있을 것이다. 바로 파사지오 때문이다.
다음은 그 '''마리오 델 모나코'''가 '''아르투로 멜로끼'''의 지도하에 파사지오와 두성을 단련하는 것을 녹음한 것이다. 자세히 들어보면 특정 음들을 부를 때 음색이 귀에 띄게 바뀐다. 단순히 음계를 올라가는 연습법 뿐만 아니라, 일부러 높은 음계에서 '''내려가는''' 연습법도 중요하니 참고해둘 것.[8]

다음은 테너 주세페 필리아노티가 쥘 마스네의 오페라 베르터에 나오는 아리아 "porquoi me réveiller" 를 부르는 실황 장면이다.

당장 0:06~0:07초의 f4를 부를 때 자세히 들어보면 음이 내질르듯이 바로 나오지 않고 살짝 미끄러지듯이 나온다. 이 외에도 0:56~0:58에서 이 아리아의 첫 소절 "porquoi me réveiller" 를 부를 때, 자세히 들어보면 당장 "ré" 부분의 f#를 부를때 음이 바로 내질르듯이 나오지 않고 마치 f에서 퍼올려서 올라가는 듯한 느낌이 날 것이다.

3.2. 여성


여성의 경우는 흉성~중성~두성을 아우르는 구간에서의 파사지오가 '''두 번''' 눈에 띄게 일어난다- 남성은 굳이 따지고 들면 두 개 중 두 번째 것만 두드러진 반면, 여성은 두 개 모두 매우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남성처럼 똑같이 D4 ~ G4 구간에서 한 번 일어나며, 이것이 '''여성의 첫 번째''' 파사지오다. 이 위로 한 번 더 일어나는데, 사람에 따라서 그 위로 완전5도 ~ 장9도 정도에서 다시 한 번 일어난다. D4 ~ G4 구간에서 일어나는 첫번째 파사지오가 '''낮을수록 높은 음역의 목소리'''를 타고 난 것이며, 낮은 음역의 목소리일수록 두 번째 파사지오가 훨씬 더 일찍 일어난다.
성대와 후두가 커서 남성에 가까워질수록 흉성의 영역이 넓어지고 발달하는데, 첫 번째 파사지오는 흉성과 중성의 경계점을 나눈다. 다시 말해 음역대가 낮아질수록 흉성이 크고 아름답게 발달하며, 그만큼 중성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9] 반대로 말하자면, 높은 음역대의 여성일수록 중성 영역대가 유난히 길고 두드러지며, 흉성은 타고난 게 보잘 것 없기에 매우 신경써서 발달시켜야 한다.
특히 두 번째 파사지오에서 남성과 비슷하게 당장 목이 콱 조이는 느낌이 오고 가성으로 목소리가 바뀌는 등[10]의 차이를 보일 지언정 남성만큼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남성은 가성으로 바뀌는 구간으로 때려맞추면 들어맞지만, 여성은 특히 두 번째 파사지오의 위치가 '''개인차가 매우 심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지도를 받기가 더 까다로운 편이다.
다음은 여성이 파사지오를 다루는 예시이다. 5:35~5:44에서 "maledizione" 를 반복해서 부를 때, "zione" 부분을 부를때 자세히 들어보면 깨끗하게 내지르지 않고 약간 미끄러뜨리듯이 올리면서 부르는 것을 들을 수 있다. 바로 소프라노의 두 번째 파사지오(D5~E5 근처) 때문이다. 참고로 이 가수는 레온타인 프라이스다.


4. 기타 성구전환


남성의 경우 흉성을 극한대로 내리다보면 역시나 목소리가 한번 끊기면서 호흡 조절을 잘못하면 가래 끓는 듯한 목소리가 나오는 구간이 있다. 또, 가성만을 가지고 극한대로 올리다보면 여성의 콘트랄토~메조 소프라노의 두 번째 파사지오와 비슷한 구간에서 역시나 콱 조이는 듯 하면서 특별한 기교를 쓰지 않으면 한계가 오는 구간이 나온다.
남성과 여성 모두 두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다 보면 전환을 해야하는 한계점이 온다. 여기가 바로 일명 플레지올렛/휘슬이며, 여성이 더 잘 되고 활용도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한편, 남성의 경우에는 일단 가성과 엄연히 다른 물건인 것이 확 와닿지만, 여성의 경우에는 가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물건인지 두성 위에서 또 성구를 전환한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거기다가 내시경을 위시한 객관적인 관찰이 매우 힘들기 때문에 더더욱 특별히 어느 쪽이 옳다고 못을 박기가 힘들다.
[1] 물론 극한의 음역대까지 통틀어서 세면 성구가 서너번은 바뀌지만, 흉성~중성~두성의 전환이 주 골자다.[2] 이 배역에서 유명한 아리아는 O muto asil 이 있다. 물론 요즘 웬만한 테너들은 O muto asil 을 부를 때 진성을 쓰지만, 이것을 그 시대 최초로 진성을 써서 불렀다고 생각해보면 당시의 충격을 알 수 있다.[3] 한국식으로 은역하자면 돼지 멱 따는 소리 같았다고 한다.[4] 흔하지는 않지만, 조금 더 가벼운 부류의 테너일 경우 G#4/Ab4~ A4(2옥 솔#~라) 같은 경우도 있다.[5] 여성도 보다 낮은 음역대의 여성일수록 남성과 비슷하게 넓은 흉성 영역대와 좁은 중성 영역대를 가진다. 자세한 것은 후술된 여성에 대한 부분 참조.[6] 성악가들은 아무리 가냘픈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라도 이와는 별개로 힘있고 풍부한 발성을 자랑하는데, 이에 따라서 성대에 무지막지하게 숨을 내쉬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너무 숨을 많이 내쉬는 것도 문제다. 물론 어디 아픈 사람마냥 목소리가 쓸데없이 약하고 가냘퍼도 그것은 그것대로 문제다. [7] 배와 허리가 당기는 것과는 별개로 '''목이 뜨겁고 아프거나 목소리가 흡연자마냥 가라앉았고 그 어떤 수를 써도 계속 걸걸한 목소리가 나온다면 하다면 지금 당장 연습을 중단할 것이며, 특히 목소리 자체가 아무리 쉬고 물을 마셔봐도 이상하게 변했다면 모든 발성 활동을 즉시 중지하고 이비인후과에 가야 한다.'''[8] 파사지오를 위시한 그 애매한 구간에서는 서서히 두성의 저음역대를 동원해야 하는데 바로 그것을 연습하기 위함이다.[9] 참고로 이 현상이 극한에까지 이르면서 후두 자체도 넘사벽으로 커진 것이 바로 '''남성 목소리'''다. [10] 여성도 가성이 엄연히 존재한다. 다만 워낙 티가 안 나기에 무시하는 경우가 많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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