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 파이어아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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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파울 파이어아벤트 (위키백과 한국어판)
오스트리아의 철학자로 20세기 과학철학에 크게 공헌했다.
과학에는 일반적 방법론이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접근법이 허용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대표적인 입장이다.
2. 생애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 1947년 빈 대학교에 입학하여 1951년 철학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그후 런던정치경제대학교에서 칼 포퍼 아래 수학했다. 철학자 엔스콤으로부터 분석철학을 배웠으며 양자역학에도 관심을 가졌다. 처음에는 포퍼의 반증주의적 과학관을 존경하였지만 후에는 포퍼의 과학관을 부정하게된다. 세계 여러대학에서 가르쳤으며 마지막에는 UC버클리 교수를 역임했다. 이후 1989년 UC 버클리를 떠난 파이어아벤트는 1991년 학계에서 은퇴한 후, 1994년 스위스에서 숨을 거두었다.
3. 사상
파이어아벤트는 자신이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주의 사상을 따라가고 있다고 한다. 밀은 특정한 사상만이 진리라는 독단을 배격하고, 회의주의적 인식론에 입각하여 진리는 결코 확언할 수 없으며 강요할 수도 없기 때문에 언론과 사상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파이어아벤트의 과학철학은 이러한 밀의 사상을 이어받은 것이다.
파이어아벤트에 따르면, 과학사를 통해 보면, 모든 상황에 다 적용되는 구체적인 과학적 방법은 존재하지 않으며, 만일 그런 모든 상황에 다 적용되는 과학적 방법이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것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뭐든 된다'''(Anything goes). 심지어 파이어아벤트는 "과학은, 신화나 미신, 점성술과 비교해서 결코 우월한 지식일 수 없다."고 까지 주장한다. 과학에도 권위가 있으며 그 권위로 인해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 때문에, 그 과학의 권위를 깨부술 수 있으면 무엇이든지 가능하다는 것. 따라서 '과학적 방법론'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다.
파이어아벤트는 갈릴레오 갈릴레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주장을 했다. 갈릴레오는 기존에 잘 성립된 이론(아리스토텔레스 역학)과도, 관측결과(연주시차가 측정되지 않는 것)와도, 전혀 안 맞는 가설을 제시하였고, 논리 실증주의나 반증주의적인 과학적 방법론적 입장에서 갈릴레오는 "비합리적"이었다. 갈릴레오와 같은, "비합리적"인 학자가 있었기에, 그리고, 이러한 "비합리성"이 이른바 "과학적 합리성"을 누르고 승리하였기 때문에, 근대 과학이 "진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논리 실증주의든, 칼 포퍼식 반증주의든, 특정한 과학적 방법론에서 제기되는 "합리성"이라는 권위에 의지하여, 학자들을 특정한 방법론에 가둬놓는 것은 과학의 "진보"에 해를 끼치게 한다는 것이다. 학문의 자유를 누리게 하는 것이 방법론보다 더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파이어아벤트의 주장은 알렌 차머스(Alan Chalmers)의 의해 논파된다. 차머스는 파이어아벤트가 놓쳐버린 갈릴레오: 《방법에 반대한다》의 케이스를 더 개선함.(The Galileo that Feyerabend Missed: An Improved Case Against Method)에서 '''갈릴레이의 이론이 널리 퍼진 이유는 풍부한 증거와 설득력있는 주장'''임을 다시 한번 입증하면서, 최근 철학계에서는 파이어아벤트의 주장이 '급진적인 주장'이며 '인식론적 아나키즘[1] '에 해당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파이어아벤트 자신은 자신이 '상대주의자'라는 것에 반대했지만 말이다.)
사실, 언뜻 살펴보더라도 파이어아벤트의 '모든 과학적 방법에 반대한다'는 주장에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물론 모든 가능성을 염두해 두어야하는 것은 맞지만, '과학적 가설의 설정'은 수천 수만개의 사고실험 중에서 보다 효율적인 결과를 도출해내기 위해서임을 염두해 둘 때, 실험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은 순으로 우선순위를 접근해 갈 수 있는 방법론 자체를 반대한다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인 자세임에 틀림없다. 또한 최근 대부분의 과학적 방법론은 모든 가설이 실험에 의해서 검증되어야 인정받는다. 아무리 어떤 이론이나 단체에 과학적 권위가 존재하더라도, 주장한 가설이 실험으로 증명되지 못한다면 그 권위를 펼칠 수 없는 시대이다. 파이어아벤트가 말했던 것처럼 과학에도 불합리한 권위가 있고, 그 권위에 의해서 잘못 주장된 이론이 펼쳐지더라도, 글로벌화 된 세계의 과학계에서 재현가능한지를 파악하는 수많은 실험검증을 통해서 그 권위를 바로 반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렌 차머스는 최근 과학의 조류가 이 두가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전자는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베이즈 정리", 후자는 "새로운 실험주의(new experimentalism)"에 해당한다.)
따라서 '''그의 이론적 의의는 '과학의 권위에 대한 경계'에 한정되어야 한다.''' 어떤 이는 파이어아벤트의 주장을 가지고 신학적 방어를 하는데에 사용하기도 하는데, 하지만 이러한 갈릴레오에 대한 그의 주장(심지어 파이어아벤트의 주장에 헛점이 너무 많다.)이 신학적 방어로 사용되어지는 것에는 조심스러워야 한다. 왜냐하면 파이어아벤트의 목적은 '권위의 해체'에 있으며, 이 사유를 확장시켜 나간다면, 그 '권위의 해체'에 신학의 권위도 위협받기 때문이다. 애초에 포스트모더니즘적 사고의 주된 해체 대상은 권위 그자체, 그 중에서도 '기독교'가 첫번째 대상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또한 파이어아벤트가 과학의 권위를 비판하는 주된 논리에는 '교회의 권위'만 불합리한 것이 아니라 '과학계의 권위'도 불합리하지 않느냐는 피장파장의 논리에 의지하고 있으며, 비교를 통해 권위를 해체하는 과정 속에서 그 권위를 해체하기 위해 이른바 '권위가 없다'고 여겨지는 "신화나 미신, 점성술"에 비교하기까지 한다. 따라서 파이어아벤트를 이용해 신학적 방어를 한다는 것은 신학의 위치를 점성술의 권위로 낮추어 비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해석되어 비판받기도 하며, 이러한 파이어아벤트의 주장을 이용한 신학적 방어는 자승자박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생기는 것.
4. 주요저서
- 《방법에 반대한다》: 새로운 과학관과 인식론적 아나키즘 (Against Method: Outline of an Anarchistic Theory of Knowledge) (1975)
- 《이성이여 안녕》 (Farewell to Reason) (1987)
[1] Epistemological anarchism